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차원의 지구
오·탈자 지적을 바랍니다.
느껴지는 비물질을 향해 감응소통을 일으키니 그 비물질의 정체는 작은 벌레의 혼이었다.
‘호, 벌써 다른 차원에 던져진 모양이군.’
모든 생명체, 아니 생명체가 아닌 광물조차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물질로 이루어진 부분인 몸이라는 것과 그 물질이 가진 에너지의 총화인 백魄 그리고 그 존재가 존재로서 살아가게 하는 의지인 혼魂이라고 한다.
내가 살았던 21C까지 인간들이 알아낸 것은 고작 E=mc2이라는, 에너지의 총량은 물질의 양에 비례한다는 공식 정도지만 내가 『지식의 방』에서 배운 바에 따르면 그 물질이 물질 본래의 특성을 갖게 하는 물질이 아닌 어떤 것, 곧 비물질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 비물질이라는 게 생명체에게는 혼이라는 것으로 존재하고 생명체가 아닌 것들에서는 원자 단위 내에서 결합력을 있게 하는 어떤 에너지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에너지와 물질의 비례성에 대한 법칙을 발표를 한 후로 여태까지 인간이 에너지만으로 원자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물질 만으로 다른 생명의 도움없이 생명체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비물질이라는 존재를 알지 못한 때문인 것이다.
‘하긴, 인간 중에 누가 있어 판타지소설에나 등장하는 그 마법이니 무공이니 하는 게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까.’
비물질이라는 건 마나나 기氣보다 더욱 큰 개념이지만 그저 간단히 마나라고 한다면 오랜 옛날부터 인간들의 사고 속에는 확실히 비물질, 곧 마나에 대한 그리움이나 기억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리 인간이 상상을 하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전혀 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 명칭을 정하고 또 개념을 정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테니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네안데르탈이 이 비물질에 대한 자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지구에서도 기氣니 혼이니 하는 것에 민감한 이들이 동북아인이고 또 연구에 의하면 가장 네안데르탈의 유전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족속이 동북아인이라고 하니 말이야.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공기의 흐름에 나를 맡기고 여기저기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한마디로 벌레보다 못한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작으나마 떠도는 비물질을 끌어당겨 나의 혼을 키우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 정체가 혼이니 생존에 대한 의지는 가득하나 또 본질이 비물질이니 이 물질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할 수 있는 한 나의 혼이나 키우는 일인 것이다.
나는 『지식의 방』에 갇혀 있는 존재들과 상당한 얘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그들이 알아낸 바에 의하면 혼은 이동이 불가능하고 단지 어느 생명체가 끌어당기면 거기에 끌려가 생명체에 안착하는 게 전부라고 한다.
아마도 생명이 잉태되고 그 생명이 가진 물질에너지가 백의 상태가 되면 백 스스로 생존을 위해 혼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면 이 공간에서 바람도 빛도 어둠도 느낄 수 없지만 간혹 저 멀리 떨어진 비물질들이 느껴지기는 한다.
물론 감응소통을 해보면 그저 단순한 비물질이 아니고 어떤 생명체들이 죽으며 내놓은 혼들이지만.
그렇게 하릴없이 느껴지는 비물질들에 감응소통을 하던 나는 혼이 아닌 비물질을 느끼곤 강한 의지를 발휘해 그 비물질과의 만남을 원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나는 그 비물질에 도달을 했는데 내가 느낀 비물질은 혼은 아니고 피였다.
정확히 피에 녹아 있는 비물질이었던 것이다.
물론 흐르는 피를 따라 조금씩 흩어지고 있는 상태였지만.
‘호오, 비물질이 생명체의 체액에 녹아 있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군.’
내가 그 피를 따라 움직여 먼저 심장이라고 느껴지는 곳을 들렀을 때는 이미 내가 들어온 생명체는 죽은 상태였다.
‘이거 이렇게 죽어 혼이 빠져버리면 안 되겠는데.’
나는 이제까지의 심심함에 진절머리가 나던 참이라 아직 굳지 않은 피에 아직은 미약하게 남아 있는 비물질을 따라 급하게 이 생명체의 뇌라고 생각되는 부분에 자리한 송과샘으로 흘러 들어갔다.
송과샘으로 들어간 나는 이미 빠져나간 혼을 대신해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아직은 남아 있는 백을 잡아 이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기억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말이야 길지만 그런 과정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아직 이 생명체의 피가 굳지 않아 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이 생명체가 한 마리 독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지금은 수리의 발톱에 잡혀 하늘을 날고 있는 중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나는 급히 뱀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잡아 뱀의 입을 크게 벌리고 수리의 다리를 콱 물으니 하늘을 날던 수리는 깜짝 놀라 잡고 있던 뱀을 놓아 주었는데 뱀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잡고서 뱀의 눈을 통해 바라보니 내가 들어가 있는 뱀은 수 백 미터 높이의 하늘에서 땅으로 곤두박질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 좇됐네. 이거, 살릴 수 있을까.’
기나긴 몇 초가 흘러 한 마리 뱀은 땅으로 떨어졌는데 몸의 내장은 이미 다 터졌고 척추 역시 어긋나 있었으며 눈 역시 터진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뱀을 먹으려는지 어떤 존재가 다가오는 진동이 뱀의 몸을 통해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는 급히 뱀이 가진 지방을 이용해 일단 뱀의 입에 있는 근육을 손을 보았다.
사실 다른 것을 손을 보기에는 시간도 부족했지만 뱀이 가진 물질의 양이 너무 부족했다.
그리고 진동을 통해 마침내 어떤 존재가 뱀을 집어 들려는 순간에 나는 입을 벌리고 그 존재를 콱 물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느껴지는 비물질의 느낌. 나는 그 비물질을 통해 일단 새로 나타난 생명체에게로 나 자신을 이동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칫 깜짝 놀란 새로운 생명체가 멀리 달아나기라도 하면 나 역시 그 생명체에게로 건너가기가 어려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나는 새로 등장한 생명체의 상처 난 곳에 흐르는 피를 통해 정확히 비물질을 따라 새로운 생명체의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고 뱀독에 피부가 괴사하기 시작하는 곳을 피해 빠르게 심장으로 몸을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상당한 시간을 이동한 것으로 보아 이 생명체의 크기는 꽤나 큰 것으로 보였다.
이동하면서 생각해 보니 이 생명체가 자칫 뱀독으로 인해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이 생명체를 이용해 근처의 다른 생명체를 잡기만 하면 이동에 문제가 없으니 상관은 없는 일이다.
그렇게 심장에 도착하고 보니 웬걸 심장의 형태가 2심방 2심실의 형태가 아닌가.
‘어, 이거 많이 본 심장인데.’
나는 급히 심장을 나와 뇌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뇌에 들어와 송과샘으로 이동해 보니 아직 이 생명체의 혼은 떠나지 않고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혼은 오히려 생존의지로 활활 타고 있었는데 옆에 있는 백까지 내게서 보호를 하면서 나를 경계하는 게 쉽게 자리를 빼앗길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본래 혼이라는 게 생명체에 자리를 잡으면 어지간한 에너지가 아니고서는 그 자리를 벗어나는 일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원자가 원자이도록 하는 결합력이 비물질의 본성이듯이 생명체의 혼 역시 생명체에 결합되었을 때는 아무리 강한 혼이 오더라도 굳건히 방어를 할 수 있다는 말인 것이다.
나는 다시 그저 기다리는 게 전부가 되었다.
나 역시 물질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비물질이 그 본질이니 나는 이제 이 생명체의 몸에 갇힌 상태가 된 것이다.
다시 아무것도 느끼지도 못하고 그저 혈액을 타고 흐르는 비물질들을 통해 몸에 대한 정보만을 느끼면서 기다리던 중 이 생명체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호오, 이거 잘 하면 이 생명체를 탈취할 수 있겠구만.’
그렇게 한동안 기다리니 먼저 백이 이 생명체의 혼에게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혼이 백까지 틀어쥐고 있을 정도가 아닌 것이다.
‘호, 내가 알기로 혼이 먼저 빠져나가는 게 순리인데 이 생명체는 백이 먼저 빠져나간단 말이지. 그건 이 생명체가 그 정도로 삶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말인데.’
백이 다른 혼과 결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서로 가진 에너지가 다르니 말이다.
지금까지도 이 생명체의 혼은 그저 백을 보호만 하고 있었을 뿐 결합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나의 본질은 순수한 혼이 아니라 영이라는 점에서 나는 물질에너지에게도 어필을 할 수 있다.
비록 물질에너지인 백을 사로잡을 정도는 안 되지만 내 본질 안에는 약간이지만 백이 들어 있기 때문에 백이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생명체의 혼에게서 떨어진 백에게 강한 의지를 보이며 내게로 올 것을 요구했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백은 그나마 아직은 자신이 머물던 생명체 안이어서인지 내게로 다가왔고 나는 그 백과의 접촉을 통해 백이 가진 중요한 기억들을 복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이 생명체가 인간이라는 족속이이면서 고려의 백성으로 몽골의 군인이 되어 임무를 수행 중에 지금의 처지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려? 몽골? 그럼 이곳은 지구인가. 더구나 상황을 보면 13C 초인데.’
믿기지가 않았다. 지구라니. 새로운 차원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설마 다른 차원에도 지구가 있을 줄이야.
그 『한따』가 부러 이곳에 나를 떨군 건가? 아니면 우연인가? 아니 그보다 이곳이 내가 아는 지구가 맞기는 한 건가?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은 내게 잡혀 있는 백을 놓아주어야 한다.
나는 백의 기억을 완전히 복제해 내 영에 새긴 후에야 백을 놓아 주었다.
백이 몸에서 빠져나가자 혼 역시 급속도로 그 의지가 약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혼마저도 송과샘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더니 한순간에 몸을 떠나 밖으로 빠져나갔는데, 혼은 물질인 몸이 가진 백이 사라지자 몸과의 결합력이 약해지면서 제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살 길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리고 혼이 몸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나는 바로 송과샘으로 이동해 몸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먼저 오감을 찾기 시작했는데 눈은 감겨 있어 보지는 못하지만 귀는 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귀로 들리는 소리로 보아 동료들이 같이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그들이 떠드는 소리의 의미를 알 수는 없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일단은 몸에 축적된 지방을 태워 뱀독에 의해 괴사된 신체를 회복하고 체내에 들어온 독을 몸 밖으로 빼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과거 지구에 있을 때 접해 본 판타지 게임에 의하면 마법이라는 게 있고 그 마법의 가장 기본은 라이트 마법이나 원소마법이라고 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얘기다.
아마 게임 개발자가 마법이라는 걸 접해 보지 못하고 그저 상상으로만 만들다 보니 벌어진 일인 모양이다.
마법은 마나 곧 비물질을 개입시켜 물질이 가진 물질에너지를 이용해 여러 비과학적인 일을 벌이는 일련의 법칙인데 그 마법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마법은 외부에 있는 물질에너지가 아닌 자신이 가진 물질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몸이 가지고 있는 지방이나 탄수화물 나아가 단백질 등을 이용해 마법에 사용할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마법인 것이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 『지식의 방』에서 그렇다고 배웠다.
그리고 그것은 그 게임에 나와 있는 식의 표현대로 한다면 치유마법, 특히 자가치유마법인 것이다.
따라서 나는 지금 내가 차지하고 있는 몸에 있는 지방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해 체내에 들어온 뱀의 독소를 태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 역시도 누구나 하는 초보자의 실수는 여전했다.
능숙한 마법사라면 아주 적은 에너지로 몸속의 독소만 체외로 배출했을 텐데 처음 사용하는 마법이여서인지 내가 사용한 치유마법은 체내의 독소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차지한 몸 전체에 마법을 걸게 되었고 그에 따라 다량의 에너지가 쓰이면서 내 몸의 지방이 지나치게 소모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내 주위에 있는 이들이 몸을 땅에 대고 엎드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는 내가 벌인 광범위마법의 영향으로 인해 몸에서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환한 빛이 나왔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 작가의말
-
[송과샘]
대부분의 척추동물이 가지고 있고 대체로 뇌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짝을 이루지 않고 홀로 존재하며 솔방울 모양으로 있다고 하는 내분비기관으로 영혼이 있다면 이곳에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기관. 인간의 경우 보통 생후 1~2년까지만 생장을 하고 그 크기도 대략 5~8mm정도이며 중요한 기능으로 수면 패턴을 정하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솔방울샘, 송과선松果腺, 송과체松果體로도 불린다.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