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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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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86,404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1.05 21:09
조회
1,728
추천
12
글자
8쪽

파인딩 스타(2부) - 악몽(1)

DUMMY

중학교 3학년 물리 수업시간이었다. 박차승 선생님이 역학적 에너지의 보존법칙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박 선생님은 학생들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통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딴 짓을 하거나 조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다. 특히 질문에 대한 답변이 시원찮게 나올 때는 신성모독으로 간주하고 가차없이 체벌을 가했다.


어느새 수많은 공식과 숫자가 칠판을 가득 메웠고 역학적 에너지의 보존법칙도 여러 차례 강조되고 있었다. 마치 역학적 에너지의 보존법칙이 없으면 우주가 멈춰버리고 세상이 멸망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박 선생님은 설명하는 도중에도 자신의 명품수업이 제대로 명품대접을 받고 있는지 학생들을 세심하게 관찰했다. 아이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저승사자의 눈빛이었다. 불편한 심기로 문제풀이 하나를 끝내는 것 같더니 갑자기 한 학생에게 칠판 지우개를 던졌다.


“야! 나은호. 너 무슨 생각하고 있는거야!”


지우개는 엉뚱하게도 은호 뒤에 앉아있는 이민찬의 얼굴을 정면으로 때렸다. 던질 때 너무 힘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이민찬은 얼떨결에 얼굴을 가격당하고 하얀 분말을 뒤집어썼다. 누군가 ‘강시’라고 속삭이자 학생들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자제하고 있었다.


“내가 조금 전에 설명한 것을 질문하겠다. 답변을 못하면 각오해라. 지구의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수도 없이 설명했다. 어떤 사람이 야구공을 초속 50미터의 속력으로 수직 위로 던져 올렸다면 공이 올라가는 최고높이는 얼마인가?”

“선생님. 질문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뭐야?”

“야구공을 수직 위로 정확히 던지는 것도 불가능하고 이 세상에 초속 50m의 속도로 공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순간 당황하는 저승사자의 눈빛을 보았다.


“지금 나를 우롱하는건가? 당장 뒤로 나가서 엎드려 있어.”


나은호는 일어나서 교실 뒤로 갔고 박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눈을 부라리며 공포분위기를 조장했다.


“오늘 너희들에게 수업시간에 딴 짓하고 선생님을 우롱하는 학생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겠다. 야! 나은호! 엎드리라고 했잖아. 너 정말 죽고 싶어?”


은호는 선생님이 협박을 해도 그냥 가만히 서있었다. 은호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평소에도 폭력적인 박 선생님을 싫어했지만 오늘은 불안정한 기분 탓인지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갑자기 잠복해 있는 아토피가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졌다. 학생들 눈에는 저승사자보다 나은호가 더 무섭게 보였다. 앞줄에 앉아있던 나채원도 은호가 어떻게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이 자식. 안 엎드려?”


박 선생님은 맨주먹으로 은호의 머리를 세차게 때렸다. 은호의 눈빛이 격렬해졌다. 폭발하려는 분노를 가까스로 억제하는 것 같았다. 은호는 선생님을 매섭게 노려보고 나서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교실 문이 세게 부딪히는 소리가 학교 전체를 화들짝 놀라게 만들었다.


박 선생님은 초유의 항명사태에 충격을 받았는지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고 학생들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은호가 남기고 간 정적이 무겁고 길게 흘렀다. 누가 어떻게 이 사태를 수습할 것인가. 학생들은 수업이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무거운 분위기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이민찬이 분말가루 때문에 재채기와 기침을 시작한 것이다. 오랫동안 참았다가 터뜨리는 것인지 좀처럼 멈추지가 않았다. 민찬이의 기침소리는 가느다랗고 재밌었다. “콜록콜록” 소리가 “키득키득”으로 들렸다. 연이어 기침을 하는 소리가 인생최대의 굴욕을 당한 저승사자를 비웃는 것 같았다.


교실 분위기는 민찬이의 유별난 기침소리 때문에 완전히 반전되었고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박차승 선생님은 민찬이게 가서 다짜고짜 뒤통수를 갈겼다. 저승사자는 죄없는 강시에게 분풀이를 하고 수업을 끝내버렸다.


“이 새끼. 기침소리가 더럽게 재수없네.”


나채원은 학교수업이 끝나자 곧장 집으로 갔다. 은호 걱정 때문에 온종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은호는 마당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빨리 왔네.”


채원이는 가방을 내려놓고 은호를 노려보면서 의자에 앉았다.


“너. 왜 그랬어!”

“응?”

“오늘따라 왜 그렇게 삐딱하게 굴었냐고.”


은호는 심각해진 채원이를 보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너 내손에 죽어볼래? 지금이 웃을 상황이야?”

“아니. 그게. 웃기지 않니? 물리선생이 물체의 운동원리랑 역학에너지를 장황하게 설명하는데 정작 본인은 칠판지우개 하나 제대로 못 던지잖아. 불쌍한 민찬이가 얻어맞고”

“그게 웃을 일이야? 너가 별나니까 잘하는 거지. 그게 어디 보통 사람들한테 쉬운 일이니? 왜 선생님을 약오르게 만든거야? 앞으로 어쩌려고 그래. 정말.”


나은호는 갑자기 침울해졌다.


“채원아. 나 어제 길가다가 사람들이 잔인하게 개 잡는 걸 봤어. 너무 끔찍해서 평생 못 잊을 것 같아.”


나채원은 그제야 은호의 행동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은호가 어젯밤부터 가라앉아 보였다. 아침에 같이 등교할 때도 말 한마디 없었다. 머릿속으로 전날 공부했던 역사의 한 장면을 파헤치느라 은호에게 무관심했던 것 같아서 내심 미안해졌다.


채원이는 전교 1등으로 독주하고 있었지만 은호는 학교수업에 흥미가 없었다. 학교 교육이란 오로지 단편적인 암기와 시험만을 위한 공부인 것 같았다. 교사들은 성적에 따라 인간의 우열을 구분했고 죽은 지식을 학생들에게 강제로 떠먹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명문대 진학을 해야 우수한 사람으로 대접하는 사회분위기가 중학교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자신의 개성과 적성을 찾아내서 재능을 키워갈 겨를이 없었고 명문대를 향한 교육대열에서 한 번이라도 이탈하면 사회에서 영원한 낙오자로 남을 가능성이 컸다.


“학교에는 살아있는 느낌이 없어.”


종종 은호가 채원이에게 하는 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시간만 때우려고 학교를 다니는 형편이지만 같은 교실에 채원이가 있어서 그나마 지루함을 견딜 수가 있었다. 은호는 채원이의 모든 것이 좋았다. 가족으로 지낸지도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한결같이 자기를 아껴주고 가끔은 유행하는 개그를 흉내내며 배꼽을 빠지게도 만든다.


학교성적도 채원이 덕분에 중간수준을 유지 할 수 있었다. 영어는 항상 점수가 좋았다. 평소에 채원이와 영어로 단어게임을 하고 대화상대 역할을 많이 해봐서 제법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수학은 단념해 버렸지만 나머지 과목은 시험기간 동안 채원이가 만들어준 족보만 외워도 기대이상의 성적이 나왔다.


은호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연한 느낌이 있었지만 채원이는 어렸을 때부터 확고한 꿈이 있었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이었다. 은호의 눈에는 이미 채원이가 세상의 어느 아나운서보다도 예쁘고 똑똑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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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인딩 스타(2부) - 악몽(1) +5 12.11.05 1,729 12 8쪽
17 파인딩 스타 - 부바르디아(2) +9 12.11.02 1,681 8 9쪽
16 파인딩 스타 - 부바르디아(1) +2 12.11.01 1,718 10 9쪽
15 파인딩 스타 - 인연(2) +3 12.10.30 1,660 8 7쪽
14 파인딩 스타 - 인연(1) 12.10.29 1,755 10 6쪽
13 파인딩 스타 - 초감각(2) +4 12.10.26 1,759 11 7쪽
12 파인딩 스타 - 초감각(1) +2 12.10.24 1,743 10 6쪽
11 파인딩 스타 - 교도소(2) +1 12.10.23 1,777 12 9쪽
10 파인딩 스타 - 교도소(1) +2 12.10.22 1,782 11 11쪽
9 파인딩 스타 - 개장수(2) +3 12.10.20 1,721 12 5쪽
8 파인딩 스타 - 개장수(1) +4 12.10.20 1,884 11 8쪽
7 파인딩 스타 - 가을하늘 +6 12.10.19 1,864 11 6쪽
6 파인딩 스타 - 아기의 절규(2) +3 12.10.19 1,918 14 6쪽
5 파인딩 스타 - 아기의 절규(1) +2 12.10.19 2,016 14 6쪽
4 파인딩 스타 - 벚꽃 내리는 밤(2) +4 12.10.17 2,077 9 8쪽
3 파인딩 스타 - 벚꽃 내리는 밤(1) +4 12.10.16 2,451 13 7쪽
2 파인딩 스타 - 독설공주 +1 12.10.16 3,046 13 8쪽
1 파인딩 스타 - 프롤로그 12.10.16 3,654 1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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