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딘스블루홀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세자가 F랭크 헌터로 사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비욘드R
작품등록일 :
2020.05.12 17:20
최근연재일 :
2020.06.11 14:35
연재수 :
2 회
조회수 :
3,495
추천수 :
296
글자수 :
6,127

작성
20.05.12 17:27
조회
420
추천
34
글자
4쪽

프롤로그

DUMMY

이혁은 그녀의 얼굴을 힘겹게 더듬었다.

수십 년 동안이나 갇혀 있었음에도 그 세월을 비웃듯이 갓 태어난 것 같은 피부였다.

입술은 핏방울이 맺힐 것 같이 붉었고, 그 입술 사이에서 나오는 숨마저도 색기로 가득 찼다.

머리카락 또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홀로 하얗게 빛났고, 그녀의 매끈한 몸을 따라 흘러내려 주변 땅마저 덮고 있었다.


그런 아름다움을 존재만으로 과시하던 그녀는 검은 수갑에 묶여 자유롭지 못했다.

그녀의 사지를 채운 수갑은 그녀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뻗어 기괴한 문양과 함께 땅에 박혀있었다.


이혁은 그녀의 턱을 잡아들었다.


“네가 옛 서울을 지배하던 그 대귀(大鬼)가 맞느냐?”


그의 질문에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미천한 소녀에게 무슨 일로 찾아왔나이까? 대한의 왕이시여”


음색 또한 귀를 녹일듯 했으나, 이혁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왕이라 부르지 마라. 나라가 없는 왕을 왕이라 칭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은 끝났다.”


그의 감은 두 눈앞으로 짓밟히는 국민들이 보였다.

그의 국민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지상을 기어다녔다.

온갖 망량(魍魎)들이 민초들을 희롱하리라.

한반도는 귀(鬼)로 들끓을 것이며, 세계강국들이 한반도를 요리하기 위해 들어오리라.


“내 실수가 크다. ······감히 넘볼 수 없게 밟았어야 했다. 내 발끝만 봐도 오금이 떨리게 해야 했다. 나에게 반기를 든 자들을 처음부터 오체분시해야 했다!”


이혁은 점차 끓어오르는 마음을 힘겹게 내리눌렀다.

그는 그녀의 턱에서 손을 떼며 말을 이어나갔다.


“······선조와의 언약에 따라 너를 풀어주기 위해 왔다. 그리고······.”


그가 손을 들었다.


파지직-


손끝에서 뇌력이 꿈틀거렸다.

뇌력은 그녀를 겁박하고 있던 수갑과 땅에 그려진 기괴한 문양으로 옮겨갔다.


“도깨비의 우두머리여. 선조와의 인연이 내 피에도 이어져 있다면, 나의 소원을 들어다오.”


그녀의 사지를 묶어두던 수갑이 조각조각 흩어지며 땅으로 떨어졌다.

풀린 손을 보며 섬뜩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짙게 띄워지더니 그 미소는 이혁을 향했다.


그녀는 한 걸음 그에게로 다가갔다.

매끈한 손을 뻗어 상처 가득한 그의 볼을 매만졌다.

찢어진 귀를 지나 눈알이 없는 공허한 눈두덩을 스쳐 갔다.

한때는 오뚝했을 코를 손가락으로 훑으며, 검붉은 피로 가득한 그의 입술을, 상처가 난자한 목을 지났다.

그리고 열정으로 가득 차 뛰었었지만, 지금은 차게 식어버린 그의 가슴에 손을 대었다.


“소원이 무엇입니까? 나라 잃은 왕이시여?”


심장의 쿵쾅거림이 그녀의 손을 따라 그녀의 가슴으로, 그리고 그녀의 입술로 이어졌다.

두 사람의 거리는 이제 종이 한 장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내 소원은 ······왕으로, 왕으로서 당당히 죽고 싶구나.”


“소원을 이뤄드리겠나이다.”


이윽고 그녀의 붉은 입술은 그의 검붉은 입술과 포개졌다.

그녀의 입술을 타고 넘어오는 자신의 심장소리를 이혁은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이 했던 실수들이, 지나간 과거가 심장소리를 변주 삼아 뇌리를 스쳐갔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했는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의 긴 인연의 끝은 어떻게 매듭짓는지.”


그녀의 뒤로 마치 눈꽃이 피듯 9개의 꼬리가 세워졌다.

눈꽃은 어둠을 살라 먹으며 사방을 하얗게 물들여 갔다.


“슬픈지, 잔혹한지, 혹은 ······ 아름다운지.”


그 순간 그녀의 새하얀 손이 그의 얇은 피부를 뚫고 심장을 움켜쥐었다.


두근 두근.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는지 그녀의 새하얀 손안의 붉디붉은 심장은 빠른 속도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어느새 심장소리가 그의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새하얀 백지만이 남았을 때.


아그작.


그녀가 심장을 씹어 먹었다.


작가의말

작가 딘스블루홀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추천과 선호작 , 댓글 달아주시면 글 쓰는 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6월 2일 수정, 전체 스토리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문체와 대화 수정함.)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나니 세자가 F랭크 헌터로 사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공지> ㅠㅠ 죄송합니다. +2 20.06.13 67 0 -
2 1. 업(業)(1) +9 20.05.12 293 13 10쪽
» 프롤로그 +16 20.05.12 421 34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