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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대체역사

완결

블랙빙고
작품등록일 :
2021.10.28 20:13
최근연재일 :
2022.10.01 11:40
연재수 :
212 회
조회수 :
51,219
추천수 :
621
글자수 :
1,208,896

작성
22.04.0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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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정의의 정의(1)

DUMMY

「삐리리! 오늘 무슨 말이냐? 아까는 여기저기서 벼락이 내리치더니 이젠 종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아우 귀 아파!」

「저도 느껴요. 오늘 정말 왜 이러죠? 몸이 안 좋아서 이런 것 같지는 않고.」


「휴 우우, 이젠 멈췄으니 다행이긴 한데. 실라 부인이라도 있었으면 물어볼 텐데 아쉽네.」

「그러게요. 누구라도 이게 뭔지 좀 알려줬으면 하는데, 도리아씨에게는 물어보기가 좀 그렇고···.」


「정말 신대륙이라는 게 있나 보네. 그렇지? 그 단어로 검색했는데 네 머릿속에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와.」

「네, 몇십 년 후에 발견돼요. 그 발견으로 세계의 역사가 바뀌었고요.」


「맞아. 신대륙을 발견한 사람이랑 출생지부터···. 그런데 그중에 우리와 관련된 이상한 우연이 하나 있어.」

「이상한 우연이라뇨?」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이 제노아잖아? 그렇지?」

「그렇죠. 이탈리아 북서부의 항구도시죠.」


「그 사람 여기 출신이래. 제노아사람이라는데?」

「네? 스페인 사람 아니었어요?」


「아냐, 넌 그 기억력으로 공부하면 절대 안 되겠다. 빨리 다른 일 찾아봐. 응?」

「저 이래 봬도 큐’삑삑삑’였어요.」


「응? 방금 이상한 소리 났어.」


아, 이전 기억들은 릭에도 제한이 걸리는구나.

대체 이건 무슨 상황인 거지?


「하던 얘기 계속하면, 그 사람이 스페인 여왕의 지원으로 항해를 나간 건 맞는 데 제노아 사람이라고 되어 있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이탈리아 제노아 출신이라고.」


어라?

퍼즐 판의 조각들이 하나씩 짜 맞춰지고 있다.


“···저기 올라프씨?”

“네, 우드빌씨.”


“그러고 보니 크리스의 이름도 제대로 몰랐던 것 같아요. 정확한 이름이 어떻게 될까요?”

“아, 크리스는 애칭이에요. 그 아이의 성은 콜롬보고요. 그러니까 정식명칭은 크리스토퍼 콜롬보예요.”


“···영국식 발음으로 하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되겠죠?”

“맞아요. 영국 발음으로 하면 그렇게 부르겠네요.”


빙고!

크리스가 역사 속의 그 사람이라니.


「에잉? 크리스가 신대륙의 발견자였던 거야?」

「네, 맞아요. 게다가 조지가 받은 임무랑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문명끼리 만나는 거라면···. 신대륙에 사람이라도 산다는 건가?」


「그럼요. 소소한 부족부터 거대한 제국까지요. 조지의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이슬람과 유럽 문명이 만나는 것을 막으라는 의미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다른 의미였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울라프씨.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네, 조심히 가세요. 스트로치씨와 쿠치오씨에도 감사하다고 전해주시고요.”


“네, 뵙게 되면 꼭 전해 드릴게요.”


어느새 산길에서 돌길로 바뀌어 있었다.


“···오늘 리차드 좀 이상한 것 같아. 낯설게도 느껴지고.”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모네뜨?”


“뭐랄까···. 계속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것 같아.”

“그냥 생각이 좀 복잡해서요. 계속 고민했던 일들도 해결되는 것 같고요.”


“혹시 나와 관련된 걸까? 네가 고민했던 일들이? 아까 그 목걸이처럼?”


무심한 듯하면서도 뭔가 기대를 품는 것 같다.

모네뜨는 무슨 생각으로 저 질문을 했을까? 어느 영화처럼 여자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갑자기 그녀가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


“큭, 나 왜 이러지? 미안해.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자꾸 너에게 기대고 싶고 뭔가 답을 줄 것 같고···.”

“음, 답을 알려줄 분이 떠올랐어요.”


눈이 동그랗게 커진 모네뜨가 고개를 돌렸다.


“누구야? 그분이?”

“노베라 아주머니라고요. 크리스 소꿉친구의 어머니인데 점을 봐주시거든요. 혹시 알아요?”


“아니, 그분 얘기는 네게 들은 게 처음이야.”

“로시네에 물어보면 알 거예요. 전에 일행들과 들른 적이 있는데 꽤 괜찮았던 것 같아요.”


“그래? 그럼 나도 한번 가봐야겠네.”

“네, 대신에 거기 갈 때는 남자 하인 한두 명 데리고 가세요. 여자들만 가기엔 좀 위험한 동네예요.”


“위험한 동네라면 항구 근처 술집거리겠구나.”

“맞아요. 그 근처예요.”


잠시 뜸을 들인 그녀가 다시 입술을 열었다.


“······넌 이제 돌아갈 시간이 된 거지?”

“네? 갑자기 무슨?”


“이제 영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 거 아니냐?”

“글쎄요. 아직 정해진 건 없어서요. 그런데 왜요?”


모네뜨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키가 높은 나무의 가지 위에 달린 과일이나 밤하늘에 걸린 달을 바라보는 그런 눈빛이다.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서 말이야. 아까도 좀 낯설다고 느껴진 게···. 표현은 못 하겠지만 풀리지 않던 문제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이 다 풀렸다는 기분이 들었거든.”


정말이지 여자의 직감이라는 게 무시할 것이 못 된다.

전에 테오 대리의 아내 얘기처럼.


“모든 게 다 끝나면 네가 돌아갈 것 같아서. 제노아에 온 이유가 스트로치씨 화실에 들르기 위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공식적인 일정은 스트로치씨 화실에 들러서 그림을 구매하러 온 건데요.”


사실 나도 이곳에 온 이유를 잘 모르겠다.

어쩌다 와보니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많은 일이 일어났고···.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다.


“그래. 아무쪼록 돌아가서도 나에 대한 기억은 좋은 것만 남길 바랄게.”


“당연하죠. 어떻게 잊겠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내가 또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거야.

안 그래도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인 그녀에게 말이야.


그래도 도움은 되었나 보다.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마워.”


길이 넓어지고 고급스러운 건물들과 상점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서로 말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델라볼타씨 저택 앞이다.

눈인사를 남기고 그녀는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더 작아 보인다.



*

“필! 정말이지 난 우리가 아니···. 정확히는 네가 거의 다 한 거지만 말이야. 이렇게 빨리 임무를 해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도리아씨 저택으로 돌아오자마자 윌과 레이디 러셀을 급히 방으로 불렀다.


난 그들에게 아폴론과 마르시아스의 수수께끼를 푼 것과 덤으로 크리스의 얘기까지 전부 들려줬다.

문제가 다 풀렸다는 말에 윌은 신이 났는지 높은 톤으로 마구 떠들어댔다. 옆에선 레이디 러셀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곳에 온 지 2주밖에 안 되었는데 난 벌써 여기 적응이 된 것 같아서 한편으론 기쁘지만 좀 아쉽기도 해. 이런 눈 부신 태양 아래서 언제 다시 살아보겠어? 먹을 때마다 감탄이 나오는 음식들도 그렇고. 안 그래?”


하지만 바로 그녀의 추궁이 이어졌다.


“이건 합리적인 의심인 건데 말이지. 그 목걸이는 어디서 찾은 거야? 아까부터 그 부분은 계속 얼버무렸잖아. 그치?”


우리의 대화는 다시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에 왔다.

목걸이에 대한 부분은 최대한 설명을 두리뭉실하게 넘어갔다.


물론 굳이 얘기하고 싶지 않기도 했고 우리의 대화 내용이 총독부의 어느 방에서 열심히 종이에 옮겨지고 있을 테니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목걸이에 대해 전부 말하지 못하는 부분은 이해해 주세요.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이유가 있거든요.”


“그래, 그렇게까지 말하고 싶지 않다면야. 그럼 다음 문제로···크리스는 어떻게 하는 게 맞을까?”


이것도 난감한 문제다.

사실 크리스에 대해 우린 전달받은 말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못 내고 있다. 아니, 처음부터 답은 없었을지도.


“여러분의 생각은요?”


윌은 손가락으로 목을 그어댔다.

저 녀석은 아까부터 크리스 이름만 나오면 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그냥 죽이자. 왜 다들 그런 눈으로 봐? 두 문명의 만남을 막는 방법은 그거밖에 없는 거잖아? 우리가 아니더라도 조지가···.”


나와 레이디 러셀의 눈총을 받자 윌은 어깨를 으쓱하곤 말을 끊었다.


“레이디 러셀은요?”


그녀는 전망 없는 창밖 풍경만 한참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손가락들은 연신 테이블을 튕겨냈다.


-도르륵 도르륵 도르륵


“라스 카사스 신부님.”


한참 후에 그녀가 입을 열었고 나와 윌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영국 영지에 계신 신부님인가요? 아니면 영국에서 명망 있으신 분?”


그녀는 나와 윌을 번갈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분 책을 읽어본 사람은 이 방에서 나밖에 없을 것 같더니만···. 조금이라도 기대한 내가 나빴네.”


“무슨 책이죠? 지금 우리 상황과 관련된 건가요?”


“어쩌면 우리의 결정에 따라 그 책의 내용이 바뀔 수도?”


점점 양 볼이 차오르던 윌이 불만을 표했다.


“그렇게 질질 끌지 말고 본론을 말해봐. 누나 책 많이 읽는 거 다 아는 거니까 자랑 그만하고!”


그녀는 예상했던 반응이라는 듯 키득거렸다.


“역시 넌 화낼 때가 그나마 사람 같고 귀엽다니까. 알았어. 누나가 설명해 줄게. 대신 내가 말하는 동안은 딴 생각하지 말고 집중해서 들어. 필리프도.”


의자에서 등을 떼고 꼿꼿한 자세를 잡은 그녀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크리스도 시간이 흐르면 그 신부님을 만나게 될 거야. 그분이 쓴 책에 보면 크리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보고서 작성을 위해 크리스와 동행했다고 나오니까 말이야.”


“그럼 아까 얘기한 책은 그때의 일을 기록했던 건가요?”


“맞아. 신부님이 갔을 때는 이미 스페인에서 신대륙을 식민지화한 상태였어. 모두 돌아본 후, 스페인 국왕에게 올리는 보고서를 썼지. 제목은 ‘인디언 파괴에 대한 요약보고서’.”


제목부터가 굉장히 부정적이다. 아마 크리스가 식민지에서 벌인 일들에 관한 내용도 있겠지.


“누나? 크리스가 나중에 만나게 되는 그 신부님 얘기를 지금 하는 이유가 뭐지?”


「릭? 저 책 내가 안 읽은 거 맞죠? 혹시나 전에 읽었는데 기억에 없나 해서요.」

「음, 잠시만. 나오지 않아. 네가 읽은 책 아니다. 그런데 이 시대의 책을 레이디는 어떻게 구해서 읽었다는 거지? 그게 더 신기한데?」


「쏜휴 백작님이 고서적 모으는 취미가 있으세요. 레이디 러셀도 아버지 닮아서 고전문학이나 고서적에 관심이 많고요.」

「그래. 시대가 다르니 어쩔 수 없겠지만 나 때는 말이야. 귀족가문의 영애란 두 가지만 잘하면 되었거든.」


「또 ‘나 때는 말이야.’ 얘기예요? 그 두 가지는 뭐예요?」

「우선은 사내아이를 낳는 것이 제일 중요했지. 가문이 끊기면 안 되니까. 두 번째는 고용인들 잘 다루는 법. 이것만 잘하면 평생을 인정받으며 살 수 있었다.」


「삶이 너무 지루했겠어요. 아, 잠시만요. 레이디 러셀에게 할 말 있어요.」


“저도 궁금한데요. 그 책과 우리의 임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거예요?”


레이디 러셀의 표정에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크리스를 죽여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정당성을 우리에게 부여하거든.”


그녀도 윌과 같은 생각인 건가?


“그 책에 의하면 크리스는 신대륙을 피로 물들이는 학살자가 돼. 게다가 신대륙 발견 이후 수천만 명이 학살과 강제노역, 그리고 유럽에서 온 전염병으로 죽게 돼. 어때? 이만하면 설명이 되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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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인류를 구원할 준비(1) 22.09.29 7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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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태양의 서쪽(2) 22.09.13 64 1 13쪽
197 태양의 서쪽(1) 22.09.12 60 1 12쪽
196 오랜 벗을 만나다. 22.09.11 64 1 13쪽
195 천년의 고도에서(3) 22.09.10 63 1 12쪽
194 천년의 고도에서(2) 22.09.07 59 1 13쪽
193 천년의 고도에서(1) 22.09.06 71 1 13쪽
192 Officially missing you(3) 22.09.05 68 1 12쪽
191 Officially missing you(2) 22.09.04 60 1 13쪽
190 Officially missing you(1) 22.09.03 6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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