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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연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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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무(武)재능이 레벨업을 못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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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빛이연
작품등록일 :
2022.05.23 20:57
최근연재일 :
2022.06.22 10:0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8,408
추천수 :
347
글자수 :
187,548

작성
22.06.06 12:00
조회
218
추천
8
글자
10쪽

6. 스승님(3)

DUMMY

6. 스승님(3)



그날도 여느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숲을 다니며 경신법 훈련 겸 사냥을 하고, 저녁 시간이 되어 다녀왔다며 인사를 드리기 위해 무백의 처소를 찾은 두 사람이었다.


묘한 적막감이 거슬렸던 두 사람이 짐짓 소리를 높여 무백을 불렀다.


“어르신, 다녀왔습니다.”

“할아버지~ 저희 왔어요!”


소연은 채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가렴을 걷어 올리며 후다닥 뛰어들어갔다.


“할아버지!!”


집안에서 들려온 뾰족한 소연의 비명에 깜짝 놀란 연택이 헐레벌떡 안으로 뛰쳐 들어왔다.


소연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무백의 어깨를 잡아 흔들고 있었지만, 침상에 누운 그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어, 어르신!”


황망히 침상에 다가간 연택이 무백의 손목을 짚었다.


‘아직 맥이 살아있다.’


놀란 소연을 다독여 밀어낸 연택이 무백의 기해혈과 백회혈에 살짝 손을 올리고 천무심법을 일으켜 내력을 불어넣었다.


내력을 넣으며 느껴지는 무백의 혈맥은 당장이라도 찢어질 것 같이 한없이 연약해져 있었다.


참담한 상태에 마음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그는 집중을 놓지 않았다.


불어넣은 내력에 서서히 무백의 몸이 따뜻해지고 이윽고 작은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으으음-”

“할아버지! 할아버지!”


소연이 다급하게 그를 부르자 천천히 소연 쪽으로 고개를 돌린 무백의 눈에는 이미 생기가 없었다.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이 보이지도 않을 터인데 천천히 손을 들어 더듬더듬 소연의 얼굴을 닦아준 무백이 힘없이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두 분 스승님의 얼굴을 잠시 본 것 같구나.”


바람이 새는 소리와 섞인 목소리는 언뜻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지만, 두 사람을 안심시키려 억지로 웃으며 농을 던지는 무백이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너희를 보고 갈 수 있어 다행이구나.”

“어르신, 그런 말씀 마십시오. 기운 차리셔야죠.”


이미 마지막을 직감한 그의 말에 연택이 급히 말했지만, 천천히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아득한 기분이 된 연택이 재차 내력을 불어넣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조차 힘들 만큼 혈맥이 불안정해지고 있었다.


계속 억지로 기운을 북돋으려 하다가는 되려 자신이 무백을 상하게 할 상황이었다.


방법이 없다는 생각과 무력감에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그가 침상에 기대었다.


“그쯤 했으면 되었다. 내가 말년에 아주 과한 복을 받았구나. 그간 낯부끄러워 말을 못 해주었다만, 내 너희 덕분에 혼인도 안 한 늙은이 주제에 아들도 얻고 손녀도 얻은 기분이었단다. 고맙구나.”


연택의 내력에 잠시나마 힘을 얻었는지 천천히 몸을 반쯤 일으킨 그가 손을 내밀었다.


그의 앙상한 손을 조심스레 감싸 쥔 소연이 그 손에 고개를 묻었다.


소연의 어깨가 들썩이는 것을 느꼈는지 무백이 한 손을 들어 소연의 머리를 슬슬 쓸어주었다.


“이리 마음이 여려서 어찌할꼬. 연택이 네가 잘 보듬어줘야겠구나.”


소리를 참아 흐느끼는 소연에게서 점점 참지 못한 울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부디 서로를 의지해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잘 이겨내거라.”

“예··· 어르신.”

“그리고 연택아. 이곳을 떠나거든 맥을 이어주겠다거나 하는 생각일랑 말아라. 네 녀석이 쓸데없는 책임감에 허튼 생각을 할까 내 사제의 연을 맺지도 않았으니 우리 무맥에 부채감을 느낄 필요도 없느니라.”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어르신이 제게 베푸신 게 얼마인데요.”

“어허, 그냥 그러라면 그리 하여라. 나는 원한도, 빚도 없으니 그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 세상 사람도 아닌 너희가 이곳에 부채감을 느껴선 안 되느니라.”


엄한 얼굴로 다그치듯 하는 말에 연택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이내 무백의 표정이 편히 풀렸다.


고집이 쇠심줄보다 질기던 연택이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는 것이 기꺼웠던지 기분이 한층 좋아진 얼굴이었다.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으로 부탁이 하나 있구나.”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연택이 우묵한 눈으로 무백을 바라보았고, 고개를 박고 눈물만 흘리던 소연도 얼굴을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무백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졌다.


“부디 두 사람 모두 행복을 위해 살아주려무나. 한 깊은 마음에 휩쓸려 스스로 상처받지도 말고,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후회 없이 살도록 해라. 이게 내 마지막 부탁이다.”


마지막까지 복수의 여정에서 사람을 해치고 마음이 다칠 두 사람을 걱정하는 말에 여태껏 참았던 연택마저도 터지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말았다.


처음 듣게 된 연택의 울음소리에 무백이 되려 환하게 웃었다.


“이놈아, 소연이는 울어도 네 녀석까지 울면 어쩌누. 사내놈···이···.”


그 날,


연택은 떠난 무백의 찬 육신을 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울다가 지친 소연이 쓰러지고도 한참을.



* * *



무백이 지내던 거처의 뒤편에 작은 봉분이 생겼다.


언젠가 무백이 선조를 모시는 묘에 대해 한 말을 기억해낸 연택이 만든 안식처였다.


강가의 바위를 깎아 만든 비석을 세운 연택이 손가락에 강기를 둘렀다.


[한, 무, 백]


이 세계의 글자를 몰라 한글로 적어 내리는 그 손길에 숨기지 못한 떨림이 함께 새겨지고 있었다.


[임소연의 할아버지, 그리고 정연택의··· 스승님. 이곳에서 영면에 들다.]


‘단 한 번도 스승님이라 불러보지도 못하고 보내드렸습니다.’


마지막 글자를 새긴 연택이 묘비에서 손을 뗐다.


‘사제의 연을 맺지 않으셨다고 했지만, 제겐 늘 스승이셨습니다.’


묘 앞에 꿇어앉은 그가 멍하니 봉분을 바라보다가 이내 엎드려 절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예법을 알려주실 때 더 자세히 물을 걸 그랬습니다. 제대로 절하는 법도 모르는 제자라 죄송합니다, 스승님.’


어설픈 동작으로 바닥에 엎드려 한참을 그대로 멈춰있던 연택이 천천히 일어나 뒤를 돌았다.


뒤편에서 연택이 하는 양을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던 소연이 그제야 연택을 올려다보았다.


초점이 돌아온 그녀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다가선 연택이 그녀의 머리칼을 살살 쓸어주었다.


“오늘은 둘 다 쉬는 게 좋겠구나.”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소연을 톡톡 도닥여준 연택이 무백의 처소에 들어섰다.


여전히 허전한 그 내부엔 어떤 흔적조차 남은 것이 없었다.


사람이 사는 집이면 으레 있을 법한 여벌의 옷가지조차 가지지 않고 살고 있던 스승이었다.



새삼 스승을 추억할만한 물건 하나가 없단 걸 연택이 기분이 씁쓸해졌다.


‘작은 흔적 하나라도 남기고 떠나셨으면 안 되었습니까.’


괜스레 천장을 보며 원망스럽다는 듯 허탈하게 숨을 내쉰 그가 이내 그곳을 빠져나왔다.


뭐라도 남겨주었다면 그것으로 스승을 추억했을 텐데.


참으로 야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세상으로 나갈 시간이었다.


스승님의 마지막 부탁을 바로 들어드릴 수 없어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 또한 그의 책무였다.


그간 묻어두었던 분노와 의문을 해소해야 했다.


자신들을 소모품으로 써먹으려 했던 놈들에게 빚을 갚고, 마이어를 찾아 부모님과 그녀를 죽인 사건의 진실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그 모두를 철저히 부순다.


그게 그의 계획이었다.



스승의 유언은 그 일을 모두 마치고도 자신이 살아있다면 지키겠다고 다짐하며 연택이 자신의 오두막으로 걸음을 옮겼다.


복수도 의문도 중요했지만.


당장 며칠만큼은 스승의 향취가 남은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 * *



며칠이 지나고, 제대로 먹지도 않고 울기만 하던 소연이 더는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연택을 찾아온 날.


“이제 나가자.”


연택이 소연에게 말했다.


잠시 멍하니 무백이 묻힌 방향을 바라보던 소연이 이내 표정을 다잡았다.


초췌한 얼굴을 움직여 어색하게 웃음을 지어 보인 그녀가 톤을 높여 대답했다.


“네, 아저씨. 이제 나가요.”


여전히 마음은 무거웠지만, 그 어렸던 소연도 이제 어른이 되어있었다.


그녀에게도 해야만 할 일이 분명 있었기에.



숲을 뒤져 허기를 때운 두 사람이 짐을 챙겼다.


짐이랄 것도 별로 없었던 것이 입고 있는 누더기나 다름없어진 검은 군복과 손때가 묻은 목봉 정도만이 전부였다.


새삼 철목(鐵木)으로 만들어진 목봉을 보다가 제대로 된 창을 마련해주지 못했다며 미안해하던 무백의 얼굴이 떠올라 조금 침울해졌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털어버린 소연이 연택을 바라보았다.


“이제 가요.”


연택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한참을 걸었다.


정처 없이 강물만을 따라 내려왔던 그때와는 많은 것이 바뀌어있었다.


상급 몬스터라도 나타나면 어쩌나 두려워할 필요도 없었고, 숲에 어떤 걸 먹어도 되고 안 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디로 향해야 밖으로 나갈 수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여유를 가지고 밖으로 밖으로 걸었다.


중간중간에 만나는 짐승을 잡아 가죽을 벗겨 짊어지고, 발톱과 송곳니를 뽑아 모으며 계속해 나아갔다.


이 낯선 세계에서 살아갈 두 사람을 위해 무백이 가르친 것들을 되새기며 그들은 움직였다.



날이 갈수록 연택의 등엔 짐이 늘어나고 있었다.


짐승의 가죽을 꿰어 만든 보따리에 잔뜩 담긴 짐들이 무게보다 부피 때문에 불편할 때가 되었을 즈음.



저 멀리서 피어오르는 몇 줄기 연기가 두 사람의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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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0. 사람을 찾습니다(5) 22.06.22 80 6 11쪽
38 10. 사람을 찾습니다(4) +1 22.06.21 89 5 11쪽
37 10. 사람을 찾습니다(3) 22.06.20 93 5 11쪽
36 10. 사람을 찾습니다(2) 22.06.20 104 5 12쪽
35 10. 사람을 찾습니다(1) 22.06.19 115 5 11쪽
34 9. 흰 늑대, 오르핀(6) 22.06.17 129 7 11쪽
33 9. 흰 늑대, 오르핀(5) 22.06.16 121 6 10쪽
32 9. 흰 늑대, 오르핀(4) 22.06.15 138 6 11쪽
31 9. 흰 늑대, 오르핀(3) +2 22.06.14 155 7 12쪽
30 9. 흰 늑대, 오르핀(2) 22.06.14 140 7 11쪽
29 9. 흰 늑대, 오르핀(1) 22.06.13 147 6 11쪽
28 8. 첫 번째 의뢰(5) +1 22.06.12 169 6 10쪽
27 8. 첫 번째 의뢰(4) 22.06.11 156 7 10쪽
26 8. 첫 번째 의뢰(3) 22.06.11 162 7 10쪽
25 8. 첫 번째 의뢰(2) 22.06.11 163 7 12쪽
24 8. 첫 번째 의뢰(1) +1 22.06.10 173 6 10쪽
23 7. 도시 벨루스(4) 22.06.09 175 7 13쪽
22 7. 도시 벨루스(3) +1 22.06.08 189 7 11쪽
21 7. 도시 벨루스(2) 22.06.07 192 7 12쪽
20 7. 도시 벨루스(1) 22.06.07 206 7 11쪽
» 6. 스승님(3) 22.06.06 219 8 10쪽
18 6. 스승님(2) 22.06.06 218 9 10쪽
17 6. 스승님(1) 22.06.05 223 8 10쪽
16 5. 연공법(4) 22.06.04 243 12 10쪽
15 5. 연공법(3) +1 22.06.04 236 11 11쪽
14 5. 연공법(2) 22.06.03 229 11 9쪽
13 5. 연공법(1) 22.06.03 235 11 10쪽
12 4. 불시착(3) 22.06.02 230 11 10쪽
11 4. 불시착(2) 22.06.02 235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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