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국방개혁(4)
등장인물과 배경, 권력기구와 부대 편제, 주둔지와 무기 체계, 그 성능. 그리고 역사적 사건 등등은 모두 작가의 상상에 의해 창조된 것으로 현실과는 다르고, 또 현실이 아니므로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내가 부르자마자 민은정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시원한 맥주를 들고 와서는 나와 민재인 대통령에게 건넸다.
그런데 나한테는 아무것도 주지 않고, 민재인 대통령에게는 산삼 한 뿌리를 건네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대통령님, 안주로 드십시오.”
“고맙소. 민 대좌. 역시 나 생각해주는 사람은 민 대좌밖에는 없소.”
“영부인께서 들으면 어쩌시려고요.”
“하하하. 그런가. 어떻든 내 퇴임하면, 민 대좌가 주는 이 산삼이 정말 그리울 것 같소.”
“대통령님이 퇴임하시면 제가 가끔 양산으로 놀러 가겠습니다. 그래도 되죠?”
“되지만, 그때는 김 위원장이 산삼은 고사하고 도라지도 한 뿌리 안 줄 것 같은데, 그건······.”
사람을 어찌 보고 이런 망발을 하는지 그래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드립니다. 드려. 사람을 어찌 보고 그런 망발을 합니까.”
“분명히 약속했소.”
“예, 그리고 산삼 드시고 싶으면, 양산에만 있지 말고 평양에도 자주 오십시오. 그럼 냉면도 먹고, 산삼도 드시고, 이 대동강 맥주도 마시고 얼마나 좋습니까.”
“민 대좌, 방금 김 위원장이 한 약속 들었지요.”
“······.”
내 앞에서 들었다고 할 수도 없는 민은정이 희미하게 웃자 민재인 대통령도 따라 웃는 것이 아닌가.
어떻든 그렇게 별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로 민재인 대통령과는 금강산에서 그렇게 다시 만나 온천욕 즐기고, 맥주 한잔하고, 냉면 먹은 다음 바로 헤어졌다.
그 좋아하는 금강산 트레킹도 하지 않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민재인 대통령을 보노라니 내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다음 미국 대통령에 진짜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아마도 새로운 대통령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현 남북관계 또 대중국 관계에 변화가 오지 않을까 하는 노심초사 때문이겠지만, 국제관계 형성에 가장 우선순위는 늘 그렇듯 자국의 이익을 바탕에 두는 것이다.
그럼 미국이 현 남북관계를 유지할수록 이익을 얻게 해주면 되고, 현 관계를 재조정하려면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방해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다.
그래서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북한에는 전가의 보도 핵무기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한국은 민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민주주의 국가라서 대통령이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었지만, 나는 북한을 내 마음대로 통치할 수 있었다.
그러니 작은 이익을 미국에 주고, 큰 것을 노려도 나를 비판할 세력도 비판할 언론도 작은 이익을 준다고 딴죽을 걸 야당도 없었다.
그랬으니 얼마든지 미국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
추석 연휴가 지난 2020년 10월 5일 월요일 새벽 내 동생 수진은 친구 은주와 함께 여권과 민재인 대통령에게서 받은 초청장을 챙겨 차에 올랐다.
그리고는 춘천 아파트를 출발해 강원도 고성 동해선 도로 남북출입사무소를 향해서 달렸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금강산 관광을 가본다. 이게 다 수진이 네 덕분이라고 하면 되지.”
“그래. 그리고 여기 금강산 관광할 때 주의 사항 큰소리로 한번 읽어봐.”
“읽을 것 없이 딴짓 안 하고, 북한 우상화 시설물 훼손 안 하고, 북한 안내원들이 시키는 그대로만 하면 된다.”
“그래도 크게 한번 읽어봐. 새벽 운전하려니 잠 오니까.”
“진짜 잠 와?”
내 동생 수진은 지난 3월 13일, 개성 식목 행사에 다녀온 이후 다시 북한 땅으로 관광 그것도 금강산 관광을 가게 되어 약간은 들뜬 상태였고, 그 덕분에 잠을 설쳤으니 당연히 잠이 왔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정식으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그 금강산에서 돌아온 민재인 대통령이 관광 재개를 공식 발표하고, 본 관광에 앞서 선발대를 파견하겠다고 해서 실현된 것이었다.
그 때문에 이번 선발대에는 정부와 한대 아산 등 관광업계 관계자와 일부 기자 등이 주를 이루었고, 그중에 수진도 끼어있었으니 다 민재인 대통령의 배려였다.
“응, 그러니 큰소리로 한번 읽어봐!”
“알았어.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초청장도 다 보내고, 알면 알수록 수진이 너는 진짜 이상하고, 비밀스럽고 그 뭐라고 해. 그런 것 있잖아.”
“은주야. 또 말하지만, 많은 것을 알면 다쳐. 그러니 예전 백두산과 개성 갔을 때처럼 그냥 조용히 관광이나 하자. 알았지.”
“그래도 대통령과는 진짜 무슨 사이야?”
“아무 사이도 아니고 그냥 대통령이 잘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한 사람일 뿐이야.”
“그런데 대통령이 그래?”
수진과 친구 은주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초청장과 함께 온 금강산 관광할 때의 주의 사항을 다시 한 번 읽어봤다.
그렇게 동해선 도로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한 둘을 맞은 것은 청와대 행정관이었고, 그의 안내에 따라서 다른 선발대와 합류하여 간단하게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주의 사항을 들은 다음 절차를 마치자마자 북 즉 금강산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그러나 곧 북한의 입경 심사를 받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야 했으나 그것도 잠시 다시 버스에 올라 한국 건설업체가 말끔하게 공사한 국도 7호선을 따라서 한동안 달려 금강산 호텔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방을 배정받고, 짐을 푼 수진은 다시 버스에 올라 북한에서 환영 만찬을 준비한 금강산 옥류관으로 이동했다.
“금강산을 방문해주신 대한민국의 문화체육관광부 조종환 장관님과 한대 아산의 현민정 회장님 이하 모든 동포 여러분의 금강산 방문을 환영합니다. 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 총리 박봉구입니다. 동포 여러분 진심으로 모두 환영합니다.”
이렇게 인사를 하면서 한국 방문단을 맞은 것은 말 그대로 북한 내각 총리 박봉구였으니 내가 그를 보냈기 때문이다.
즉 이 일은 내각 총리인 그가 참석할 만큼 중요한 일이었기에 말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양형섭 등도 보냈으니 나는 이만큼 이 일에 성의를 보였다.
어떻든 내각 총리 박봉구의 환영 인사에 이어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종환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역시 답사하면서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강수진 동무, 냉면 맛이 어떻습네까?”
“아, 네. 좋습니다.”
“서울, 개성 등 다른 곳과는 별반 다르지 않습네까?”
“백두산과 개성, 서울에서 먹어 본 것과는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평양에서는 아직 먹어보지 않아서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수진은 자신이 앉은 원형 테이블까지 와서 이렇게 말을 거는 북한 내각 총리 박봉구 때문에 약간 당황했지만, 곧 신색을 바로 하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와 반대로 박봉구는 그 나름대로 수진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건 이곳으로 오기 전 나 즉 김정은이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박 동지, 남조선에서 오는 인원 중 강수진이라는 처녀가 있을 것이니 만나보고 와서 내게 이야기나 전해주시오.’
이랬으니 수진을 보는 그의 눈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궁금증을 품었다가는 자신에 앞서 저번 개성에서 수진의 존재를 알아보려던 통일전선부장 원영삼이 그 이후 나에게 공개 경고를 받은 것처럼 자신도 그럴 것 같아서 그만두고는 이렇게 말했다.
“언제가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 먹어볼 기회가 오겠지요. 그리고 이 쟁반국수도 좀 먹어보기요. 맛이 아주 좋으니까.”
“예, 총리님도 좀 드십시오.”
“내래 손님을 대접하는 처지이니 강수진 동무가 먼저 드시오. 그건 그렇고 이 옥류관과 호텔은 어떻습네까? 남조선 호텔보다야 못하지만, 그래도 공화국에서 이렇게 손님을 맞으려고 준비를 많이 했는데 말입네다.”
“호텔에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면서 보니 제가 사는 춘천에서 제일 좋은 호텔보다 여기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 옥류관이 서울 옥류관보다 더 좋고, 음식도 깔끔하네요.”
“하하하! 칭찬 일색이라 손님을 맞는 주인의 처지에서는 기분이 좋습네다.”
“총리님 기분 좋으시라고 드린 말씀이 아니라 제가 느낀 그대로를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 옥류관도 혹 민은정 대좌님의 손길이 닿았습니까?”
“그걸 어떻게 알았소?”
“서울 옥류관과 뭔가 분위기가 비슷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서울 옥류관을 민은정 대좌님이 관여했다는 보도도 봤고, 개업하는 날 민은정 대좌님이 주방에 있는 것도 본 것 같아서 말입니다.”
“역시.”
북한 내각 총리 박봉구가 테이블을 떠날 생각도 하지 않고 수진과 함께 앉아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자 한국에서 온 모두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눈으로 수진을 보는 것은 아무래도 그 친구 이수영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민은정 대좌님이 보이지 않는군요.”
“강수진 양도 민은정 대좌에게 관심이 있소?”
“대한민국 국민 중 민은정 대좌에게 관심이 없으면 그 사람은 아마 타국 스파이일 겁니다. 거기다가 이제 광고에도 나오는 바람에 제 동기 남학생들은 다들 속된 말로 환장합니다. 아시죠. 그 나이의 남자애들요.”
“하하하! 알다마다. 나도 그 나이를 지나왔으니 말입네다. 한데 강수진 양은 그 남자애들이 아닌데도 민은정 대좌에게 관심이 많습네다.”
“솔직히 같은 여자로 질투가 좀 나서요. 얼굴도 그렇게 예쁜데, 일 처리 능력도 탁월하고, 그 나이에 벌써 대좌라니 우리 대한민국 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으니까요. 거기다가 김정은 위원장님의 특별비서라면서요?”
“그렇습네다. 위원장 동지께서 민은정 대좌의 능력을 높이 사 대좌로도 진급시키고, 특별비서로도 임용했습네다. 그리고 내각 총리인 내가 봐도 민은정 대좌는 그럴 대접을 받아도 될 정도입네다.”
“그런 말씀 하시는 것을 보니 곧 장군님이 되겠군요.”
“하하하! 그럴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즐거운 대화였습네다. 그리고 금강산에 계시는 동안 편히 쉬시고, 즐거운 관광 하시기를 바라겠습네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환대해주시어 또 고맙습니다.”
북한 내각 총리 박봉구가 그렇게 수진과의 대화를 마치고 테이블을 떠나자마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종환부터 시작해서 수진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나 수진은 그들이 원하는 별다른 대답을 내어놓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직 질문을 쏟아낼 강적이 남아있었으니 그건 바로 곁에서 아직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있던 친구 이수영이었다.
“대통령도 모자라서 이제는 북한 총리까지. 수진이 너는 도대체 정체가 뭐야?”
“간첩이다. 이제 됐어!”
“썰렁한 농담하지 말고, 진짜 정체가 뭐야? 그리고 어떻게 저 북한 총리가 와서 문화관광부 장관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눠.”
“간첩이라서.”
“진짜 썰렁한 농담하지 말고, 뭐야? 내가 모르는 뭐가 있지?”
“네가 모르는 것 없고, 나는 너의 초등, 중등, 고등, 대학교까지 동기이자 동창에다가 제일 친한 친구, 너는 그렇게 생각 안 할지도 모르지만. 그러니 이제 냉면이나 먹자.”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