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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ils 님의 서재입니다.

평행세계에서 조용히 사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콜트1911
작품등록일 :
2020.05.16 15:45
최근연재일 :
2020.06.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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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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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6. 피트니스 클럽

DUMMY

16.




“크리스찬 부장.”

“말씀하시죠.”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여기는 제 복싱부입니다.”


크리스는 ‘나의 클럽’이라고 말했다. 이는 더 이상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크리스찬 부장은 그런 크리스 감독에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감독님.”

“말씀하시죠.”

“제가 어려운 걸 부탁드린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어려운 거요?”

“애초에 김이헌은 완성된 선수입니다.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둬도 알아서 클 놈이에요.”

“그래서 페이스메이커 코치인지 뭔지 하는 말도 안 되는 걸 붙여달라는 겁니까?”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페이스메이커는 있어야 하니까요.”

“그건 코치가 아니라 보조 아닙니까!”

“원래 코치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닙니까? 미완성인 선수에겐 절대 갑. 하지만 완성된 선수에겐 철저한 을. 그것이 바로 코치의 숙명이에요.”


크리스찬 부장은 크리스의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분명 이번 건은 처음 이야기를 나눌 때 끝난 주제였다. 그런데 지금 보아하니 크리스에겐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리고 크리스찬은 이렇게 뒷말이 나오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감독님.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이헌은 위험한 선수입니다. 벌써 성 요한 선수를 두 명이나 은퇴를 시켰어요!”


가끔 그런 선수가 있었다. 상대를 쓰러뜨리면서도 동시에 성장시키는 선수. 마치 영화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진정한 스포츠인.

하지만 이헌은 그런 스포츠인이나 정정당당한 무도인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살성을 타고난 자였다. 상대의 육신을 파괴하고, 정신마저도 살해하는. 말 그대로 사람을 죽이는 자인 것이다.

물론 크리스찬 부장이 그런 자세한 사실까지는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두 명의 유망한 선수가, 어떻게 은퇴하는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던 그였다.

어쩌면 그는 이헌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챘는지도 모른다.


“만약 아까 제가 말리지 않았으면, 샘은 어떻게 됐을 것 같습니까?”


크리스찬의 말이 도발로 들렸던 것일까. 이헌의 건방진 태도에도 침착하게 받아넘기던 크리스 감독이 처음으로 폭발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릴! 샘은 내가 본 학생 중 최고입니다.”

“예. 하지만 아직 이헌은 제대로 보지 않으셨죠.”

“그래요! 저는 아직 그 이헌이라는 녀석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성 요한의 그 다니엘 녀석을 쓰러뜨렸다면, 어느 정도 실력은 있는 놈이겠죠.”

“그런데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십니까?”

“모르시겠습니까? 복싱부는 제겁니다. 선수들은 선원이고 저는 선장이란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 명령을 듣지 않는 선원을 데리고 항해를 할 생각 따윈 없습니다.”


드디어 크리스의 진심이 나왔다.

선장과 선원이라니. 결국 그는 아직도 해군사관학교의 교관 시절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시절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는 나머지, 자신이 모든 걸 통제하고 관리해야 한다며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감독님. 뭔가 착각을 하시나 보군요.”

“뭐요?”

“당신은 선장이 맞습니다. 하지만 배는 당신 것이 아니죠. 잊으셨습니까?”


그랬다. 그는 막강한 권력이 있는 선장이었다. 모든 선원들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배가 가는 방향 역시 결정할 수 있었다.

허나 안타깝게도 크리스는 제일 중요한 배는 소유하지 못했다. 실상은 이 배를 가지고 있는 것도, 그를 고용한 것도 모두, 이신이라는 제국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식으로 나의 권위를 무시하는 겁니까?”

“크리스 감독. 말은 똑바로 합시다. 제가 언제 감독 권위를 해쳤다고 그럽니까.”

“지금 그러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는 당신은 왜 나를 존중하지 않죠?”

“뭐라고요?”

“당신의 역할은 그저 재능있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겁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당신의 선원이 아니에요. 바로 배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왜 자꾸 이상한 착각을 하는 겁니까.”


크리스찬 부장이 말은 정곡을 찔렀다. 학생들은 크리스 감독의 선원이 아니었다. 그의 손길을 받아 목표점까지 도달해야 하는 거대한 배였다.

오히려 선원이라면, 그의 명령을 받아 배를 관리하는 코치들일 터였다.


“당신!”

“차라리 야구나 축구였다면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복싱이 팀 단위의 게임입니까? 아니잖아요. 결국 개인 스포츠 아닙니까?”

“뭐라고요? 복싱에서, 코치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나 있는 겁니까?”

“그러니까 말하는 겁니다. 이헌은 당신의 코칭이 필요 없다고.”


크리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모욕도 모욕이었지만, 설마하니 자신이 극동에까지 와서 이런 취급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리스찬으로서는 이런 극약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헌이 융통성이 있고, 적당히 무던한 성격이었다면 이런 말까지 하는 일은 없었을 터였다. 대충 코치들의 말을 따르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헌은 이헌이었다. 그 망할 녀석은 농담으로라도 얌전히 고개를 끄덕일 성격이 아니었다.


“부장. 이대로 제가 그만두기를 바라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저번에도 말씀드렸고, 이번에도 말씀드립니다. 이헌은 그냥 내버려 두세요.”

“내 자존심이......”

“자존심도 실력 있을 때나 부리는 겁니다.”


마지막 말이 결정타였다.

크리스 감독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보다 윗줄에 있는 사람에게 대놓고 실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는 이대로 떠날 수도, 혹은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의 완벽했던 자존심에 무척이나 큰 흉터가 남았다는 사실이었다.

크리스 감독의 눈이 분노로 가득 차올랐지만, 그 분노를 표출하는 일은 없었다. 대신 그는 크리스찬에게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하나만 묻겠습니다.”

“말씀하세요.”

“그 녀석, 누가 가르쳤습니까?”

“그게 중요합니까.”

“뭐라고요?”

“천재가 달리 천재겠습니까. 동네 체육관을 가도 그곳을 명문으로 만들기 때문에 천재가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결정타였다.

크리스 감독은 더 이상 대화하지 않고 자리를 박찼다.



* * *



“그럼 이야기는 전부 끝난 겁니까.”

[그래. 좀 언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어쩔 수 없지.]

“왜 그러셨습니까. 그냥 제가 정리하도록 내버려 두시지.”

[네가? 너를 믿느니 내가 욕먹고 끝나는 게 낫다.]

“그 감독이 그냥 넘어갈 사람처럼은 안 보이던데. 혹시 그만둔다고 하지는 않았습니까.”

[나도 그거 때문에 마음 졸이고 있다. 안 그래도 크리스 감독이랑 샘은 한 세트거든.]

“차라리 감독 편을 들어주지 그랬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너와 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너지. 샘 그 녀석은 아직 긁지 않은 유망주에 불과하니까.]

“아니, 그래도 샘을 선택하셨어야죠. 제가 무슨 사고를 칠 줄 알고.”


이헌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던 크리스찬은 깜짝 놀라 큰소리로 외쳤다.


[안 돼! 사고를 치면 안 되지! 너, 말이 씨가 된다? 이신의 이름을 달았으면 늙어 죽기 전까지 절대 사고 치면 안 돼! 알았어?]

“늙어 죽기 전까지? 그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아니... 졸업 후 최소 5년 동안.]

“뭐 그 정도로 합의를 보죠.”

[그래. 그런데... 아니, 아니다.]

“저는 중간에 말 끊는 거 싫어합니다. 끝까지 해주세요.”

[크리스 감독이 이대로 넘어갈 것 같진 않다. 차라리 그만뒀으면 그만뒀지 이대로 참고 있을 성격이 아니거든.]

“실력이 좋은 감독이지 않습니까. 그 정도 자존심은 있어야죠.”

[제대로 실력을 보여줘라. 그래야 그 사람도 납득 할 게 아니냐.]

“알겠습니다.”


이헌은 전화를 끊었다.

사실 이헌은 이 정도로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그냥 적당히 실력 보여준 뒤, 프리 플레이 롤을 받아서 열심히 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크리스찬 부장이 저렇게 난리를 피우는 걸 보니, 확실히 크리스 감독의 성격이 보통이 아닌 듯했다.

하기야 듣자 하니 크리스 감독은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하는 통제광(Control Freak)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한다.

우두머리가 되지 못하면 스스로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었으니, 이헌과는 상극도 이런 상극이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실력만 믿고 그동안 프런트를 지나치게 무시했던 것도 있어서, 크리스찬 부장 역시 벼르고 있었다고.


뭐 프런트와 감독이 부딪치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기겠지만, 이헌은 지금의 상황에 만족했다.

말로는 자신이 알아서 한다 했지만, 솔직히 말해 그 누구의 밑에서도 배울 생각이 없었던 그였다.

이헌의 스승이 누구던가. 세계 최강이 아니라, 인류 역사상 최강의 남자라 불리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서 배운 이헌이, 이제 와서 다른 사람을 스승으로 모실 리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이헌은 위대한 스승의 경지에 바로 턱 밑까지 쫓아갔던 사람이다.

그런 이헌에게 부족했던 것은 딱 한 가지, 바로 제대로 된 스승을 너무 늦게 만났다는 점이었다.

거기에 억지로 단점을 찾아보자면 중헌보다 살짝 아쉬운 피지컬 정도.


중헌은 키 190cm에 가까운 키에 몸무게만 97kg이나 나갔던 완벽한 체격이었다. 심지어 거인병이 아니었음에도 25살까지 키가 계속 자랐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축복받은 신체였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에 비해 과거 이헌의 키는 182.8cm에서 멈춰 있었다. 물론 그 정도 키면 일반인에 비하면 큰 축에 속했으나, 세계 최강의 존재들인 헤비급들 사이에선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헌은 그런 것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중헌은 190cm가 아니라 170cm였어도 세계 최강이 됐을 터였다. 그런데 겨우 10cm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핑계를 대기엔, 이헌이 가진 그릇은 결코 작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피지컬이 부족하다 해서 단순히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그가 제일 안타까워했던 것은, 중헌이라는 사람을 너무 늦게 찾아갔다는 점이었다. 다른 사람 밑에서 너무 오랫동안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헌은, 그 짧았던 순간이 너무나도 중요했다.

크리스 코치? 설사 커스 다마토(마이크 타이슨의 코치. 진정한 스승이자 인격자) 코치가 살아 돌아온다 해도 이헌은 거절할 것이다.

설령 그 어떤 대단한 코치가 온다 한들, 그의 스승은 영원히 김중헌이어야만 했으니까.



* * *



한차례 폭풍이 지나갔다.

다음날. 이헌은 정확히 정각에 체육관을 찾아갔다.

하지만 본래 복싱부의 규율은 정각 15분 전 도착해서 오와 열을 맞추고 대기하는 것.

그런 크리스 감독의 규율을 대놓고 깨뜨린 이헌이었지만, 그 누구도 나무라는 사람 하나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사실을 가르쳐주는 사람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완벽한 무관심이었다.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코치도 없었으며, 말을 거는 선수들조차 없었다.

간혹 불타는 눈길을 보내며 적의를 보내는 선수도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일 뿐이었다.

시작부터 아주 제대로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이헌이 자초한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자기소개조차 없다는 것은 꽤나 노골적인 행태였다.


“허허. 외롭네 외로워.”


당연한 애기지만 그런 따돌림 따위는 이헌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상대방이 이렇게 나와준다면 차라리 이헌도 편했다. 아무런 제재 없이 자기 할 일만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이헌은 천천히 어깨도 돌리고, 발목도 돌리며 동적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야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준비 동작이었다.

자 그럼 다음 퍼포먼스는 과연 무엇일까? 샌드백? 줄넘기? 아니면 스파링 요청?

과연 얼마나 잘났길래 그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할 수 있는 건지, 다들 잔뜩 벼르며 이헌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이헌이 보여주는 행동은, 그들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헌이 시작한 운동은 다름 아닌 웨이트 트레이닝이었다.

보디빌딩? 아니면 파워 리프팅? 도대체 뭐라 불러야 저 운동을 정의 내릴 수 있을까.

그것은 고중량과 고강도의 향연이었다. 복싱부는커녕 미식축구부에서조차 볼 수 없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중량을, 온몸이 부서져라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 광경이 어찌나 살벌했던지, 코치진들은 물론, 어떻게든 무시하려 했던 선수들마저 넋을 잃었을 정도였다.

쉬는 시간 같은 건 없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상체의 모든 근육을 확실하게 찢어 놓는 것이 이헌의 웨이트 트레이닝이었다.


결국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는 것은 근육을 찢고 회복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특히나 보디빌딩의 재능이란 더 무거운 무게를 드는 것이 아닌, 근육의 회복과 성장에 있었다.

그런데 운동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만큼 회복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법.

이는 단순하게 체육관에 오래 붙어 있는다고 근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 아니라는 뜻이다.

그 회복 효율을 높여주기 위해선 오직 하나, 스테로이드라는 신의 물질에게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헌은 단기간에 자신의 모든 집중과 근력을 전부 써버리는 고강도 훈련 방식을 채택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전문가에게도 짧은 시간에, 상체 전반을 완벽하게 운동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숙련자들은 한 시간 반에서 최대 두 시간을 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단언컨대 그 이상을 넘기는 경우는 오직 두 가지뿐이었다.

약쟁이이거나 게으름뱅이거나.


“후욱! 후욱!”


이헌의 숨소리가 체육관 내부를 가득 메웠다.

가슴, 등, 어깨, 이두, 삼두, 심지어 전완근까지.

그것은 마치 초정밀과 야성의 만남이었다. 초시계가 없었음에도 그의 루틴은 모든 것이 일정했으며, 그 어떤 꼼수도 없었다.

마치 조금이라도 바벨을 들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미친 듯이 근육을 혹사시켰다.

오죽하면 이것이 과연 웨이트 트레이닝인지, 아니면 컨디셔닝(순간적인 체력 소모와, 그에 따른 회복 능력을 기르는 체력 운동) 운동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을 정도였다.

아니 애초에 저런 고중량으로 컨디셔닝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초고강도 운동이 계속되자, 이헌의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어 들었다. 바닥에는 그가 흘린 땀으로 흥건했으며, 안 그래도 복싱선수답지 않았던 근육은, 더욱 울퉁불퉁하게 두꺼워져 있었다.


그렇게 이헌은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만에, 모든 상체 운동을 끝내고 말았다.

간단하게 이온음료를 들이킨 그는,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코치를 보며 한 마디를 건넸다.


“자 오늘 운동 끝.”

“응?”

“안녕히 계십쇼. 저는 가보겠습니다.”

“가, 가려고?”

“예. 벌크 업 주간이라 컨디셔닝보다는 먹고 쉬는데 주력하려고요.”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이헌은 정말로 체육관을 나가버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이헌의 고강도 근력 운동에, 넋을 잃고 바라봤던 그들이다.

하지만 그 모습이 아무리 충격적이었다 해도, 지금 장면보단 덜하리라. 두 시간은커녕 70분 조금 넘게 운동을 하고 퇴관이라니? 두 눈으로 보고도 믿겨지지가 않았다.

심지어 이헌은 운동 장학생이 아니던가? 세상에 어느 운동 장학생이, 저렇게 운동하고선 끝내버린단 말인가?

크리스 감독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으며, 샘은 이빨이 부러져라 앙다물었다.

그들이 보기엔 지금 이헌이 자신들을 바보 취급하는 것으로 밖엔 보이지 않았다.


“젠장. 여긴 개인 피트니스 클럽이 아니라고!”


누군가 분노에 찬 소리와 함께 글러브를 집어 던졌지만, 그 누구도 탓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 또한 그와 같은 심정이었으니까.


작가의말

운동 시간은 개인의 취향대로 선택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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