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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대체역사

완결

블랙빙고
작품등록일 :
2021.10.28 20:13
최근연재일 :
2022.10.01 11:40
연재수 :
212 회
조회수 :
51,265
추천수 :
621
글자수 :
1,208,896

작성
22.03.2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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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칼레의 시민(1)

DUMMY

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리스가 델라볼타씨 부녀가 납치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요?”


“물론 그것도 문제지요. 더 큰 문제는 소문이 퍼져나갈수록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더 안 좋게 될지도···.”


“더 안 좋은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델라볼타씨의 구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우선 자리를 옮겨야 할 것 같아요.”


“이미 납치한 자들의 귀에 들어간 거 아닐까요?”


프리고스씨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렇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시간을 끌면 저와 틸리도 문제지만 여러분들도 표적이 되어 위험해질 수 있어요.”


그럼 레이디 러셀이 델라볼타씨 저택 하인들의 기억을 모두 지우면 되잖아?

내 표정에 생각이 드러났는지 ‘나보고 그 많은 사람의 기억을 다 지우라고? 미친 거 아냐?’라는 눈빛으로 레이디 러셀이 바라봤다.


하긴, 그녀는 초급 능력자라 했지.


「참, 크리스 말이야.」


「크리스가 왜요?」


「분명히 이 일에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무엇보다 목적의식이 확실하고 등대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다른 건 다 이해가 되는데요. 뜬금없이 등대라뇨?」


「그놈도 제노아에서 나고 자랐으니 기본적인 수기 활용법은 알 거 아니냐고. 수기 몰라? 깃발로 의사소통하는 거. 뱃사람들은 다 알 텐데.」


등대를 물었는데 갑자기 수기는 왜?

아!


「이해되었어요. 등대와 수기! 모든 곳에서 다 보이는 최적의 장소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거잖아요?」


“프리고스씨?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말씀하세요. 공자님.”


“누군가 수기를 이용해서 제노아 어디서든 보일만 한 등대 같은 곳에서 상황실 역할을 한다면 괜찮을까요?”


내 말이 끝나자 프리고스씨와 바빌로스씨가 흠칫했다.


“공자님, 혹시 군대 복무 경험이 있으신가요? 유기적 작전에서 제일 중요한 게 바로 그 통신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등대를 활용한다면 최적의 장소가 되겠지요.”


「오늘! 릭! 정말 천재 아니에요? 분명 인물 설명서엔 검술 포함해서 그다지 재주가 없다고 했었는데 말이에요.」


「그건···. 그냥 지나가자. 굳이 설명해줄 만큼 중요한 거 아니니까.」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프리고스씨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희도 그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등대에 오르려면 행정절차가 꽤 까다롭습니다. 게다가 총독부 행정처리가 늦어 승인받는 데 일정 소요도 만만찮고요. 서두른다 하더라도 갑자기 인원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음, 최적의 인물을 알고 있어요. 그는 목적이 분명하니까 최선을 다해 저희를 도울 거예요. 저희와 가까운 곳에 있기도 하고요.”


살바토레씨는 이미 누구를 지칭하는지 아는 눈치다.

미소를 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말씀하신 사항에 최적격자네요. 등대 관리자와 친분이 있으니 굳이 행정절차는 밟을 필요도 없고요. 다만, 일반적인 수기 통신은 적들도 볼 수 있으니 용병단의 음어표를 알려주면 될 것 같습니다. 아, 용병부대의 통신 보안이 유출될 수 있으니 일회용 음어표를 만드는 게 나을 것 같군요.”


살바토레씨의 설명이 끝나자 프리고스씨의 눈빛이 달라졌다.


“역시 제노아의 무적 해군 출신···.”


프리고스씨는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대장님. 말을 막아서 정말 죄송합니다만 저는 그저 이 자리에 계신 공자님과 여러분께 도움이 될 만한 말씀을 드린 것뿐입니다.”



*

도리아씨 저택 지붕에서도 횃불이 움직였다. 잠시 후, 등대 중단 부에서 횃불이 깜박이며 움직였다.

시민들이 봤다면 등대지기가 발코니를 서성이는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바빌로스씨가 지붕에서 내려왔다.


“일단 통신망 개통시험은 완료했습니다.”


프리고스씨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기를 모르는 나로서는 몇 번 서로 움직이다 끝난 것 같지만 소통이 되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우리가 생각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등대 아래가 제일 어두운 법이다. 아무리 제노아의 밤하늘이 청명하다고 해도 등대에서 수기를 흔드는 깃발들은 등대 불빛에 가려 실루엣만 겨우 보였을 것이다.

다행히 크리스가 등대 안에 풍부하게 널려 있던 횃불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크리스의 좋은 아이디어 덕분에 한시름 놓았습니다. 게다가 그놈이 습득이 빠른 편이라 일회용 음어표도 한 번에 외우더군요. 수기 활용법은 완전하지 않아 가끔 오기가 발생하지만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고요.”


크리스 외에도 현재 통신처소는 근해 감시를 맡은 용병단 감시조 2개소를 포함해 총 3개 조다.


프리고스씨는 바빌로스씨와 함께 감시조에서 보내온 자료들을 분석했다. 그들은 해적선의 선실 구조와 델라볼타씨 일행이 갇혀 있을 곳의 위치를 몇 군데 선정했다.

전에 습격했던 괴한들의 선례가 있었듯 배에 타고 있는 해적들도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여 갑판 아래 선실이나 물류창고는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남은 곳은 배의 후미에 있는 선장실과 그 옆 회의실 정도.


먼저 프리고스씨와 바빌로스씨가 배에 올라 밧줄로 된 사다리를 내리면 나와 윌이 사다리를 타고 오른 후 함께 억류된 인질들을 찾아 구출한다.


제일 중요한 현황인 해적들의 수.

현재까지 파악된 해적들의 수는 대략 십여 명으로 생각보다 많지 않다.


최대한 신속하게 인질을 구출해 내고 나룻배로 복귀한다.

만일 해적들에게 발각될 경우 인질 구출을 최우선으로 하여 프리고스씨와 바빌로스씨가 그들을 막아낸다.


프리고스씨는 레이지 러셀에게 도리아씨 저택으로 돌아가 대기하라고 했지만, 그녀가 거부했다.

그녀는 자기의 동생이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데 자기만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거였다.

우리로서도 치유자가 동행하면 그게 오히려 좋은 선택이었고. 대신 구출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레이디 러셀은 우리가 타고 온 나룻배에서 대기하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계획을 모두 설명한 후, 프리고스씨가 추가적인 질문이나 의견이 있는지 물었다.


저들은 전문가고 나와 윌은 평범한 학생이다. 게다가 레이디 러셀은 백작가의 영애. 별다른 의견은 없었다.



도리아씨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한 일행은 항구에 준비된 배에 올랐다.


작전이 시작되는 건 오늘 자정.

3시간 정도 남았다.


“오늘 밤은 상당히 길 것 같군요. 공자님. 레이디. 그래서 출발 전에 배를 채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를 따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식탁 위에는 갖가지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물고기 튀김 요리와 양상추와 브로콜리로 만든 샐러드. 도리아씨 저택에서 먹었던 바질 요리와 화이트 와인까지.

선상의 식사치고는 꽤 푸짐했다.


와인을 맛본 레이디 러셀의 칭찬이 이어졌다.


“어머, 어쩜 과일 향과 신맛이 이렇게 균형이 잘 잡힌 거죠? 보통 과일 향이 강하면 뒷맛이 떫거나 쓴맛이 오는데 전혀 그런 게 없어요.”


“대단한 미각이십니다. 레이디 러셀. 제노아의 친퀘테레 와인 산지에서 빚어낸 화이트 와인입니다. 제가 아는 한 최고의 화이트 와인이죠.”


그러고 보니 델라볼타씨가 건넸던 와인과 맛이 비슷하다.

이번에는 요리를 맛본 그녀가 감탄을 내뱉었다.


“정말이지 기대 이상이에요. 배 타면 고생이라 들었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네요. 훗.”


프리고스씨가 환하게 웃었다.


“특별히 준비한 요리입니다. 레이디. 실제 항해에선 신선한 음식은 꿈도 못 꾸죠. 저장고의 식재료도 며칠만 지나면 쉽게 상하거든요.”


“그럼 뭘 먹고 버티죠?”


“우유나 계란을 넣지 않은 빵이나 육포, 독한 과일주 등으로 버텨야 하지요.”


“어쩐지 너무 잘 먹는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와인 산지나 한번 들려보고 싶네요. 이 와인 정말 맘에 들거든요.”


“이 모든 일이 끝나면 저희 영지에 한 번 초대해 드리겠습니다. 친퀘테레에서 가깝습니다.”


“어머! 정말 감사해요. 대장님. 꼭 가보고 싶네요.”


레이디 러셀의 반응이 좋자 프리고스씨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저희 가문의 저택이 절벽 위에 있어서 전망도 괜찮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초대에 응해주신다면 저의 영광일 것 같네요. 이렇게 모인 것도 인연이니까요.”


그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뭔가 떼쓰는 표정 같기도 하고.

내가 허락 하지 않는다고 안 갈 거 아니잖아요?


프리고스씨에 답례는 해야겠지.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일이 무사히 끝나면 꼭 방문하겠습니다.”



요리가 끝도 없이 나왔기에 저녁 식사는 길게 이어졌다.

디저트까지 다 끝나자 일행들은 선장실로 이동했다.


선박 중에도 배가 흔들려서인지 긴장 때문인지 슬슬 뱃멀미가 나려고 한다.


레이디 러셀은 와인 탓인지 계속 콧노래를 부르고 있고 그와 반대로 윌의 낯빛은 계속 어둡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은 배에 오른 후 한마디도 없었다.


“윌, 걱정돼서 그래? 별일 없을 거라니까. 혹시 너도 뱃멀미하는 거면 나와 같이 잠시 갑판이라도 다녀올래? 나도 속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윌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저었다.

생각보다 뱃멀미가 심한가 보다.


콧노래를 부르던 레이디 러셀이 자리에서 사뿐히 일어났다.


“윌은 저렇게 가만히 있는 게 편할 거야.”


하긴, 중요한 때이니 나름 긴장되겠지.


“나도 갑판으로 나가려 했는데 가보자.”


밖으로 나오자 제법 쌀쌀하다.

아직 겨울이라서인지 바닷바람이라 꽤 불어온다. 옷깃을 여미면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 세상에···!

원래 하늘이 이렇게 낮았었나?

학예회 때 무대를 꾸며 놓은 전구 빛처럼 머리 위에 별들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평생 가도 못 볼 장관.


갑판 한가운데 멈춘 그녀는 연신 하늘 위를 두리번거렸다.


“아, 평소에 별자리 공부 좀 해 놓을걸. 북극 칠성만 겨우 찾았네. 저 오른쪽 아래 제일 빛나는 게 북극성이 맞단 말이지. 그럼 그 밑 중간 즈음 어디 있을 텐데.”


레이디 러셀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쳐다봤다.


뭘 찾는 건데요?”


“뭘 찾겠어? 우리 별자리지. 양자리 말이야. 너 내 생일도 생각 안 나는 거야?”


아, 맞다. 자작님의 생일이 4월 중순이다.

레이디 러셀도 그때 즈음인가 보네.


“아니에요, 당연히 생각났죠. 다른 건 다 생각 안 나도···.”


“그래? 그럼 며칠인데?”


이런, 전에 윌에 들었던 것 같기도···.


“그러니까 그게 말이죠···.”


다행히 갑판으로 나온 프리고스씨가 위기에서 구해주었다.


“각자 별자리를 찾나 보네요. 지금 많이 구경해 놓으세요. 자정 무렵이면 먹구름이 몰려와 모두 가려질 테니까요.”


레이디 러셀이 그를 향해 몸을 틀었다.


“아, 그래서 자정에 움직인다고 했군요.”


프리고스씨는 고개를 끄덕인 후, 밤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실까요?”


“양자리 찾아주세요. 저희 둘 다 양자리거든요. 분명히 북극성 아래 어디라고 들어서 저기 즈음일 것 같은데···. 생각보다 별이 너무 많아서 안보여요.”


프리고스씨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살며시 손을 끌어당겼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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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태양의 서쪽(2) 22.09.13 64 1 13쪽
197 태양의 서쪽(1) 22.09.12 60 1 12쪽
196 오랜 벗을 만나다. 22.09.11 64 1 13쪽
195 천년의 고도에서(3) 22.09.10 63 1 12쪽
194 천년의 고도에서(2) 22.09.07 59 1 13쪽
193 천년의 고도에서(1) 22.09.06 71 1 13쪽
192 Officially missing you(3) 22.09.05 68 1 12쪽
191 Officially missing you(2) 22.09.04 60 1 13쪽
190 Officially missing you(1) 22.09.03 6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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