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형식의 게시판에 글남기는거 거의 10년만이다. 이 게시판이 있는걸 지금 봐서 뭐라도 쓴다.
성인되고나서는 텀블러에 주로 일기 백업을 했다. 한 3년 그렇게 했던 것 같다. 그날 있었던 일들을 강박적으로 적었다. 지금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만연체를 구사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때는 일기를 하나 쓰더라도 한 문장이 세 줄이 넘어가곤 했다.
‘a씨가 컵을 하나 준대서 받아왔던 적이 있고, 또 외장하드를 공짜로 주겠다길래 그것도 덥석 받아왔던 적이 있는데 한번 받아오니까 자취방에 물건이 모자란 줄 알았는지 아님 단순히 나를 거지로 알았는지 만날때마다 자기가 쓰던 걸 주려고 든다. 이제는 거절하는데도 매번 뭔가 가져와서 들이밀고, 사은품으로 받은 물건부터 길에서 받은 휴지까지 갖다주면서 선심쓰듯 하며 어제는 밖에 나가니까 내 자취방 우체통에 뭘 열심히 밀어넣고있어서 아주 식겁했다. 주의를 주기는 했는데 알아들었는지 어떤지. 무슨 심린지?’
이런 식으로 일기를 썼다.
하루치 쓰면 텀블러 스크롤로 짧게는 두 뼘 길게는 세 뼘쯤 나왔다. 사진도 아주 강박적으로 찍었고 이것저것 저장하는 이미지가 많아서 하루에 30장 가량의 이미지를 올렸고, 주변 사람들 실명을 그대로 썼던 데다가 속내도 가감없이 써 놨었기 때문에 그 일기를 아무도 못 본 게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누가 갑자기 태도를 달리하면 내 일기를 본 게 아닌가 노심초사했다. 지금은 다 지웠다.
네이버 블로그에 적었으면 아마 한달쯤 썼던 시점에서 주변인에게 걸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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