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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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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86,414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0.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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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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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파인딩 스타 - 교도소(1)

DUMMY

서민우는 곧바로 구치소에 구속수감되었다. 삭막하고 살벌하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주위에 같이 갇혀있는 미결수들을 보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는 원래 거친 사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학창시절부터 군대생활까지 남자들 세계에서 무자비한 폭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린 적이 많았다. 사회생활을 할 때도 남자들이 모여있는 자리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함을 느꼈다.


이 곳은 감옥이었다. 서로를 경계하는 기색이 뚜렷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서열싸움이 치열했다. 그 중에 양아치 같이 보이는 녀석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유난히 건방을 떨었다.


“형님, 정말 꼭지 돌아서 미치겠습니다. 세 놈을 죽여놓고 그 개새끼를 제대로 처리 못해서 이렇게 됐잖습니까.”


“조용히 있어라.”


“아우 형님, 여기서 나가면 그 십새끼 모가지를 비틀어버릴 겁니다. 여기서 얼마나 썩을지도 모르니까 애들 시켜서 당장 해치워 버릴까요?”


“허, 이 자식. 조용히 하라니깐.”


양아치는 분을 못 참으며 계속 욕설을 내뱉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관심 없다는 듯이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사람을 셋이나 죽였다니 분명히 조폭인 것 같았다. 누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살인자들의 등장으로 서열이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범죄의 세계를 동물의 세계와 비유하자면 살인자들은 육식동물이었고 나머지 범죄자들은 초식동물일 뿐이었다.


밤이 되자 불편한 자리에서도 모두가 잠이 들었지만 서민우는 혼자서 번민에 시달리고 있었다. 인생을 포기하는 심정으로 사고를 저질렀지만 인생은 중단되지 않았다.


‘내가 정말 왜 그랬을까.’


회사 야유회 밤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평생 억눌러온 성욕과 여자에 대한 소년기적 환상이 알코올에 이상반응을 일으켜서 자신을 괴물로 만들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이성의 통제기능을 상실한 괴물은 그녀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을 그녀가 자기를 받아주고 있는 것으로 착각해버렸다. 이성이 닿지 않는 세계에서 그녀가 자신의 불행과 아픔을 모두 품어주는 것 같았다. 괴물은 천지를 흔들고 나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그 자리에는 심약한 자신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밤마다 그녀가 자신을 저주하는 악몽을 꾸었다. 지나연이 아기를 키우고 있어도 그녀의 곁에 있을 자격이 추호도 없다. 하지만 그녀를 위해서 무엇이든 해야 했다. 우선 전 재산을 털어서 그녀를 돕고 싶었다. 지나연과 가장 친한 친구인 김수연에게 접근해서 도움을 요청했다. 기부금, 교회, 미혼모. 모든 것이 두 사람이 지어낸 이야기였다. 다행히 지나연은 친구를 의심하지 않았고 서민우의 존재도 의식하지 못했다.


서민우는 아기의 피부병 때문에 그녀와 아기 모두 고통스럽게 사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멀리서도 아기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받아야 할 벌을 아기가 대신 받고 있는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당장은 개장수가 문제였다. 수시로 피워대는 연기 때문에 아기의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다. 직접 환경담당 기관에 쫓아다니고 담당자에게 수도 없이 항의를 해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결국 개장수에 대한 증오를 견디다 못해 불을 지른 것이었다. 무서운 불길이 번지는 모습을 보며 이제 자신의 인생도 끝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나연에게 할 수 있는 일은 다한 것 같았다. 그녀가 부디 좋은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를 빌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가진 돈도 없고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오랫동안 신경과민에 시달리고 잘 먹지도 못해서 몸이 많이 쇠약해진 상태였다. 원래부터 인생에 대한 애착이 없던 그였다. 산불을 지르고 나서 도망칠 생각도 없었고 여관에서 다음 날까지 죽은 듯이 잠을 자고 있다가 결국 경찰에게 붙잡히게 된 것이었다.


서민우는 인생을 체념한 채로 감옥에 들어왔지만 뒤늦게 현실을 자각하며 후회하기 시작했다. 감옥 같은 곳에서는 하루도 못살 것 같았다. 그는 집단생활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군대생활도 악몽이었다. 단순히 강자와 약자만 존재하는 세계였고 개인의 인격과 권리는 흙먼지 같은 취급을 받는 곳이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교도소 생활에 대한 공포심도 커져갔다. 당장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었고 누군가 구해주기를 애타게 바랬다. 경찰에게 붙잡히기 전에 자살하지 못한 것이 끝내 한스러웠다.


다음 날이었다. 조직폭력배로 추정되는 양아치는 변함없이 살생부를 들먹였고 리스트에 올려놓은 사람들의 사형시기를 끊임없이 저울질했다. 다른 사람들은 서로의 눈빛을 피하며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었고 서민우는 밤새 한 숨도 못잔 탓에 머리를 벽에 기대고 잠들어 있었다.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교도대장과 교도관이 어떤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한 시간 후에 구치소장님 순시가 있으니까 전부 일어나서 똑바로 앉아 있어. 어이 거기 누워서 자는 친구. 새끼 자는 폼 봐라. 빨리 옆에서 깨워. 인상들 좀 펴고. 그리고 니들 소장님한테 밥맛이 어떻고 저떻고 그딴 소리들은 하지 마. 확 일주일을 굶겨버릴거야. 깜방에 와서 밥맛 타령하는 새끼들이 꼭 있다니깐.”


교도대장의 얼굴, 체격, 행동, 말투는 완전히 건달이었다. 강력범들을 제압하기 위해서 특별채용된 조폭같았다.


“신교도, 이 방은 전부 교통사범들이지?”


그는 교도관들을 전부 성을 붙여서 ○교도라고 불렀다.


“아닙니다. 교도대장님. 방이 부족해서 살인범 한 명도 같이 수용했고 절도범들도 두 명 있습니다.”


“살인범이라‥. 저 친구이구만. 얼굴도 선하게 생겼는데 좀 참지 그랬나. 감방생활이 힘들더라도 절대 사고치지 말게. 차분히 지내다 보면 형기도 많이 줄어들 거야.”


교도대장의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투였다. 서민우의 방화동기에 대해서 무슨 얘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절도범들은 룸에서 상습적으로 손님들 지갑을 털어온 놈들 아니야? 어떤 새끼들이야?”


신 교도관은 줄곧 살인을 운운했던 양아치 일당을 지목했고 재소자들의 이목이 그들에게 일제히 집중되었다.


“세상에서 제일 재수없는 놈들이 남의 지갑 터는 새끼들이야. 나도 월급날에 소매치기를 당한 적이 있는데 말이야. 우리 식구들 손가락 빨아먹고 살다가 굶어죽을 뻔 했다니까. 신교도. 저 놈들 빨리 격리시키고 조금이라도 말썽 일으키면 바로 보고해.”


교도대장은 절도범들에게 원한이 많은 것 같았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도 절도죄는 최소한 10년 이상 징역을 살게 하고 상습범은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때려야 한다며 큰 소리로 말했다. 구치소 안의 많은 절도범들이 강력범으로 내몰리는 순간이었다. 다른 재소자들도 절도죄가 용서받을 수 없는 흉악한 범죄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서민우와 같이 있던 두 양아치들은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 재소자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시비를 걸어왔다.


“아우, 저 형씨들 때문에 졸라 쫄았네. 뭐, 세 놈을 죽여? 입만 흉기구만. 재수없는 새끼들.”


양아치들은 인신공격을 당해도 어떻게 반격해 볼 수가 없었다. 교도대장이 다녀간 뒤로는 완전히 공공의 적이 되어 버렸다. 두 사람은 전직 나이트클럽 웨이터들이었다. 수면제를 탄 양주를 룸에 보내고 손님들이 곯아떨어지면 지갑을 털어서 택시에 실어 보내는 수완을 발휘해왔다.


하루는 손님 한 사람 때문에 낭패를 보게 되었다. 술을 조금 마신 상태에서 잠시 졸다가 실려 나가는 도중에 깨어버린 것이었다. 그는 자신과 일행의 지갑 안에 있던 수표와 돈이 사라진 사실을 알아채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 일당은 지난 4년 동안 나이트클럽 일대를 전전하며 2억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온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구치소 안이 술렁거렸다. 서로의 정체가 드러나자 절도범들은 말 한마디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고 교통사범들의 기세 싸움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모두들 살인범인 서민우를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서민우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어떻게 보면 파리 한 마리도 함부로 안죽일 것 같이 선하게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연쇄살인범을 연상시켰다.


연쇄살인범들은 대부분 인상이 좋은 편이었다. 여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해서 호감을 사고 적당한 구실로 차에 태우고 나면 악마로 돌변해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재소자들은 서민우도 그런 부류일 거라고 잠정 결론을 지었다. 누군가 귓속말로 감옥 안에서도 가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는 얘기를 했다.


서민우는 주로 고개를 숙인 상태로 무릎에 두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손이 유난히 희고 고왔다. 어느 순간부터는 여자처럼 고운 손이 연쇄살인범의 상징이라는 말도 떠돌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서민우에 대한 공포심이 증폭되고 있었다. 그에게 감춰져 있는 사이코를 건드리지 말아야 했다. 사이코가 언제 뛰쳐나와 광기를 부릴지 모를 일이었다.


서민우의 재판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1심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판사는 서민우가 고의적으로 방화살인을 저질렀고 피해자가 노령의 장애인이라는 점과 산불로 인한 자연파괴와 주민들의 피해가 극심한 점을 종합할 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와 같이 선고한다고 말했다.


서민우는 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다. 개장수가 개밥을 끓이면서 발생시킨 대량의 유독성 연기 때문에 주민들의 피해가 극심했고 한 아기가 피부병 질환으로 날마다 괴로움으로 절규한 점, 다른 사람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개장수의 짐승같은 면모, 그리고 행정기관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특수한 상황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 볼 때 개인적인 처형이 불가피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발언기회가 주어졌을 때 서민우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짧게 답변했다.


“살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그냥 사형을 내려주십시오.”


담당판사는 서민우가 뉘우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사형을 운운하며 법정을 우롱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서민우는 항소하지 않았고 1주일 후에 무기징역 판결이 확정되자 교도소로 이감 조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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