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부캐가 본캐 되는 날까지

표지

소림신승은 오늘부터 마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연재 주기
뽀이뽀로밀
작품등록일 :
2022.09.19 17:31
최근연재일 :
2022.09.27 20:53
연재수 :
8 회
조회수 :
380
추천수 :
6
글자수 :
43,589

작성
22.09.19 17:55
조회
61
추천
1
글자
11쪽

002.

DUMMY

진마전당.


그곳은 십만대산 신교가 있는 신성지 사이에 있는 거대한 회랑이자 신교로 가는 입구였다. 그 자체로 신교 최후의 방어선이며 생과 사를 논하는 혈투장이나 다름없었다.


신교 입교자를 가리고 시험하기 위해 신교 육부[六部] 산하 인원이 총동원되어 있어 전당은 오랜만에 북적이고 있었다.


“여기 이름을 적으라. 문맹이면 대필할 것이다.”


“출신이 어디이고, 어디서 무공을 배웠나?”


“첩자임을 가리기 위한 심령판독에 동의하는가? 동의한다면 여기 수결하라.”


산문을 넘어 전당에 들어온 순서대로 육부에서 필요한 정보와 신상을 입교희망자에게서 캐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 모인 입교희망자의 숫자는 정확히 이백팔십팔.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았으나 중요한 것은 질이었다. 그 점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던 손무익은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아래의 광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신교 호교부[護敎部] 호교상주[護敎尙主]로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나온 신교 최고수 중 하나였다.


그가 있는 전당 동쪽의 전각인 귀천각에서 내려다보니 이백팔십팔명의 입교희망자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특출난 자가 열둘, 쓸만한 자가 스물, 갈고 닦아 겨우 쓰임을 보일 자가 오십. 나머지는 먼지만도 못하군.’


산문에 있던 소운당과는 달리 손문익의 눈은 더 세세하고 정확했다. 그는 곧바로 손우당이 주시한 열둘을 파악했으며, 빠르게 남은 인원들의 수준을 가려내고 있었다.


웅성웅성


“뭐지?”


그때 갑자기 아래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고 손문익은 소란의 진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저놈은?!”


다소 뒤늦게 전당에 발은 디딘 자를 보고 입교희망자들이 웅성대기 시작한 것이다.


확연히 눈에 띄는 장대한 체구. 황색 가사 틈틈이 드러난 단련된 근육. 목에 걸친 목제 염주와 짧게 기른 검은 두발. 입은 옷은 척 봐도 승려이나 묘한 위압감과 두발 탓에 파계승으로 봐도 무방한 행색이었다.


그러나 여기 모인자들은 평생 정파와 자칭 협객이라는 자들에게 쫓기던 이들. 그가 걸친 황색 가사가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이는 하나도 없었고, 그건 그 자리에 있던 신교인들도 마찬가지였었다.


“저, 저거 설마···.”


“세상에 저런 황색 승복이 달리 있을 리가 있나! 소림승이다!”


“헌데 머리를 길렀어··· 사지 멀쩡하게 파계하는 소림승이라니?”


소란이 가중되는 와중에 아랑곳하지 않고 파계승이 저벅저벅 걸어온다. 그 움직임에 모두가 병장기에 손을 올리고 기세를 끌어올렸다. 그 자리에 있는 수백의 인원의 살기가 넘실넘실 그를 위협함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다가오는 탓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꿀꺽!


신상 파악을 맡고 있던 기찰부 순검사자는 자신에 앞에 다가온 파계승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잠시 깊은 심연과 같은 눈으로 그 무인을 내려다보던 파계승은 그의 앞에 놓인 명부를 슬쩍 보더니 바로 옆에 있던 붓을 들어 올려 또박또박 정갈한 필체로 입교희망자 명부에 적어 내려갔다.


북직례 등봉현 숭산 출신. 묵정.


“묵··· 정?”


순검사자가 명부에 적은 이름을 육성으로 읽어내자 주변에 경악이 퍼져나간다.


“묵정?”


“소림의 묵정이라면 그···!”


“정천오절[正天五絶] 불살승[不殺僧]!”


모두가 그를 중심으로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태평지계 원년[元年]에 마종사도 무인들 사이에선 공포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천위의 초절정고수들. 그중 불살승 묵정은 약관에 이미 전대 천마이자 천마신교 교주 손량과 동수를 이루었던 불세출의 소림승이었다.


정파인들 사이에선 존경과 경외를 담아 신승. 마종사도에선 공포와 분노를 담아 불살승이라 부르는 그가 새로운 입교자를 받는 마종대회 한복 판에 나타나 입교희망자 명부에 이름을 적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물론 이 자리에 대부분이 입교희망자 명부에 이름을 썼다는 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구파의 수좌라 할 수 있는 소림사의 절대고수가 신교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곳에 이해할 수 없는 몰골로 나타났다는 사실 하나뿐이었다.


“제, 제길 하필이면 저 악독한 괴물이 여길···.”


“조심해! 저자의 손에 죽은 자는 없지만, 사지 멀쩡하게 돌아간 자도 없다!”


살계를 범하지 않아 불살승. 그러나 죽이지 않기에 더한 고통을 남겨주는 그의 손속은 이미 마종사도 인물들 사이에선 유명했다.


그와 대적한 자들은 불구가 되거나 중상을 입고 무공을 잃었다. 그의 손에 죽은 자는 없으나 그의 손에 무력해져 다른 칼을 피할 수 없었던 자들이 더 많았다.


“조용!”


그때 경공을 펼쳐 귀천각에서 빠르게 내려온 손무익이 나타나 소란을 억눌렀다.


열기를 띠는 수라진기의 강렬한 무형기파에 감싸여 좌중을 압도하는 천위고수. 호교상주의 등장에 그 자리에 있던 신교인들이 절도있게 부복했다.


“호교상주를 뵙습니다!”


“일어나라. 지금은 예를 차리기보다 상황정리가 우선이다. 기찰부 순검사자들은 아직 신상 파악이 끝나지 않은 입교희망자들의 인도를 서둘러 끝내라. 호교부 교위사자들은 적마당[赤魔堂], 청마당[靑魔堂] 무인들을 통솔해 신상이 명확해진 인원을 정렬시키고 마종대회 준비를 서둘러라. 동시에 전령을 보내 산문에 배치한 백마당에 철수하여 진마전당에 합류하라 전하라. 교리부[敎理部] 책임자는 누구인가?”


“교리부 교리시랑[敎理侍郞] 임상지. 명을 내리시지요.”


“준비가 끝내는 대로 마종대회를 시작할 것이다. 준비는 되었는가?”


“예. 기찰부에서 인원 파악을 끝내면 바로 신성지에서 교주대리 성하[聖下], 세 분 원주님들, 육부의 상주님들을 모실 것입니다.”


“음, 준비가 완료되었다면 너는 남은 일을 후임자에게 인계하고 급히 신성지로 가라. 교주대리께 전당의 상황을 전하고 가급적 직접 오시 길 희망한다는 내 첨언도 같이 전하라.”


“... 존명!”


임상지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망설임 없이 진마전당을 벗어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지도 않고 손무익은 묵정을 노려보는데 당사자는 명부에 이름을 적고는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담담히 시선을 받고 있었다.


“오랜만이로군. 불살승.”


“예, 3년 만입니다··· 수라패도 손무인 시주님.”


예의 바른 말투. 먼지와 피로감에 삭았지만 본래 단정한 외모였던 묵정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손무익은 묘한 기시감과 낯설음이 교차하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태평지계 원년에 전대 천마[天魔]이자 교주인 손량과 함께 가장 치열하게 싸웠던 정파의 오절. 하나 같이 괴물 같은 무력을 지녔던 그들 중에서도 손무익의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자리 잡은 자가 바로 묵정이었다.


“많이 삭았군. 그래도 전날의 단정한 모습이 남아있어.”


“신산으로 오는 길이 험하여 미처 행색에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송구하군요.”


“...싸우러 왔는가?”


묵정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안도의 한숨 같은 소리가 들려왔으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자는 의외로 적었다.


“일단 곧 교주대리 성하께서 오실 걸세. 자세한 건 그때 얘기하지.”


손무익을 그렇게 말하고 귀천각을 가리켰다.


“먼 길 왔는데 차라도 대접하는 게 도리. 함께하겠나?”


“소승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쩐지 깊은 한탄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손무익은 경계를 풀지 않으면서도 이런 몰골로 여기에 나타난 묵정이 깊은 사연이 있음을 알았다.


“자격유무야 내가 따질 수 있는 건 아니지. 허나 여기에 있길 고집하면 다른 이들에게 본의 아닌 피해를 줄 수는 있지 않겠나?”


“...손 시주님 말대로입니다. 따르겠습니다.”


그제야 주변에서 쏟아지는 자신을 향한 분노와 두려움 섞인 시선들을 마주한 묵정은 순순히 손무익을 따라 귀천각에 올랐다.


차를 한 잔 따라준 뒤 손무익은 이후 말도 걸지 않았다. 묵정도 가볍게 목을 축이고는 굳게 침묵했다. 호교상주로서 이런저런 추궁도 할 법하건만 손무익은 그저 분주하게 움직이는 진마전당 아래를 주시할 뿐이었다.


한동안 숨이 막히는 침묵이 감도는 귀천각에 정적이 깨진 것은 주변 초목을 떨게 할 정도의 기파를 풍기며 다가오는 한 여인에 의해 깨졌다.


“...사실이군. 진짜로 여길 오다니.”


“손규 시주......”


동요가 없던 묵정의 눈에 살짝 파문이 일었다.


“호교상주 손무익. 교주대리 성하를 뵙습니다.”


손무익이 부복하자 묵정은 그제야 여인의 복색을 확인했다. 신교 교주에게 허락된 봉황자수. 하지만 정식 교주가 아니기에 은실로 수 놓았고, 걸친 옷도 흑과 적의 옷감을 사용했다. 정식 교주라면 백색과 청색을 사용할 터.


“교주대리가 되셨습니까···.”


어쩐지 씁쓸하게 웃는 묵정. 그런 그를 기분 나쁘다는 심경을 고스란히 담아 노려본 손규는 그 맞은 편에 털썩 앉아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다리를 꼬았다.


“본교의 대적[大敵]이 감히 혼자서 여길 오다니. 죽어 열반에 들고 싶어 온 거라면 아주 극진히 환영해 줄 용의가 있다만?”


“여전하시군요.”


“닥쳐라! 언제 우리가 그런 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말이나 섞었던가? 웃기는군! 당장 쳐 죽이기 전에 온 이유나 말해.”


붉게 일어나는 마기를 갈무리하는 손규. 그걸 본 묵정은 다시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며 가라앉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손량 시주와의 약속을··· 지키러 왔습니다.”


“...하아, 빌어먹을!”


대답을 듣자 손규는 이마에 손을 짚고 골치 아픈 표정을 지었다.


“그냥 혼자서 여길 뒤엎으러 왔다는 게 차라리 나아. 진짜 그 정신 나간 약속을 지키러 오다니··· 아버지도 너도 정말 돌아도 단단히 돌았군.”


그렇게 한껏 불평을 쏟은 손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등을 돌렸다.


“따라와. 그리고 미안하지만, 그 약속의 당사자는 이제 신교에 없어. 그리고 나 혼자서 이 일을 결정할 수 있을 입지도 아니야.”


“그럼 어디로···.”


“뻔하잖아. 삼원주 영감들하고 육부의 능구렁이들 앞에서도 그 약속인지 뭔지 지껄여 보라고. 그들이 동의한다면 나도 별말 않지. 참고로 난 당장이라도 네가 꺼져주길 바라지만.”


그리고는 휭하니 먼저 귀척각을 벗어나 신성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본 묵정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때까지 말없이 가만히 있던 손무익도 함께 움직였다.


“손무익 시주께서도 가십니까?”


“성하께서 육부상주의 동의도 필요하다 했으니 가야겠지.”


묵정은 방금 손규가 육부의 능구렁이들이라고 한 말을 기억하며 속으로 납득했다.


“참고로 나도 반대라네.”


손무익은 그렇게 말하고 신성지로 가는 길에 올랐다. 묵정은 손무익이 약속에 대해서 알고 있음을 짐작하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십만대산에 오기까지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여정의 끝이 보이는 얼마 남지 않은 이 길이 지금까지 온 길보다 멀게 느껴지는 묵정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림신승은 오늘부터 마교에 입교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007. 22.09.27 18 0 15쪽
7 006(수정) 22.09.27 21 0 12쪽
6 005 22.09.19 42 1 16쪽
5 004 22.09.19 44 1 12쪽
4 003 22.09.19 50 1 19쪽
» 002. 22.09.19 62 1 11쪽
2 001. 22.09.19 68 1 9쪽
1 000. 22.09.19 76 1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