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에이스 결정전
37.
샘과 크리스 감독은 생각했다.
아무리 이헌에 대한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결국 피지컬에서 오는 한계는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예로부터 키가 작은 헤비급 복서들은 오직 한 가지 전략밖에 없었다.
저돌적인 인파이팅. 이 인파이팅이야말로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자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키도 작고 팔도 짧은 단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웃복싱을 펼치기엔 상대와의 거리가 너무나 부족하다. 그렇다고 슬러거를 하기에는 기본적인 피지컬이 확연하게 부족하다.
결국 그들은 어떻게든 달라붙어 끈덕진 근접전을 하는 것이 유일한 타개책이었다.
하지만 그런 인파이터들은, 압도적인 피지컬로 찍어 누르는 이른바 슬러거들에게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조 프레이저와 조지 포먼의 대결이었다.
조지 포먼의 전략은 간단했다. 계속해서 붙으려는 조 프레이저를 밀어내면서 자신의 거리를 지켜냈다. 또 상대가 밀리지 않기 위해 허리를 숙일 땐, 어퍼컷으로 반격을 했다.
그렇게 조지 포먼은 복싱 역사상 가장 무시무시한 피지컬로, 조 프레이저를 단 2라운드 만에 찍어 누르는 엄청난 장면을 연출해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섬뜩했는지, 커스 다마토는 자신의 제자인 타이슨에게 평생 조지 포먼 같은 스타일과는 싸우지 말라며 조언을 했을 정도였다.
공교로운 것은 바로 새뮤얼 잭슨이 그 슬러거 타입이었다는 점이다. 얼핏 말라 보이는 체형 때문에 전형적인 아웃복서처럼 보였지만, 이는 단순히 다이어트에 의한 눈속임 뿐이었다.
샘은 기술도 기술이었지만, 거기에 못지않은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프로의 세계에선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고등학생 수준에선 그를 당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현대 복싱은 과거 알리 시대보다 훨씬 더 많은 발전이 있었다. 이제 더 이상은 인파이터나 슬러거, 아웃복싱 같이 스타일을 나누는 것은 삼류나 하는 짓이었다. 그 모든 것을 다 할 줄 알아야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는 것이다.
그런 만능을 요구하는 시대에서, 결국 피지컬의 한계란 명확했다. 이헌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봤자, 거리 싸움에선 절대 이길 수 없으리라.
적어도 샘과 크리스 감독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이 몰랐던 것은, 이헌은 복싱이 아닌 김중헌 장검술을 배웠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김중헌 장검술은 복싱뿐만이 아니라, 종합격투기와 검술을 주로 다루는 종합 무술이었다.
복싱이 극단적인 단거리의 싸움이라면, 종합격투기는 전형적인 중장거리 전투였다. 거리 싸움에선 복싱은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단 한 칼에 모든 것이 결정나는 검술은 말 할 필요도 없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것이 바로 검의 세계인 것이다.
괜히 일본의 고류에서 간합이라는 단어와 함께 그것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물며 종합격투기보다 거리가 짧은 복싱이다. 아무리 샘의 팔이 길고, 키가 크다 해도 소용없었다.
[후욱!]
순간 샘은 이헌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다. 포착하기는커녕 사람의 몸에서 바람 소리가 난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자세를 낮춘 채 긴 거리를 단번에 좁히고 들어온 이헌은, 곧바로 오버 핸드 펀치를 던졌다.
이것은 복싱의 기술이 아닌, 테이크 다운 속임수가 가능한 전형적인 종합격투기의 펀치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세로 높고 가드가 강한 복싱에선 먹히는 기술이 아니었다. 애초에 테이크 다운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데 어떻게 속임수에 당한단 말인가.
당연히 이런 근본 없는 기술에 당해줄 샘이 아니었다. 그는 간단히 가드를 들어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펀치를 막아냈다.
[퍼억!]
글러브와 글러브가 부딪치는 소리가 시원하게 울려 퍼졌다. 아마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괜히 소리만 요란한 공갈 펀치처럼 보였을 정도였다.
하지만 당사자인 샘은 아니었다. 그는 이헌의 펀치를 막아낸 순간,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멀리 있던 이헌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기 때문은 아니었다.
사실 그가 진짜 당황해야 하는 이유는, 그 말도 안 되는 움직임 때문이어야 하는 것이 맞았다.
결국 복싱이라는 종목은 발로 하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방금 이헌이 보여준 발놀림은, 헤비급의 상식에선 크게 벗어난 움직임이었다. 적어도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선수라면, 지금 움직임으로 이미 상대와 자신의 격차를 알아차렸을 터였다.
허나 지금 샘은 그런 당연하고도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저 근본 없는 펀치를 가드 하는 순간, 머릿속이 새까맣게 날아갈 정도의 충격이 글러브를 뚫고 그를 덮쳐 왔던 것이다.
원래 격투기라는 것은 고통과 인내의 스포츠였다. 일반인들이야 가드를 하면 충격이 없겠구나 하지만, 어찌 그것이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파이터들이 그 충격을 참아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고통에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특별히 그들이라고 고통을 무시하는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이 충격은 도를 넘었다. 어떻게 90kg도 겨우 나가는 사람이 이런 펀치력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지금까지 그가 알고 있던 모든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기껏해야 아마추어의 세계밖에 알지 못하는 샘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고 말았다. 대책으로 짜온 어퍼컷은 커녕, 새하얗게 비어버린 멘탈을 추스를 겨를도 없었다.
샘은 자기도 모르게 위축이 되고 말았다. 그것은 인간의 당연한 본성이었다. 마치 홈런 타자만 보면 몸이 굳어버리는 투수들처럼, 강타자들은 종목을 막론하고 상대를 압박하는 힘이 있었다.
지금 샘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어떻게든 이헌을 밀어내는 것뿐이었다.
다만 샘과 크리스 감독이 또 다시 오판을 한 것이 있다면, 샘이 조지 포먼이 아니듯, 이헌 역시 조 프레이저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가 거리를 벌리기 위해 두 손으로 밀쳐내던 순간, 오히려 중심을 잃고 뒤로 밀려난 것은 샘 본인이었다.
“어?”
도합 250kg의 라인맨 둘이 밀어도 꿈쩍도 않던 이헌이다. 그런데 고작 100kg도 나가지 않는 고등학생 복서의 밀치기에 당한다? 어림도 없는 일이다.
허무하게 자신의 턴을 낭비한 샘은, 이헌에게 레프트 바디샷을 허용해만 했다.
[쾅!]
“크아악!”
샘의 입에서 비명이 나왔다. 눈알은 커졌고, 입에 물었던 마우스피스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그것은 크리스 감독으로서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자신의 샘이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는 알았어야 했다. 그 레프트 바디 샷을 본 순간, 미련 없이 수건을 던졌어야 했다고.
이헌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레프트 잽, 레프트 훅, 그리고 이어지는 레프트 바디와 레프트 어퍼컷.
그 모든 연타 공격들이, 오직 이헌의 왼손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샘은 어떻게든 발을 움직여 피해 보려 했지만, 그의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 처음 맞았던 바디 샷 한 방에, 모든 중추신경이 마비가 된 것이다.
[퍽퍽퍽퍽!]
이헌의 왼손 펀치는 계속되었다. 상대가 막으면 시프트를 걸어 사이드로 때렸고, 가드를 올리면 복부와 어퍼컷을 연달아 쳤다.
또 어떨 때는 하체를 이동시키며 이곳저곳 뿌려댈 때도 있었다. 그것이 과연 효과가 있는 공격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헌에겐 연타 공격을 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으니까.
말 그대로 왼손으로 나올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펀치가, 이헌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이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이헌과 그의 스승이었던 중헌이 복싱을 좋아하는 이유였다.
거리 싸움과 한 번의 일격이 중요한 종합격투기와는 달리, 복싱은 근거리에서의 연타 공격이 중요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사정없이 상대를 두들겨 팰 수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인 셈이었다.
이헌은 뒷손 따윈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좌우 연타 공격이 더 쉽고 빠르며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겠지만, 그의 공격은 오직 왼손 일변도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상대에겐 굳이 뒷손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헌의 판단처럼, 샘은 그 어떤 반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압도적인 기량 차이도 차이였지만, 처음 맞이하는 하드 펀처에 대한 두려움이 그의 사고력을 앗아갔던 탓이다.
처음 이헌의 오버 핸드 레프트를 막았을 때의 공포. 그 공포가 뇌리에 박힌 나머지, 이헌의 뒷손(오른손)을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오른손의 위협 속에, 샘은 그저 레프트뿐인 이헌의 공격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퍽퍽퍽!]
샘의 몸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의 키가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단지 목과 허리를 잔뜩 굽힌 채, 양손을 들어 얼굴을 감쌌을 뿐이었다.
196cm의 장신의 헤비급 복서가, 170cm도 되지 않는 거북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샘이 완전히 거북이가 되어 몸을 돌렸을 때, 툭툭 치던 이헌은 어깨를 으쓱하며 심판을 바라보았다.
오늘의 심판으로 나섰던 복싱부의 코치는, 그런 이헌의 눈길을 받고 나서야 두 손을 들고 겨우 외칠 수 있었다.
“종료! 시합 종료!”
이신 헤비급 에이스 결정전은, 단 1라운드 만에 끝이 났다.
* * *
사람들이 바글바글 차 있던 제퍼슨 체육관이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자마자 대부분의 인원들이 체육관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기껏 기대했던 시합이 너무 실망스러웠던 탓이다.
적어도 복싱을 아는 사람들은 감상이 다를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일반인들이 보기에 이번 시합은 너무나도 시시했다.
당장 결과를 보라. 상대는 주먹 한 번 내밀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기만 하다 끝나지 않았는가.
에이스 결정전이라더니 에이스는커녕 초보자와 숙련자의 싸움도 이렇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당장 크리스찬만 해도 그 감상이 다를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는 몇 달 전, 성요대에서 겪었던 감정이 PTSD처럼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왜 자신이 그토록 이헌에게 매달렸는지 다시금 깨달은 것이다
그동안 미식축구에 정신이 팔려서 잊고 있었는데, 이헌은 원래 이런 녀석이었다. 미식축구 필드에서 보여주었던 그 무지막지한 돌진처럼, 이헌은 사람을 쓰러뜨릴 때 더 빛나는 선수였다.
그리고 그 공포의 선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부장님.”
“응. 응?”
“이거 죄송합니다.”
“뭐, 뭐가 죄송한데?”
“슈거 레이 로빈슨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상대가 너무 약했네요.”
“하하하......”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니, 절대 보여주지 마라! 라는 대답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지금 당장 샘 같은 유망주를, 왼손 하나만으로 1라운드 만에 박살을 내버렸다.
그런데 여기서 과거의 레전드 복서를 흉내 낸다? 과연 어떤 처참한 광경이 펼쳐질지 두려울 정도였다.
“후우... 이헌아. 제발 조용히 살자. 부탁이다.”
“저는 저만 건드리지 않으면 조용한 편입니다.”
“그건 그래. 뭐 이제 널 건드릴 만한 간 큰 녀석이 나올 리도 없고.”
이번 시합으로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다. 이제 복싱부에선 그 누구도 이헌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 크리스 감독도 정리가 될 테고, 샘 역시 그런 크리스를 따라 고향으로 돌아가겠지.
자리에서 일어나 이헌에게 고생했다는 한 마디를 건넨 크리스찬은, 천천히 자리를 옮겼다.
그런 그가 향한 곳은, 코너에 앉은 채 망연자실하고 있는 크리스 감독이었다.
그는 시합이 끝났는데도 자신의 선수조차 건사하지 못한 채,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보았다. 그 카리스마 넘치던 해군사관학교 출신의 크리스 감독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에 비해 크리스찬의 눈빛은 놀라울 정도로 냉정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바로 방금까지 이헌과 실없는 대화를 나누던 그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크리스 감독.”
“......당신.”
“한 달입니다. 한 달의 시간을 줄 테니 알아서 정리하세요.”
그 순간, 크리스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분노에 찬 얼굴로 크리스찬의 멱살을 잡았다.
“너! 너 날 속였어! 날 속였어!”
그는 진심으로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그 발놀림과 움직임. 왼손을 사용하는 방법. 그리고 말도 안 되는 파괴력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헌은 고등학생 수준이 아니었다.
“너! 너 왜! 왜 나한테!!”
“왜 이헌에 대해 제대로 말 안 했냐고?”
크리스찬은 매정하게 크리스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 비웃음과 함께 그를 꾸짖기 시작했다.
“기억 안 나? 나는 항상 진실만을 말했는데.”
“뭐?”
“내가 처음 했던 말, 기억해 봐.”
그 순간, 크리스의 머릿속에서 과거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기 시작했다.
‘애초에 김이헌은 완성된 선수입니다.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둬도 알아서 클 놈이에요.’
‘감독님.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이헌은 위험한 선수입니다.’
‘만약 아까 제가 말리지 않았으면, 샘은 어떻게 됐을 것 같습니까?’
‘그러니까 말하는 겁니다. 이헌은 당신의 코칭이 필요 없다고.’
‘저번에도 말씀드렸고, 이번에도 말씀드립니다. 이헌은 그냥 내버려 두세요.’
그랬다. 자신에게 모욕을 줬다고 생각했던 그 이야기들이, 실은 전부 진실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도량이 좁아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 크리스찬은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
“이런... 이런 말도 안 되는...”
크리스는 주저앉았다. 결국 이 모든 사태가 자신의 실수로 인해 벌어졌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좌절한 크리스의 모습을 본 크리스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
그는 이미 끝난 인간이었다. 여기서 더 모욕을 줘봤자 괜한 원한만 더 살뿐,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크리스찬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려던 때였다.
“크리스찬 부장!”
그 순간, 크리스 감독이 큰 소리로 크리스찬을 멈춰 세웠다.
“말씀하시죠.”
“한 번만 더 물어보겠습니다. 김이헌, 그 친구 진짜로 누가 가르친 겁니까? 한국인 코치입니까? 아니면 미국인? 멕시코? 영국?”
크리스 감독은 진심으로 묻는 듯했다. 과연 누가 가르쳤기에, 저런 괴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찬은 거기에 대해선 대답해줄 수 없었다.
그 역시도 이헌의 코치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었다.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나중에라도 알아볼 생각조차 없었다.
결국 크리스찬은 자신이 아는 내에서 대답해줄 수밖에 없었다.
“무하마드 알리. 그리고 조지 포먼.”
“뭐요?”
“그 녀석이 그렇게 말하더군요.”
말도 안 되는 답변이었다. 때문에 처음 크리스는, 크리스찬 부장이 자신을 놀리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내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크리스찬 부장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만약 그렇다면, 지금 한 말 역시 거짓은 아닐 터였다. 정확히는 김이헌 그 녀석이 그런 식으로 말했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문득 크리스 감독은 예전 크리스찬 감독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천재가 달리 천재겠습니까. 동네 체육관을 가도 그곳을 명문으로 만들기 때문에 천재가 아니겠습니까.’
과연 그 말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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