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를 다 마치고. 당신의 별세 소식을 들었습니다. 밥을 먹기 위해 킨 유튜브인데 이런 소식을 들으니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입니다.
왜 그렇게 빨리 가셨나요.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안됐나요. 천륜을 벗어나 인륜을 써서 조금만 버텨주셨으면 안됐나요.
영화 괴물에서 당신의 마지막 등장 씬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냥 가라고 손짓하는 그 장면이 눈을 감아도 재생됩니다.
집안의 문제와 폭력에 시달리던 소년이 죽음을 결심했을 때, 그 장면이, 당신의 연기가 소년을 살렸습니다.
그리고 소년에게는 꿈이 생겼습니다. 자신의 작품에 당신이 연기를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당신 덕분에. 소년은 자살을 위한 도구들을 다 버리고 펜을 잡았습니다. 습작이든 필사든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작품을 쓰고 퇴고를 했습니다. 그때의 거지같은 삶은 당신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병으로 인해 글 쓰는 것을 멈춰야 했어도. 언젠가 다시 돌아와 당신을 맞이할 준비를 할 거라고 다짐했습니다.
근데 이게 뭔가요. 저는 이제야 겨우 돌아왔는데 왜 가셨나요. 감사의 인사도 받지 않으시고 그냥 휙 떠나버리시면 남은 저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나요.
10년. 제 병이 낫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제가 늦은 건 맞지만, 3년. 딱 3년만 기다려 주셨으면 안됐나요.
언제나 제 노트에 당신을 그린 작품의 플롯이 있었습니다. 대작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이 되면 당장이라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그 작품은 텅 빈 작품이 될 거 같습니다.
변희봉 선생님. 당신은 저의 구세주였습니다. 자살을 생각하던 어리석은 소년을 바로잡아주던 대배우가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에 대한 애도는 길어질 거 같습니다. 화산고의 교감처럼 호통을 치는, 약국집의 아버님처럼 조그마한 조언을 주는 당신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는 나아가겠습니다. 언젠가, 천국에서 당신이 제 작품을 볼 그 순간까지 저는 나아가겠습니다.
당신은 한 생명을 살렸기에 천국에 가실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천국에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SARF 올림.
001. Lv.10 SARF
23.09.18 20:52
내일은 작품이 올라오지 않을 확률이 큽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