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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루스 님의 서재입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아이시루스
작품등록일 :
2020.02.22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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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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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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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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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툴롱 - 12

DUMMY

그로시스 곶 일대는 잔혹한 광경이 앞을 가리는 처절한 전투의 연속이었다.

간헐적 공세로 제 1여단의 피로감을 증폭시키던 연합군은, 적이 충분히 지쳐있다 판단될 때 어느 한순간 머릿수를 집중시켜서 밀어붙이는 돌격을 감행할 때가 있었다.

이 때가 여단의 최대 위기였다.


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탕!


왕당파 측의 보병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일제사격을 가하였다.

탄약이 부족한 여단의 병사들은 참호 밖으로 함부로 몸을 내보일 수 없었다.

뒤이어서 연합군 측의 대포가 천둥소리를 내며 폭격을 시작했다.

나무갑판으로 겨우겨우 부서진 수레방진의 틈을 막았는데, 이 포격으로 다시 한 번 방진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장교들은 철저히 부대를 통제하여 적의 대포와 머스킷이 불을 내뿜을 때 병사들이 몸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치했다.


참호에 몸을 뉘인 채로 나폴레옹은 적 대포의 포격 소리를 속으로 셌다.

아무리 많은 총과 대포가 발포되고 있다 하더라도 틈은 존재한다.

전열보병들과 포병들이 화기의 구경에 포탄과 화약을 채워 넣으면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화력의 공백'.

이 때가 바로 반격의 최적 시기다.


"지금이다! 포격 개시! 사격 개시!"


타타타탕! 타탕! 탕! 탕! 탕!


고개를 처박고 있던 여단의 총병들이 나폴레옹의 명령에 따라 일제히 일어나서 장전된 총탄을 발사했다.

일렬로 줄지어서 다가오던 연합군의 보병들은 탄약을 한창 장전 중이거나 사격 준비를 막 하던 참이라 여단 보병들의 사격에 무차별적으로 얻어맞았다.

순식간에 전열의 절반이 삭제 당했다. 공포에 질린 연합군의 보병들이 크게 주춤거렸다.

그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사이, 이번에는 여단의 대포가 불을 뿜었다.


쾅! 쾅! 콰앙! 쾅쾅!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적의 포대가 목표다!"


여단의 포병들은 수레방진 자체를 박살낼 수 있는 연합군의 대포를 노렸다.

여단의 포대는 연합군의 포대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고 수레방진의 보호까지 받고 있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포격을 가할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은 나폴레옹의 사단답게 포술에 대한 능력치도 뛰어난 편이었다.

그 결과 제 1여단의 포격은 연합군의 포병들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포탄에 적중당한 연합군의 대포들은 여지없이 으깨졌고 거기에 쓸린 포병들은 무참히 쓸려나갔다.


“이거나 처먹어라!”


운 좋게도 여단의 한 대포가 쏜 포탄이 화약을 운반하던 연합군의 보급수레에 적중 당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그 순간 지축을 울리는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더니 일대를 화염으로 휩쓸어버렸다.

연합군 포대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순간이었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은 여단의 포병 지휘관들이 포격 중지를 명령했다.

화약과 포탄이 부족했기에 여전히 포격시간은 짧았다.


"보병들은 탄약포를 입에 물고 대기!"


총탄을 퍼부은 보병들이 다시 참호 속으로 들어갔다.

쏘고 숨고, 쏘고 숨는 일명 ‘히트 앤 하이드’ 작전.

철저하게 이득만 보고 빠지는 제 1여단의 행태에 연합군은 분통을 터트리기 일쑤.

연합군의 고위 장교들은 자기들끼리 떠들더니 결의와 독기가 가득 찬 눈빛을 드러냈다.


그 시각, 참호 안에서 지대 옆에 귀를 대고 있던 나폴레옹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무언가를 감지한 그는 즉시 구릉 꼭대기에 있던 포병대에게 신호를 보냈다.

포병대는 이에 잠깐의 텀을 두고 답신했다.

참호의 병사들을 지휘하는 장교들은, 포병대가 보낸 신호를 받고 목이 갈라져라 소리쳤다.


"탄약포를 다시 넣어라! 놈들이 지근거리까지 접근했다!"


"자유를 박해하는 혁명의 적들에게 프랑스제 머스킷 총탄의 무서움을 보여주자!"


수레방진을 넘기 위한 연합군의 총공세가 시작됐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여단의 반격도 이어졌다.

참호 속에서 엄폐의 이점을 톡톡히 챙기는 여단의 병사들.

그러나 역시 화력의 양 자체에서 압도되어 비등한 싸움이 벌어졌다.

특히 영국의 라이플맨들은 150야드가 넘는 거리에서 상반신 일부만 노출된 프랑스군을 저격하는 놀라운 사격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무수한 병사들이 이 살벌한 총격전에서 쓰러졌다.


"또 시작이군."


나폴레옹은 직접 양손으로 자신의 총검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옆에 있던 쥐노가 힘없이 웃어보였다.


"이번에도 함께 싸우시렵니까? 거듭 말씀드리지만 각하께서 다치시기라도 한다면 사단 전체가 결딴나고 맙니다. 조금 신중하게 움직이시는 것이...."


"지금은 손 하나라도 벌려야하는 때다. 나서지 않아도 패하고 나서도 패한다면, 나는 당당히 나가서 싸우는 걸 택할 거다."


와아아아아-!!


때 맞춰서 반대편에서 함성소리가 들린다.

수레방진의 일부가 포격에 깨진 것을 포착한 연합군들이 수적 우위를 살려 그쪽으로 부대를 밀어 넣고 있었다.

수레방진과 참호를 지키기 위해서 저 공격은 무조건 막아야 했다.


"돌격! 침략자의 들개들을 몰아내자!"


나폴레옹은 참호 안에, 사격술이 유달리 뛰어나거나 체격이 딸려 백병전이 불리한 병사들 일부를 남겨둔 채, 나머지 병사들을 이끌고 가장 먼저 참호 밖으로 뛰쳐나갔다.

돌벽, 건초, 마차 등에 숨어서 엄폐사격을 가하던 여단의 병사들이 속속들이 그 뒤를 따라 합류했다.

누가 독촉하지 않아도 이들은 자발적으로 나섰는데, 나폴레옹과 함께 싸우고 함께 죽기를 결의했기 때문이다.

사단장과 함께하는 이들의 투지는 결코 거짓된 것이 아니었다.


"존경스러운 사단장 각하! 이번에도 가장 용감하게 뛰쳐나오셨군요!"


"아이고, 그러다가 눈 먼 총탄에라도 맞는다면 어쩌시려고! 저희에게 맡기시고 지금은 푹 쉬시지요?"


피로가 온 몸에 뻗친 와중에도 억지로 농담 따먹기를 하는 나이든 부사관들.

그들의 처절한 유머감각을 즐기면서 나폴레옹은 총검을 앞세웠다.


"귀관들의 끔찍한 간호를 받기에 본인은 아직 젊고 활기차다."


알렉산더 대왕은 대제국의 주인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늘 앞장서서 싸웠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전장에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다.

한니발 바르카, 구스타프 아돌프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전장에 자신들의 목숨을 맡겼다.

그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일제사격, 개시!"


양 측의 돌격대가 격돌하기 전이었다.

참호 안에 남겨진 여단의 총병들이 장교의 명령에 따라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총탄을 갈겼다.

총검을 빼들고 달려들 준비를 하던 연합군의 보병들은 근거리에서 쏘아진 이 일제사격에 무방비상태로 얻어맞고는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나폴레옹이 남겨둔 이 한 수는 연합군 병사들의 총검돌격을 일시적으로 돈좌시키는데 성공했다.

총검을 강하게 맞잡은 나폴레옹과 여단 보병들은 반대로 그 틈을 노려 전력으로 파고들었다.

두 손을 시작으로 온 몸에 충격이 가해진다.


컥! 커억! 으아아악! 죽여-!


팍! 팍! 팍! 팍! 파악!


처절한 백병전의 시작이었다.

구릉과 수레방진을 사이에 둔 양군은 뒤엉켜서 서로에게 총검을 내질렀다.

비명과 함성, 그리고 무자비한 살육의 소리가 전장을 가득 메웠다.


나폴레옹은 자신에게 덤벼드는 콧수염 병사의 팔을 총검으로 찔러 넣어서 저지시키고, 허리춤의 검을 뽑아 그의 목젖을 베어냈다.

다음으로 덤벼드는 금발 벽안의 어린 병사의 가슴팍을 머스킷 뒷면으로 후려갈겼다.

화려하고 눈에 띄는 제복과 가슴팍에 내걸린 휘황찬란한 계급장과 훈장은, 적병들이 그에게 몰려들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타앙! 탕!


제복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뽑아든 나폴레옹은 접근하는 적병 두 명을 권총으로 쏴 죽였고 나머지 한명은 자신의 총검술로 해치웠다.

파리 왕립군사학교에서 수많은 결투를 치렀고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나폴레옹의 백병전 능력은 전장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알프스의 광대(나폴레옹을 가리키는 은어)가 여기 있다!!"


"놈을 죽이거나 제압해! 대대손손 커다란 보상이 있으리!"


“광대만 잡으면 이 전투를 끝낼 수 있다!”


나폴레옹은 몸을 비틀면서 찔러드는 두 개의 총검을 피했다.

그대로 무게중심을 실어서 어깨로 들이받아 정면의 병사를 강하게 밀친 다음 검으로 그의 배를 찔렀다.

그 상태에서 검을 횡으로 그어서 측면에서 덤벼드는 적병의 가슴까지 베어냈다.

매서운 기세에 놀란 영국 병사가 주춤주춤 물러났다.


"내가 광대라고? 어딜 봐서 광대지."


땅바닥에 떨어진 총검 달린 머스킷을 든 나폴레옹은 그것을 그대로 던졌다.

도망치는 영국 병사의 흉곽을 정확히 꿰뚫었다.


=


"정말 미친놈이로군."


망원경으로 백병전의 양상을 지켜보고 있던 란가라 중장이 중얼거렸다.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도 사단장이 직접 총검을 들고 돌격을 하다니.

심지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싸워서 놀랐다.


"프랑스군은 이미 한계까지 몰려 있소. 그런 상황에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는 이유가 저기에 있었구만."


근 60년간을 군에 몸을 담아왔던 하우 제독도 저런 사단장은 처음이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엄밀히 말해 저 정도 지위의 장군은 아무리 큰 대패를 당하더라도 죽을 일은 없다고 봐야한다.

후방에서 지휘만 하더라도 안전하며, 설령 포로로 잡힌다 해도 적국에서 그만한 예우를 해주기 때문.

무지렁이 병사들이라도 알건 다 안다. 목숨 값이 다르다는 것을.

그런 최고 사령관이 저렇게 앞장서서 목숨을 내걸고 싸운다.

충분히 위험을 무릅쓰지 않을 수 있는 인물이, 병사들과 등을 맞대며 함께 총검을 휘두른다.

그것만으로도 프랑스군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 철벽이 되었다.


젊은 사단장의 용기와 헌신에 경도된 프랑스군은 마치 목숨을 내놓은 전사처럼 싸웠다.

어떤 프랑스군은 한쪽 팔이 잘린 와중에도 악을 쓰며 나머지 한손으로 연합군 병사의 심장에 총검을 박아 넣어 버리기도 했다.

이들의 노도처럼 몰아치는 기세는 도리어 연합군을 질리게 만들었다.

병사들의 숫자도 월등히 많았고, 엄밀히 말해서 무장 수준도 연합군 쪽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히려 밀리는 것은 연합군이었다.


"이번에도 저 빌어먹을 능선을 넘지 못하는가! 도대체 언제까지 여기에 발목을 붙잡혀 있어야 한단 말인가!"


란가라 중장은 붉어진 얼굴로 길길이 날뛰면서 발을 굴렀다.

하우 제독은 침중한 신음성을 내뱉었다.

결국 이번에도 물러간 쪽은 연합군이었다.

그들이 추하게 도망치는 모습을 보면서 프랑스군은 주먹을 움켜쥐며 환호했다.

피와 땀으로 젖어버린 전신은 불쾌하기 그지없었고 여전히 막막한 상황인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작은 승리에 대한 달콤함은 그 모든 것을 잠시라도 잊게 만들어주었다.


검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던 나폴레옹은 저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노년의 제독, 하우 중장과 시선을 마주했다.

하우 제독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들며 작게 고개를 숙였다.

용맹스럽고 뛰어난 적장에 대한 최고의 예우였다.

나폴레옹은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돌아가자!”


물러서는 프랑스군의 발걸음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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