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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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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블랙빙고
작품등록일 :
2021.10.28 20:13
최근연재일 :
2022.10.01 11:40
연재수 :
212 회
조회수 :
51,305
추천수 :
621
글자수 :
1,208,896

작성
22.02.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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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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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톨스토이 단편집(1)

DUMMY

‘저녁에는 위험해서 함부로 돌아다니면 안 되는데.’


살바토레씨도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아직은 위험해.’


크리스는 실망한 기색으로 혼잣말을 되뇌었다.


“···둘이 가자면 로시네가 부담스럽다고 안 갈 텐데.”


'로시네?'


“로시네라면 모네뜨···아가씨 시중드는 분요?”


크리스의 눈빛이 밝아졌다.


-끄덕끄덕


“아! 그러면 되겠다. 너 모네뜨 아가씨와 친분이 있다고 했잖아? 그렇지?"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까지 셋이 간다고 잘 좀 말씀드려 봐? 응? 나중에 일 생겼다고 빠지면 되잖아. 어때? 괜찮지?”


뭔가 앞뒤가 안 맞는데?

내가 그런 걸 부탁할 정도로 모네뜨와 친한 사이도 아니고.

게다가 그녀에게 거짓말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그녀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야! 크리스! 무슨 되지도 않은 말을 하는 거야! 조용히 지나가려 했더니만, 이거 원···.”


어디선가 귀에 익은 천둥소리가 울렸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소리의 진원지 따위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곳에.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성당 입구에서 미사를 마친 사람들이 삼삼오오 나온다.

가족, 친구, 지인들과 두런거리는 소리.

잘 차려 입은 중년 남자들의 저음 가득한 웃음소리.

물건 팔러 온 가판 상인들의 호객 소리.

그 옆을 뛰어다니며 깔깔대는 아이들 소리.


하지만 내게는,

성당 앞 광장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나를 바라보는 내 눈앞의 그녀가,

그녀들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눈을 떼고 싶지 않다.


달려가서 안고 싶다.

만지고 싶고 그녀의 내장 소리를 듣고 싶다.



“눈 안 깔아?!!!”


-와장창


그녀, 그리고 나.

세상과 단절되었던 투명막이 깨졌다.


로시네의 빽 하는 외침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만큼 컸다.


“어딜 보는데? 너 말이야. 너! 우리 아가씨에게 꽂힌 그 눈 깔라고!”


난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가리켰다.


-끄덕끄덕.

로시네는 네가 맞단다.


순간, 크리스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도 턱을 치켜들고 언성을 높였다.


“로시네! 너 이 분이 누구인 줄 알고 하대하는 거야? 응? 이 분 영국 귀족이야. 그냥 귀족도 아닌 무려 자···. 아니, 공자님이라고. 어쨌든 너 빨리 사과해!”


순간 로시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기 시작했다.


그냥 ‘제가 결례를 범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한마디 하는 게 뭐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사과하면 내가 안 받아줄 사람도 아니고.


“크리스! 너,너어···지금 나한테 소리 지른 거야?”


이건 무슨 반응이냐?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크리스의 어깨가 흠칫하고 떨렸다.

그의 목덜미에 송글 송글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이 분은···.”


“됐어! 다 필요 없어! 크리스! 이제 너랑 끝이야!!”


로시네가 크리스를 향해 눈을 흘기다 말고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뭐래? 둘이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시작도 안 한 관계에서 뭐가 끝인 거야?’



-토닥토닥

그녀가 로시네의 어깨를 다독였다.


“로시네? 기분 나쁜 것은 나쁜 거고 먼저 네가 귀족분께 실수한 건 맞잖아. 빨리 사과하렴, 네 말을 기다리고 계시는데.”


손등으로 눈물을 훔친 로시네는, 치마 양끝을 잡고 무릎을 살짝 굽혔다.


“정말 죄송합니다. 공자님. 저의 결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 사과를 받긴 받았는데, 억지 느낌이라 좀 그렇긴 하다.


“네,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괜찮습니다. 로시네는 모르고 그런 거잖아요.”


로시네는 감사의 눈인사를 했다.


“잘했어, 로시네. 잘못을 인정하니까 마음도 홀가분하고 좋잖아. 그렇지? 그럼 나는 저 공자님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갈 테니까 크리스와 따라와. 알았지?”


그녀가 내게 다가와 팔짱을 끼었다.

거리 사람들의 묘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침착하게 걸어갔다.



음, 아무리 무시하려 해도···.

우리를 향한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특히, 젊은 아낙네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걱정되는 마음에 목소리를 낮춰 그녀를 불렀다.


“모네뜨 아가씨? 왜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수군거리죠? 저는 외국인이라 상관없지만, 아가씨는 괜찮으세요?”


순간, 그녀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나름 있는 집안 아가씨라 사방에 꽂히는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도.


‘지금이라도 팔짱을 빼고 걷자고 할까?’



“이름 똑바로 안 부를래?”


미소를 띤 그녀였지만, 살짝 짜증 나는 말투였다.

게다가, 시선도 정면을 보고 있어서 내게 한 말인지도 애매했고.


“지금 저에게 한 말이에요?”


-끄덕끄덕


“아! 미안해요, 모네뜨.”


“바보.”



그녀에게 은은한 로즈마리 향이 흐른다.


‘아냐, 착각일 거야.’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왜? 기분 나빠?”


“뭐가요? 모네뜨?”


“영국 귀족인데 이렇게 반말하니까 기분 나쁘냐고? 아니면···지금이라도 존댓말 써야 하나?”


나도 반말한다고 할까?

하지만 아직 반말은 서투르다. 전에 크리스 반응도 안 좋았던 것 같고.



“음, 그런데 어떡하지? 이미 입에 붙어 버려서 말 올리기가 힘드네. 훗.”


모네뜨는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젊은 여자의 급격한 감정변화가 낯설지만은 않다.


‘어디서였지?’



생각났다! 윌의 누나. 레이디 오스틴 러셀.

그녀도 감정변화의 폭이 만만치 않다.

만찬에서 그녀 옆에 앉았다가 체해서 엄청 고생한 적이 한 두번이었어야지.


‘결혼 준비는 잘하고 있으려나?’

아니야. 다른 사람 걱정할 때가 아니다.

지금 내 앞가림도 잘 못 하는데 말이지.


언제 안 좋았냐는 듯, 크리스와 로시네는 사이좋게 따라오고 있다.

그들 뒤엔 입을 꾹 다문 살바토레씨가 거리를 두며 걷고 있다.


성당부터 대로를 따라 걷는 중이다.

이 방향으로 걸어나가면 성당을 기점으로 도리아씨 저택의 반대편이다.

눈에 익은 거리와 이정표 역할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2주 정도 있었다고 슬슬 익숙해졌다.’

여기서 오른쪽 골목으로 내려가면 항구가 나온다.

왼쪽으로 한 블록 더 가면 안쪽 골목으로 금세공 길드의 상점 거리.


이제, 조금 더 가면 그녀를 닮은 모네뜨가 사는 저택이다.


그녀의 저택이 윤곽을 드러냈고, 조금씩 다가온다.

그에 따라 그녀의 걸음이 조금씩 게을러졌다.


그녀의 속도가 줄어들자, 뒷사람들과 간격이 좁혀졌다.

크리스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니라니까, 로시네. 우리 둘만 가는 거 아니라고. 내가 그렇게 음흉한 생각을 했겠어? 그것도 야밤에? 앞에 있는 공자님도 같이 가주신다고 했다고! 진짜야!”


갑자기 모네뜨가 발걸음을 멈추고는 몸을 홱 돌렸다.


“어디를 간다고?”


흠칫 놀란 크리스가 말을 얼버무렸다.

로시네는 다급한 듯, 크리스의 가슴을 팔꿈치로 찔러댔다.


“아니에요, 아가씨. 이놈 혼자 생각인 거예요. 제가 거기를 왜 가겠어요? 그것도 야밤에요.”


모네뜨의 미간이 좁혀졌다.


“내 질문에 대답해야지. 응? 난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지. 크리스의 생각을 물은 게 아니잖니?”


크리스가 제 발 저린 듯 입을 열었다.


“드,등대요. 아가씨. 그러니까···그게···.”


모네뜨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헉, 너무 가깝다.’

그녀의 숨소리가 귓불을 간지럽힌다.


그녀는 그냥 얼굴만 조금 닮은 정도가 아니다.


윤기 나는 갈색 머리와 갈색 눈동자.

곧은 이마, 작고 귀여운 코, 입술까지.




“내 미모는 제노아의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거 나도 알거든?”


그녀의 입꼬리가 스르르 올라갔다.


“그래도 그렇게 빤히 보면 상대가 민망하겠다는 생각은 안 해본거야?”


“다른 생각을 하다가 그만. 미안해요. 모네뜨.”


“그래, 넌 사과가 빨라서 좋네. 그래서 너도 같은 생각이야?”


“······?”


나는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


“너도 갈 거냐고. 등대. 크리스가 말한···.”


크리스를 바라봤다.

난 눈짓으로 ‘제노아 야경 안내해 준다는 게 등대였어?”라고 물었다.


그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난 바로 그녀에게 대답했다.


“네, 맞아요. 모네뜨. 제가 이곳에 와서 제대로 구경을 못 했다고 하소연을 했거든요. 그랬더니 크리스가 등대가 좋다고···.”


모네뜨는 빤히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좌우로 젖혔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그녀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할 수 없겠는걸? 남자 둘 사이에 우리 로시네만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니까.”


'모가···할 수 없다는 거지?'



“그렇지? 로시네?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순간, 로시네도 ‘아가씨? 무슨 소리예요?’라는 표정이었지만,

바로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당연하죠. 아가씨! 아가씨가 저를 이 늑대들로부터 지켜주셔야죠. 그래서 언제 간다고? 크리스?”


모든 시선이 크리스에게 향했다.

흠칫 놀란 그가 외쳤다.


“오,오늘 밤?!”


“뭐? 오늘 밤?”

“오늘 밤이라고요, 크리스?”


크리스를 포함한 모두가 일정을 되물었다.

곁에서 묵묵히 대화를 듣고 있던 살바토레씨가 입을 열었다.


“밤에는 공자님이 위험해서 안 됩니다. 모네뜨 아가씨. 죄송합니다.”


입술을 쭉 내민 모네뜨가 살바토레씨와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럼 살바토레씨도 가야겠네요. 공자님의 호위를 맡은 것 같으니. 그렇지? 응? 아, 이런!”


갑자기 그녀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이번엔 또 뭐지?’


천천히 내게 고개를 돌린 그녀가 내 눈을 응시했다.


“너, 정말이지···나에게 이런 모욕감을 준 건 너밖에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또 무슨 말실수를 했을까···하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왜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 거야?”


아닌데, 전에 저택에서 봤을 때···.

아! 순례명을 받기 전이라 알려줄 수가 없었네.


“결례를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길 바랄께요. 저는 리버스 백작가의 리차드 위드빌이에요. 사정이 있어 제 소개를 못 한 거 미안하게 생각했어요.”


흠칫 놀란 로시네는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히잇! 배,백작가?”


로시네를 바라보던 모네뜨의 눈이 가늘어졌다.


“리버스 백작 가문? 영국의 리버스 백작가라면···. 설마···?”


모네뜨는 살바토레씨를 바라봤다.

어떤 의미인진 모르겠으나 살바토레씨의 고개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녀도 흠칫하며 어깨를 들썩였으나 조금 다른 의미였다.


“크큭, 비결이 뭐야? 나도 좀 배우게. 어쩜 이렇게 감쪽같이 귀족티를 안낼 수 있지? 그건 그렇고, 넌 몇째야?”


‘작위 계승 서열이 궁금한 건가?’

제노아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상인이라더니 모네뜨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전 셋째 아들이에요.”


모네뜨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팔짱을 꼈다.


“길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했네. 서두르자. 리버스 백작가의 공자님.”


안다. 그녀는 우리 가문을 안다.

그녀의 집안도 무역업을 한다면, 나라 밖 이야기, 특히 주요 무역 상대국의 얘기들은 많이 들었겠지.


1대 백작님의 러브 스토리는 워낙 유명했다고 했다.

이탈리아까지 소문이 났으려니.


고개를 내 쪽으로 기울인 그녀가 속삭였다.


“···지금이라도 무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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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인류를 구원할 준비(2) 22.09.30 77 2 14쪽
210 인류를 구원할 준비(1) 22.09.29 7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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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기쁨의 평원(2) 22.09.25 6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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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영원의 강(1) 22.09.20 5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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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달의 호수(1) 22.09.14 63 1 13쪽
198 태양의 서쪽(2) 22.09.13 64 1 13쪽
197 태양의 서쪽(1) 22.09.12 60 1 12쪽
196 오랜 벗을 만나다. 22.09.11 64 1 13쪽
195 천년의 고도에서(3) 22.09.10 63 1 12쪽
194 천년의 고도에서(2) 22.09.07 59 1 13쪽
193 천년의 고도에서(1) 22.09.06 71 1 13쪽
192 Officially missing you(3) 22.09.05 68 1 12쪽
191 Officially missing you(2) 22.09.04 60 1 13쪽
190 Officially missing you(1) 22.09.03 67 1 13쪽
189 바뀌지 않는 것들(3) 22.09.01 6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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