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1. 12 토요일 유학생활 이 백 아흔 한 번째날
2013. 01. 12 토요일 유학생활 이 백 아흔 한 번째날
아침 7시 쯤 잤는데 일어난건 아침 9시 30분정도였다. 두 시간 반만에 눈을 뜬 것이다. 꼭 이런식이다. 일찍 일어나는 평소에는 꿀잠을 자다가 억지로 일어나야하고 오늘 같이 푹 잘 수 있는 날은 일찍 눈을 뜨게 된다. 왜! 도대체 왜! 누군가 과학적으로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심지어 아침 7시에 잤는데도 이런 시각에 일어나다니 도대체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다시 잤느냐? 그것도 아니다. ‘역경무뢰 카이지’가 너무나 재미있어서 컴퓨터를 키고 그걸 보기 시작했다. 점심에는 밥도, 반찬도 없어서 가까운 라멘집으로 가 라멘을 사 먹었다.
자야한다. 밤을 새고 두 시간 잔 다음에 아르바이트를 가면 영향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그런데 카이지가 너무 재미있다.
“아, 아르바이트 가기 싫네”
피곤해서가 아니라 계속 카이지를 보고싶어서 이런생각이 들 정도였다.
출근하고나서야 후회했다. 억지로라도 잘 걸, 수면부족의 피로가 이 정도일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목소리도 크게 잘 나오지 않았다. 한 가지 다행인건 어제의 그 정신없이 바빴던 상황이 거짓말인것처럼 오늘은 한가했다. 하지만 내 상태가 좋지 못하였다. 만약 바빴다면 무언가 엄청난 사고를 쳤을 것이다.
30분의 휴식시간때는 책상에 엎드렸다. 그리고 무언가가 아주 즐거운 세계로 빠졌다. 하지만 곧 이 세계에 더 이상 있으면 안된다는 경보음이 들렸다. 눈을 떴다. 휴식종료를 알리는 타이머였다. 잠깐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휴식시간 30분이 끝나있었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11시가 되어 나와 우자와씨의 교대로 사야코와 나가노씨가 들어왔다. 사야코는 오늘도 안대를 하고 있었다.
“선배, 많이 피곤해보이네”
“노래방에서 밤 샜거든, 그리고 거의 못 자고 일 했더니”
“우왓, 대단해”
“졸려죽겠다. 사야코, 뒷 일 부탁한다.”
사야코가 오자마자 칼 같이 바통터치를 하고 휴게실로 들어왔다.
“샐러드 한 봉지 900g에 코울스로가 몇 개 나오는지 알아?” 나가노씨와 사야코의 대화가 들려왔다.
“음.....5개?”
“이런, 이런건 우디가 전문이지. 우디! 샐러드 한 봉지에 코울스로 몇 개 나오냐?”
“예! 11개입니다”
“역시, 저것 봐, 우디는 정확히 알고있잖아. 우디! 사야코는 5개가 나온단다” “5개요? 푸하하하하하 그건 위험하죠”
“근데 영빈선배 간거에요? 어라? 선배, 감기걸려요”
사야코가 날 불렀다. 잠깐 눈을 감았는데 잠깐 잠이 든 모양이다.
“에? 영빈, 그리 피곤해?” 나가노씨가 물었다.
“아 그게 사실 노래방에서 밤을 새버려가지고요”
노래방은 둘째문제다. 사실 오자마자 바로 자면 되는데 카이지를 보느라 아침을 맞이했다.
“영빈은 노래방 가면 뭐 부르나?” “음, 헤비로테이션은 꼭 부릅니다.”
“AKB네? AKB48에 카사이 토모미가 난 그렇게 끝내주더라. 가슴이 엄청 크거든”
“하아, 가슴이 크다는건 좋죠”
사야코가 말했다.
“우디! 카사이 알아??” “카사이 싱고요?”
우자와씨는 카사이 싱고라는 사람의 이름을 말했다.
“뭐야, 누구야 그게 AKB48에 카사이 토모미 말하는거야, 가슴 큰 아이”
“아아, AKB얘기였어요? 전 카사이 싱고 말하는줄 알았죠”
“카사이 싱고?”
“나가노씨! 몰라요? 여기 요시노야에 있었잖아요”
사야코가 끼어들었다.
“알아알아! 사야코는 알아?” “당연히 알죠” “그건 알면서 왜 샐러드 900g에 코울스로가 몇 개 나오는지는 모르는거야.”
“죄송합니다.”
“나가노씨”
내가 불쑥 끼어들었다. 나가노씨는 나를 쳐다봤다.
“다른사람을, 그리 쉽게 잊지 말아주세요”
“......”
나가노씨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저 자식이 갑자기 왜 저러나 싶었을 것이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내가 왜 저런 말을 뜬금없이 하는지는 나 빼고 사야코밖에 모른다. 사야코 역시 묵묵히 있었다.
저녁도 먹지 않았지만 너무나 졸린지라 오늘은 바로 집으로 가기로 하였다.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다음 스케쥴을 체크할 때였다.
“아! 덥다! 아츠이!(熱い)”
“!!?”
깜짝 놀라서 쳐다봤다.
“사야코, 다시 한번 말해 봐”
“덥다!”
“우오오! 발음 완벽하잖아!”
사야코는 지난번에 ‘ㅓ‘발음을 못해서 덥다’가아무리 애써도 ‘돗다’라고 밖에 말하지 못했었다. 일기에도 썼지만 그래서 한 차례 즉석강의를 한 적이 있다.
“연습했어?”
“응!! 진짜 발음 좋았어? 와 기쁘다!!”
“정말 한국인 같았어”
“이것도 들어봐 ‘저기요! 물 주세요!’”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최고다!!!”
‘물’을 ‘무루’라고 했던 사야코가 자연스럽게 ‘물’이라고 말했다.
“그거 다음에 식당에서 말해봐!”
“응, 화요일날! 아, 선배 그러고보니까 수요일날 한국어 시험있어” “에? 정말? 뭐 그리 빨리본대”
“일단 말하기 시험이야. 푸르쵸 교수님 수업인데, 페어를 짜서 대본을 만든 다음 대화하는 식이거든?”
“그 대본에서 문법같은게 틀리면 마이너스 되는거고?”
“응, 그러니까 화요일날 같이 밥 먹을 때 한번 봐 줘.”
“알았어, 맡겨둬, 이만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갈 게”
“응~ 조심해서 가! 화요일날 메시지 보낼게”
워낙에 졸렸던지라 집에오자마자 바로 쓰러져 잘 줄 알았으나, 이게 또 컴퓨터 앞에 앉으니이것저것 보는 사이에 잠이 달아나버렸다. 학창시절에 꼭 그렇지않은가. 수업시간에 죽을 것 같이 졸리더라도 수업종이 쳐서 쉬는시간이 되는 순간 쌩쌩해지는 인체의 신비.
결국 오늘도 내일 일요일이라는 사실에 기대어 늦게 잠들었다.
오늘의 지출 – 점심 라멘 850엔
물, 아이스크림 600엔
145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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