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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진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제국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동기진
작품등록일 :
2019.01.19 10:52
최근연재일 :
2021.10.20 19:50
연재수 :
10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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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458
추천수 :
6,826
글자수 :
621,570


작성
19.02.07 20:00
조회
3,316
추천
82
글자
13쪽

고려 마을

오·탈자 지적을 바랍니다.




DUMMY

사실 집을 짓는 일이 먼저겠지만 올 농사를 망치지 않으려면 제방을 쌓는 일이 더 급한 일이다.

자칫 북쪽에 있는 자그로스 산맥이나 아나톨리아 지방에 비가 오기 시작하면 샤트 알 아랍은 넘칠 것이고 강물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토사가 농토를 덮칠 테니 말이다.


삼각주가 다 그렇듯이 농토는 비옥해 그저 씨앗만 뿌렸음에도 싹이 나고 잎이 맺히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제방을 쌓는 중에 마침내 호다다드 일행은 상당한 양의 밀을 구입해 오는데 성공했다.

역시나 쥐를 키우는 부자는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곡식이 아니라 고기를 좀 더 맛있게 먹고 가족에게 병이 옮지 않는 것이다.

호다다드가 제시한 정향이 상당한 양의 곡식과 거래가 된 이유다.


바스라의 아래 샤트 알 아랍의 건너에 있는 땅의 크기는 아주 대단한 크기다.

내 기억으로는 알 파우Al Faw반도로 불리는 지역은 내가 아는 서울의 면적만한 크기니 과장 좀 보태서 작은 나라라도 만들 수 있을 만한 크기인 것이다.

결코 현재의 인원을 가지고 경영을 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대부분이 비만 많이 오면 습지로 바뀌는 문제가 있지만.


호다다드를 통해 1년 동안 먹을 곡식은 구했지만 나는 호다다드에게 곡식을 더 구해오도록 했다.

뭐 나도 이번에 쥐를 한번 키워보기로 했다.

그리고 무바락에게는 마스캍으로 가 지난번 함께 했던 선원들을 중심으로 경작지 제공과 올해의 식량 제공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바스라로 이주할 사람을 모아오도록 했다.


왜 마스캍의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먼 바다로 나가는 배를 탈까.

그들에게 무슨 향신료 무역에 대한 사명이 있을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내가 겪어보니 선원으로 일한 대가가 이 시대 기준으로 작지는 않다고 하지만 1년에 염소 2마리에 목숨을 거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즉 그것은 먼 바다까지 가서 일을 해야 할만한 사정이 있다는 것이고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그 이유는 처자식이나 부모에 대한 부양일 것은 뻔한 일이다.

그것이 남자들이 져야 할 숙명이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1년을 먹을 양식과 경작지 제공이라는 미끼를 던진 것이다.

어차피 이곳의 땅은 가지고 있어봐야 여기 있는 백여 명의 인원으로 전부 경영도 못할 처지니 1년의 식량을 제공받은 대가로 이 지역에서 평생 노동을 바치라는 의미인 것이다.

물론 인간은 조삼모사라는 말을 만들 정도로 어리석으니 나는 분명 이곳으로 올 이들이 있을 것을 알고 있다.


그렇게 무바락이 내 바다호-이즈음 무바락의 건의에 따라 내 배의 이름을 바다로 지었다.-를 가지고 가 데리고 온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과 몇십명이 따라오던 것이 같이 배를 타고 간 이들이 낸 소문으로 나중에는 내 큰 배가 미어터질 정도로 사람을 싣고 오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렇게 고려마을의 총 인원이 500이 될 때까지 나는 사령관에게 노예를 사들이고 마스캍에서 인원을 빼돌렸다.

사람을 더 모으고 싶었지만 역시 문제는 식량이어서 그 정도에서 그친 것이다.


뭐 그 500 중 200 정도는 노동에 적합하지 않은 노인과 어린아이였지만 300으로 늘어난 노동력으로 인한 일의 속도는 처음과는 천지차이였다.

란체스터 법칙은 단지 전쟁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일이다.

이제는 농사를 담당하는 이와 제방을 쌓는 이가 나눠지고 거중기도 세 대나 더 만들어 일의 능률이 올랐으며 밀농사 외에 다른 작물의 농사에도 돌입한 상태다. 또한 근처에서 자라는 맹그로브를 가져와 제방 밖으로 심으라고 했는데 맹그로브는 민물과 바닷물을 가리지 않고 물속에서 자라는 식물로 유명한 식물이기 때문이다.

아마 맹그로브가 어느 정도 자라기 시작하면 그곳은 물고기들의 집이 될 것이니 어업도 충분히 발전할 것이다.


거기에 이제는 건물도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있는 지역은 나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는 그저 풀밭으로만 된 지역이어서 목재를 구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흔히 구할 수 있는 점토와 모래를 이용해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가장 먼저 지은 집은 내가 살 집이었다.


그렇지만 문제는 내가 아직도 미혼이라는 점이다.

이미 아지즈의 두 부인과 그녀들의 자식은 오뜨겅이 책임을 지기로 했고 아지즈의 여동생은 내가 호다다드더러 데리고 살라고 주었다.

또한 후탄 등 네 명의 병사 출신들은 처음에 받은 페르시아 노예들 중에서 하나씩을 데리고 살고 있는 중이다.

결국 아직까지 미혼인 것은 나뿐이었다.


그래도 이 지역의 실질적인 수장인 내 집을 나중에 지을 수는 없다는 말에 그러라고 했는데 집은 이곳의 건축 양식에 맞춰 하람Haram까지 갖춘 제대로 된 형식으로 지어졌다.

뭐 하람에 들어갈 여자가 없다는 게 문제지만.


어느 정도 우리가 머물 곳 주위로 제방이 완성이 되자 이제는 주변에서 대추야자나무의 씨를 구해 와 발아를 시키고 작은 묘목이 될 때까지 정성을 들이도록 했다.

당연 이 땅에 심기 위함이다.


해가 바뀌고 어느 날은 마을에 전염병이 돌기도 했다.

전염병을 살펴보니 그것은 홍역과 증상이 같았는데 오래 산 늙은이들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어린 아이들이었다.


이때쯤에는 내 동료들도 모두 혼인을 해 아이들을 낳았거나 임신을 한 상태였는데 오뜨겅의 두 아내인 아프라이마와 바스마, 호다다드의 아내가 된 아디바뿐 아니라 후탄의 자밀라, 아마반드의 살리마, 아바단의 무니르 및 호람의 카리마가 그들의 부인이었다.

그리고 치기야의 아내인 쉬바니가 낳은 이제 한돌이 지난 아이도 홍역을 앓기 시작했다.


홍역은 전염병인지라 아직 위생 관념이 부족한 지금의 시대에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는 병이다.

그렇지만 이 홍역이라는 것도 자연의 일부니 인간이 스스로 노력을 통해 극복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치기야가 내게 찾아와 울면서 아이를 치료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홍역이라는 전염병에 대해 방관했을 것이다.

사실 지난 수라지푸르에서 푸쥐아리의 일로 함부로 치유마법을 써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한 바도 있고 말이다.


치기야를 비롯해 셋은 처음 내 치유마법의 실험체 역할까지 했던 이들로 셋은 내가 하는 치유마법을 신의 은총이라는 이름까지 지었던 이들이고 후탄을 비롯한 넷은 내가 처음으로 이적을 보이는 현장에서 그 이적을 눈앞에서 봤던 이들이다.

이들은 내가 신의 은총을 받았다고 믿고 있는 이들이라 이들이 하는 부탁을 거절할 경우 자칫 내 주위에 사람 하나 남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치기야의 아들 소초로를 치료한 방식은 그저 아이의 몸에 치유마법을 퍼부은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아이의 홍역이 낳은 건 당연했다. 하지만 문제는 부작용이었다.

아이가 가진 많지도 않은 살이 쭉 빠졌고 아이의 혈액을 통해 살펴보니 항체도 생성되지 않은 것이다.

그저 몸에 불필요한 홍역균만 죽인 치료였던 것이다.

한마디로 반쪽짜리 치료라는 말이다.


물론 치기야는 아주 좋아했다.

아이의 살이 빠진 거야 제 어미의 젖을 먹이고 이제 시작하는 이유식을 열심히 먹이면 된다면서 말이다.

이미 치기야는 크게 다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고 또 그 치료 과정에서 자신의 실이 쭉 빠진 경험도 있으니 나의 치료에 대해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이 치료법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래서 흑마법이라는 게 경원의 대상이 되는 건가 보군.’

확실히 내가 히는 치유마법은 굳이 분류한다면 흑마법 계통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지구의 대기에는 비물질 곧, 마나가 없으니 다른 마법을 하려야 할 수 없는 처지기도 하다. 기껏 있다는 게 혼들이지만 그 혼들은 새로이 태어나는 생명체가 부르면 언제나 끌려가는 처지니 무슨 마법의 재료가 될 수는 없다.


치기야야 좋아라 하지만 나는 그 치료가 치유마법의 부작용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으니 마음에 차지 않았다.

결국 홍역을 앓고 있는 다른 이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혈액을 통해 내 비물질을 연결한 후 먼저 혈액 속에 만들어진 항체가 있는지를 살폈다.


확실히 항체가 만들어지기는 했다.

문제는 만들어진 항체보다 번식을 완료한 홍역균이 훨씬 많다는 것과 이로 인해 몸이 버티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아! 항체의 메커니즘이 이런 거구나. 하긴 병균이 침범한다고 모두가 죽는다면 그건 자연의 법칙이 아니지.

이러니 건강한 사람은 병원균이 침범을 해도 항체가 충분이 만들어질 때까지 버티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이는 항체가 충분히 만들어지기 전까지 체력이 버티지를 못하는 거군.’


나는 환자의 혈액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항체의 번식 속도를 올리도록 항체에 내 비물질에너지를 보내보았다.

과연 약간은 살이 빠지지만 크게 표가 나지 않으면서 항체의 생성속도가 비약적으로 늘고 곧 침투한 홍역균을 잡아먹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흠, 다른 병의 항체도 알 수 있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시간이 부족하니 나중으로 미뤄야겠군.’

나는 그렇게 눈에 띄는 치유마법이 아니라 단지 혈액 속의 항체의 이상번식을 일으켜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터득한 후 환자들을 하나씩 내 사무실로 불러 반복작업을 했다.


그렇게 며칠에 걸쳐 일을 마치니 하나씩 병을 떨치고 일어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나를 대단한 치료사로 여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환자들의 치료를 마친 후에 나는 내 동료와 그들의 처 그리고 그녀들의 아이들을 불러 부모의 혈액에서 항체를 찾아 아이의 혈액속으로 보내는 일을 해보았는데 의외로 어려울 줄 알았던 이 일이 아주 쉽게 되는 것이다.

‘흠, 피를 보낸 건 아니니 혈액 이상 반응은 없을 줄 알았지만 너무 쉬운데. 부모라서 그런가.’

다음에는 부부끼리 항체를 전이하는 일을 해보았다. 그것도 아주 쉽게 되었다.

‘결국 이렇게 타인의 항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게 바로 백신이라는 거군.

그럼 다른 병원균의 항체를 찾기만 하면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항체를 이식할 수도 있다는 말인데.’


그날로 나는 이곳의 주민 중에 나이가 많은 이들을 내 사무실로 불러들여 혈액 탐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탐사 과정으로 나는 천연두의 항체도 찾았고 또 지역의 풍토병과 관련한 몇몇 항체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항체들을 모두 내 몸으로 불러들여 숫자를 불린 다음 먼저 내 동료와 그들의 부인 그리고 자식들에게 항체를 전달해 주는 작업을 했다.

그러자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며칠 앓더니 이내 몸을 추스르고 일어났고 나는 다시 그들의 혈액을 뒤져 항체가 충분히 배양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500 여에 달하는 이들을 차례로 내 사무실로 불러들여 내 몸에 수집했던 항체들을 골고루 나눠주는 일이야 그저 반복되는 노가다일 뿐이니 말이다.


그렇게 고려마을을 돌보니 어느덧 시간은 흘러 계절이 바뀌어 수확의 계절이 되었다.

이제는 이 마을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무슨 일이 발생할 경우 대처하는 시스템도 갖추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바그다드로 떠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단 이곳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갈대나 잡초 따위를 이용해 종이를 만드는 공방을 만든 후 오뜨겅에게 종이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가성소다를 만들어 종이의 질을 보다 좋게 만들고도 싶었지만 그 방법을 이곳에서 처음으로 전파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곳에 전파하면 분명 십자군 전쟁의 와중에 서구로 퍼질 것이니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


결국 중국이나 이곳에서 모두 통용되는 종이 제작법을 오뜨겅과 몇몇에게 가르치면서 무바락을 통해 부모가 없는 젊은 소년으로 이곳을 떠나 저 멀리 고려까지 갈만한 아이 몇을 구하도록 했다.

그런데 무바락에게 소개받은 네 명의 아이들 중에 무바락의 아들 하무자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무바락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나는 분명 그저 바그다드가 아니라 저 멀리 고려까지 갈 소년을 찾고 있는데 네 아들인 하무자가 그 안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님, 저는 한님이 기어코 이곳을 떠나 고향으로 가신다는 것을 말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제 나이가 든 제가 한님을 따라간들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한님께서 고려로 가더라도 이곳 고려마을은 한님의 것이고 한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제 아들이 우둔하나 바다호도 다룰 줄 아니 데리고 다니시면서 몸종으로 거두어 주십시오.

그것이 제가 한님에게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는 길일 겁니다.

또한 고려로 떠난 제 맏아들의 후손과 이곳에 남은 제 작은 아들의 후손이 나중에라도 만난다면 그것은 이 고려마을이 여전히 한님의 소유고 한님의 수족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길일 겁니다.

그러니 제 아들을 거두어 주십시오.”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하렘]

흔히 이슬람을 믿는 이들이 먹는 음식을 할랄Halal이라고 하는데 할랄은 음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 생활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용어다.

할랄이란 ‘허용된 것’이란 뜻이므로 할랄 푸드는 허용된 음식을 뜻하지만 최근에는 본래 허용되어 할랄과 상관이 없던 물과 같은 것도 할랄마크가 붙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마도 장삿속이 아닐까.

음식에서 할랄이란 전통적으로는 다비하Dhabihah라는 방식으로 도축된 고기에 대해 쓰는 말이었다.

 

할랄이 허용된 것이라면 그 반대인 ‘허용되지 않는 것’은 하람Haram이다.

이 말이 튀르크(터키)로 들어가 하렘Harem이라는 말로 바뀐 것이고 또 이 하렘이 유럽에 잘못 소개됨으로써

하렘이 마치 남자들의 로망인 냥 여겨지게 되었다.

 

하람은 넓게는 허용되지 않은 모든 것이지만 좁게는 여자들만의 공간을 이른다. 따라서 하람에 여자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하람에는 가족 외의 남자는 허락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공간으로 여성들의 교육이나 여성들의 잡다한 가정내 노동이 있는 공간이다.

 

물론 여성들만 있으니 남자들에 대한 성적 농담도 있고 나아가 아들을 잘 낳을 수 있는 비방에 대한 토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얘기는 낮에 우리네 동내 사우나에서 아줌마들이 모이면 늘상 하는 말이다.

 

또 하렘에서는 집단 난교를 벌인다는 말이 있다. 만약 그런 사회나 종교가 있다면 이 세상은 그런 사회나 종교를 허용할 리가 없다. 단지 간혹 비도덕적인 인간이 있을 뿐이고 그런 인간은 시대를 불문하고 있게 마련이다.

하람의 여성들은 엄격한 순서에 의해 남성과 잠자리를 한다. 대개는 시어머니가 이의 순서를 정한다고 한다.

 

하람 혹은 하렘에 대한 오해를 풀자.

 

[기독교]

기독교에 대해 짧게 알아보자.

물론 종교적 관점이 아니라 역사적 관점에서 말이다.

먼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독교Christianity라는 용어이다.

한국의 아주 많은 사람들은 기독교를 개신교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그리스도교를 천주교와 기독교로 분리하여 천주교는 마리아를 믿고 기독교는 예수를 믿는 종교라고 알고 있는 이들도 있다.(개인적으로는 몇몇 개신교 목사들도 이 개념을 모르고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아니면 신도수 확보라는 이유로 알면서도 사용을 하든지.)

그리나 그것은 바른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알자.

 

먼저 기독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아보자.

기독은 크리스트인데 그것은 히브리어 메시아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리고 메시아란 ‘기름부음을 받은’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메시아가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기독교를 찾아가면 되겠다.

기독基督이란 그리스도 혹은 크리스트의 음차인 기리사독基利斯督의 줄임말이다.

이 말은 과거 북경어에서 그리스도에 가장 가까운 말이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즉 예수를 믿는 모든 종교는 기독교라고 하는 것이 맞다.

(물론, 그리스도를 예수와 동일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지만 일단 동일시하기로 한다. 그리고 후술하는 비칼케돈파도 기독교가 맞지만 그렇게 말하면 기독교들에게 작가가 돌을 맞을 수 있으므로 칼케돈파만 기독교로 부르겠다.)

 

313년 밀라노칙령에 의해 넓은 의미의 기독교는 로마의 박해가 없어져 믿어도 되는 종교가 된다.

(사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로마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였다. 즉 그전에도 기독교를 믿어도 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유대인들의 신정정치가 로마와 맞지 않았을 뿐이다.)

세상에 학문이나 종교가 등장하면 어느 것이 맞는 해석인지에 대한 다툼이 생긴다.

우리 조선에서 왕통의 정당성을 위해 예송논쟁을 벌인 것과 비슷하다. (그 예송논쟁은 조선식의 권력투쟁이다.)

 

넓은 의미의 기독교에서도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예송논쟁처럼 교권을 향한 권력투쟁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투쟁이 후술하는 것으로 표출된 게 아닌가 추측해 본다. 한마디로 교권 쟁취를 위한 줄세우기를 하는 것이다.)

서기 4C 초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는 두 명의 매우 위대한 신학자가 있었다.

그들은 아타나시우스와 아리우스였는데 그들 주장의 차이는 예수의 신성과 인성에 대한 논의였다.

아타나시우스는 성부, 성자, 성령의 위치를 동일선상에 놓는 삼위일체를 주장했고 아리우스는 성부>성자>성령의 순으로 그 위상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논쟁을 공개적으로 연 것이 325년 니케아(현재 터키의 이즈니크)의 1차 공의회이다.

이 공의회의 결과는 삼위일체설을 주장하는 아타나시우스의 승리였다.

(많은 학자들이 사용하는 승리라는 표현 자체가 이것이 권력투쟁의 한 단면임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할 수 있다.)

이 결과 아리우스는 파문되었고 그의 주장은 이단으로 결론지어졌다.

그들이 결코 예수를 부정한 것이 아니다.

즉 아리우스가 이단이 된 것은 인간의 일이지 결코 신의 일이 아닌 것이다.

 

제2차 공의회는 381년 콘스탄티노플(현재 터키의 이스탄불 중 보스포루스 해협 서쪽)에서 열렸는데 결론적으로 니케아 공의회의 결론을 준수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말은 아직도 아리우스의 주장에 힘을 싣는 이들이 많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 이가 없다면 굳이 공의회까지 열어 확인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사실 듣기에도 성부>성자>성령의 하이어라키가 있는 것이 이해가 쉽다. (작가 역시 어릴 적 교회에 다닐 때 그런 줄 알았다. 그리고 그게 알기도 쉽다.)

또 이 당시 이태리를 제외한 유럽의 많은 나라들(ex 프랑코 왕국)은 삼위일체를 이해하지도 못했고 성부, 성자, 성령에 하이어라키가 있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아버지와 아들에 위상차가 있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리고 후에 십자군전쟁 시기에 가서야 유럽 사회 대부분의 구성원이 삼위일체를 받아들인다. 그 이유는 무슨 종교적 신념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창칼이 무서워서였을 뿐이다.)

 

3차 공의회는 431년에 에페수스(현재 터키의 이즈미르 근처)에서 열렸는데 네스토리우스가 주장한 예수의 인간적인 측면과 그 인간적인 측면의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의 성모성을 부인한 네스토리우스파를 이단으로 선포했다.

이 주장은 아타나시우스의 주장에 아리우스의 주장을 살짝 가미한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때부터 예수에 대한 단성설이 나오기 시작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네스토리우스의 주장 역시 예수의 인성을 배제하자는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으니까.

이 네스토리우스파가 당나라에 들어온 것이 경교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경교는 당시의 중앙아시아나 몽골에까지 세를 넓히고 있었다.

이 글에 등장할 오고타이와 몽케의 어머니인 소르칵타니, 나아가 그녀의 부족인 케레이트 족의 대부분이 바로 경교의 신자다.

 

4차는 451년 칼케돈Chalcedon(현재 이스탄불 중 보스포루스 해협 동쪽 지방)에서 열렸는데, 1, 2, 3차 공의회의 내용을 재확인하고 이 내용을 따르는 교회인 가톨릭과 정교회만을 칼케돈파라고 하고 아리우스파나 네스토리우스파 그리고 예수의 단성론을 주장하는 교회들을 모두 비칼케돈파라 하여 이단으로 선포한 공의회였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게 아직까지도 예수의 신성과 인성에 대해 많은 이들이 언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의가 된다는 것은 여론주도층, 즉 교회의 높은 분들이 나뉜다는 것을 뜻하고 그건 교회 내에서도 아직 확고한 이론이 정립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즉, 넓은 의미의 기독교가 칼케돈파와 비칼케돈파로 나뉜 것이다.

 

후에 개신교가 등장하며 칼케돈파는 가톨릭Catholic Church, 정교회 Orthodox Church(Ecumenical Church), 개신교Protestantism(복음주의자Evangelicalist)로 크게 나뉜다.

물론 그 안에서도 얼마나 복잡하게 나뉘는지는 신학자에게 문의하자.(작가는 모른다.)

비칼케돈파에는 칼케돈파가 이단으로 선포한 아리우스파, 네스토리우스파, 발렌티누스파로 대변되는 영지주의靈智主義Gnosticism와 수많은 단성설을 주장하는 파벌들이 속한다.

 

지금도 가끔 예수의 인간적인 면을 다룬 영화-가령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의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등-에 대해 기독교 사회에서 난리가 나는 경우가 있다.

모르는 사람은 ‘뭐, 인간적인 측면이 있고 더 좋은데.’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일이 자칫 2천년 동안 서구유럽을 이끌었던 신앙(지난 2천년 서구유럽에서는 신앙이 곧 문화였다.)을 혼돈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거품을 무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기부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알고 보면 예수는 신성이니 인성이니와 상관없이 정말 훌륭한 존재인 건 맞는 말이다.

다만 인간들이 제 혹은 제가 속한 집단의 욕심으로 예수를 재단하면서 수많은 증오와 전쟁, 죽음을 낳은 것이다.

뭐, 인간이라는 족속은 예수 문제가 아니어도 전쟁을 끌어안고 살 존재이기는 하지만.

 

짧지만 기독교의 분파 과정을 살짝 살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예수의 신성과 인성에 대한 논쟁이 얼마나 길게 이어졌는지를 생각해 보자.

21C인 지금도 계속되는 문제다.

 

참고로 이슬람에서는 예수나 무함마드나 모두 그저 선지자 중의 하나로 여긴다.

예수나 무함마드나 메시아 곧 그리스도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둘 다 인간이라는 것이다. 다만 무함마드가 가장 최근의 선지자니 그의 말을 따라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이것이 기독교가 이슬람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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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알면서도 +3 19.05.17 1,574 40 14쪽
98 세계관과 자유 +4 19.05.16 1,637 51 14쪽
97 아아! 때가 아닌가 보구나! +2 19.05.15 1,601 52 14쪽
96 최항의 제안 +1 19.05.14 1,661 45 13쪽
95 출병 19.05.13 1,553 49 14쪽
94 정동성征東省 +2 19.05.11 1,664 47 12쪽
93 박작 +2 19.05.10 1,680 52 14쪽
92 전쟁준비 Ⅱ +1 19.05.09 1,653 53 13쪽
91 전쟁준비 Ⅰ +5 19.05.08 1,749 50 14쪽
90 입조 +4 19.05.07 1,698 51 13쪽
89 도량형 +2 19.05.06 1,738 57 13쪽
88 바투의 선물 +2 19.05.04 1,802 54 13쪽
87 2차 순례 +7 19.05.03 1,783 53 13쪽
86 성姓을 가지다 +1 19.05.02 1,881 54 13쪽
85 호패 +4 19.05.01 1,727 50 13쪽
84 각자의 생각 +3 19.04.30 1,726 55 13쪽
83 무위로 돌아간 암살 작전 +4 19.04.29 1,789 57 13쪽
82 정보조직 +3 19.04.26 1,776 51 13쪽
81 제안 +4 19.04.25 1,769 55 13쪽
80 모의 +4 19.04.24 1,772 62 14쪽
79 복귀 19.04.23 1,849 49 13쪽
78 접촉 II +3 19.04.22 1,870 65 15쪽
77 아이누 모시와 아페시르 열도 +1 19.04.20 1,957 60 14쪽
76 좌초 +1 19.04.19 1,888 61 13쪽
75 이안사 +5 19.04.18 1,997 56 14쪽
74 항로 개척 +3 19.04.17 2,037 62 13쪽
73 탐험 +8 19.04.16 2,057 69 14쪽
72 소문 +1 19.04.15 2,103 65 14쪽
71 새졸본 +5 19.04.13 2,101 62 13쪽
70 카라코롬 +2 19.04.12 2,138 66 13쪽
69 계획 +6 19.04.11 2,180 76 13쪽
68 하카타 상인 19.04.10 2,154 68 13쪽
67 류큐 +4 19.04.09 2,226 67 14쪽
66 탐라를 가다 19.04.08 2,227 67 13쪽
65 탐라 진출 19.04.06 2,332 75 13쪽
64 과학과 기술의 발전 +4 19.04.05 2,383 75 13쪽
63 1차 순례 +2 19.04.03 2,406 73 13쪽
62 목화와 경제가 +1 19.04.02 2,381 74 13쪽
61 길에서 +6 19.04.01 2,439 80 14쪽
60 변화의 바람 +3 19.03.30 2,697 74 14쪽
59 대륙을 논하다 +2 19.03.29 2,532 79 13쪽
58 여몽화약麗蒙和約 +3 19.03.28 2,611 73 14쪽
57 외무사外務司 +2 19.03.27 2,539 75 16쪽
56 화약 시현 +7 19.03.26 2,532 65 13쪽
55 접촉 +1 19.03.25 2,417 62 14쪽
54 이광수 +3 19.03.23 2,468 60 13쪽
53 유혹 +2 19.03.22 2,583 63 13쪽
52 대화 +2 19.03.21 2,526 74 15쪽
51 졸본의 일상Ⅰ 19.03.20 2,593 68 15쪽
50 소금 +1 19.03.19 2,633 73 16쪽
49 이장용 19.03.18 2,634 67 13쪽
48 주고 받다 +5 19.03.16 2,666 76 12쪽
47 테무친 죽다 +6 19.03.15 2,884 64 13쪽
46 군권 +1 19.03.14 2,698 72 13쪽
45 살리고 죽이다 +3 19.03.13 2,644 70 14쪽
44 동하점령 +1 19.03.12 2,737 66 13쪽
43 과학 +1 19.03.11 2,776 66 12쪽
42 화약 +4 19.03.09 2,856 68 14쪽
41 문제는 식량 +1 19.03.08 2,870 65 13쪽
40 나의 처지 +2 19.03.07 2,952 63 13쪽
39 밍캇 19.03.06 2,830 75 13쪽
38 졸본으로 19.03.05 2,938 77 13쪽
37 소르칵타니 +4 19.03.04 2,935 69 13쪽
36 쿠릴타이 +2 19.03.02 2,988 70 13쪽
35 한울루스 +2 19.03.01 2,996 71 13쪽
34 테무친 19.02.28 2,988 72 13쪽
33 이야기를 퍼뜨리다 +2 19.02.27 2,913 76 13쪽
32 텝텡게르 +1 19.02.26 2,874 71 13쪽
31 사기詐欺의 이유 +6 19.02.25 2,981 74 13쪽
30 기도를 하고 의례를 만들다 +7 19.02.23 3,070 78 14쪽
29 테무게 +2 19.02.22 3,072 74 13쪽
28 유덕용 +3 19.02.21 3,082 73 19쪽
27 졸본 +2 19.02.20 3,174 75 17쪽
26 터를 잡다 +2 19.02.19 3,190 71 16쪽
25 고향 19.02.18 3,155 71 15쪽
24 대만 +2 19.02.16 3,085 68 13쪽
23 사탕 19.02.15 2,991 68 13쪽
22 여정 +5 19.02.14 3,041 65 14쪽
21 선물 +3 19.02.13 3,088 73 14쪽
20 바스라를 떠나다 19.02.12 3,084 75 13쪽
19 탈출 +1 19.02.11 3,144 73 14쪽
18 중독 +2 19.02.09 3,154 64 13쪽
17 바부 +4 19.02.08 3,192 60 13쪽
» 고려 마을 +2 19.02.07 3,317 82 13쪽
15 바스라로 옮기다 +4 19.02.06 3,305 67 13쪽
14 아랍으로 가다 19.02.05 3,409 73 13쪽
13 신화를 만들다 +1 19.02.04 3,586 74 12쪽
12 베다 +2 19.02.02 3,757 74 13쪽
11 대고구려 +8 19.02.01 4,075 71 13쪽
10 사명을 가지다 +3 19.01.31 4,032 76 13쪽
9 번민 +3 19.01.30 4,318 71 12쪽
8 이적을 보이다 +2 19.01.29 4,538 78 12쪽
7 고려고약 +5 19.01.28 4,912 85 12쪽
6 영靈을 단련하다 +1 19.01.26 5,221 80 13쪽
5 파미르 탈출 +2 19.01.25 5,952 82 13쪽
4 몸을 차지하다 +1 19.01.24 6,965 93 13쪽
3 다른 차원의 지구 +2 19.01.23 7,931 86 13쪽
2 역사의 변곡점 +5 19.01.22 9,543 95 7쪽
1 프롤로그-전면 수정 +6 19.01.21 12,034 10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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