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1. 프롤로그
김이헌은 죽었다.
그의 나이 겨우 27살. 안타깝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젊은 나이였다.
인간들은 언제나 죽음을 두려워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사후세계에 대한 가설을 만들고, 종교를 만들어 마음의 안식을 찾았다.
하지만 이헌은 그런 것 따윈 믿지 않았다.
정확히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정답이었다.
사후세계를 걱정할 정도로 전전긍긍한 성격도 아닐뿐더러, 신의 존재에 대한 고뇌를 하기엔 그의 성정이 녹록지 않았다.
쉽게 말해 아무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이헌이 맞이한 죽음은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자신의 죽음 따윈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으니까.
허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안위 같은 건 전혀 관심에도 없는 듯, 스스로 앞장서서 자신의 최후를 앞당겼다.
그랬던 그에게 삶의 미련이나 아쉬움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이헌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진심으로 신의 존재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뭐지?”
거울 앞에는 27살의 김이헌이 아닌, 과거의 모습으로 보이는 또 다른 김이헌이 있었으니까.
이헌은 평생 말을 더듬은 적도, 심지어 큰 목소리로 놀란 적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남들은 진정으로 바라고 원하는 어린 시절로의 회귀가, 자신에게 나타난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고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로 돌아가 공부를 열심히 한다.
어릴 때로 돌아가 후회를 바로 잡는다.
어릴 때로 돌아가 로또를 산다.
어릴 때로 돌아가 주어진 지식으로 떼돈을 번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헌은 그런 망상 같은 건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것은 심지어 자신의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헌은 그저 눈물을 흘리며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였으니까.
딱히 거창한 이유 같은 건 없었다. 그는 과거를 보며 후회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오로지 앞만 바라보며 우직하게 전진하는 그런 성격이었을 뿐이었다.
그런 이헌에게 회귀란 그 어떤 메리트도 없는, 또 하나의 삶에 지나지 않았다.
허나 이때까지의 이헌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것이, 단순한 회귀가 아님을.
얼핏 보기에 평화롭게만 보이는 이 대한민국이, 사실은 번개와 폭풍이 몰아치는 용담호혈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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