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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엑시타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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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6.08 23:03
최근연재일 :
2017.06.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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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1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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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6화.

DUMMY

대낮의 날씨는 걷는 이에게 도움이 되는 날씨는 아니었다. 햇빛이 강렬하기 했지만, 습도 자체가 높아 체감 온도는 훨씬 더 높았고 땀은 끝없이 흘러내리게 하며 불쾌지수는 끝없이 올려줘 얼마 걷지 않아도 금세 지치게 하였다.


그 불편한 여행길에서 발레르는 묵묵히 땀을 훔치며 걸어가고 있었다. 처음 마을을 벗어날 때는 약간의 설렘이 있었지만 같은 풍경이 반복되고 말동무조차 없이 이 무더운 날씨를 걷다 보니 그는 점점 지루해졌다.


나무 밑 그늘에서 점심을 때우며 쉬던 그는 막상 음식을 다 먹으니 딱히 할 게 없어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그가 지도에서 보고 예측한 대로라면 몬토야 마을까지 부지런히 걸으면 이틀은 걸렸다. 쉴 때 쉬더라도 마을에 도착해서 푹 쉬는 게 더 낫겠다 생각한 그는 쉬는 시간도 줄여가며 강행군을 펼쳤다.


그러면서 그는 딱히 할 게 없어 어머니의 편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피레네 산맥에 무엇이 있는 것일까. 가문에 뽑히는 영광을 제쳐놓고서라도 중요한 일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알아낼 수 없을 것이었다.


편지에는 가문을 따라가지 말라는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돌아가시기 전날의 이야기와 추신이 적힌 시간과 그들을 따라가면 향수병 때문에 몇 년간은 밖에 나가지 못한다는 것을 수없이 이야기했기에 어머니도 알고 계셨을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서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했다. 평생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못 견뎌 결국은 버텨내지 못했던 그녀는 막상 자기 아들에게는 남편에 관해서는 웬만해서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나마 알고 있는 건 그의 아버지는 어떤 중요한 일을 하러 갔다는 것이다. 그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는 듣지 못했다. 그 일과 관련이 되었나, 라고 의구심을 갖던 그는 너무 멀리 내다본 것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절랬다.


“저기 잠시만요.”


*************************************


덱스터는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과 같이 검을 잡은 사람이라면 출세욕이나 명예욕이 있는 당연한 이치였고 그럴 수밖에 없다. 만약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검으로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애초에 성격과 어울리는 그런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고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년은 정말 그렇기라도 한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자신이 속해있는 곳을 거절했고, 심지어 아무 데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솔직히 그는 반대편에 있던 아이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가볍고 빠르며 변칙적인 검술을 쓰는 그 아이보다 기본이 탄탄한 상태에 정직하지만 경직되지는 않고 뻔한 공격을 하기도 하지만 정확했으며 빠른 속도에 어울리지 않게 실리는 강한 힘은 그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무엇보다 더 대단한 건 아직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지만 엇박자를 타 타이밍을 뺏어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건 노력한다고 되는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물론 연습을 한다면 비스름하게 따라 할 순 있었지만, 완벽하게 구현할 수 없을뿐더러 목숨을 건 실전에서 쓰게 된다면 불안정한 그 자신에게 자멸하게 되고 만다.


그건 검을 잡은 이에게는 축복받은 재능이다. 그 하나가 검술이 되고, 변칙이 될 수 있을 만큼 가진 자는 남들보다 훨씬 앞에서 시작한다는 이야기고 남들은 끝이 보일 때 그들은 결승점이 아직 까마득하다는 것이다. 저 아이는 이제 거기서 더 경험을 쌓고 연습을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이 나라에서 깨나 이름 좀 날릴 수 있다고고 덱스터는 확신했다.


“선생, 그 아이 이름이 뭐요?”


발레르 칼로프. 그는 어수선한 그 자리를 벗어날 때까지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마을에서 제공해준 작은 숙소로 이동할 때 그는 자신의 옆에 있는 총 담당자를 바라보았다.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군요.”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있던 담당자는 그 상태로 눈두덩을 손으로 문질렀다.


“그 아이를 말하는 건가?”


“예, 제 평생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미랄라스님도 그렇지 않으십니까?”


덱스터의 물음에 미랄라스는 그제야 눈을 뜨더니 인상을 구겼다.


“나 원 참. 어린놈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더군. 자네가 볼 땐 어땠나. 모두가 원할 만큼 솜씨가 좋더나.”


한껏 진지해진 표정으로 덱스터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히 말씀드리는 거지만··· 제대로 배운다면 더글라스님 만큼 클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그 이름이 나오자 미랄라스는 놀랍다는 표정을 보였다.


“그 정도까지란 말인가?”


“제 눈이 정확하다는 건 아니지만, 제가 볼 땐 그렇습니다. 가능하다면 집에 찾아가 한 번 더 설득해 보고 싶습니다만···.”


“어디 사는지는 알고 그러는 것이냐.”


덱스터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하지만 이름은 알고 있으니 물어물어 찾으면 금방 찾을 겁니다.”


“이름이 뭐였었지? 대진표는 자네가 보지 않았었나.”


“맞습니다. 발레르, 발레르 칼로프입니다.”


“칼로프···?”


미랄라스는 기억을 되짚는 듯 그 말을 되풀이하더니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자네 한 20년 전쯤에 가문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는가.”


“20년 전이라면··· 살인마가 가문을 습격한 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마차 안에서는 말발굽 소리와 굴러가는 바퀴 소리만이 전부였다. 미랄라스는 열어 놓았던 창문을 닫으며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었다.


“그래. 목적 없이 불특정 다수를 죽인 희대의 연쇄 살인마가 자신의 동료를 데리고 우리 가문을 공격했었지. 결과는 지금과 같이 가주께서 그자를 처단하셨다. 물론 나 같은 사람들은 건물 안에 숨어 있어서 직접 그 상황을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그 자 이름을 아나?”


마차 안의 후덥지근했던 공기는 어느새 반대로 오한이 들게 하는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땀은 벌써 말라버려 보이지 않았다.


“유스터스···.”


“맞아. 하지만 아무도, 심지어 수배지에도 그의 정확한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지. 혹시 알고 있나?”


덱스터는 조용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유스터스 칼로프. 한때 소문으로는 모리비크의 라하니아 숲 그 너머에 있다는 곳에서 왔다고 하더군.”


“아나테마 말씀이십니까?”


미랄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하니아에 대한 전설을 자네도 알지? 저주받은 곳이라 아무도 그곳에 가보지 못해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여하튼 자네는 어려서 기억이 안 나겠지만, 그때는 그런 흉흉한 소문이 돌았었지.”


“그럼 미랄라스님 께서는 저 아이가 그자의 자식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내 평생 그 성을 가진 사람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어. 물론 확실한 건 아니야. 그래서 자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다네.”


덱스터는 의구심 가득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그 아이를 감시하게.”


“네?”


당황하며 덱스트는 되물었고, 미랄라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연좌제는 이미 폐지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 덱스터 자네 말마따나 연좌제는 폐지된 지 오래라네. 하지만 이건 그것과 별개로 가문의 일이라네.”


“가문 말씀이십니까?”


미랄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님은 그 일이 있었던 후로도 계속해서 핏줄을 찾으셨어. 너희에게까지 공공연히 알리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칼로프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보았다면 자신에게 보고하라고 말씀하시곤 했었다네.”


“어째서···.”


미랄라스는 덱스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자세한 내막은 나도 몰라.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지. 여기서 우리가 잘하면 가주님 눈에 띌 수 있다는 거지. 혹시 아나? 잘하면 한 자리 내주실지도.”


********************************


하늘은 어느새 서서히 빛이 바래지고 있었다. 지쳐버린 그들과 마찬가지로 온종일 아낌없이 빛을 쏟아내던 하늘도 지쳐버린 듯 은은한 노을빛만으로 세상을 비췄다. 옆에서 걷던 덱스터는 문득 레우프의 발걸음이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졌다. 자세히 보니 그는 허리춤에 칼을 차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진검이었다.


“발레르?”


걷는 속도를 늦추며 그는 발레르의 검을 손으로 가리켰다.


“불편하지 않아? 무거울 텐데.”


그의 손을 따라 자신의 칼을 보던 발레르는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좀 많이 불편해요. 처음엔 안 무거웠는데···.”


아이 같은 그 모습이 귀엽게 보인 덱스터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괜찮다면 내가 좀 도와줄까?”


“네? 아뇨. 제가 들 수 있어요.”


발레르는 손사래를 치며 극구 사양했다. 그리고 덱스터는 당황했다.


“어? 아··· 들어준다는 게 아니라 등에 멜 수 있게 도와준다는 이야기였어.”


발개지며 뜨거워지는 얼굴에 발레르는 고개를 푹 숙이며 모깃소리만큼 작게 웅얼거렸다.


“감사합니다.”


**********************************


발레르는 어깨에 둘렀던 모포를 다시 벗어 옆자리에 잘 개어 놓았다. 강인한 해가 저물고 여리한 달이 떠올랐다 하여도 그 열기는 채 가시지 않았다는 듯 날은 아직 무더웠다. 예정된 야영이었다. 발레르로서는 처음 해보는 야영이긴 했지만, 주변에 위험한 산짐승도 없는 편이었고 그렇게 긴 거리도 아니었으며 날씨가 추운 것 또한 아니라서 두렵거나 걱정하지는 않았다.


작게 피운 모닥불에서 좀 떨어진 발레르는 가방을 뒤져 책 한 권을 꺼냈다. 어릴 적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그였기에 검술훈련이 끝나면 대부분 시간을 독서에 투자했다.

대화를 나누는 친구였고, 호기심 많은 아이의 손을 잡아 이끌어 구경시켜주는 어른이기도 했다.


그가 가져온 책은 ‘사라진 전설 엑시타투스’ 였다. 그가 전에 한번 살짝 본 기억으로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특별한 힘을 가진 검에 관한 이야기였다. 검을 좋아하는 아이의 호기심을 당기기엔 안성맞춤인 책이다.


반대쪽에 앉아 생각에 빠진 척 팔짱을 끼고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발레르의 행동을 지켜보던 그는 책이 보이자 의외라는 듯 호기심 담긴 얼굴로 발레르를 쳐다봤다.


“책 좋아하니?”


“네. 좋아해요.”


그는 덱스터의 말을 반복하고는 다시 읽을 준비를 했다.


“기특하네, 보통 검을 잡은 사람은 책을 멀리하거든.”


대화를 이어가려 한 말이었지만, 그의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감사합니다.”


어색한 대화를 나눌 바에 책을 읽는 게 이득이라 생각했는지 발레르는 무미건조한 예의상의 대답만 했고 그 결과 자꾸 뚝뚝 끊기는 대화에 덱스터는 단도직입적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발레르, 아저씨 심심한데 같이 이야기나 좀 나눠주지 않을래?”


“···네.”


아쉬운 듯 책을 덮어 옆에 내려놓은 발레르는 덱스터를 쳐다봤다. 막상 그렇게 말했지만 덱스터 그로서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가닥이 잡히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그는 바턴을 넘기기로 했다.


“뭐 궁금한 거 없니? 가문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왜 그런 거 있잖아.”


“혼자서만 돌아가시는 거면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덱스터로서는 예상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구태여 제 발 저린 듯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이미 오기 전부터 미리 생각해놨던 것이었다.


“수련생들 승단 시험이 곧 다가오거든. 그래서 빠듯하지만 먼저 가야 한단다.”


발레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마차가 더 빠르지 않나요?”


“그렇지. 그런데 그쪽은 다른 행사를 끼고 가는 거라 좀 돌아가. 그래서 생각보다 늦게 도착해.”


덱스터는 내심 그 행사가 무엇이냐고 물을까 봐 조마조마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군요.”


덱스터는 애꿎은 모닥불 속을 막대기로 쑤셔대었다.


“곤란한 말이지만 왜 거절했는지 물어봐도 되겠니?”


이번에 말문이 막힌 건 발레르 쪽이었다.


“···사정이 있어서요.”


“그게 이걸 제쳐놓을 정도로 훨씬 중요한 거니?”


발레르는 고개를 조금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그렇게 믿어야겠죠. 그는 그 자신도 아무것도 몰랐지만 속으로 그렇게 자신을 달래며 우울해지지 않으려 애썼다. 어찌 됐건 어머니의 유언이니까 말이다. 같이 살아온 가족으로서 존경의 대상으로서 허투루 말했을 분이 아닌 걸 알기에 그의 믿음은 덜 흔들릴 수 있었다.


덱스터는 발레르의 짧은 대꾸에 질문하기를 그만뒀다. 애초에 자신이 하는 건 감시만 하는 거고 정보를 캐내는 건 부수적인 일일 뿐 실수해 오해를 사는 것은 좋지 않았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잘 준비를 했다.


“그래. 너도 너만의 사정이 있을 테니 더 묻지는 않을게. 슬슬 아저씨는 그만 자야겠다. 몬토야까지 간다고 했었나?”


발레르는 천천히 자리를 정리하는 그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네. 맞아요.”


덱스터는 모포를 접어 머리에 베어 누우며 참 나이답지 않은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특히 저 무미건조한 짧은 대꾸는 왠지 질려버리게 하였다.


“...”


뒤돌아 누운 덱스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발레르는 옆에 내려놓았던 책을 집어 들었다. 엑시타투스의 관한 이야기는 책을 보지 않았어도 이따금 들려오는 신화 같은 이야기 중 하나였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마법의 검. 그것이 바로 엑시타투스였다. 발레르는 책을 펼쳤다. 낡은 책에서는 특유의 오래된 종이 냄새와 먼지 냄새가 섞여 나와 묘하게 그를 편안하게 만들어 줬다.


엑시타투스.


이 대륙엔 무수히 많은 전설과 신화가 존재한다. 물론 그것들은 전부 허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엑시타투스는 실제 존재하는 무기이며 필자는 직접 그것을 보았으므로 존재를 알리고 싶다.


처음 이 무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몇십 년 전 길지 않은 과거라고 알고 있다.

혹자들은 그것이 아나테마에서 나왔다고 이야기하고 실제로 그것이 통념이고 본인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바이다.


엑시타투스는 검 고유의 능력이 깃들어 있는 검이고 검마다 그 능력이 다르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즉, 그것은 한 자루가 아니라 여러 가지의 종류이며 무기도 검뿐만 아니라 창과 도끼 등 여러 가지로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본다면 사람들은 백이면 백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동화 같은 이야기에서 나오는 불이 솟아 나오고 몇백 만 전기가 발산되거나 상대를 얼려버리는 그런 것을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물론 똑같이 비자연적인 기능이 발동된다. 하지만 그것이 눈에 띄게 보이는 그런 류가 아니라 검을 맞대는 상대에게 내적으로 피해를 입힌다. 그리고 표면적으로도 또한 일반 무기와 다를 바가 없이 평범하다.


가령 전기 속성이 깃든 검이라 하면 상대와 검을 부딪치면 적의 내부에 그 속성이 파고들어 무기를 놓치게 하거나 경직되게 한다.

상대가 억지로 참고 계속 맞대면 심지어 심장에 무리를 줘 죽음에 직접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여기까지 읽은 여러분은 분명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에이, 멋도 없고 전설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하지도 않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무인이 아닌 사람들이라고 필자는 확신할 수 있다.

무기를 들고 적과 생사를 다투는 상황을 겪어보거나 조금이라도 무예를 익혀본 사람이라면 엑시타투스의 이 능력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얼마나 위협적인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무서운 법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싸우면 피하지도 못할 테니 말이다. 진작 알아챌 수 있다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탁, 하며 발레르는 책을 덮었다. 엑시타투스의 관한 책은 사실 여러 가지로 아주 다양하게 나와 있고 내용 또한 다 제각각이었다. 아무래도 실제로 보인 적 없는 물건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이 책은 그래서 나름 현실성을 주려고 쓴 것 같았지만, 발레르는 오히려 그것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그 무기가 있건 없건 간에 그건 그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름지기 책을 읽는다는 건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 대리만족을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당최 이 소설은 그런 맛이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낡은 책장에서 구석진 자리에 박혀있는 것을 봤을 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발레르는 그러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덱스터의 말에 의하면 내일 열심히 부지런히 걸으면 늦어야 저녁쯤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얘기는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자리를 잡고 누운 발레르는 자연스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고기압 덕분에 밤늦게까지 맑은 날씨 위 하늘에는 구름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그 영향으로 그의 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별이 걸려 있었다.


덱스터는 이미 잠에 빠졌는지 꼼짝도 않은 채 약한 숨을 쉬고 있을 뿐이었다. 실제로 이렇게 유명한 가문에 속해 있는 사람을 직접 대면한 것은 그에겐 처음이었다. 자신과 같이 검을 잡은 사람이고 직급 또한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그는 묻고 싶은 것도 많고 듣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그는 선을 지키기로 했다.


저 분과 더 친해지면 마음이 흔들릴 것만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종일 같이 걸으며 실제로 덱스터는 발레르에게 은연중에 아쉬운 모습을 내비쳤고 그것은 발레르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에는 더없이 충분했다.


한숨을 폭 내쉰 그는 어쩐지 조금 서늘한 마음이 들어 모닥불 쪽으로 조금 다가간 채 참을 청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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