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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로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7.08.21 01:30
최근연재일 :
2021.02.13 09:16
연재수 :
116 회
조회수 :
14,502
추천수 :
182
글자수 :
530,484

작성
17.11.07 03:37
조회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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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29화

DUMMY

그 말을 들은 봄이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의 말을 듣고 나서 그녀는 잠시동안 자신을 넘기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그들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말라깽이 남자가 다시 소리 질렀다.


“내 말 못 들었어? 그 꼬마를 넘기라고.”


말라깽이가 두 번째 소리치고 나서야 상훈이 벙쪄 있는 봄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라는데. 어쩔래, 저기로 갈래?”


“지금 장난해요?”


봄이가 경멸적인 얼굴로 눈을 가늘게 뜨고 상훈에게 쏘아붙이자 그는 급히 봄이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만 같은 세 남자에게 대고 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거래는 쌍방이 만족해야 성사된다는 것 정도는 알 텐데. 그리고 너희들 얘를 무시했다간 큰일 날 걸.”


“꼬마를 잡아. 남자는 죽여도 상관없어.”


말라깽이가 낮은 목소리로 명령하자 두 남자의 발이 움직였다. 그들이 손에 든 둔기를 바닥에 질질 끌며 한 걸음씩 천천히 봄이를 향해 다가왔다. 봄이는 두 남자의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봄이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두 남자들이 봄이에게 한 걸음 더 다가오자 그녀는 그들을 가로지르던 숨막히는 긴장감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치마폭에서 재빠르게 권총을 뽑아 들었다.


“한 발자국만 더 가까이 와 봐.”


봄이가 빛나는 스테인리스의 총구를 그들에게 들이대자 가까이 다가오던 두 남자의 발걸음이 멈췄다. 봄이는 나름 위협적인 말투로 협박하려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믿겨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이런 씨발, 총이잖아? 어떻게 저 꼬마가 총을 가지고 있지?”


“병신아, 저게 진짜 총일 것 같아? 분명히 굴러다니는 장난감으로 겁주려는 거겠지.”

말라깽이가 그렇게 말하며 두 남자를 독려했는데도 두 남자는 좀처럼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말라깽이가 답답하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각목을 들어올려 상훈에게로 달려들었다. 봄이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오른쪽 검지에 힘을 줄 수밖에 없었다.


구멍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공기를 가르는 치명적인 굉음이 매장 내에 울려 퍼졌다. 사실 그 소리는 단 한 번 뿐이었지만 봄이에게는 몇 번이고 들려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봄이의 정신적 공황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다. 강력한 파동이 고요하던 매장 벽에 부딪혀 몇 번이고 그녀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봄이는 그 소리를 예전에도 한 번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익숙한 굉음과 함께 풍겨오는 역겨운 향기 역시 그녀가 전에도 맡아본 적 있는 익숙한 향기였다. 팔뚝이 끊어지는 듯한 진동 역시 익숙한 것이었다. 봄이는 방금까지 하던 모든 생각을 그만두었다.


봄이는 그의 몸통을 조준했지만, 총알은 허공을 갈랐다. 탄환의 뭉툭한 모서리가 도탄되어 튕기는 소리가 매장 벽 끝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소름끼치는 파동과 귀를 찢는 청각적 위협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을 순간적으로 주저앉게 만들었다. 동시에 그들의 머리 속 깊숙한 곳에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불안감도 심어주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곧 지금까지 마주한 적 없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바뀌었다.


말라깽이는 귀를 막고 웅크린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다른 두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옆에 있던 상훈까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말라깽이가 손에 들고 있던 각목을 옆으로 멀리 던져버리고 나서 두 손바닥을 편 채로 들어 보였다.


“그래, 내가 잘못 짚었군. 그러니까 말로 하지, 어떻소?”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였다. 그 순간 봄이는 그가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눈앞에서 마주한 인간의 말로였다. 아까처럼 맹수와 같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고, 식은땀을 흘리며 약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어딘가 멍청해 보이는 눈빛으로 변했다. 그의 입술도 아까와는 달리 약간 벌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덜떨어져 보이는 얼굴이 되어 있었다.


두 남자 역시 무기를 멀리 던지고 손바닥을 휘젓고 있었다. 그들이 뭐라고 말하는 것이 보였지만 봄이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봄이는 그를 조준하기는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그가 맞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왜 그랬던 것이었을까? 분명히 자신은 그의 심장을 정확히 조준했다. 살려둘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무의식적으로 총구를 허공으로 향한 것도 아니며, 총소리를 들은 그들이 패닉에 빠져 순순히 항복하리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왜 총알이 빗나가길 기도했을까? 봄이는 마음을 굳게 먹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아직까지는 자신이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지만 봄이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권총을 쥐고 있던 오른손을 내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2층 매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총구에서 새어나오는 화약 연기만을 주시하고 있는데 말라깽이가 아까와는 전혀 다른 말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원하는 게 뭐요? 식량? 물? 건전지? 전부 드릴 테니 가져가시오. 내가 입은 옷이라도 필요하다면 그것도 가져가시오. 그것도 아니라면 뭐가 필요해요? 지도? 나침반? 그러고 보니 정보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소? 그게 무엇이오?”


말라깽이가 마치 랩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들을 쉴새없이 쏟아냈다. 그러자 그때까지 귀를 잡은 채로 상황을 보고 있던 상훈이 그가 들을 수 있게끔 말했다.


“이 근처 통제소가 또 어디에 있는지 알아?”


말라깽이는 그 말을 듣고는 손가락이라도 빨 것처럼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 백화점을 나가서 보면 은행이 있는데, 그 쪽 사거리 방향으로 쭉 직진하다 보면 지하철역이 나올 것이오. 그러면 거기에서 창동 4호선 방향을 따라 계속 가다 보면 창동역이 나올 텐데 거기서 1호선으로 바꿔서 두 정거장 정도 가면 월계역이 나오니까 그 쪽 1번 출구로 나가서 찾다 보면 보일 거요.”


말라깽이가 굉장히 어색할 정도로 고분고분하게 딱딱 끊어서 말했다.


“역이라면 지하철이 아직도 다닌다는 뜻인가?”


“아니, 다른 노선이라면 몰라도 이쪽 노선은 오래 전에 멈췄소. 당연히 걸어서 가야 한다는 뜻이지.”


“고맙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


“내가 방금 전에 거기서 왔었으니까.”


“그런데 왜 나왔지? 영 살기 불편했던 건가?”


“그 쪽이랑 마찰이 조금 있었소. 말하자면 길어요.”


“그렇군. 그건 그렇고 물 한 통만 줄 수 있나?”


그러자 말라깽이가 물 한 통을 가방에서 꺼내 그들에게로 굴렸다. 상훈이 그 물통을 집어들고 나서 한번 더 말했다.


“미안한데, 얘 것도 하나 줬으면 좋겠군.”


이번에는 옆에 있던 중년 남자가 물통을 굴렸다. 상훈이 그것까지 전부 받고 나서야 그들에게서 몸을 돌려 뒤로 걸어갔다. 봄이가 그를 따라 돌아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뜬금없이 말라깽이를 제외한 남자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희도 데려가 주시면 안 됩니까?”


“도와 드릴게요. 부탁합니다.”


봄이는 그 목소리가 들려오자 다시 뒤를 돌아서 말라깽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저 겁쟁이나 죽지 않게 잘 데리고 다니시죠!”


그러자 남자들은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작가의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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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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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89 티말
    작성일
    17.11.11 13:44
    No. 1

    우선 여기까지는 어떻게 해결 됐군요.
    그런데.. 장탄수는? 탄알을 구해야 겠는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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