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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가 본캐 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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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신승은 오늘부터 마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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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이뽀로밀
작품등록일 :
2022.09.19 17:31
최근연재일 :
2022.09.2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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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9.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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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005

DUMMY

“글쎄요···. 사실 상황이랄 것도 없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 모든 상황을 끝나 있었죠. 저희는 흑귀사흉의 죽음과 죽인 이들의 이름만 확인하고 철수했고. 황조영 공께선 그대로 손량 교조께 보고 올리셨죠. 오죽하면 이 두 사람이 점창파 제자였다는 걸 십 년이 지난 지금에야 알았겠습니까.”


“흠···. 그럼 흑귀사흉의 수준은 어느 정도였나요?”


“흑귀사흉이라···. 당시 들은 대로라면 각자가 용현 초입 수준은 되었을 겁니다. 흑광성의 마공은 거친 면이 있으니 단독이라면 모를까 네 명의 합격이라면 실제 상대하기는 더 까다로웠을 수도 있겠군요.”


“그렇군요. 용현··· 용현이라···.”


잠시 손가락으로 지도상의 창산을 톡톡 집으며 손규는 생각을 정리하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점창파 창류의 여운성, 점창파 검류의 마해랑. 흑광성 출신 용현급 고수 넷의 합공을 각자 중상을 입는 피해를 입고 격퇴. 극한의 실전성을 중요시하는 점창파의 무공. 거친 성향의 흑광성 마공을 용현 초입까지 익힌 흑귀사흉··· 뭔가 말이 될 듯 안 되는데···.”


“성하··· 싸움의 승패가 꼭 무공의 고하로 정해지는 게 아님은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숙부.”


“예?”


“당시 흑광성은 곤륜파와 인접하여 국지적인 다툼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흑왕[黑王]의 성정상 용현급에, 심지어 사인 합격진을 숙련한 고수가 천산을 떠나 머나먼 남쪽 땅인 남녕로까지 가게 내버려 둘 리가 없습니다. 살살 달랬든 힘으로 찍어 누르든, 어떻게든 천산에 붙들어 놓았겠죠.”


손규는 지도에서 손가락을 짚고 천산에서 귀양까지 이어지는 선을 그었다.


“그런데 흑귀사흉은 천산을 떠나 수만리길 떨어진 남녕에 와서 행패를 부렸다. 어째서? 흑광성이 광남서로[廣南西路]의 이권이라도 노렸나? 본교와 날을 세울 것이 뻔한데? 그건 죽는 그 순간까지도 곤륜파와 곤륜의 오절, 풍신[風神] 태허자와의 승부에 집착했던 흑왕 답지 않지. 이게 첫 번째 모순.”


거기까지 들은 손무익도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 가까이 다가왔다.


“생각해보니 이상하군요. 자기 휘하의 고수가 천산을 떠나 본교의 턱밑까지 왔고, 심지어 죽임을 당했는데. 당시 흑광성에선 파발이나 전서를 보내 확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호오, 길길이 날뛰며 본교에서 죽인 거 아니냐고 몇 번이고 닦달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그 집착남이 말이죠?”


손규는 점점 흥미롭다는 미소를 띠며 계속 자기 생각을 정리해나갔다.


“이상한 건 당시 흑광성의 태도만이 아니죠. 남녕이 본교의 관리 영역임을 모를 리 없는 점창파에서 굳이 당시 촉망받는 인재 둘을 귀양까지 보내 악적을 추살하게끔 한다? 십 년 전이면 신창 곽사홍이 아직 건재하던 시기. 자칫 본교와 부딪칠 수도 있는 일에 제자 둘만을 보내는 건 곽사홍 장문이라면 있을 수 없죠.”


“그렇군요. 설사 여운성, 마해랑이 악한이라면 앞뒤 안 가리고 자리를 박차 나가는 얼간이들이라도. 곽사홍 장문이라면 다리를 분질러서라도 말렸을 사람입니다.”


“예, 지극히 현실적인 신창은 그 현실감 때문에 태평지계가 전국을 휩쓰는 와중에도 중원불관여를 고수했던 위인이죠. 정말 티끌만 한 확률로 여운성, 마해랑이 곽사홍 장문을 설득해 하산을 허락받았다손 치더라도. 곽사홍 장문이라면 만전을 기해 인원을 더 붙여서 보냈을 겁니다. 이게 두 번째 모순.”


“한데 남녕에서 목격된 건 여운성, 마해랑 뿐이라···.”


“아니, 숙부의 말씀에 따르면 당시 호교부에선 그냥 정파 고수 둘이 죽었다는 걸 확인한 것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흑귀사흉을 토벌하기 위해 점창파에서 몇 명이 왔는지는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았잖습니까?”


“아아, 듣고 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호교부는 기찰부나 외경부와 달리 문제해결에 인과관계를 따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흑귀사흉의 일을 그저 외부인이 관리 영역을 어지럽히는 가벼운 문제로 여겼던 아버지는 시끄러운 벌레만 치우면 되는 일이라 여겨 기찰부나 외경부에 달리 내막의 조사를 맡기지 않으셨죠. 심지어 흑귀사흉 사후엔 흑광성에서 별다른 얘기가 없었으니 이 사건은 액면 그대로 흑광성 벌레들과 머리에 피가 몰린 얼간이 정파인 이인조가 서로 싸우다 등신처럼 죽어 나간 일로 마무리된 겁니다.”


“...괜한 걱정이라면 죄송합니다만 성하. 밖에서는 상스러운 말이 나오지 않도록 주의하고 계신 거겠죠?”


“어머? 숙부님 괜한 걱정이셔요. 규는 상스러운 말 따윈 모른답니다.”


“......”


손무익은 이따금 이렇게 소녀다운 척하는 손규의 정신상태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그런 백부의 안쓰러운 마음은 홀라당 무시한 채 손규는 천연덕스럽게 생각을 이어간다.


“이 사건으로 가장 이익을 본 것은 누굴까? 본교? 쓸데없이 왔다 갔다 공[空]이나 치고, 오히려 흑광성 벌레들이 어지럽힌 남녕로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외경부에 일거리만 늘었을 테니 오히려 손해라면 손해. 흑광성? 곤륜하고 한창 푸닥거리하는데 엉뚱한 데서 귀중한 용현급 고수를 넷이나 잃었네? 틀림없는 손해. 점창파? 전체로 보면 촉망받은 종사 후보 둘을 잃었으니 손해지만··· 덕분에 종사 후보에서 차기 종사 내정으로 확정된 두 사람은 대박이 난 셈이지.”


“곽무진과 사현걸. 이들이 여운성과 마해랑의 죽음의 관련이 있다는 겁니까?”


“증거는 없지만 의심해 볼 만한 정황은 나왔네요.”


“그런데 이 사건 자체와 창산을 견제해야 하는 본교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입니까?”


“글쎄요. 잘하면 배후의 적을 걱정할 게 아니라 뒤를 지켜줄 든든한 아군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손규는 그렇게 손무익의 질문에 대답하고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얼마 후. 지루함에 손무익이 차를 홀짝이고 있을 때쯤 그녀가 지필묵을 들어 무언가 빠르게 써 내려갔다.


“좋아. 일단은 이 정도로 해볼까?”


“뭘 그리 적으신 겁니까?”


“점창파 창류의 대역전극이라고나 할까요?”


“그게 무슨···?”


“뭐, 설명이야 차후에 천천히 하도록 하고 우선 백부께서 이 길로 외경상주와 백마당주에게 이 서찰을 각각 전해주세요.”


“...이 시간에요?”


이미 해가 저물어 컴컴해지는 밖을 보며 손무익이 되묻자 손규는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 대꾸했다.


“빛 한줄기 없어도 제집처럼 다니실 수 있는 분이시니 중간에 길 헤맬 걱정은 안 해도 되겠죠?”


“... 성하, 이 숙부가 호교상주입니다. 수하들을 시키시지요.”


“이 시간에 수하들이 가면 외경상주와 백마당주가 퍽 반기겠습니다? 백부님 정도 되는 분이 가야 중한 줄 알고 내일까지 빠릿빠릿하게 움직일 거 아닙니까.”


“......”


손무익은 이런 점만 부친을 쏙 빼닮은 손규가 오랜만에 무척이나 얄미웠다.



◆ ◆ ◆



묵정은 해가 넘어갈 즈음 움막을 완성했다.


오는 길에 들른 작은 마을에서 메마른 볏짚을 얻는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짚을 엮어 돗자리를 만들어 깔고 나니 초라한 움막도 그럴싸한 잠자리처럼 보였다.


이미 사람의 몸으로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의 경지에 이른 묵정이었다. 한서, 수화, 병독은 그에게 해가 되지 못하는바. 어떤 자연환경 속에서도 필요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가 굳이 수고를 들여 움막을 지은 이유는 그저 습관이었다.


선종 특유의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수행으로 길러진 습관. 이렇듯 불법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음에도 아직 불법에서 얽매여 있다.


산에서 내려오며 구한 산채를 물어 씻고, 살짝 불린 보리와 좁쌀이 오늘의 저녁 공양이었다. 어차피 파계한 김에 육식에 도전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조리할 줄을 모르니 아까운 고기를 축내어 불필요한 살생이 될까 저어되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육식을 겪어보긴 해야 할 것임에 가능하면 누군가의 보시로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식사하면서 잡념에 이르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연화봉 승방에서 수많은 수행승과 함께 계를 암송하며 공양을 수행하던 기억도 이제는 희미해졌다. 사람이 이렇듯 간사하고 쉽게 변하니 수행이 힘겨운 것임을··· 숨 쉬듯 당연하게 해왔던 것들이 다르게 다가오자 세속의 중생 시주들이 불법을 어려워하는 것도 수긍이 갔다.


불법 온전히 귀의하여 불성에 이르는 깨달음을 쫓지 않게 되자. 오히려 불타의 가르침을 크게 느끼는 이율배반도 그에게는 신선했다.


따라서 자신이 저지른 업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이미 구세 따위는 바라지 않은 지 오래다. 그저 세상에 넘쳐 흘러버린 불의를 제 몸 하나 던지는 것으로 막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벼운 운공으로 육신의 상태를 점검한다. 운공은 내력순환으로 육신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주지만 정신은 칠년전 그날 이후로 계속 흐릿했다. 마치 닦아도 닦아지지 않는 지저분한 면경처럼.


이런 와중에도 묵정은 강했다. 정, 기, 신의 삼위 중 정이 흔들리고 있음에도 적수를 찾기 힘들었다.


칠 년 전. 천마 손량 처음 겨루었을 때도 그랬다.


태평지계의 민낯을 마주해 심적으로 매우 흔들리던 그 날. 그땐 마교라 부르던 신교 고수들의 습격에서 동지를 지키고자 앞에 나섰다.


태평지계가 표방하는 대의와 정의가 불법에서 한참을 떨어진 것임을 깨닫고, 마종사도를 향해 뻗어내는 권법에 망설임이 가득했음에도, 일타일격에 수많은 상대 고수들이 피를 뿜고 추풍낙엽처럼 흩어졌다.


‘어째서···.’


나는 어째서···.


어째서 이렇듯 망설임 가득한 투로 끝에서도 이리도 쉽게 피를 부르는 것인가?


심마가 온몸을 사로잡고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때 그가 나타났다.


천마신교 교주. 천마 손량.


그는 강했다. 산을 내려와 수많은 대적을 만났음에도 진정으로 죽음을 목전까지 느껴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홀린 듯 펼쳐지는 육도장권팔식이 하나도 통하지 않았다. 용화금강퇴가 막히고, 능단금강수는 상대의 방어를 분쇄하지 못했다. 금강부동신법에 실려 극한까지 위력이 오른 삼륜보화. 그리고 이어지는 가장 자신 있고, 대성했다고 자부한 사자굉뢰포까지 상대의 검 끝에 상쇄되었을 때는 허탈감마저 느껴졌다.


그날은 사실 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사자굉뢰포가 상쇄되고 나서부터는 환포영의 고절한 회피 능력과 위타천보의 쾌속함 덕에 유효타를 허용치 않는 지지부진한 소모전일 뿐이었다.


이후 달려와 준 무림맹 지원군이 일각만 늦었어도 그날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주변에선 손량과 비등한 승부를 펼치는 것처럼 보였는지 무사히 그 습격에서 벗어나고 난 뒤엔 다들 칭찬 일색이었다.


솔직하게 기뻐할 수 없는 와중에 자신은 동지들 사이에서 오절, 혹은 신승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손량과는 몇 번을 마주했다. 이상한 건 그와 마주쳐 아슬아슬한 승부를 펼칠 때만큼은 정신이 또렷해졌다. 흑백처럼 보이던 세상이 색이 덧칠되며, 살갗이 공기의 흐름을 느끼고, 코를 통해 다양한 향기가 뇌리를 자극했다.


상대의 검 끝이 또렷하게 보이고, 나의 권법이 또렷해졌다.


그렇게 성취가 더디던 다른 절기들에 활력이 더해지며 하나하나 점차 완성되어가는 자신을 느꼈다.


이윽고 손량과의 열다섯 번째 승부가 있던 그 날. 기어이 금강대능력[金剛大能力]의 끝을 보았다. 그날은 처음으로 손량의 다급한 얼굴을 보았다. 묘한 뿌듯함과 함께 경지에 도달한 고양감이 자신을 지배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손량과 말을 나누었다.


“없음으로 잊었고[無我忘棄].”


“잊음으로 얻었노라[得與忘我]. 축하하네. 태천위[泰天威]의 소림승.”


그렇게 금강대능력을 온전히 얻어. 금강계 16절예를 온전히 수습한 금강승으로 거듭난 자신은 동시에 태천위의 절대고수가 되었다.


손량은 생사를 오가는 대적임에도 순수하게 기꺼운 마음으로 축하를 건넸다.


“사람의 임계에 달한 이 순간도 번뇌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정녕 사람에게 불성은 닿지 않는 미몽일 뿐입니까?”


“하! 설마 불자인 자네가 천마의 가르침을 따르는 내게 사구계를 묻는 것인가? 세존이 알면 자네를 엉덩이를 발로 차버리겠군.”


“저는 그저··· 핍박당하는 민초를 돕고자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젠 모르겠습니다. 제가 구제하고자 했던 민초는 대관절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


“손 시주와 싸우며 얻은 이깟 무성[武聖]의 경지가 대관절 무슨 소용입니까. 이걸로 대체 무엇을 이룰 수 있고, 불자인 제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무예의 끝에 도달한 들 그게 무슨 의미란 말입니까?!”


“... 참으로 어리석은 땡중이군. 불자가 현상[現像]에서 의미 따위를 찾는 겐가?”


“그게 무슨···?”


“쯧, 인제 보니 승려가 아니라 덜자란 우바새(남신도)로다. 오늘은 흥이 깨졌으니 이만하자.”


“기다리십시오. 방금 한 말의 의미가···.”


“아, 글쎄 의미 따위 찾기 전에 금강경이나 다시 읽어봐라 이 어린 우바새야!”


그 후에 한동안 손량을 보지 못했다. 자신은 여전히 자신과 대적하는 자들의 근골을 부수고 기공의 근간인 내력노심을 파괴했다. 그 과정에서 마종의 한 축인 천산 흑광성을 무너뜨렸다. 천마신교와는 달리 그곳은 진정한 마굴이었다. 수장인 흑왕은 곤륜파의 도우였던 태허진인의 손에 죽었다. 지닌 힘은 천마 손량과 비등하다 할 수 있으나 전혀 다른 근본을 가진 자였다.


그가 쓰러뜨리면 누군가 와서 죽였다. 말린 적도 많지만 말리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죽인 사람은 없었지만, 그로 인해 죽은 사람의 시체는 산을 이루고 벽을 쌓았다.


점점 피폐 해져가는 정신은 다시 빛을 잃어가 세상이 다시 흑백으로 보일 때쯤 천마신교와 무림맹사이에 휴전 협정이 맺어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독했던 전쟁이 끝나고 중원은 정파 천하가 되었다.


그 난리 통에 그가 숭산을 내려왔던 본래 목적도 달성했다. 도난당했던 역근세수경 필사본의 회수가 그것이었다. 그렇게 모든 목적을 달성하고 사문으로 귀환했을 때, 방장사백 이하 모든 소림사의 제자들이 자신을 자랑스러워했다.


일익승맥. 고독한 금강승의 길을 가는 자신을 은연중 멀리했던 모든 이들이 흠모와 경외의 눈으로 자신을 칭찬하며 말을 걸어주었다.


힘들고 고독했던 수행의 길에서 말 걸어주는 이. 칭찬해주는 이 하나 없던 자신에게 마침내 따듯한 말 한마디 걸어주는 이들이 잔뜩 생겼음에도 자신이 보는 흑백의 세상은 여전했다.


그토록 좋아했던 숭산의 고즈넉한 공기도, 향화객이 공양하는 향의 향기도 맡을 수 없게 될 때쯤 자신은 남몰래 숭산을 내려와 무작정 달렸다.


그리고 협정을 마치고 십만대산으로 돌아가는 천마 손량과 그를 수행하는 무남독녀 손규, 한 두 번 손속을 나눈 기억이 나는 호교상주 손무익 일행을 마주했다.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구렁에 빠져 구원을 바라는 자신에게 손량은 난처하다는 태도를 보이는 와중에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이 우바새 녀석아! 내가 금강경 다시 보랬지!”


“.....!”


천둥 치듯 울리는 손량의 호통에 묵정은 눈을 떴다. 어느새 동이 트는 새벽. 움막 끄트머리에 방물방울 달린 이슬이 톡톡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산사의 목탁 박자처럼 느껴졌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아미타불···.”


현상의 의미는 없다. 그저 보이는 대로 보고, 아는 대로 알고, 행하는 대로 행할 뿐.


묵정은 다시 찾은 푸른 동녘 하늘의 색을 한동안 바라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운남 대리부 창산···.”


갈 곳이 정해졌으니 움직일 때였다.


작가의말

이 번 주 분량 한번에 올립니다.


잘 준비해서 다음 주에 돌아오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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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신승은 오늘부터 마교에 입교합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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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07. 22.09.27 23 0 15쪽
7 006(수정) 22.09.27 26 0 12쪽
» 005 22.09.19 47 1 16쪽
5 004 22.09.19 49 1 12쪽
4 003 22.09.19 55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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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01. 22.09.19 7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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