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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ils 님의 서재입니다.

평행세계에서 조용히 사는 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콜트1911
작품등록일 :
2020.05.16 15:45
최근연재일 :
2020.06.23 18: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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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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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31. 징계위원회(2)

DUMMY

31.




“어허! 김이헌 조용히 해! 여긴 너를 징계하기 위해 열린 곳이다! 그리고 어머니도 그만 하세요! 아무리 그래도 애랑 똑같이 놀면 어떻게 합니까!”


참지 못한 크리스찬 부장이 나서고야 말았다.

평소 화내는 모습 같은 건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보니 제법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그런 크리스찬의 따끔한 일갈에, 박지연 여사는 분을 삭이며 앉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녀로서도 크리스찬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자기 입으로 이헌이 수준이 떨어지고 천박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고아와 똑같이 말싸움을 벌이고 있으면 안 되지 않은가.

이헌 역시 더 이상은 장난을 치지 않았지만, 이미 중계위원회의 분위기는 다소 산만해져 있었다.

특히 위원회의 눈초리가 영 좋지 않았다. 어떻게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자리다. 그런데 반성은커녕 저런 경망스러운 모습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탓이다.


“크흠. 자 그럼 이번 폭력 사건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피해자인 이중상 군부터 말해보세요.”


크리스찬 부장의 말이 떨어지자 박지연이 이중상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그런 그녀의 눈빛에는, 그 어떤 의심도 없이 오직 믿음으로만 가득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중상은 그런 어머니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일요일에 친구들과 같이 놀러 가려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김태영과 김이헌을 마주쳤고, 저는 최대한 상관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저번에 징계를 받기도 했고, 아버지에게도 많이 혼이 났었거든요.”


시작부터 거짓말이었다. 분명 중상은 먼저 태영을 위협한 것은 물론, 폭력까지 시도하려 했다.

물론 중상이 대놓고 물리적인 폭력을 휘두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법적으로 보자면, 이미 멱살을 잡은 시점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중상은 그런 이야기는 쏙 빼놓고 거짓 진술을 늘어 놓고 있는 것이다.

중상의 증언은 계속되었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갑자기 태영이 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화가 나서 손가락질하지 말라고 했는데, 갑자기 김이헌이 저한테 다가왔습니다.”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한국에서 손가락질은 무례한 행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보통은 그렇죠.”


징계위원회 중 한 명이 첨언을 덧붙였다. 외국인이 많다 보니 왜 갈등이 일어났는지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김이헌이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네가 김태영을 괴롭혔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그건 맞다고 했는데 갑자기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선생님들! 여기 진단서가 있습니다. 우리 중상이는 어금니 두 개가 부러졌으며, 코뼈 또한 부러졌습니다.”


아들의 증언과 함께 어머니인 박지연 여사의 마무리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합작이었다.

다만 그들이 증언한 대부분이 거짓이라는 것만 빼고는 말이다.

당연히 분통이 터지는 상황이다. 아마 이 같은 일을 다른 평범한 학생이 겪었다면, 광분을 하며 억울함을 토로했을 터였다.

하지만 이헌은 아니었다.

그는 이런 걸로 냉정을 빼앗기는 사람은 아니었다. 단순히 연륜이 문제가 아니라, 원래부터 그런 성정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살성으로 태어난 자는 언제나 냉정해야 했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이미 진즉에 도태되어 사라졌을 테니까.


“자 그럼 이제 김이헌 학생의 이야기를 듣도록 하죠.”

“좋습니다.”


자신의 발언 기회가 주어지자 이헌은 자신이 겪었던 일을 차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날은 참 날씨가 좋았습니다. 그 말인즉슨 제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는 겁니다.”

“여기는 학생의 기분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아닙니다.”

“허허 그거 중요한 얘긴데, 어쨌든 좋습니다. 태영이와 저는 백장미회의 검술 공개 시연회를 구경하기 위해 학교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태영이는 뭔가 꺼리는 게 있는 것 같더군요. 뭐 그 이유는 여기 계시는 모두가 아시겠지만.”


이헌의 말에 박지연의 얼굴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예전 중상의 괴롭힘과 폭력 사건은, 본의 아니게 그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유치원생도 아니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와 친해졌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하다니? 아무리 자식이라지만,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녀로서는 차라리 아무 이유 없이 상대를 괴롭히는 것이 더 좋을 뻔했다. 그것이 그녀가 보고 자랐던 힘의 논리였다. 그리고 자기 자식은 그 누구보다 강해야 했다.


이헌의 증언은 계속되었다.


“태영이도 별일 아니라고 했었고, 저 역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구교사로 가까워지니까 야구부원 복장을 입은 패거리가 보이더군요. 여자애들도 있었는데 중요하진 않으니 생략하겠습니다.”

“계속해보세요.”

“그렇게 길을 가는데 갑자기 이상...... 아 이중상이라는 야구부원이 이쪽을 향해 소리를 지르더군요. 아마 ‘야! 이 시벌 오타쿠 새끼가, 냄새나니까 눈에 띄지 말라고 했지!.’ 이런 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주 똑같지는 않다는 걸 알아주시고.”


이헌은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 내용은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갈수록 인종차별과 직업차별은 점점 더 악화되어 갔다.

말로는 복지를 외치며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는 정치인들과, 어떻게든 나라와 국민을 쥐어짜려는 기업들.

그런 기업들에 맞서는 척을 하며, 노동자들의 등골을 뽑아 먹는 귀족 노조와 시민단체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엉망인 것은, 다름 아닌 이들의 피해자들일 것이다.

약한 자끼리 연대하여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투쟁하는 대신,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자그마한 이익에 목숨을 거는 자들이, 지금의 약자들이었다.

자기들끼리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서민들, 그리고 그런 서민을 비웃는 상류층까지.

그런 망가지고 미친 세상에서, 사람들이 내세울 수 있는 가치란 결국 인간의 존엄성이었다.

속은 썩어 문드러진 상태라 할지라도, 겉으로는 인권과 도덕을 외쳐야 하는 것이 문명인으로서의 최후의 양심이었으니까.

그런 관점에서 이헌의 증언은 충분히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앞선 중상의 증언과는 달리, 먼저 인격 모독을 한 것은 중상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박지연 여사는 그런 이헌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이야! 어디 못 배워먹은 녀석이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너 진짜 경찰서 가고 싶어!?”

“진정하세요 어머님!”

“진정이요? 저는요 선생님! 이신의 명예를 위해 고소 대신 징계위원회로 참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저 녀석 말하는 것 좀 보세요!”


박지연은 아예 입에 거품을 물며 소리를 질렀다. 그런 모습을 보며 이헌은 의외라는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줌마. 재벌 집안이라고 들어서 조금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품위가 없구먼.”

“뭐!?”

“방계라서 그런가. 다혈질에 말도 막 하고,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데다, 근시안적인 시야까지. 아 이런 건 방계하고는 상관없는 문제인가.”


생각해보면 재벌 가문이면서도 망나니보다 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전생에서도 이런 문제는 많았다. 재벌 3세의 빠따질부터 시작해, 사모님 소리 듣는 사람의 온갖 창의적인 방법의 인격 모독까지.

결국 재벌과 인성은 별개라고 할 수 있었다.

가난하다고 어찌 인색하고 억척스럽기만 할까. 마찬가지로 부자라고 어찌 여유가 넘치고 세상을 꽃밭으로만 바라볼까.

고상한 사람은 좀 더 그런 환경에서 자랐을 뿐이었으며, 천박한 사람은 마찬가지로 그런 환경에서 자랐을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박지연 여사의 가풍은, 그렇게 고상한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너! 너어어!”

“난 방계라서 검사한테 시집간 줄 알았지. 그런데 이제 보니 그런 건 아니었나 봐. 안 그래요 아저씨?”


이헌은 이번엔 다른 곳으로 타깃을 돌렸다. 바로 박지연 여사의 옆에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이중상의 아버지, 이수열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처절하게 맞고 왔음에도, 무척이나 냉정했다. 직업이 차장검사라더니, 자기 직함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철혈의 검사 얼굴이 처음으로 금이 갔다. 얼핏 보기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이수열과 누구보다 가까운 가족들은 알 수 있을 정도의 변화였다.


“여, 여보...”


방금까지만 해도 언제 폭발할지 모르던 박 여사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이수열의 비틀린 눈썹을 보자마자 귀신같이 쪼그라들었다.

그것은 이중상 역시 마찬가지여서 안 그래도 불쌍했던 안색이, 더욱 시퍼렇게 질렸을 정도였다.

그 모습들이 얼마나 처량했는지, 징계위원회로 모인 교사들과 코치들마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눈썹을 부들거리며 감정을 표출하던 수열은, 이내 분노를 추스르고는 이헌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젊은 친구가 말을 막 하는구나.”

“글쎄. 막하는 건 그쪽 아줌마 아닙니까. 댁이나 아줌마나 자기 아들 성정 뻔히 알 텐데, 저런 거짓말 시키는 건 부끄럽지 않고요?”

“거짓말이라고?”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겁니까? 아니면 진짜 모르는 겁니까? 전자면 천박한 거고, 후자는 무능한 건데.”


크리스찬 부장은 이마에서 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아닌 게 아니라 이헌의 말을 꺼낼 때마다, 오장육부가 파헤치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자신도 그럴 진데, 과연 저 김씨 가족의 마음은 어떠할까. 박지연은 정말로 죽일 듯이 이헌을 노려 보고 있었으며, 이중상은 이헌과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수열은.


“천박? 무능?”

“아니면 말고. 그럼 계속해서 증언해도 되겠습니까?”


이헌은 이수열의 분노를 대놓고 무시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하나 걱정했던 크리스찬 부장은, 일단은 이헌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 그래. 끝까지 해보세요.”

“이중상이 그렇게 말하고는 태영의 멱살을 잡으며 손을 올리더군요. 그래서 태영이 눈을 감았는데, 다행히 때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했던 말이, ‘쫄지 마 병신아. 너 또 때리다간 아빠한테 맞아 죽어.’ 뭐 이런 대화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럼 이중상 군이 폭력은 하지 않았다는 거네요?”

“멱살을 잡는 것이 폭력인지 아닌지는 저 검사님이 설명해주시면 될 것 같네요.”


이헌의 말에 모두가 이수열을 바라보았지만, 수열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편해하는 그의 얼굴에서 이미 대답은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어떻게 됐지?”

“처음 상중이 다가올 때 저는 분명 말렸습니다. 그런데 제 말을 듣지 않더군요. 그래서 똑같이 대해줬습니다.”

“똑같이 대해줬다는 건?”

“손바닥으로 뺨 한 대를 쳤습니다.”

“손바닥으로?”

“예. 아마 그러면서 했던 말이, ‘넌 쫄아도 돼. 난 말로만 하지 않으니까.’ 였습니다. 나름 교훈이 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헌이 그렇게 말하자 또 박지연 여사가 폭발했다. 저 가당치도 않은 훈계는 그렇다 치더라도, 손바닥이라니? 지금 자신의 아들이 당한 부상이 어디 손바닥으로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손바닥이라니! 너 주먹으로 쳤잖아! 지금 내 아들 모습을 보고서도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니?”


이번에는 박지연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어디 지금 중상의 몰골이 손바닥으로 뺨을 맞은 흔적인가. 이는 위원회 사람들도 마찬가지라서 설명을 원하는 얼굴로 이헌을 바라보았다.


“아줌마.”

“너 자꾸 아줌마 아줌마 할래?”

“그럼 뭐라고 부릅니까. 누나라고 부를까요?”

“야!”

“아줌마. 내가 진짜 주먹으로 쳤으면 댁 아들은 죽었어.”


순간, 실내가 싸늘해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이 가을날에 에어컨디셔너를 튼 것도 아니었고, 이헌이 특별히 이상한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험악한 표정으로 협박을 한 것도 아니었으며, 과장된 몸짓으로 허세를 부린 것도 아니었으니까.

이헌은 그저 덤덤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을 뿐이었다.


그런 이헌의 덤덤한 속에는 왠지 모를 진실성이 느껴졌다. 솔직히 말해 중상의 증언보다는, 이헌의 증언이 더 설득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고.

다만 이들이 꺼림칙하게 느껴졌던 것은, 다름 아닌 이헌이 꺼낸 단어에 있었다.

바로 죽음이라는 단어가 진실성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불편했던 탓이다.

죽음과 진실은, 어떤 방식으로든 소름 끼칠 수밖에 없는 연결이었으니까.

결국 정적이 맴돌던 실내는, 이헌이 다음 말을 하고 나서야 겨우 환기가 될 수 있었다.


“정 뭐하면 붕대 풀어서 얼굴에 남은 자국을 보던가요.”

“자국?”

“제 말대로 손바닥으로 때렸다면 손바닥 자국이 남았겠죠. 안 그렇습니까?”


이헌의 말은 타당했기에 위원회 사람들은 중상을 바라보았다.

아무렴 주먹으로 때린 것과 손바닥으로 뺨을 친 것은, 폭력 수위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중상이 중상을 입었다고는 하나, 그것이 주먹이 아닌 손바닥으로 때린 것이라면, 선처를 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안 돼요! 겨우 수술을 끝내고 안정 중인데, 여기서 붕대를 푼다고요?”


이에 마이크 감독이 박지연에게 말했다.


“수술은 코 수술만 한 거 아닙니까? 턱에 있는 붕대는 풀어도 될 것 같은데요?”

“이봐요 마이크 선생님. 선생님이 의사는 아니잖아요?”

“제가 의사는 아니긴 합니다만, 다년간의 경험으로 타박상 정도는 볼 수 있습니다.”


마이크는 다름 아닌 미식축구부의 감독이었다. 적어도 부상에 관해선 크리스 감독과 함께 최고 수준의 권위자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소란에서 조용히 손을 드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중상의 아버지인 이수열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제 아들은 김이헌 군에게 맞아서 상해를 입었고, 이는 김이헌 군 역시 인정한 바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과연 엘리트 차장 검사 출신 다운 한 마디였다. 정확한 팩트를 나열하는 이수열의 말에, 더 이상 손바닥인지 주먹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중요한 건 징계입니다. 만약 김이헌 군에 대한 징계가 적절치 않으면, 저는 형사 절차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끼리 싸운 겁니다. 김이헌 군이 이중상 군을 괴롭히려는 의도가 있던 것도 아니었고, 계속해서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징계를 원하는 겁니다. 저도 많이 양보한 겁니다.”


이수열의 말에 모두가 침묵에 휩싸였다.

얼핏 보면 이수열의 말은 타당해 보였다. 그는 검사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크게 키우지 않았으며, 학생의 일이니 학교에서 끝내자고 하고 있었다.

문제는 김이헌의 신분이었다.

그는 지금 운동으로 장학금을 받는 장학생의 신분이었다.

그런 이헌에게 이런 징계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으며, 높은 확률로 장학금이 취소되는 일까지 당할 수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신 국제학교의 높은 등록금은, 가난한 고아 학생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한 마디로 지금 이수열은, 이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보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사실 이수열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김이헌은 분명 이중상에게 상해를 입혔고, 그것은 단순 징계로 넘어갈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김이헌을 포기하기엔, 그가 가진 재능이 너무나도 탁월했다.

만약 이중상의 가족이 평범한 집안의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장담하건대 이런 징계위원회가 열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

크리스찬 부장의 중재로 김이헌은 당사자 가족에게 사과했을 것이고, 상대를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사과를 받으며 억지로 사건을 끝냈겠지.

불공평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어쩔 수 없는 현실이자 힘의 논리였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이헌 역시 지금 어쩔 수 없는 현실과 힘의 논리로 인해 이런 징계위원회에 회부 되지 않았는가.


“아버님의 대한 이야기를 잘 알겠습니다. 그럼 김이헌 군의 징계를 자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후 결정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결국 크리스찬 부장은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도 상대였지만, 이번 일은 이헌의 잘못이 너무 명확했다. 여기서 아무리 이헌의 입장에서 항변해봤자, 남이 보기엔 편애로밖엔 보이지 않으리라.

다만 그가 의외였던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엄호 사격이 날아왔다는 점이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 볼까요?”


그것은 육상부의 감독인 유아진으로부터의 발언이었다.


“이제 이중상 군의 퇴학에 관해 이야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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