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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가 본캐 되는 날까지

소림신승은 오늘부터 마교에 입교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뽀이뽀로밀
작품등록일 :
2022.09.19 17:31
최근연재일 :
2022.09.2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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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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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DUMMY

신성지[神聖地]


그곳은 진마전당을 넘어 십만대산 북쪽 산문을 통해서만 들어올 수 있는 분지에 있는 군현 규모의 마을이었다.


천마신교를 믿는 마종의 구성원들이 모여 사는 곳일 뿐만 아니라 광동, 광서, 귀주를 비롯한 대륙 남단 곳곳에 퍼진 신교인의 총본산이며 발원지.


그곳에 일원성전[日月星殿]이라는 전각이 있다. 평소에는 흩어져 있는 신교의 중책 구성원들이 신교의 대소사를 논의하기 위해 모여드는 전각이었다.


오늘은 중요한 마종대회를 앞두고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신교의 핵심 인원이 집결해 있었다.


원로원[元老院], 봉신원[封神院], 집마원[集魔院]의 삼원주[三院主].


호교부, 호법부[護法部], 기찰부, 교리부, 외경부[外境部], 내경부[內境部]의 육부상주.


일급무인으로 이루어지는 적마당, 청마당, 흑마당[黑魔堂], 백마당의 사대마인당[四大魔人堂]의 당주[堂主]들. 장서


신성지의 생활 전반 유지와 실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방[工房], 의약[醫藥], 무역[貿易], 장경[藏經]의 사행당[事行堂] 당주들과 각자의 수행원들 모두가 모여들었고. 이로 인해 일월성전이 실로 오랜만에 빈자리 없이 가득했다.


“교주대리 손규 성하, 입전[入殿]하십니다!”


입구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에 좌중이 일제히 기립한다. 이윽고 손규가 들어서자 일제히 부복하며 외친다.


“교주대리 성하를 뵙습니다!”


수십이 넘는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여니 꽤 넓은 성전이 웅웅하며 울려 퍼졌다.


“모두 일어나서 착석하세요.”


손규가 담담한 응대에 모두가 일어나 자리에 앉았고, 그 뒤로 호교상주 손무익이 들어와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았다. 진마전당에서 대회진행을 살피고 있을 손무익이 나타나자 몇 명이 의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있었으나 곧바로 상석에 좌정한 손규에 말에 의문을 풀어볼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마종대회를 치르기 전에 여기 계신 분들께 급하게 상정해야 할 안건이 있어 잠시 시간을 뺏겠습니다. 들어오라!”


갑자기 아무런 협의 없이 상정된다는 안건에 의문을 품은 누군가가 묻기도 전에 손규는 빠르게 일을 진행했다. 평소와는 다른 그녀의 급진적인 태도에 모두가 의아함과 약간의 불쾌감을 느꼈지만. 호기심이 앞섰던 좌중은 손규의 부름에 성전으로 들어선 인물을 보자 일제히 경악했다.


“무···!?”


“불살승 묵정?”


“저자가 감히 성전에 밟을 딛다니 이 무슨!”


“성하!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하나 같이 기파를 일으키며 분위기는 단숨에 일촉즉발로 치닫기 시작했다.


“신교대적! 참[斬]!”


흑마당주가 소리치며 검을 뽑으려는 그때.


“하!”


낭랑한 기합과 함께 손규가 기파를 뿜었다.


고오오오오!


풍압과도 같은 기의 파동이 성전을 휩쓸며 좌중의 살기를 단번에 잠재웠다. 일부는 약간 어지럼증을 느꼈는지 자신의 자리에 털썩하고 앉는 인원도 있었다.


“내 말이 아직 안 끝났거늘···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자가 누구냐?”


스산한 기색으로 위협적인 붉은 기를 일렁이는 손규를 보며 안색을 굳히는 좌중. 비록 교주가 아닌 대리의 신분이지만 그녀는 당금 신교 최강을 논하는 무인인 중 하나였다. 그녀가 그렇게 정색하는데 감정을 앞세우며 나설 간 큰 자는 없었다.


주변이 가라앉자 되자 손규는 성전의 들어선 묵정을 보며 말했다.


“긴급 상정 안건은 저자에 관한 것입니다. 불살승 묵정. 달리 정파에서 소림신승이라 불린 저자가 돌아가신 전대 교주이신 손량 교주와 맹약한 것이 있어 이 자리까지 왔다고 합니다.”


“......”


묵정은 시종일관 바위와 같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모두가 그제야 묵정의 행색의 눈길이 갔다. 검게 자란 짧은 머리칼, 풍파를 느끼게 하는 다 닳아빠진 황색 가사, 단정한 얼굴에 가득한 먼지와 메마른 입술. 전반적으로 풍파와 짙은 피로감이 가득한 그의 모습에 깊은 의문을 품게 되었다.


지난날 태평지계로 인한 싸움에서 그를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는 수뇌급 인물들은 고작 수년 사이에 저렇게 변해버린 것이 이해되지 않았고, 그에 대해 들어 알고 있는 인물들은 정파 천하 아래 가장 빛나는 추앙을 받는 이가 저런 몰골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묵정 대사. 여기 있는 모두가 전대 교주님과 당신 사이에 맹약을 모르오. 허니 그 맹약을 이행하고 싶다면 여기 있는 모두가 납득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묵정의 눈에 일순 쓸쓸함이 스쳐 지났으나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그 후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살짝 눈을 감았다 뜬 묵정은 성전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천마 손량 시주와의 약속에 따라. 소승 묵정, 오늘 천마신교의 투신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소림승 특유의 반장 인사 아닌 두 손을 모으는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그가 정말 사문인 소림과 연을 끊음을 알아차린 손규는 더 미간을 좁혔다. 동시에 묵정에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말에 신교 수뇌부 전체는 경악의 잠겼고 성전엔 침묵이 감돌았다.


“...잠시, 이 노부의 발언을 허락해 주겠소?”


그 정적 속에서 가볍게 손을 올리며 손규를 향해 물어온 이는 원로원주 소경천이었다.


“예, 원로원주님 말씀하시죠.”


“성하께 감읍하오. 노부는 저 자에게 몇 가지 확인을 받고 싶소. 여기 계신 신교 형제 모두가 의문도 있고, 하고 싶은 말들이 많겠지만 우선 크게 세 가지를 명확히 하고자 하니 잠시만 원로원주의 이름으로 이 자리를 대표하고 싶소. 혹여 이의가 있으신 형제가 있다면 일어서시오.”


아무도 일어서는 이가 없자 원로원주 소경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묵정 앞에 마주 섰다.


“오랜만이구먼. 묵정 대사.”


“예, 소경천 시주도 별래무양하셨습니까.”


“적어도 서로 이런 예를 차리며 마주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늘.”


“연이 이렇게 되었군요.”


“불자다운 말이다. 내 대사에게 세 가지를 물을 것이니 거짓 없이 대답해주겠나?”


“제게 불자라 하셨으니 그 기대에 상응할 것입니다.”


“좋군. 첫 번째 물음은 대사와 천상귀의[天上歸意] 하신 손량 교조[敎祖]께서 나눈 맹약의 상세를 알고 싶다.”


그것은 이중 손규와 손무익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몰랐던 비사이니 가장 중요한 질문이자 핵심적인 물음이었다.


“손량 시주는 소승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자신의 사후 신교에 입교하길 원하셨습니다.”


그 말에 누군가 호흡을 삼키는 기색을 보였다. 충격적인 비사에 많은 이들이 동요하는 가운데 소경천은 다시 물었다.


“두 번째 물음. 대관절 그러한 약속은 언제 맺게 되었으며 하게 된 경위가 무언고?”


그 물음에 묵정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손량 시주와 함구하기로 서로 약조하였습니다. 다른 질문을 주시지요.”


“...좋다, 질문을 바꿔 물으리. 그 행색을 보니 정식으로 환속한 것은 아닌 듯 보인다. 파문된 것인가?”


“그렇습니다.”


웅성웅성.


다시 좌중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설마 했던 또 하나의 사실이 확인된 것은 둘째치고 정파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소림 최고수의 파문은 그거 하나만으로 대사건이었다.


“보통의 학승이나 수도승과는 달리 소림의 무승이 파문될 때, 그냥은 내보내지 않는 것은 강호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정식 환속도 아니고, 대사는 이토록 멀쩡할뿐더러 지닌바 무공 또한 건재한 듯 보이는데 영문을 알 수가 없구나.”


“소승은 파문되었으나 또한 파문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고?”


“스승은 정식으로 환속할 수 없는 금강승이기 때문에 파문이라는 형태로 사문을 나왔고, 또한 금강승이기에 십계가 아닌 소림의 계율로 처벌할 수 없기에 파문이 아닙니다.”


“금강승?”


소림사의 무승하면 가장 유명한 것은 나한승이다. 금시초문인 무승명에 좌중이 의아해하는 와중에 묵정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소승은 금강승이란 과분한 직분을 지녔기에 소림의 무승들에게 주어진 가혹한 파문의 형벌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소림은 파문제자인 대사 행보에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을 거란 얘기란 말이로다?”


“소승이 신교에 입교한다면 무림맹의 일각인 소림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으니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본교가 대사를 받아들인다면 소림과의 충돌은 기정사실이라 봐야겠군.”


“소승의 업으로 일어난 일. 결코 신교의 그늘에 숨어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은 신교에 투신하여 소림과의 싸움에 발을 빼지 않겠다는 얘기고, 달리 사문과 정파에서 완전히 등을 돌림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너무나 단호하고 흔들림 없는 대답에 좌중이 침음을 삼키는 와중 소경천은 질문을 이어나갔다.


“마지막 물음이 되겠군. 본교에 입교한다는 그 말은 틀림없는 진심인가?”


“그렇습니다.”


“본교에 입교하면 교주의 말에는 절대복종. 이는 천마신교의 율법이며 거역할 수 없는 교조 천마의 말씀이다. 세상 그 어떤 도리와 법위보다 우선되는바. 이는 대사가 평생을 닦은 불법과 상충하는 명에도 거역할 수 없음을 의미하건데. 그런데도 입교를 희망한단 말인가?”


“소승은 불법에 있으나 불법에서 가장 멀어졌으며, 계율을 버리지 못하였으나 이미 파계하여 계율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만약 교주께서 대사가 지닌 소림의 무공을 신교에 헌납하라 해도?”


“이미 무공을 신외지물로 여긴지 오래입니다.”


“불살승인 대사에게 살계를 크게 어김을 명한다 해도?”


“...그리할 것입니다.”


소경천은 이 대답을 할 때 묵정에 눈에서 느껴지는 깊고 깊은 절망과 어둠을 보았다. 마치 심마처럼 느껴지는 그 심연에 살짝 소름이 돋는 것을 애써 태연한 기색으로 감추며 그는 손규를 항해 두 손을 모아 읍하며 고했다.


“노부의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알겠습니다. 착석하시지요.”


고개를 끄덕인 손규에게 재차 읍한 소경천이 자리에 돌아가 앉자 그녀는 수뇌부를 쭉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묵정 대사의 입교는 전대 천마이신 손량 교조께서 허하신 일. 하지만 현재 본교는 중원으로의 권중토래를 목표로 절치부심하며 힘을 키워야 하는 중요한 시기. 나는 본교의 교주대리로서 묵정 대사의 입교가 본교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를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고 봅니다. 하여 신교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삼원육부팔당의 중지와 지혜를 모아 가부를 결정할까 합니다.”


“중지를 모으신다는 것은··· 묵정 저자의 입교를 다수결로 정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질문을 해온 것은 교리상주 단목양이었다. 손규는 그 질문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습니다. 혹여 이 사람의 행동이 교리와 어긋난 점이 있다면 기탄없이 말씀하시죠.”


“... 입교자에게 요구되는 삼법[三法], 오율[五律], 오심[五心]을 따져 그에 합당하고 다른 결격사유가 없다면 입교를 허하는 것이 신교의 교리입니다.”


“교리상주께서는 제 말을 곡해하신 듯합니다. 당연히 교리에 합당한지도 따져 봐야 할 것이나··· 비록 천상귀의하신 손량 교조께서 천마이실 적에 입교를 허한 일입니다. 이것이 삼법, 오율, 육심 위에 있는 결정임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하오나 그것은 손량 교조께서 귀의하시기 전의 일. 당시 직접 성전교명[聖典敎名]에 입적되지 않았으니 정식 입교가 된 것이 아닙니다.”


“호법상주 강조윤이 말씀드립니다. 그것엔 저도 동의하는바. 비록 손량 교조께서 사후에 입교하라는 약조를 거셨으나 그랬다면 귀의하시기 전에 성전교명에 미리 입적시키셨어야 명으로서 성립됩니다. 성립되지 않은 천마령이라면 입교희망자의 입교 가부는 신교의 교리와 율법대로 이루어져야 옳습니다.”


신교의 교리와 율법을 관장하는 두 수뇌부의 발언에 성전에 있는 수뇌부 사이에서 동조하는 분위기가 커져갔다. 그 소란을 손규가 손을 들어 잠재우고 다시 입을 열었다.


“교리상주, 호법상주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허나 묵정 저자를 지금 진마전당의 모인 후보자들과 같은 선상에 세우는 것은 힘듭니다. 내경상주.”


“예, 성하.”


손규의 부름에 대답한 것은 내경부 상주 갈중기이였다.


“마종대회를 통해 입교자의 차등을 어찌 두기로 했소?”


“근골과 지닌바 무공 성취에 따라 천지현황으로 사분하여 거기서 다시 용현급 인원을 흑백적청 사대마인당 예비, 그 아래 등급을 용마단으로 꾸려 기초수련으로 다듬고 성취에 따라 다시 사대마인당이나 자질이나 본인 요망에 따라 사행당의 보충 인원으로 삼을 계획이었습니다.”


“만약 저 인원 중에 용현을 넘어 천위급이 있다면?”


“...천위의 고수라면 삼원육부. 혹은 교주대리 성하의 고견이 필요할 것입니다.”


“묵정 저자의 무력이 태천위에 오르셨던 손량 교조와 비등했던 것은 여기 모르는 이가 없을 것입니다. 사실상 천위급 무인의 임계에 도달하여 감히 초대 교조께 비견되었던 분이 선량 교조이심을 감안하면 저기 저 파계승이 얼마나 괴물 같은 자인지 실감 하실 겁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새삼 묵정의 저력에 긴장하기 시작한 수뇌부의 기색을 살핀 손규는 다리를 꼬며 한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소림의 파문제자, 지나치게 강대한 무력. 손량 교조님과의 맹약. 어느 것 하나 저자를 통상 입교자들과 같은 선상에 둘 수 없는 이유로 차고 넘침입니다. 그렇다면 절차대로 따져 저자가 결격사유가 없다면 그 쓰임은 어찌해야 할까요?”


손규에 물음에 말문이 막힌 수뇌부. 손규는 한숨 섞인 물음을 이어갔다.


“이제 와 나도 한 가지 묻지 묵정대사.”


“말씀하시길.”


“그대는 본교에 투신하기 위해 소림을 나와, 그 듣기에도 요상한 파문 아닌 파문을 감수한 것인가?”


“약조를 지킬 방법이 그것밖에는 없었습니다.”


“그 승려다운 고지식함이 아주 마음에 안 들지만, 그대라면 그럴 만 하다 치지. 하지만 그대를 놓고 이런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해야 하는 본교에게 이건 아주 심각한 민폐다.”


“......”


“가뜩이나 본교에 물어뜯고자 이빨을 드러낸 정파 승냥이들이 십만대산 곳곳에서 도발을 일삼고 있다. 그런 와중에 자칫 저들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음에도 우린 부족한 인재를 충당하기 위해 오늘 대규모의 대회까지 열었다.”


고저가 없기에 더욱 싸늘하게 들리는 손규에 말에 묵정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손규의 미간에 더욱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며 음색에도 약간의 노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뜬금없이 정파 태천위의 고수가 나타나 신교에 입교한다? 모두가 하나 같이 그대를 환영이라도 하리라 여겼는가? 그대의 손으로 근골을 부수고 내력노심을 폐쇄한 마종사도의 고수가 어디 한둘인가? 그대를 받아들임으로 마종 최후의 보루로서 우리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형제들의 신뢰는 어찌 되겠는가? 세상천지의 흩어진 마종사도의 결집은 어찌 될까?”


이윽고 손규는 자리에서 일어서 묵정을 향해 삿대질까지 하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대 혼자서 구파일방와 오대세가의 정수[精髓]가 모인 무림맹 괴멸이라도 이룰 수 있단 말인가? 그럴 수만 있다면 말할 것도 없이 교주대리 직권으로 당장 그대를 성전교명에 입적시키고 정식으로 신교인으로 받아들이지. 뭣하면 나보다 강한 그대에게 교주대리를 넘겨주겠어. 어때? 할 수 있겠나?”


묵정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대답이 궁해서이기도 하지만 손규에게서 느껴지는 절박함에 함부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한 명의 절대고수가 아니다. 칠 년 전, 손량 교조라는 절대고수가 있었음에도 우리는 패했어. 우리가 패한 것은 무림맹처럼 뭉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한 전철을 다시 밟을 생각이 일절 없어.”


“하오나 성하. 정파에 더 불살승을 제외하고도 네 명의 절대고수가 건재한 이상. 그들을 견제할 인물의 필요성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말을 꺼낸 것은 집마원주 기영황이었다. 손규는 그를 흘끔 보고는 다시 자세를 바로 하고 약간 진정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런 의견도 존중합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이유로 저자의 입교를 고려하는 형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 모두의 의견을 듣고 싶으나 언제까지 마종대회를 미룰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 말로 인해 성전에 모인 수뇌부는 손규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했다.


일반적인 절차로 묵정의 입교 가부를 결정하기엔 신교의 거는 마종사도의 기대감과 민심에 부담이 크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건 절대고수인 묵정의 입교가 전력의 득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특례로 신교 수뇌부의 다수결로 인해 입교 가부[可否]가 결정되면 어느 쪽이 되었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미 진마전당에서 소란이 있었다는 보고가 있다. 은밀히 온 것도 아니고 이렇듯 대놓고 등장했다면 소문이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


‘앞서 교주대리의 말을 생각해보면 그녀는 십중팔구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불살승의 입교가 과반수로 찬성이 되더라도 본인은 최소한 마종사도의 눈총은 피하겠다는 의도로군.’


‘하지만 불살승의 입교가 부정적인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손량 교조와 비등하게 겨룬 오절이자 태천위 고수의 입교. 사연은 알 수 없으나 그의 변절을 잘만 이용하면 무림맹이 내세우는 명분과 결속을 흔들 수도 있다.’


‘무엇이 본교의 득이고 실이란 말인가.’


좌중이 묵정을 보며 빠르게 의견을 정리하는 가운데 당사자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손량 시주··· 당신이 준 이 고통스러운 과제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군요. 하지만 나 역시 이번에야말로 세상에 나를 던질 각오입니다. 부디 머나먼 정토에서 지켜보시길.’


“아미타불···.”


조용히 불호를 읊조리는 그를 보며 손규는 기어이 미간을 꾹꾹 눌렀다.


‘신교에 들어오겠다는 자가 불호나 내뱉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군. 애초에 올 거면 그 황색 가사부터 벗어 던지고 올 것이지··· 승려를 관두었다는 자가. 불법에 미련 있음을 그리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예나 지금이나 역겨울 정도로 모순된 자···.’


손규는 슬슬 이 불편한 논의를 끝낼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다들 생각이 정리되셨으리라 봅니다. 그럼 이 자리에서 불살승 묵정의 입교 가부를 결정하는 다수결을 진행하겠습니다. 입교를 찬성한다면 거수를. 거수하지 않음을 반대의견으로 여기겠습니다.”


손규의 선언과 함께 성전 여기저기서 빠르게 찬성의 손길이 올라왔다. 그들을 보며 내심 혀를 찬 손규는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빠르게 숫자를 셈해 나갔다.


이윽고 더 이상의 거수가 없어지고, 손규 역시 빠르게 셈을 마쳤다. 결과가 가져올 여파에 비해 너무나 빠르고 간결하게 의사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의견 취합 결과. 불살승 묵정의 입교 가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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