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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루스 님의 서재입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아이시루스
작품등록일 :
2020.02.22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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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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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툴롱 - 9

DUMMY

"예로부터 항구의 입출항 정보들을 빼내고 있다는 것은 통상의 상륙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당 지역의 해군력 자체와 순찰 횟수, 군함의 교대 일시 등을 확인하여 상륙의 지점과 작전수행의 최적 시기를 계산하기 위함이죠. 저들의 목적이 분명하다면 오히려 그 목표지점을 확실시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적을 맞이할 수 있게 됩니다."


베르티에 대령의 말은 전쟁사의 기본 골자를 꿰뚫는 말이었다.

일부러 약점을 노출시켜서 적의 침공을 유도한 다음, 준비된 반격으로 그들을 섬멸하는 것.

명민한 일부 장교들은 아! 하면서 눈을 빛냈지만 다른 이들은 아리송했는지 머리만 갸웃거렸다.

나폴레옹은 손뼉을 두드렸다.


"내가 기대했던 참모본부의 역할이 바로 이런 것이다. 베르티에 대령, 귀관의 전략은 아주 합리적이고 또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금부터 참모들을 규합하여 그것을 구체화시키는 일에 착수하도록."


"알겠습니다, 각하!"


"이 기회에 성가신 왕당파 놈들과 스파이들까지 한 번에 쓸어버릴 수 있다면 더 좋겠지. 제군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임무들을 충실히 행해라."


모두들 지난 전투와 승리에서 느낄 수 있었던 황홀한 짜릿함을 다시금 경험할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는 사자의 아가리가 되어, 입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먹잇감을 삼킬 것이다.

베르티에가 주도하는 참모본부의 회의는 밤늦게까지 계속되었다.


=


과거 몽테뉴파였던 현 자코뱅당의 인사들, 그들은 자주연방주의자들의 주도 아래 통과되었던 '30만 모병안'에 대해 정치적 공세를 취하여 샹퀼로트를 비롯한 프랑스의 하층 계급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랬던 이들이 정권을 잡게 되자 은근슬쩍 이 '30만 모병안'의 법안을 지속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와 혁명의 위기를 강조, 오히려 한 발 더 나아간 국가총동원령까지 발의했다.

이제 프랑스 국민들은 나이가 차고 복무조건에 부합한다면 무조건 국민군에 들어가서 복무기간을 채워야 한다.

세계 최초의 징병제 국가가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정권 탈취를 위해서 모병안을 비판하다가 정권을 잡으니 더 나아간 징병제를 발의하는, 프랑스 정치인들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주변국들의 빈축을 샀다.

특히 로베스피에르, 당통, 생쥐스트 같은 인물들을 동물이나 악마 등으로 풍자하는 그림과 사설은 현재 영국에서 최고로 인기 있는 볼거리이기도 했다.

수백 년 동안 유럽의 패권을 두고 싸워왔던 경쟁국의 국민들이, 빈민과 머저리가 되어 허황된 선동가들에게 골수까지 빨리고 있는 장면은, 적지 않은 통쾌함과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었으니까.

기아와 전염병, 전쟁 등으로 사망하는 프랑스인의 숫자가 늘어갈수록 샴페인을 터트리며 기뻐하는 영국인들의 숫자도 늘어갔다.


런던의 젖줄인 탬스강, 그곳으로부터 고리 모양으로 돌출되어 존재하는 반도지형이 하나 있다.

이곳은 카나리 워프라고 불리는 부두와 여러 금융 중심지가 교차되어 있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인 영국에서도 부촌으로 손꼽히는 지역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곳의 중심지에는 아주 유명한 펍이 존재한다.

펍의 이름은 '아일 오브 독스', 고급스러운 술집을 표방하는 이 주점이 유명해진 이유는 아주 독특한 '놀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우리 이웃집의 시끄러운 계집애들에게 빨간 망토만 뒤집어 씌워 내보내도, 저지대에 내려가 있는 레드코트들보다는 싸움을 잘할 거야. 그 놈들 더러운 궁둥이를 발로 차주고 싶군, 젠장할!"


"조지, 이 빌어먹을 친구야. 너는 그래도 30파운드 밖에 걸지 않았잖아? 나는 무려 70파운드를 꼴아 박았다고! 마누라한테 들키면 그 돈으로 햄프셔의 목장이나 구입하지 뭔 창녀 짓을 하고 다니냐며 내 머리털을 다 쥐어뜯을 거야. x같은 레드코트들!"


반대쪽 테이블에서는 프랑스쪽에게 돈을 거는, 일명 '매국 베팅'을 해서 4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며 의기양양한 얼굴로 자랑하는 중년인도 있었다.

주변의 취객들은 그에게 장난 섞인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은근히 부러워했다.

이후 펍 내부에서는 이번 주에 치러졌던 혁명 저지 전쟁의 전투, 교전 등에 대한 소식들이 속속들이 전해졌다.

전투의 승패와 배당되는 결과에 따라 환호하거나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그것은 조국의 승리와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베팅에 따른 희노애락이었다.


이곳에서 횡행하는 놀이는 짐작했다시피 대 프랑스 전쟁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관한 승패를 예측하며 돈을 걸어서 결과에 따라 따고 잃고를 반복하는 도박이었다.

영국도 대 프랑스 전쟁에 발을 걸치고 있는 나라였지만, 대륙에 붙어있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프랑스의 침공으로부터 안전한 섬나라라는 특징이 있다.

또한 영국은 빈민층들을 해군에 강제로 처넣는 프레스 갱(press gang)을 제외한 모병제를 택하고 있는 국가였기에 부촌에 사는 시민들이 군대로 끌려갈 일은 없었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처절하고 살벌한 전쟁과 살육이 대륙에서 벌어지는 와중에도, 브리튼 섬은 더없이 안전했고 시민들은 마치 스포츠를 구경하듯 전쟁의 결과를 즐길 수 있었다.


"정식 베팅 시간은 모두 끝났지!? 좋았어, 하하핫! 다음주는 바로 나의 날이 될 거라고! 기대들 해, 이 멍청한 친구들아!“


붉은 머리의 사내는 영국에서 천시 받는 아일랜드 출신이었지만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금융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술에 잔뜩 취한 몰골로 신나게 떠들었다.


“해군성에서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나는 아주 확실한 정보를 물었지! 프랑스의 남쪽은 아주 엉망진창이 될 거야!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연합군의 승리에 100파운드를 걸었어! 덕분에 1년 동안 술값 걱정이 없을 거야! 왜냐? 반드시 딸 수 있을 거거든!"


"이 아일랜드의 종놈은 술 처먹고 저번에 반복했던 헛소리를 또 지껄여대는군. 그러다가 우리들의 돈까지 말아먹은 기억은 거위가 빼먹었나?"


“하여튼 이 클럽은 자칭 애국자들이 더 시끄럽다니까! 저 친구는 프랑스, 그 땅딸보 놈들이 얼마나 질기고 독한지 아직도 깨닫지 못했군?”


사방에서 쏟아지는 야유에도 붉은 머리 사내는 주눅 들지 않고 상스러운 욕을 내뱉었다.


"입 닥쳐, 뚱보들! 이번에는 진짜로 확실한 정보니까 나를 믿는 사람들만 추가 베팅시간에 따라오라고! 왕국이 뿌려주는 황금에 취한 충실한 노예들이, 프랑스의 엉덩이를 뚫어버릴 테니까! 그 때가 되어서 늦었다고 지껄여봐야 소용없어!"


"하! 그래서 그 목표지가 어딘데?"


붉은 머리의 사내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툴롱(Toulon)."


===


마르세유 항은 해군본부가 위치해있는 남프랑스 최대의 항구였지만 최대의 조병창은 아니었다.

전열함과 프리깃함을 비롯한 프랑스의 주력 함대와 그들을 지휘할 선원들, 수병들이 밀집해있는 항구는 바로 툴롱 항이었다.

교통이 편리하고 인구와 자본이 풍족한 마르세유를 제치고, 어째서 툴롱이 남프랑스 최대의 조병창이 될 수 있었을까?

이유는 바로 툴롱의 지리적인 특징에 있었다.


함선들이 항상 모여 있게 되는 조병창에는 그 함선들을 보호할 수 있는 해안포나 격납고, 해수조절용 댐 등의 제반시설들이 필요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함대와 항구를 보호할 수 있는 해안포의 유무다.

툴롱의 일대는 툴롱만을 사이에 둔 채 좌우로 움푹 튀어나온 두개의 곶이 존재했고, 툴롱만 외곽에는 항구 전체를 가로 지르는 크게 돌출된 곶이 하나 더 존재했다.

각각 그로시스 곶, 레뀌에뜨 곶, 갈란티아 곶이다.

이 세 곳의 곶은 그 위치가 참으로 절묘했기에 해안포를 설치한다면 툴롱 항에 침입하는 적 해군들에게 세 곳에서 십자포화가 가능했다.

어떤 함대도 세 개의 곶을 지나가면서 무사할 수 없었다.

이런 천혜의 자연조건 덕분에 바다에서 무적이라는 영국의 해군조차도 툴롱 항구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 작전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즉,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친다면 툴롱은 영영 정복할 수 없는 지역이 될 것이고 아국은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영국 놈들이 끼어들기 전에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스페인 해군제독 후안 데 란가라 중장은 툴롱 공략에 대한 남다른 의지를 불태웠다.

영국-스페인 전쟁(1779년~1783년)에서 영국 해군과의 격차를 실감한 스페인은 언제나 우수한 함선들에 대한 갈망에 시달렸다.

그런 와중에 마르세유와 툴롱 일대의 프랑스 왕당파 지지자들에게 접선이 들어왔다.

남부 프랑스 일대의 정부체제 전복을 도와주고 성공시킨다면, 툴롱 항구와 그곳에 주둔된 함대 전체를 스페인에게 넘기겠다고.

툴롱 항에 정박해있는 함선들은 프랑스 지중해 함대의 거의 전부였다.

해군력 증강에 목말라 있던 스페인 정부는 이 군침 흘릴만한 제안을 거부하지 않고 이면 합의를 맞추었다.


"지론 딘(마르세유 왕당파 총괄위원회)에서의 전언입니다. 프로방스 일대(동남 프랑스 지방)에 대한 검열과 감시, 언론통제가 심해지고 있답니다. 하여 시일에 맞춰서 봉기를 일으키는 것은 힘들다고...."


"이쪽은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전하도록. 우리는 정확히 8월 28일, 툴롱 항구에 상륙할 것이며 이에 대한 내응만 확실하게 해달라고 하게."


이 이상 시일을 늦춘다면 영국이 개입하여 포크를 올리려 할 것이기에 란가라 중장은 마음이 급했다.

그들은 열흘 후 있을 작전을 고대하며 왕당파들을 독촉했고 마지막 준비를 시작했다.


=


1793년 8월 27일 저녁, 툴롱 시에서 의문모를 불길이 치솟았고 난데없는 총성과 포격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민들의 비명을 헤치면서 등장한 것은 바로 프랑스의 왕정복고를 꿈꾸는 왕당파의 군사들이었다.

이들은 일시에 도시 내부의 자코뱅클럽, 재판소, 지방협의회 등지를 습격했다.

그들의 목표는 지방의 유력자들과 파리에서 파견된 주요 행정관, 지도자들이었다.

하지만 습격 2시간 만에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에 봉착되고 말았다.


"톨리소 행정관이 보이지 않습니다! 비서진들도 없습니다! 눈치를 채고 미리 자리를 피한 듯 싶습니다!"


"퀴소 상회의 놈들도 행방이 묘연합니다! 빌어먹을! 혁명분자들에게 붙어먹은 이 더러운 부르주아 놈들만큼은 반드시 잡아야 했는데!"


"전열함의 함장들도 하나같이 자리를 비웠습니다! 놈들이 자주 가는 술집들을 뒤져보아도 행방이 묘연한데.... 어떻게 할까요?"


잇따라 들려오는 소식에 반란의 리더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하급 관리들과 계급 낮은 장교 몇몇을 잡아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 도시를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통치하고 있던 머리들을 놓친다면 위험을 무릅쓴 봉기는 실패였다.


"이런 젠장할! 이 잡듯이 도시 전체를 뒤져서라도 반드시 찾아내! 의심스러운 곳은 앞뒤 가리지 않고 대문을 깨부수고 들어가! 반항하는 놈들은 얼마든지 쏴 죽여도 좋다!"


마구잡이식 수색에 반항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 희생을 당했고, 분노한 시민들의 대응에 왕당파 군도 피해를 입었다.

곳곳에서 드잡이 질이 벌어졌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핵심 수괴들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왕당파들의 툴롱 일대에 대한 반란은 시작부터 삐걱이게 되었다.

그 사이 해가 밝았다. 스페인 함대를 맞이하게 되는 28일 아침이 되었다.


작가의말

바얀티무르님 소중한 후원금 정말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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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정국의 소용돌이 - 1 +10 20.03.29 992 36 14쪽
31 툴롱 - 14 +5 20.03.27 966 49 12쪽
30 툴롱 - 13 +5 20.03.26 879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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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툴롱 - 11 +3 20.03.23 884 34 12쪽
27 툴롱 - 10 +8 20.03.22 986 41 13쪽
» 툴롱 - 9 +9 20.03.20 947 40 12쪽
25 툴롱 - 8 +7 20.03.19 974 39 13쪽
24 툴롱 - 7 +10 20.03.17 950 35 12쪽
23 툴롱 - 6 +9 20.03.16 1,043 4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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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툴롱 - 3 +13 20.03.12 1,002 40 14쪽
19 툴롱 - 2 +4 20.03.11 1,019 32 13쪽
18 툴롱 - 1 +10 20.03.10 1,094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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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혁명과 모략의 시대 - 15 +8 20.03.08 961 37 13쪽
15 혁명과 모략의 시대 - 14 +10 20.03.07 981 33 13쪽
14 혁명과 모략의 시대 - 13 +6 20.03.06 974 32 13쪽
13 혁명과 모략의 시대 - 12 +6 20.03.05 973 35 14쪽
12 혁명과 모략의 시대 - 11 +4 20.03.04 1,012 30 13쪽
11 혁명과 모략의 시대 - 10 +9 20.03.03 1,065 37 13쪽
10 혁명과 모략의 시대 - 9 +11 20.03.02 1,034 36 16쪽
9 혁명과 모략의 시대 - 8 +6 20.03.01 1,186 32 15쪽
8 혁명과 모략의 시대 - 7 +6 20.02.29 1,143 38 16쪽
7 혁명과 모략의 시대 - 6 +6 20.02.28 1,175 40 16쪽
6 혁명과 모략의 시대 - 5 +4 20.02.27 1,243 39 13쪽
5 혁명과 모략의 시대 - 4 +5 20.02.26 1,430 3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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