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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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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86,406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0.17 12:23
조회
2,077
추천
9
글자
8쪽

파인딩 스타 - 벚꽃 내리는 밤(2)

DUMMY

어스름이 깔리는 고요한 저녁에 바비큐 파티가 벌어졌다. 날은 금방 어두워졌지만 벚꽃이 가로등 조명을 환하게 반사시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분위기에 취하고 술에 취하기 시작했다.


고기가 어느 정도 소진되자 술과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개시되었다. 아직 지나연에게 술을 권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슬슬 자리를 피할 때가 된 것 같았다. 그녀가 일어서려고 하는데 갑자기 이 과장이 큰 목소리로 좌중의 이목을 끌었다.


“나연씨가 술 마신지도 꽤 됐지? 오늘은 한 잔 하기에 딱 좋은 날 아니야?”


“안돼요. 과장님. 저 술 마시면 큰 일 난단 말이에요.”


“큰 일? 잠자는 거?


“‥‥”


“잠자는 게 얼마나 몸에 좋은 일이야. 오늘 같은 날도 흔치 않은데 나연씨도 한 잔 마셔야지. 방이 코앞인데 무슨 걱정이야.”


지나연에게 술은 치명적인 독주라고 생각했던 직원들도 이 과장의 의견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중대병력을 이끌고 나온 알코올 부대는 직원들의 의식 깊숙이 침투해서 밤하늘 가득한 별들과 어둠속에 매복해있는 나무들을 사정없이 흔들었고 이제 마지막 고지를 향해서 맹렬히 돌진하고 있었다. 지나연은 사면초가에 빠지면서 전의를 상실해 버렸다.


“우리 공주님이 바로 잠드시면 재미없고. 우리 내기를 하자고. 나연씨가 몇 잔에 떨어지는지.”


지나연은 입사초기 회식자리에서 술 네 잔에 졸도해버린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직원들 사이에서 술 세 잔과 네 잔으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기 시작했다. 주삼파(酒三派)는 술은 가까이 할수록 늘고 멀리 할수록 준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몇 년 동안 한 잔도 입에 대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도 세 잔이 한계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주사파(酒四派)파는 술과 심리상태의 상관관계를 역설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주량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오늘 같은 날에는 그녀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믿음을 보였다. 이 과장이 술렁이는 좌중을 잠재우며 내기주문을 걸었다.


“자, 거의 절반씩 파가 갈렸으니까 진 쪽이 술자리를 정리하는 거야. 그리고 우리 공주님에게는 백성들의 사기를 진작시킨 공로를 인정해서 다음 주 월요일에 특별휴가를 드릴 예정이다. 안 그렇습니까. 사장님.”


사장은 열렬하게 박수몰이를 하며 동조해 주었다.


“그럼 헛갈리니까 나연씨 수면주가 세 잔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왼쪽으로 모이시고 네 잔은 오른쪽으로 모이세요.”


지나연은 분위기에 휩쓸려서 경계심을 풀고 내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본인도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해졌다. 이 과장은 소주 네 잔을 채워서 그녀 앞에 차례로 놓았다.


“그럼 공주님, 시작하시죠.”


지나연은 서서히 첫 잔을 들이켰다. 술잔을 내려놓으면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잔을 잡는 순간 이상한 기운이 우웅 소리를 내며 머릿속에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무대의 커튼이 닫히는 것처럼 의식이 점차 사라져갔다. 뇌의 명령에 따라 손이 술잔을 들어올리긴 했지만 이미 의식을 잃어버린 후였다.


떨어뜨린 술잔은 나머지 잔들과 요란하게 충돌하면서 사방에 술방울을 튀겼다. 지나연은 테이블 위에 엎드려서 무겁게 잠들어 있었다. 술 한 잔에 게임이 끝나버린 것이었다. 모두들 뭔가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버린 것 같은 허탈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 과장이 직원들 중에 제일 멀쩡해 보이는 서민우에게 그녀를 맡겼다. 서민우가 지나연을 업고 팬션의 2층으로 가는 동안 주삼파와 주사파와의 치열한 공방이 재개되었다. 주삼파는 자기네가 정답에 더 가까웠다며 승리를 주장했고 주사파는 둘 다 맞추지 못했으니 무승부일 뿐이라고 강변했다.


또다시 술부대가 동원되었고 뒷정리를 면해보려는 직원들의 각개전투가 밤늦게까지 전개되었다. 패잔병이 속출했고 살아남은 직원들마저 술자리를 버려두고 달아나는 바람에 전쟁터는 폐허를 방불케 했다.


밤이 깊어가고 직원들의 잠도 깊어가고 있었다. 직원들은 군대 막사같이 큰 방에서 전쟁터의 시체들처럼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모두가 정신없이 잠들어 있었으나 혼자 깨어있는 사람이 있었다. 서민우였다. 그도 술에 취해 있었지만 술보다도 지나연의 생각에 더 깊이 취해있었다. 아까 지나연을 데려다 눕혔을 때 남들 모르게 그녀를 감상 할 수 있었다. 평소에 말 한마디 붙이기 힘들고 얼굴조차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던 그녀였다.


하늘이 주신 기회였다. 적당히 긴 머리, 평온하게 잠든 뽀얀 얼굴, 여성미 넘치는 몸매. 가슴이 충동질하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욕정에 사로잡혔다. 자신도 흠칫 놀랄 정도로 심장소리가 크게 났다. 밤새도록 그녀를 쳐다보고 싶었지만 마냥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어서 일단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서민우는 모두가 잠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 막상 혼자만의 은밀한 시간이 주어지자 그녀의 방에 가는 것이 망설여졌다. 안달이 난 욕정이 자신을 어디까지 끌고 갈지 알 수가 없었다.


사고를 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를 단념하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잠을 자려고 할수록 몸이 더 깨어났다. 다시 한번 그녀를 보지 않고는 도저히 잠들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슬며시 일어나서 2층에 있는 지나연의 방에 잠입했다. 그녀는 아까 본 자세 그대로 잠들어 있었다. 무슨 짓을 해도 깨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절대로 나쁜 짓은 하지 말자고 자신을 다독이며 그녀의 전부를 서서히 눈에 담기 시작했다.


‘그냥 쳐다보기만 할거야.’


지나연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세밀하게 관찰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처럼‥. 그녀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또다시 가슴이 격렬하게 뛰었고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올랐다. 그녀를 만져보고 싶었다.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한동안 그녀의 볼에서 맴돌던 손이 과감하게 온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만지다 보니 속살이 보고 싶어졌다. 태어나서 한 번도 여자의 몸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정말 여기까지만 하자.’


떨리는 손으로 옷을 하나 둘 해체시키자 드디어 금기된 성역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 황홀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아름다운 천사가 강림한 듯이 보였다. 그녀의 곁에 누워서 가만히 끌어안았다. 그는 더 이상 스스로에게 이성적인 판단을 요구하지 않았고 욕정이 잡아끄는 대로 몸을 맡겼다. 자신도 옷을 벗고 맨살을 최대한 그녀와 접촉시켰다. 그의 민감한 몸은 그녀의 몸속으로 미친 듯이 빨려들어갔다. 태산이 흔들리고 바다가 출렁이고 밤하늘의 별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달아오른 에너지가 격렬한 움직임으로 한 곳에 집중되기 시작했고 절정에 이른 순간 새하얀 용암을 분출하고 나서 어둠 속으로 흩어져버렸다. 그녀의 몸속에 분사된 엄청난 양의 생명체가 최후의 승자를 가리기 위한 죽음의 레이스를 펼쳤다.


창 밖에는 봄바람이 유난히 사나웠고 마치 눈이 내리는 것처럼 벚꽃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지나연은 아무런 미동조차 없이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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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파인딩 스타 - 교도소(2) +1 12.10.23 1,777 12 9쪽
10 파인딩 스타 - 교도소(1) +2 12.10.22 1,782 11 11쪽
9 파인딩 스타 - 개장수(2) +3 12.10.20 1,721 1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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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파인딩 스타 - 아기의 절규(2) +3 12.10.19 1,918 14 6쪽
5 파인딩 스타 - 아기의 절규(1) +2 12.10.19 2,016 14 6쪽
» 파인딩 스타 - 벚꽃 내리는 밤(2) +4 12.10.17 2,078 9 8쪽
3 파인딩 스타 - 벚꽃 내리는 밤(1) +4 12.10.16 2,451 1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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