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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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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7.01.06 04:00
최근연재일 :
2017.01.26 11:32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993
추천수 :
23
글자수 :
33,376

작성
17.01.19 00:07
조회
205
추천
2
글자
7쪽

4화.

DUMMY

문이 부서질 듯 열어젖힌 앞의 남자는 뒷문이 열려 있는 걸 보고 뒤의 남자에게 어떻게 하느냐는 눈빛을 보냈다.


“먼저 가라. 여기 숨어 있는지 보고 따라갈 테니.”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문밖에 있는 녹슨 쇠파이프를 들고 아직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은 그들을 향해 뛰어갔다.


그는 조심스레 방 하나하나 조심히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음을 느낀 그는 사다리가 내려진 채 방치되어 있는 다락방으로 경계하며 천천히 올라갔다.


“······.”


사방을 둘러보던 그는 총을 허리춤에 집어넣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급하게 챙긴 듯 정리되어 있던 물건들은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었고 이리저리 섞여 있었다.

당했다는 기분이 불현듯 든 그는 주먹으로 옆의 벽을 세게 쳤다.


“네놈들은 산 채로 씹어 먹는다.”


씹어 뱉듯이 말 한 그는 재빨리 사다리에서 내려와 그들이 간 곳으로 뛰어갔다.


점점 뜨거워지는 햇빛과 차오르는 숨은 그들을 더욱 공포로 몰아넣었다.

기수는 그 와중에서 주변을 훑었다. 왼쪽에 황폐 해졌지만 쓰러지지 않은 채 서서 죽어있는 나무들로 가득한 숲을 보았다. 거리는 멀지 않았다.


그는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한 명. 다른 한 명은 어디 있을까. 아직 거리가 꽤 나는 것에 안도함과 점점 힘이 빠지는 것에 초조해하며 고개를 다시 옆으로 돌려 대형을 바라보았다. 얼마 뛰지 않았지만, 그는 벌써 지쳐 보였다. 가득 찬 가방이 많이 버거운 듯 보였다.

무언가 결심한 듯 표정을 굳히며 소리쳤다.


“대형, 왼쪽으로 뛰어.”


그는 손가락으로 숲을 가리키며 방향을 틀었다. 지친 눈빛으로 대형은 손가락을 따라 숲을 보았다.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는 듯이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따라 왼쪽으로 뛰었다.

당장이라도 멈춰 주저앉고 싶었다. 가방은 철근을 멘 듯 무거웠고, 두려움으로 인한 심장은 달리는 것과 합쳐져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뛰어. 생각이 있으니까.”


숲으로 들어온 기수는 달리며 무언가를 찾기라도 하듯이 계속 주변을 훑어보았다.

대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고 느낄 때쯤. 기수가 앞의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 말 잘 들어. 저기 저 나무 옆에 서 있어. 내가 저 옆 바위 뒤에 숨어 있을 테니까. 내가 뒤를 칠 테니까 시선을 좀 끌어줘. 알았지?”


“알았어.”


그는 방향을 틀기 전에 생각났다는 듯이 급하게 말했다.


“칼. 칼을 나한테 줘.”


건네받은 기수는 그가 말 한 나무보다 대각선 앞쪽에 큰 나무와 바위로 둘러 쌓여진 곳에 몸을 던졌고, 숨이 가득 찬 상태로 대답한 대형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그의 말을 따라 곧장 나무 옆으로 갔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그는 비틀거리며 나무 근처까지 갔다가 나무 옆에 있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돌을 밟고 쓰러졌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옆의 나무에 의지해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보았다.

바로 앞까지 쫓아 온 그를. 그는 상대가 멈춘 것과 기력이 없는 것을 보고는 뛰는 것을 천천히 멈추었다.

헛구역질을 하며 힘들게 나무 옆에서 겨우 서 있는 그를 보며 남자는 천천히 파이프를 든 손을 풀었다.


“옆에 있던 친구는 버리고 도망갔나 보지?”


“······.”


바로 옆에 놓여 있는 묵직한 가방을 슬쩍 보며 그는 확신했다.

저걸 들고 멀리 갈 수는 없을 테니까. 슬며시 미소를 지은 그는 천천히 다가갔다.


“사람은 참 웃기단 말이야. 혼자서 살 수 없어 모여 살면서 어느 순간 자기에게 위기를 느끼면 주저 없이 주변에 있는 사람 등에 칼을 쑤셔 박지. 그리곤 나중엔 이렇게 합리화하겠지. ‘그래. 어쩔 수 없었어.’ 라면서 말이야.”


바로 앞까지 온 그는 숨을 고르느라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얼굴은 이제 자조적인 미소가 아니라 앞에 있는 그의 처한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마치 너네처럼 말이지. 남길 말이라도?”


어느 정도 숨을 고른 그는 남자의 눈을 피하지 않은 채 말했다.


“웃기는 소리지. 모든 사람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마.”


대형의 말에 남자는 사춘기 학생이 허황된 말을 하는 걸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래서 지금 뭐가 남았지?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마을을 짓고 그러던가? 서로 물건을 나눠 주며 도우려고 하던가? 아니지 아니야. 서로 뺏고, 죽이고···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아득바득 싸워댈 뿐이지.”


“당신네처럼?”


남자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래. 그리고 너도 포함이지.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건 남 등쳐먹었다는 거 아니야?”


바위에서 나와 조금씩 다가오는 기수를 보며 그는 말했다.


“죄책감을 못 느끼는 너를 보니까 생전에 계셨을 네 부모가 참 불쌍해. 너 같은 놈 아껴주고 보살펴 준 부모가 있으니까 네 말은 틀렸다고 볼 수 있겠네. 안 그래?”


말을 마치며 그는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고, 남자는 그걸 몰라보지 않았다.

인상을 쓴 채 천천히 다가오는 그는 침을 탁 뱉었다.


“그래. 이 새끼야.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


탁, 하는 소리가 뒤에서 났다.


“······.”


“······.”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고, 나뭇가지를 밟은 채 굳어버린 기수가 그의 뒤에 서 있었다.

한 발자국 뺀 기수는 남자가 몸을 완전히 돌린 걸 보고는 칼을 든 손을 앞으로 슬쩍 내밀었다. 손은 볼품없이 떨렸다.

남자는 이제 화가 난 듯 얼굴이 붉어지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 새끼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망설임 없이 남자는 기수에게 다가갔다.

뻑···하는 둔탁한 무거운 소리가 숲속에 퍼져 정적을 만들었다.


남자는 주춤거리더니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거친 숨을 헐떡이며 한 손에 돌을 쥐고 있는 대형의 모습이 보였다. 남자는 아직 정신이 남아 있는지 힘겹게 일어서려 했다.


“개 같은···.”


대형은 공포감에 휩싸인 채 일어서려는 남자를 향해 몇 번이고 돌을 내려찍었다.

그의 공포는 절제를 앗아가 버려 피가 튀고 살점이 튀는데도 멈출 생각을 하지 못했다.

기수가 황급히 달려가 그를 제지하고서야 겨우 그는 행동을 멈췄다. 참혹하게 짓이겨버린 그의 머리에선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정신을 차린 그는 손을 벌벌 떨며 꽉 쥐었던 돌을 던져버렸다. 충격을 받은 듯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있었다. 조급함을 느낀 기수는 그의 팔을 잡은 채 뛰었다.


“뭐 하는 거야, 지금! 정신 차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


무엇에 홀린 듯 그는 넋이 나간 채 무어라 중얼거리며 그가 이끄는 대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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