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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로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7.08.21 01:30
최근연재일 :
2021.02.13 09:16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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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83
추천수 :
182
글자수 :
530,484

작성
18.01.11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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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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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42ghk

DUMMY

상훈은 정 씨가 사라진 골목 방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봄이는 그런 상훈이 아니꼬왔지만 할 수 없이 뒤를 따랐다. 봄이는 상훈의 뒤를 따라가느라 정류장 표지판에 검은 새들이 내려앉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봄이는 상훈을 뒤따라가며 자신이 가고 있는 방향 반대편을 돌아보았다. 멀리 있던 거대한 얼음 건물 너머 지평선에서는 해가 지려고 하고 있었다. 아직 노을이 비춰질 정도의 시간대는 아니었지만 이미 충분한 시간이 지나갔다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불현 듯 불어오는 칼바람에 봄이의 머리카락이 얕게 휘날렸다. 정류장 위에 모여 앉아 있던 검은 새들의 깃털도 바람의 방향을 따라 조금씩 움직였다.


그 날은 유난히 검은 새들이 많이 보였다. 이전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정류장에 앉아 있던 새들을 유심히 바라본 다음에야 검은 새들이 까마귀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까마귀들은 모두 하나같이 낮고 굵은 소리를 냈다. 봄이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까마귀였다. 봄이는 골목길로 들어가는 상훈과 정류장에 앉은 까마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까마귀의 시선이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바람이 한 차례 더 불어오자 그 까마귀는 날아가 버렸다.


봄이는 상훈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갔다. 좁게 빼곡이 늘어선 차량들과 높이가 10미터도 채 되어 보이지 않는 주택들이 보였다. 상훈은 가로등에 달라붙은 눈더미들을 손으로 헤치며 골목 내부로 들어섰다. 봄이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그의 뒤를 따랐다. 상훈이 그를 소리쳐 불러 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상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봄이는 그저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잠자코 걷기만 했다. 그러나 잠시 후 봄이는 상훈과 조금 멀리 떨어진 골목 모퉁이의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는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실루엣으로 보아 사람인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얼굴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봄이는 멀리 앞서 가는 상훈에게 알리지 않은 채로 홀로 모퉁이 안으로 발을 들였다. 봄이는 최대한 발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서 발 끝에 힘을 줬다. 멀리 보이는 사람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눈을 찡그렸다. 그는 쭈그려 앉은 채로 조끼를 서둘러 챙겨입고 있었다. 봄이는 좋지 않은 예감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렸다. 아무도 모르게 가방 속에서 권총을 꺼내 치마폭에 찔러넣었다. 몇 발자국 더 가까이 접근하고 나니 알 수 있었다. 봄이의 짐작대로였다. 틀림없이 그였다.


“거기서 뭐 해요?”


전에도 했던 적이 있는 말이었다. 쭈그리고 있던 남자는 봄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황급히 뒤를 돌아보고는 곧 일어났다. 그의 오른손에는 작은 칼이 들려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칼을 본 봄이의 눈동자가 커졌다. 봄이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자 심장이 미치도록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황급히 뒤로 몇 발자국이나 물러서며 치마폭에서 권총을 뽑으려 했다. 하지만 그 짧은 찰나에 봄이는 정신을 가다듬고 그가 아직 자신의 권총의 존재를 모른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봄이의 오른손은 치마폭에서 멈췄다.


봄이가 경계하자 그 남자는 칼을 벨트 뒤편에 집어넣었다. 조끼를 완전히 고쳐입고 나서 그는 머쓱한지 변명하듯이 말했다.


“칼을 찬 상태로 앉으면 벨트가 눌려서 불편해서 말이지.”


“그게 아니라, 화장실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물론 그랬지. 그런데 이 근처에는 화장실이 없더군.”


그렇게 말하는 정 씨의 얼굴은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봄이는 일단 물러서서 상훈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어딘가에서 정 씨를 찾고 있을 그를 소리쳐 불렀다.


“아저씨, 여기 있어요. 찾았어요.”


잠시 후 봄이의 목소리를 듣고 상훈이 돌아왔다. 그가 돌아와서 정 씨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좋지 않은 예감이 든 봄이가 상훈을 팔로 가로막았다. 둘 사이에 흐르는 이상한 공기를 눈치챈 상훈이 그에게 물었다.


“어디 갔었습니까?”


“하나만 묻겠소. 통제소까지는 얼마나 걸리지요?”


정 씨의 말에 상훈은 고개를 돌려 봄이를 쳐다봤다. 봄이는 눈동자를 굴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자세히는 모르지요. 이제 찾아 가려고 하는데, 그리 멀지는 않을 겁니다.”


“어디 있는지 모른단 말이오? 알고 온 것 아니었소?”


그렇게 말하는 정 씨의 눈동자는 어딘지 모르게 뒤틀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방금 전까지의 그와는 어딘가 달랐다. 마치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으십니까?”


상훈이 말하자 봄이는 정 씨의 얼굴을 노려보듯이 쳐다보았다. 어딘가 수상했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오. 어서 갑시다.”


정 씨가 그들을 앞질러 골목을 빠져나갔다. 상훈도 그를 따라 골목을 빠져나가려는데 봄이가 그의 등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상훈이 돌아보자 봄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로 저 아저씨 좀 이상해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그냥 우리 골목 반대편으로 달려요.”


“또 그런 소리 한다.”


상훈이 봄이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골목을 나가려고 등을 돌리자 봄이가 그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잡고 자기 쪽으로 돌렸다.


“아니, 제발 좀 진지하게 생각해 봐요. 저 아저씨 내가 발견했을 때 뭐 하고 있었는지 알아요? 화장실 간다고 사라졌던 사람이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옷을 고쳐입고 있었어요. 그것도 칼을 뽑은 채로요. 아까부터 계속 지켜봤는데, 지금은 얼굴빛도 어딘가 안 좋아 보이고..... 마치 넋이 나간 사람 같다구요.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지 않는 거예요?”


“최악의 경우.....라.”


상훈이 잠시 생각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봄이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덧붙였다.


“어차피 내 말대로 하지도 않을 것 같으니 미리 말해두는데, 난 이 시간 이후로 절대로 저 아저씨로 인해서 생기는 모든 일에 책임 안 질 거니까 그렇게 알아요. 신경도 안 쓸 거고, 간섭도 안 할 거예요. 아시겠어요?”


그렇게 쏘아붙이고 나서 봄이는 골목을 빠져나왔다. 방금 전에 보았던 익숙한 거리가 눈에 펼쳐졌다. 눈 덮힌 횡단보도 위에 긁힌 타이어 자국은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검은 새들은 모두 날아가고 없었다. 저 멀리 혼자 걸어가는 정 씨만이 보일 뿐이었다. 봄이는 그와 함께 가고 싶지 않아서 멀리 떨어졌다. 정 씨는 상훈이 골목을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와 함께 갔다. 정 씨가 그에게 먼저 말을 꺼냈다. 봄이도 몰래 엿들었는데, 하나같이 이상한 대화 뿐이었다.


“슬슬 해가 지는군. 인간은 태양과 죽음을 동시에 보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소? 누군가는 죽음과의 약속에서 삶은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그저 죽음이라는 거대한 매개체에서 떨어져 나온 보잘것없는 하나의 조각일 뿐이라고들 하지요. 죽음은 인간을 파멸시키지만,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그를 구원시키는 것이라고도. 만약 3개월의 시한부 인생이 주어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될 것 같소? 자신이 죽게 된다는 절망감에 그로기 상태가 되어 사경을 헤맬 것 같소? 아니면 죽음과의 만남을 약속하게 된 자신에게 자부심을 갖게 되어 남은 삶을 더 영위롭게 살아갈 것 같소?”


이 말들을 귀기울여 엿듣고 있던 봄이는 그의 말뜻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뜬금없이 횡설수설하는 그에게 이상할 정도의 혐오감이 느껴졌다. 그의 목소리는 불안정했고, 떨리고 있었다. 봄이가 오래 전부터 느꼈던 것이었지만 이미 그가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들 지경이었다. 봄이는 그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았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자신을 그토록 미치게 만들었던 그 소년과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았다. 그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날카로운 날붙이가 자신의 뇌를 찌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작가의말

일이 겹치다보니까 어쩔수없이 내용을 자르게 되었습니다. ㅜㅜㅜ


이번화에 에피소드를 끝내려고 했는데 분량조절실패로 미뤄지고 말았습니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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