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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센타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위키

위키(wiki/wɪki) 불특정 다수가 협업 통해 직접 내용과 구조를 수정할 있는 웹사이트 말한다.’

 

특정 구역 364-11

 

이곳은 꽤나 나갔던 쇼핑몰이었지만, 지금은 황량하기 그지 없는 장소였다.

 

원인은 수가 없었지만, 그날 이후 괴수들이 튀어나오는 게이트가 수시로 곳에 발생했고, 그야말로 대참사가 벌어졌던 번째 게이트 개방 이후로 이곳은 특정인들 이외에는 출입이 금지된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폐쇄 되었던 이곳에 정말 오랜만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니 그것은 인기척이라기 보다는 한차례의 난동이라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었다.

 

콰광! !

타다다다다다! 타탕!

! ! 티팅! !

 

쿠오오오!”

! 이거 쓰레기잖아!”

 

쇼핑몰의 중앙홀에는 코뿔소를 닮은 괴수가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고, 방금 전 그 괴수에게 총을 난사했던 헌터는 방금 전까지 난사하던 총을 거칠게 바닥에 내던지려다, 다시 살며시 총을 바닥에 내려 놓았다.

 

아니 총이 잘못 된 건 아니지. 어디까지나 탄이 병신인 거야.”

 

그는 온갖 텍티컬 장비로 떡칠이 된 자신의 소총을 내려놓고는, 자신이 보았던 위키의 내용을 떠올렸다.

 

투산 신형 5.56mm 철갑탄이면 충분히 구제대상 2178호 듀얼 혼 라이노의 표피를 뚫을 수 있다

 

그가 어제 위키에서 읽은 내용이었고, 그는 오로지 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굳이 듀얼 혼 라이노가 자주 출몰한다는 이곳으로 출장을 왔다.

 

그리고 운 좋게 게이트가 열리며 듀얼 혼 라이노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환호를 내지르며, 녀석에게 곧장 문제의 철갑탄을 쏟아 부었지만, 한 탄창이 다 비도록 쏘아도 어느 것 하나 녀석의 표피를 뚫고 나가질 못했다.

 

빌어먹을! 위키충 놈들! 알지도 못하면서 싸지르기는!”

 

그는 누군지 모를 작성자를 욕하며 허리에 차고 있던 블레이드와 권총을 꺼내 들었다.

 

어디 공략법은 맞는지 볼까?”

 

잠시 혼잣말을 꺼낸 그는 곧장 자신의 스킬을 사용했다.

 

후웁! 신체 강화! 중복!”

 

꽈직! 파앙!

 

헌터 특제의 장갑복 안에 있던 그녀의 육체가 파르르 떨리며 부풀어 올랐고, 그는 부풀어 오른 자신의 장딴지 근육을 폭발시키며 괴수에게로 달려 들었다.

 

순간적인 힘의 폭발에 그가 디디고 있던 바닥돌이 깨져 나갔고, 괴수가 미쳐 반응도 하기 전에 그는 괴수의 머리 부분에 도달했다.

 

일단은 눈!”

 

타앙!!

 

그가 사용하는 권총은 권총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것이었는데, 사실 그것은 소드 오프 샷건이었는데, 총열과 손잡이를 극단적으로 짧게 만들어 놓은 나머지 오히려 권총처럼 보였다.

 

쿠아악!”

 

아무리 괴수의 피부가 단단하다 한들, 녀석도 생명체였고 눈이라든가 입 안 같은 부분은 인간이나 다른 짐승들과 마찬가지로 약했기에, 일반적으로 헌터들은 그런 부위부터 공격을 했고 그것은 이 괴수에게도 똑같이 적용이 되었다.

 

순식간에 두 발의 슬러그 탄에 한쪽 눈을 읽은 괴수는 괴성을 지르며 요동을 치기 시작했고, 녀석에게 외눈박이라는 선물을 안겨준 헌터는 몸을 빼 녀석의 눈이 먼 사각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단 발작은 피하고 오른쪽으로 돌라고 했지?”

 

그리고 위키에 올라와 있던 공략법 대로 괴수의 오른쪽으로 돌아 반대쪽 눈을 향했다.

 

괴수도 가만히 당할 수 만은 없었는지, 고개와 몸을 돌리며 반격을 하기 시작했고, 곧 녀석의 입에서 위키에 적힌 것과 같은 충격파가 토해져 나왔다.

 

뿌우우우우!

와장창! 꽈직! 콰쾅!

 

그리고 녀석의 고개가 돌아가는 것에 따라 녀석의 앞에 있던 구조물들이 하나씩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호오! 역시 위키의 공략대로야.’

 

헌터는 괴수가 하는 모양새를 보며 그것이 자신이 읽었던 위키의 내용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위키에 적혀 있던 대로 다음 공략으로 들어갔다

 

탈칵! 철컥!

 

강화복의 탄띠에서 두발의 슬러그를 꺼낸 그는 곧장 그것을 샷건에 장전했고, 다시 괴수의 왼쪽 눈을 향해 달려 들었다.

 

대각선으로 달려 들라고 했지?’

 

위키에 적힌 바에 따르면 한쪽 눈을 공격 당한 듀얼 혼 라이노는 계속해서 한 방향으로 돌아간다고 되어 있었고, 녀석의 몸과 부딪히지 않으려면 왼편에서 대각선으로 들어가라고 서술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헌터는 그 말에 충실히 따라, 대각선으로 녀석의 왼쪽 눈을 노리고 달려 들었다.

 

오오! 공략법 제대로야!’

 

그가 대각선으로 듀얼 혼 라이노를 향해 뛰어들자, 마치 자로 잰 것처럼 녀석의 몸은 오른쪽으로 움직였고, 덕분에 그는 라이노의 눈에서 벗어나 녀석의 몸에 붙은 듯 녀석의 왼쪽 눈가로 접근할 수 있었다.

 

다음!”

! 퍼억!

 

그는 구리가 아닌 쇳덩이로 된 슬러그 탄을 다시 괴수의 눈에 갖다 박았고, 곧장 녀석의 몸에서 떨어졌다.

 

쿠오오오!”

 

괴수는 눈을 잃은 고통에 괴성을 지르며 몸을 버둥거렸고, 녀석이 움직일 때마다 주변의 바닥과 구조물이 부서져 흩어졌다.

 

좋아. 여기까지는 공략대로네.’

 

헌터는 위키에 나온 대로 괴수를 공략하고 있었고, 여기까지는 위키에 나온 공략이 그대로 맞아 들었다.

 

다음은 기다리는 건가?’

 

위키에는 일단 눈을 공략하고 나면 녀석이 두 차례 더 파동을 토해낼 때까지 기다리라고 되어 있었고, 그는 위키에 적힌 대로 부서진 구조물 뒤에 몸을 숨기고 괴수 녀석이 파동을 사용하기를 기다렸다.

 

뿌우우우!

 

두 눈을 잃은 괴수는 다시 헌터가 공격해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파동을 쏘아 내었고, 녀석이 파동을 쏘아낸 자리는 원형을 그리며 부서져 갔다.

 

한 번 남았다. 어디 흔들어 볼까.’

 

후욱! 후욱!”

 

파동을 토해낸 괴수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고, 헌터는 녀석이 다시 파동을 토해내게끔 만들고자 일부러 쓰지도 않을 샷것을 장전했다.

 

탈칵! 철컥!

 

그리고 괴수는 헌터의 어그로에 제대로 걸려 들었다.

 

뿌우우우우!

콰직! 콰콰광!

 

녀석은 소리가 들린 쪽으로 머리를 움직여 파동을 토해내었지만, 이미 헌터는 소리를 죽여 자리를 옮긴 뒤였고, 애꿎은 구조물만 파동에 휘말려 부서져 내렸다.

 

파동을 세 번 토하고 나면 숨구멍이 열린다고?’

 

위키의 공략에는 듀얼 혼 라이노는 파동을 세 차례 사용하고 나면 약점인 숨구멍이 크게 벌어진다고 서술이 되어 있었고, 그 서술 그대로 두꺼운 녀석의 표피가 벌어지며 마치 아가미와 같은 녀석의 숨구멍이 열렸다.

 

파아! 후욱! 후욱!”

 

지금이다!’

 

거칠게 숨을 들이키는 괴수를 보고 헌터는 곧장 다리에 힘을 주고는 녀석을 향해 달려 들었다.

 

발기!’

 

그는 스킬을 발동시켜 자신의 검에 기를 불어 넣었고, 그의 검은 푸른 색으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코어가 보여야 하는데.’

 

괴수에게 다가간 그는 곧장 녀석의 벌어진 숨구멍을 향했고, 그 벌어진 틈 사이에서 빛이 나는 부분을 발견했다.

 

찾았다!’

 

그리고 푸른 빛이 나는 자신의 검을 거기로 꽂아 넣었다.

 

푸아악!!

쿠어어어억!”

 

 

괴수의 속살이 찢어지며 녹색의 피가 그의 얼굴과 몸을 뒤덮었지만, 그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그 빛나는 부분을 향해 자신의 검을 깊숙하게 찔러 넣었고, 곧 단단한 것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괴수가 단발마를 토해내었다.

 

그는 괴수의 몸이 무너진 후에도 녀석의 몸 속에서 빛이 사라질 때까지 검을 찔러 넣은 채 버티고 있었고, 괴수의 몸 속에서 빛이 사라진 후에야 몸을 빼내었다.

 

!! 이거 몸에는 영향이 없는 거 맞어? 맛은 최악인데?”

 

분명히 위키에는 피를 뒤집어 써도 안전하다고 써있었지만, 그 맛에 대해서는 적혀 있지 않았다.

 

호오! 이거 덧붙일 수 있겠다!’

 

순간 위키에 한 문장을 더 써 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 헌터는 망설이지 않고 손가락 가득 묻은 그 녹색의 피를 핥았다.

 

쪽쪽.

 

으응!?”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그의 표정은 정말 복잡하게 변해갔다.

 

우우우우엑!”

 

그는 곧장 녹색의 피를 뱉어내더니 토하기 시작했고, 그의 구토는 어젯밤에 먹었던 치킨의 흔적까지 확인하고는 끝이 났다.

 

우욱. 최악이다. 이건 꼭 적어야지.”

 

듀얼 혼 라이노를 혼자서 쓰러뜨릴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그의 모습은 정말 파리하게 변했지만, 그는 오늘도 위키에 적을 수 있는 것이 생겼다는데 만족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는 헌터 위키의 구제대상 2178호 듀얼 혼 라이노 항목에 한 문장을 더 추가했다.

 

타닥!!

피는 안전하지만 맛은 최악이다. 마치 쓸개를 통으로 씹어먹는 맛이 난다.’

 

그는 자신이 추가한 문장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어서 오늘 사용했던 철갑탄에 대한 내용을 다른 항목에 추가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이기적, 한국에 서른 셋 밖에 존재 하지 않는 갑급 1종 헌터였지만 그의 이름은 다른 헌터들과 달리 전혀 유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자신도 자신의 유명세를 바라지 않았다.

 

다만 그는 위키 편집자 selfish로 유명했고, 사람들은 매우 정확한 편집을 하기로 유명한 selfish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했다.

 

그리고 보다시피 그는 지독한 위키 홀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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