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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진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제국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동기진
작품등록일 :
2019.01.19 10:52
최근연재일 :
2021.10.20 19:50
연재수 :
10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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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474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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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1,570


작성
19.02.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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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0
추천
71
글자
16쪽

터를 잡다

오·탈자 지적을 바랍니다.




DUMMY

먼저 치기야 등에게 일러 먼저 출발 하도록 하고 나는 소복이 등과 뒤를 따랐다.

두 동생의 안내에 따라 어머니의 무덤을 찾은 것이다.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의 무덤 옆에 자리한 어머니의 무덤은 소복이와 그의 형제들의 도움으로 겨우 마련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달래로부터 전해들을 수 있었다.


격식을 차려 절을 올리는 중에 절을 하는 것도 버거워 보이는 차돌이 눈에 들어오니 애잔한 마음이 든다.

“차돌아, 여기 와서 누워 봐라.”

남모르는 이들도 치유마법을 사용해 치료를 하곤 하는데 피붙이라는 형제에게 치유마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소문이 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소문이 나가를 바라고 있기도 하다.


소복이와 소복이를 배웅하기 위해 따라온 소복이의 처 그리고 소복이의 큰 형이 보고 있는 가운데 나는 차돌의 다리에 치유마법을 시전했다.

그저 치료를 목적으로 치유마법을 사용한다면 이제는 화려한 임팩트없이 다리만 치료할 수도 있지만 일부러 그 화려한 임팩트도 나오게 치유마법을 시전했다.

차돌의 다리에서 퍼져 나오는 하얀 빛은 여전히 보는 이들로 하여금 경건하고 따뜻하며 신비롭게 보였는데 치유마법을 직접 받은 차돌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몸을 떨고 있고 바로 옆에 있던 달래마저도 눈물을 흘리는 중 다른 이들은 그 하얀 빛에 놀라 땅에 엎드렸다.


“이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라 나의 하느님의 능력이다.

이제 내 동생 차돌에게 이르노니 차돌은 일어나 걷도록 해라.”

내 말에 왜 그런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던 차돌은 형의 말에 엉겁결에 일어났는데 전과 달리 다리는 이미 멀쩡해져 있었다.

놀라 높이도 뛰어보고 저 앞에 보이는 나무까지 달려도 보았지만 다리는 이미 다리를 다치기 전과 하등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모두가 무슨 일인지 모르고 있는 가운데 소복이가

“한돌아, 이것이 무어냐? 그 하얀 빛은 무엇이고 다친 차돌이가 다리가 멀쩡해진 것은 무슨 연유냐?”

“이것은 내가 몽골의 병사로 일을 하다 도적을 만나 산으로 도망쳤으나 독사에 물려 사경을 헤맬 때 나를 불쌍히 여기신 나의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그분의 능력이다.

이것은 나의 하느님을 받드는 이를 치료하도록 나의 하느님이 내게 주신 것으로 그분을 믿고 그분의 말씀에 따르는 이들에게 주시는 축복인 것이다.

소복이 너는 나의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그분의 말씀대로 살겠는가?”

“나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너를 믿었다. 네가 모시는 하느님을 어찌 내가 믿지 않겠는가?”


“나를 통해 나의 하느님을 믿는 것도 나의 하느님을 믿는 것과 같으니 너는 이미 나의 하느님의 종이다.

내 동생 달래는 나의 하느님을 믿겠는가? 그리고 소복의 처와 소복의 형은 나의 하느님을 믿겠는가?”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나를 믿으니 나의 하느님 역시 믿는다고 한다.

“모두 이리로 한 곳으로 모여라. 이 축복은 나의 하느님을 믿고 나를 믿는 너희들에게 내리는 축복이니라.”

나는 그들 전부를 대상으로 치유마법을 시전했다.

아마도 이 시대 나이가 들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요통이나 관절통 혹은 충치 등이 치료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아니 그들은 나의 당장의 치유마법으로 인한 고양된 황홀함으로 인해 자신의 상태 따위는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이다.


“형님, 형님의 하느님의 말씀은 무엇입니까?”

나는 차돌이의 물음에 언젠가 우자이니에서 푸쥐아리에게 했던 마고에서 단군에 이르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럼, 형님의 말씀은 본래 우리 고려나 여진, 거란, 몽골이 모두 한 형제였다는 말입니까?”

“그들뿐이겠느냐. 너는 아직 모르지만 저 몽골이 있는 곳을 지나면 그곳에는 단군의 아우가 이룬 또 다른 형제들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게세르의 후손들이다.

비록 하늘의 백성인 세 형제가 지금에서야 뿔뿔이 흩어져 옛 얘기를 모두 잊고 조상들까지 모두 잊었다고 하지만 그 세 형제가 살던 때의 말은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물론 기나긴 세월로 인해 또 강만 건너면 말이 달라지는 우리 인간들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지금은 다른 말처럼 들리지만 그 말의 근본은 같은 것이다.

우리 고려가 비록 송나라와 가깝다고 해도 말이 달라 백성들끼리는 결코 친해질 수 없지만 여진이나 거란이나 몽골과는 조금만 가깝게 지내면 서로 말이 통하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지만 형님 저는 아직도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큰누님의 일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차돌아, 그것은 인간이 모여 살면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그들에게 원한이 있다면 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일로 인해 여진이나 거란 전체를 미워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원래 싸움은 멀리 있는 친구와 싸우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는 형제와 싸우는 게 우리가 사는 이 인간세상이 아니겠느냐.

이와 마찬가지로 고려의 백성들은 항시 그 형제인 여진이나 거란과 부대끼며 살아온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너무 긴 시간 헤어져 있다 보니 서로가 형제인지 모르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모두가 형제인 것을 알고 같은 말을 사용하고 같은 글을 쓴다면 그래서 그들의 하느님이 사실은 모두 같은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후에야 누가 싸움을 하겠느냐.”


“오라버니, 그렇지만 우리 고려나 여진이나 모두 문자는 그 송나라의 것을 쓰고 있는데 어찌 같은 글을 쓸 수 있겠습니까. 혹, 송나라의 글을 모두 배우라고 하는 것입니까?”

“달래가 아주 좋은 질문을 했다.

그 이유로 내가 나의 하느님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나의 하느님께서 내 기도에 응답을 하신다면 그때는 우리 고려나 여진이나 거란이나 나아가 먼 조상때 형제였던 몽골이나 저 멀리 게세르의 후손들이나 모두 그 뜻을 펼칠 수 있는 하나의 문자를 보게 될 것이다. 자,

이제 시간이 됐으니 이만 가보자꾸나.”


점심때가 한참이 지나 소선을 버려두고 갔던 장소에 도착을 하니 이미 그곳에는 바다호를 지킬 몇몇을 제외한 모든 이가 나와 있었다.

“여기가 나의 하느님이 나를 위해 준비한 곳이다.

이곳은 이 물길을 따라 압록까지 정비만 잘하면 바다호도 이곳까지 들어올 정도고 저 뒤의 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농사를 짓기에 충분한 땅이 있다.

더구나 강을 건너면 그곳 역시 농사를 짓기에 적합하다.

또한 주위의 산은 양이나 소를 키울 정도로 풀이 풍부하니 이곳이야 말로 우리가 터전을 가꿀 곳이다.

제일 먼저 할 일은 겨울을 날 집을 짓는 것이다.

나는 이 일의 책임자로 캄란을 지목하고 그 뒤를 바칠 책임자로 마두를 지목한다.

그 두 사람의 말에 따라 부지런히 준비를 해 추위를 피할 집을 마련하자.

그리고 오뜨겅은 바그다드에서 했던 바와 같이 종이를 만드는 일을 해 주기 바라고 네바자르는 저곳에 대장간을 만들도록 하자.“


”그럼 집을 짓는 일을 할 사람이 너무 부족합니다. 지금도 인원이 넉넉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소복아, 하루 세끼를 주고 품삯으로 보리 반 되를 준다면 일할 사람이 없겠는가?“

”아니, 무슨 그리 많이 주는가. 하루 한 끼에 보리 두 홉만 주더라도 일할 사람은 널려 있네.

더구나 지금은 이미 추수도 끝나 집에서 하는 일이라곤 가마니 짜는 일이 전부일 텐데.“

”좋아, 그럼 소복이 네가 사람을 구하도록 해라.

단, 여기서 일을 할 사람은 머리를 잘라야 한다고 전해라.

남자는 머리카락이 귀에 닿지 않을 정도로 자를 것이고 여자는 머리카락이 어깨에서 한 뼘을 넘지 않을 정도로 잘라야 이곳에서 일을 할 수 있다고 전해라.

그것은 이곳의 모두가 그리 해야 할 일이다.

나부터 그 일을 할 테니 누가 칼이나 가위로 나의 머리를 자르도록 해라.“


사실 조선의 상투나 유목민족의 변발이 생긴 이유야 무언지 모르지만 그것들이 위생에 좋지 않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지금의 나도 머리가 치렁치렁하지만 현 시대의 사람들은 머리 자르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무슨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훼상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라는 효경의 구절 때문이 아닌 것이 내가 돌아보니 이 동북아만이 아니라 중동이나 인도에서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긴 머리를 간수하기 바빴으니 말이다.

지금도 고려인인 소복이만 머리가 길어 상투를 튼 것이 아니다.

네바자르나 캄란 등도 그 긴 머리를 그들의 전통인 터번 안에 칭칭 감아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나는 이미 호다다드에게 언질을 주었기 때문에 호다다드가 가위를 가지고 와 내 머리를 자르기 사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은 안타까워하고 누군가는 눈물까지 흘리지만 나는 오히려 머리가 짧아질수록 시원해 기분이 좋다.

더 짧게 자르고 싶지만 그것은 이곳에서는 승려라는 것을 나타내니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그저 좀 짧게만 쳤는데 그 모습이 보기가 좋지 않은 모양인지 아니면 제 낭군이 머리를 자르니 애가 탄 것인지 아야가 호다다드에게 가위를 넘겨달라더니 내 머리에 손을 대고 좀 다듬기 시작했다.

한참을 매달려 머리를 다듬고 손을 놓았는데 머리는 좀 더 짧아졌지만 내가 아야의 혼수품 중에 있는 구리거울로 보니 그나마 봐줄 만하게 다듬어 놓았다.


”이제 보니 아야가 머리를 다듬는 재주가 있다. 앞으로 머리를 자르는 일은 아야가 맡아서 하도록 해라.“

내 말에 모든 남자들이 들고 일어나 어찌 여인에게 남자의 머리를 맡기냐고 아우성이다.

”좋다. 그러면 남자 머리는 호다다드가 맡아서 하고 여자 머리는 아야가 맡아서 자르도록 해라.“

그 말에 모두는 입이 얼어버렸다.

호다다드가 하는 일이 그저 머리를 싹둑 자르는 것이라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차에 차돌이 나서 아야에게 머리를 자르겠다고 하니 모두가 지켜보았는데 아야는 한번 경험이 있다고 내 머리보다는 좀 더 낫게 머리를 잘라 결국 머리는 아야가 자르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더구나 무리의 수장이랄 수 있는 나의 부인이 머리를 잘라주니 누구 하나 군소리가 없는 것은 덤이었다.


소복이 역시 머리를 자르고 고향마을부터 시작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니 금방 일할 사람이 모여들었다.

일단은 임시로 우리 일행이 단체로 머물 회관 형식의 집을 두 채를 짓도록 하고 그곳에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집단 수용을 했다.

물론 아이들은 제 어미와 같이 있는 것으로 하였지만 8이 넘어가는 남자아이는 어미가 아니라 아비와 같이 머물기로 했다.


이 시대 서민들이 하루 세끼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잘 먹어야 하루 두 끼고 대부분은 하루 한 끼에 산에서 채취한 산나물로 보충을 하는 게 전부다.

처음에 소복이 하루 세 끼에 보리 반 되로 사람을 구하니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고 찾아오는 이가 없었지만 소복이의 말을 듣고 소복이 큰 형부터 시작해 형제들과 처남·매부들이 찾아와 아흐레를 일을 하고 열흘째에는 집에 보리 한 말씩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고향 마을의 모든 남자들이 일을 하러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소문이 되어 소복이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찾아오는 사람들을 간수해 매일의 출석을 확인하는 일로도 일이 벅찰 지경이었다.


사람이 많으니 일의 진척은 빨랐다.

그리고 사람이 많아지니 여러 일을 동시에 할 수가 있다.

한 무리는 집을 짓는 일을 하고 다른 한 무리는 논을 만드는 일을 했다.

물론 이 시기의 논이라는 것은 이앙법을 이용하는 논이 아니라 직파법을 이용하는 논이지만 내가 만들라고 하는 논은 이앙법을 이용할 수 있는 논이었다.

논을 만드는 일이 집을 짓는 일보다 더 빨리 끝나니 논에 보리를 심도록 했는데 고려의 몇몇 사람들은 내년에 논에 벼를 심으려면 보리를 심으면 안 된다고 반대를 했지만 아직 이앙법을 모르는 이들이 하는 말이니 상관할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을 부려 공사를 하다 보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사고는 발생한다.

물론 이 시대의 농부는 대개가 만능이어서 일을 하다 생기는 작은 상처는 제 스스로 치료를 하는데 그 정도로 해결이 안 되는 사고도 생기는 법이다.

하루는 일하는 이가 천장 공사 중 떨어져 크게 다친 일이 있었는데 다리가 부러지면서 뼈가 드러날 정도의 큰 사고였다.

모두가 아연실색하고 있는 중에 캄란 씨가 급히 나를 찾았고 나는 속으로는 ‘이거 잘 됐네, 어차피 소문을 내려고 했는데.’라면서 그의 상처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바로 치료를 해버렸다.

당연히 치유마법의 트레이드마크인 후광이 환히 비치도록 하면서 말이다.

당연히 사람들 사이에 사고보다 더 큰 소란이 일었지만 나는 그저 ”이것은 나의 하느님이 나의 터전을 위해 일한 이들에게 주는 축복일 뿐이다.“라는 말만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소문은 점점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은 더욱 늘었고 우리의 일은 진척이 더욱 빨라졌다.

그리고 그 많은 일들을 하는 대가는 당연히 하루 보리 반 되 였다.

그리고 내가 보리를 만드는 방법은 쌀을 보리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 북방은 주로 보리와 밀 그리고 콩을 재배하기 때문에 쌀은 아주 귀한 작물이다.

없는 사람들이야 그저 보리만으로도 황송한 일이지만 있는 사람들은 역시 쌀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나마 쌀농사를 짓는다는 고려도 쌀이 부족하니 고려 조정이 북방에서 말이나 다른 가축을 구하면서 교환하는 대가로 받는 쌀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쌀농사를 짓는 곳이 없지는 않아 물이 풍부하고 볕이 좋은 심양이나 단둥 또 요령지역 등이 그런 곳이다. 즉 그곳에는 부자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내가 마을을 만드는 곳에서 가까운 곳이 바로 단둥으로 지금은 파속부로婆速府路라고 한다.


나는 소선에 쌀을 몇 가마 정도를 싣고 가 파속부로에서 보리로 바꾸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일을 하는 이로는 장오를 선택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쌀이 사라지면 내년 우리 일행이 먹고 살 쌀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보리를 심었으니 봄에는 보리를 수확해 먹을 수는 있겠지만 그 보리로 다른 공사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나는 본격적으로 북풍이 부는 시점에 호다다드를 선장으로 장오를 구매대행자로 임명해 필요 최소한의 인원으로 바다호를 다시 출항시켰다.

”장오 이번에는 원저우가 아니라 푸저우까지 가서 쌀을 사 오도록 하게나.

물론 살 수 있다면 소도 좀 더 사오도록 하고. 자네 말대로 남쪽이니 쌀값이 더 싸지 않겠나.

그리고 자네도 고향에는 한번 가 봐야 하고 말이야.

그리고 호다다드, 그곳에서 겨울을 나고 봄에 남풍이 불기 시작할 때 돌아오도록 하게나.

아마 봄에는 태풍도 없어 뱃길이 좀 더 수월할 것이네.“


그렇게 쌀을 구하도록 사람들을 보내고 얼마 안 있어 마침내 사람들이 단체로 기거할 집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어느 정도 기거할 곳이 만들어지자 나는 일단은 사람들에게 내년 봄에도 역시나 일이 있을 거라는 것을 고지하고는 해산했다.

소복의 말에 따르면 모인 이들이 주변의 사람만이 아니라고 하니 이 겨울에 나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질 것이다. 아니 그래야 한다.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1227년을 전후해서]

서기 1227년을 전후한 중국의 세력을 살펴보자.

칭기즈칸이 몽골을 통일한 후(1206) 첫 번째 정벌의 대상으로 삼은 국가는 금나라였다.

물론 금을 치기 위해 서하를 친다던가 하는 밑작업을 했지만 칭기즈칸은 금나라에 그의 할아버지가 죽은 구원이 있었기에 첫 전쟁 상대는 금이었던 것이다.

 

이 당시 세력을 보자면 몽골은 그저 인구 200~300만 정도의 소국이었고, 금은 이미 송의 수도인 개봉을 쳐 무너뜨리고(1127) 장강 이남으로 밀어낸, 고려 이북에서 장강에 이르는 인구 약 5천만 명의 강대국이었다.

그리고 송, 정확히 남송은 인구 약 3천만 명 정도였다.

물론 고려는 인구 천만 미만(약 8백만 추정)인 나라였다.

 

그런 금나라가 몽골의 치고 빠지는 전술에 당해 연전연패를 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금나라는 내분까지 겹쳐 황제가 신하에게 살해당하는 일까지 생긴다.(1213)

결국 수도인 중도(지금의 베이징)가 포위되고 금의 황제인 선종은 몽골에 복종의 맹세까지 하는 지경에 이른다.(1215)

금의 선종이 수도를 중도에서 개봉으로 옮기니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결국 중도는 몽골에 함락당한다.(1216)

 

이때의 몽골군의 잔인함으로 인해 만주에 있는 여러 부족들은 몽골에 복종하게 되지만 칭기즈칸은 그의 필생의 소원인 금을 멸망시키지 못하고 죽고 만다.(1227)

칭기즈칸의 유훈은 오고타이 칸에 의해 1234년 이루어지는데 몽골이 요동 지방에 남아있는 여진의 잔존 세력과 거란의 반란군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튄 불똥이 고려에 미치게 된다.(1231 1차 몽골 침입)

 

칭기즈칸이 죽고 그 후계를 위한 권력 암투가 발생한다.

칭기즈칸에게는 아들이 넷이 있는데 주치, 차가타이, 오고타이, 툴루이가 그들이다.

정사正史에서는 칭기즈칸이 오고타이에게 대칸의 지위를 물려주었고 막내 툴루이가 쿠릴타이(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회의)가 열릴 때(1229)까지 임시 대칸을 맡다 오고타이에게 대칸의 지위를 넘겼다고 하지만 툴루이는 1231년 사망한다.

정사에서는 술병으로 사망했다고 하지만 믿기는 어렵다.

 

몽골이 원래 말자상속제인 것과 주치는 칭기즈칸이 죽기 전에 죽었다고는 해도 둘째인 차가타이가 있는데 말자인 툴루이도 아니고 셋째인 오고타이가 대칸이 된 것은 여러모로 수상한 일이다.

 

[상투와 변발]

상투나 변발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정확치 않지만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동북아의 헤어스타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기史記나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에도 한족韓族들이 상투를 틀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물론 중국에서도 상투를 틀었다.

아마 남자들이 머리를 말아 틀어 매는 것은 과거 동아사이의 일반적인 관습이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상투를 튼다고 머리를 전혀 자르지 않는 것은 아닌데 상투를 틀 정도의 머리카락만 남기고 대부분 쳐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머리를 자를 도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상투가 유목민들에게 전해져 변한 형태가 변발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말타고 싸움질 하는 중에 상투가 풀린다면 시야를 가릴 것이 분명하고 또 옆머리를 밀면 머리의 열을 빠르게 식힐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찾아보면 말타고 싸우러 다니는 족속들에게서나 변발이 보이지 농사짓는 이들에게서는 변발을 찾을 수는 없다.

 

물론 이런 상투가 조선으로 넘어오면서 유학자들의 자존심이 된 것은 무슨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불감훼상효지시야不敢毁傷孝之始也』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아마도 단발령이라는 것이 내려지면서 『왜 네 맘대로 내 머리를 자르느냐.』라는 가진 것 없는 자들의 자존심이 아니었을까.

설마 똑똑한 유학자들이 머리 좀 자른다고 불효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논畓]

보통 대체역사 소설을 읽으면 가장 중요한 테마 중 하나가 이앙법과 천일염이다.

주인공이 이앙법과 천일염을 조선에 처음 도입해 커다란 부를 이룬다는 전개가 일반적인 것이다.

먼저 논이라는 것에 대한 동북아 3개국의 인식이 달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논이란 벼를 재배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물을 가둬 만든 늪을 말하는 것으로 이런 방식의 벼 재배가 시작된 시기는 청동기 시대부터라고 한다.

왜냐하면 논농사를 위해서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이는 곧 권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논이라는 표현을 보면 중국에서는 水田이라고 하고 한반도에서의 한자 표기는 畓이며 일본에서는 田이다. 참고로 일본의 밭의 표기는 畑이다.

한자 표기만 보아도 논의 의미를 알 수 있는데 일본에서는 물이 많아서인지 저지대에서는 밭이 곧 논이고 우리네의 밭을 위해서는 고지대로 가 화전을 일구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글자와 그 뜻을 살피면 한반도에서의 논에 대한 필요성이 가장 강했음을 알 수 있다.

畓이라는 글자는 한반도에만 있는 것이니 말이다.

즉 얼마나 중요했으면 글자까지 만들었을까를 생각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중국 화북지방에서 한반도에 이르는 지역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24절기를 사용했는데 양력으로 4월 20일은 곡우라는 절기로 이때가 논에 볍씨를 뿌리는 시기였다. 이 방법을 직파법이라 한다.

이앙법은 물이 많은 중국 화중·화남 지방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한반도에 도입된 시기는 고려 후기라고 한다.

 

이앙법은 볍씨를 논이 아닌 별도의 장소에서(논이어도 됨) 발아시켜 모를 만든 후 이를 논에 옮겨 심는 방법으로 곡우 때 논의 한쪽에서 볍씨를 모로 만든 후 망종芒種을 즈음에서 논에 옮겨 심는데 이를 모내기라 한다.

망종은 우리나라 현충일과 대체로 겹치는데 망종의 芒과 북망산의 邙이 발음이 같기도 하지만 고려 현종때 거란과의 전쟁으로 수많은 백성이 죽어 유해를 집으로 보낸 후 제사를 지냈는데 그때가 망종일이었다고 한다.

이후 전쟁으로 죽은 병사들의 제사를 망종 때 지내기 시작했고 해방 후 이날을 기념일로 지정했다고 한다.

 

직파법은 볍씨부터 논에서 키우므로 볍씨가 모로 자라는 중에 다른 잡초 역시 커 잡초가 벼의 생장을 방해하고 또 끝없이 잡초를 제거해야 하는 단점이 있고(이를 김매기라 한다.), 이앙법은 이미 어느 정도 자란 모를 논에 심으므로 다른 잡초보다 벼의 생장이 빨라 오히려 벼가 다른 잡초의 생장을 방해해 벼의 생장에는 이로우나 많이 언급되듯이 이 시기 비가 오지 않으면 한 해 농사를 망치는 일이 생기므로 이앙법이 금지되어 왔다.

그러나 이앙법은 논에서 가장 뜨거울 시기인 한여름의 햇볕만을 이용해 벼를 재배하고 다른 시기에는 보리나 밀 또는 마늘과 양파 따위를 심을 수 있어 점점 확산되게 된다.

즉 벼농사를 망쳐도 보리농사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논이라는 습지가 만들어지면서 논에서 자라는 미꾸라지나 참게 따위를 먹을 수 있었는데 이것 역시 이앙법이 보편화되면서 생긴 우리네 농촌의 문화다. (아, 간장게장 먹고 싶다.)

또 이런 수생생물이 벼에 기생하는 여러 해충을 잡아먹으니 당연 직파법보다 쌀의 생산량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서구 문화권에서는 논에서 자라는 장구벌레 등의 해충으로 인해 논농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했고 서구의 말이라면 모두 옳다고 여긴 사람들이 논에 대량의 농약을 살포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보다는 논에서 미꾸라지 등을 키우는 게 장구벌레 따위를 농약에 대한 내성을 키우지 않고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근래에야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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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알림 +3 19.05.08 1,083 0 -
102 죽음Ⅱ - 1부 완결 +20 19.05.19 2,883 60 17쪽
101 죽음Ⅰ +6 19.05.19 1,706 36 14쪽
100 흥국사에서 +10 19.05.18 1,598 44 15쪽
99 알면서도 +3 19.05.17 1,574 40 14쪽
98 세계관과 자유 +4 19.05.16 1,637 51 14쪽
97 아아! 때가 아닌가 보구나! +2 19.05.15 1,601 52 14쪽
96 최항의 제안 +1 19.05.14 1,661 45 13쪽
95 출병 19.05.13 1,553 49 14쪽
94 정동성征東省 +2 19.05.11 1,664 47 12쪽
93 박작 +2 19.05.10 1,680 52 14쪽
92 전쟁준비 Ⅱ +1 19.05.09 1,653 53 13쪽
91 전쟁준비 Ⅰ +5 19.05.08 1,749 50 14쪽
90 입조 +4 19.05.07 1,699 51 13쪽
89 도량형 +2 19.05.06 1,738 57 13쪽
88 바투의 선물 +2 19.05.04 1,802 54 13쪽
87 2차 순례 +7 19.05.03 1,783 53 13쪽
86 성姓을 가지다 +1 19.05.02 1,881 54 13쪽
85 호패 +4 19.05.01 1,727 50 13쪽
84 각자의 생각 +3 19.04.30 1,726 55 13쪽
83 무위로 돌아간 암살 작전 +4 19.04.29 1,789 57 13쪽
82 정보조직 +3 19.04.26 1,776 51 13쪽
81 제안 +4 19.04.25 1,770 55 13쪽
80 모의 +4 19.04.24 1,773 62 14쪽
79 복귀 19.04.23 1,849 49 13쪽
78 접촉 II +3 19.04.22 1,870 65 15쪽
77 아이누 모시와 아페시르 열도 +1 19.04.20 1,957 60 14쪽
76 좌초 +1 19.04.19 1,888 61 13쪽
75 이안사 +5 19.04.18 1,997 56 14쪽
74 항로 개척 +3 19.04.17 2,037 62 13쪽
73 탐험 +8 19.04.16 2,057 69 14쪽
72 소문 +1 19.04.15 2,103 65 14쪽
71 새졸본 +5 19.04.13 2,101 62 13쪽
70 카라코롬 +2 19.04.12 2,139 66 13쪽
69 계획 +6 19.04.11 2,180 76 13쪽
68 하카타 상인 19.04.10 2,154 68 13쪽
67 류큐 +4 19.04.09 2,226 67 14쪽
66 탐라를 가다 19.04.08 2,228 67 13쪽
65 탐라 진출 19.04.06 2,332 75 13쪽
64 과학과 기술의 발전 +4 19.04.05 2,383 75 13쪽
63 1차 순례 +2 19.04.03 2,406 73 13쪽
62 목화와 경제가 +1 19.04.02 2,381 74 13쪽
61 길에서 +6 19.04.01 2,439 80 14쪽
60 변화의 바람 +3 19.03.30 2,697 74 14쪽
59 대륙을 논하다 +2 19.03.29 2,533 79 13쪽
58 여몽화약麗蒙和約 +3 19.03.28 2,611 73 14쪽
57 외무사外務司 +2 19.03.27 2,539 75 16쪽
56 화약 시현 +7 19.03.26 2,532 65 13쪽
55 접촉 +1 19.03.25 2,417 62 14쪽
54 이광수 +3 19.03.23 2,468 60 13쪽
53 유혹 +2 19.03.22 2,583 63 13쪽
52 대화 +2 19.03.21 2,526 74 15쪽
51 졸본의 일상Ⅰ 19.03.20 2,594 68 15쪽
50 소금 +1 19.03.19 2,634 73 16쪽
49 이장용 19.03.18 2,634 67 13쪽
48 주고 받다 +5 19.03.16 2,666 76 12쪽
47 테무친 죽다 +6 19.03.15 2,884 64 13쪽
46 군권 +1 19.03.14 2,698 72 13쪽
45 살리고 죽이다 +3 19.03.13 2,644 70 14쪽
44 동하점령 +1 19.03.12 2,737 66 13쪽
43 과학 +1 19.03.11 2,776 66 12쪽
42 화약 +4 19.03.09 2,856 68 14쪽
41 문제는 식량 +1 19.03.08 2,870 65 13쪽
40 나의 처지 +2 19.03.07 2,952 63 13쪽
39 밍캇 19.03.06 2,830 75 13쪽
38 졸본으로 19.03.05 2,938 77 13쪽
37 소르칵타니 +4 19.03.04 2,935 69 13쪽
36 쿠릴타이 +2 19.03.02 2,988 70 13쪽
35 한울루스 +2 19.03.01 2,996 71 13쪽
34 테무친 19.02.28 2,988 72 13쪽
33 이야기를 퍼뜨리다 +2 19.02.27 2,913 76 13쪽
32 텝텡게르 +1 19.02.26 2,874 71 13쪽
31 사기詐欺의 이유 +6 19.02.25 2,982 74 13쪽
30 기도를 하고 의례를 만들다 +7 19.02.23 3,070 78 14쪽
29 테무게 +2 19.02.22 3,072 74 13쪽
28 유덕용 +3 19.02.21 3,082 73 19쪽
27 졸본 +2 19.02.20 3,174 75 17쪽
» 터를 잡다 +2 19.02.19 3,191 71 16쪽
25 고향 19.02.18 3,155 71 15쪽
24 대만 +2 19.02.16 3,086 68 13쪽
23 사탕 19.02.15 2,991 68 13쪽
22 여정 +5 19.02.14 3,041 65 14쪽
21 선물 +3 19.02.13 3,088 73 14쪽
20 바스라를 떠나다 19.02.12 3,084 75 13쪽
19 탈출 +1 19.02.11 3,145 73 14쪽
18 중독 +2 19.02.09 3,155 64 13쪽
17 바부 +4 19.02.08 3,192 60 13쪽
16 고려 마을 +2 19.02.07 3,317 82 13쪽
15 바스라로 옮기다 +4 19.02.06 3,305 67 13쪽
14 아랍으로 가다 19.02.05 3,409 73 13쪽
13 신화를 만들다 +1 19.02.04 3,587 74 12쪽
12 베다 +2 19.02.02 3,758 74 13쪽
11 대고구려 +8 19.02.01 4,075 71 13쪽
10 사명을 가지다 +3 19.01.31 4,032 76 13쪽
9 번민 +3 19.01.30 4,318 71 12쪽
8 이적을 보이다 +2 19.01.29 4,538 78 12쪽
7 고려고약 +5 19.01.28 4,912 85 12쪽
6 영靈을 단련하다 +1 19.01.26 5,221 80 13쪽
5 파미르 탈출 +2 19.01.25 5,952 82 13쪽
4 몸을 차지하다 +1 19.01.24 6,965 93 13쪽
3 다른 차원의 지구 +2 19.01.23 7,931 86 13쪽
2 역사의 변곡점 +5 19.01.22 9,543 95 7쪽
1 프롤로그-전면 수정 +6 19.01.21 12,035 10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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