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대도무문단 vs 흑해함대
크림반도 16 (대도무문단 vs 흑해함대)
이란의 수도 테헤란 북동쪽 400Km 지점, 창원-터키 훈제 칠면조 공장 사장실.
투르크메니스탄 북쪽 산악지역에 있는 쿠르드족 민병대 YPG의 데킨 대장을 만나고 돌아온 남창선 ‘대도무문단’ 부단장이 고문도 단장에게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한충석 공장장도 함께 참석해서 듣고 있다.
“갔던 일은 잘됐습니까?”
문도가 기대 어린 얼굴로 미소 지으며 창선에게 물었다.
“예. 데킨 대장이 우리 잠수정에 함께 타고 가면서 안내해 주기로 했습니다.”
창선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우쭐거렸다.
“아, 그래요? 우리 남 부단장님 친화력을 다시 봐야 되겠는데요? 하하.”
문도가 그럴 줄 짐작했다는 듯 반기며 칭찬했다.
“별말씀을요. 우리한테 칠면조 납품하면서 먹고 사는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 옳지요.”
창선이 공치사가 부담스러운지 슬며시 딴소리를 했다.
“그래도 그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안내해 주겠다는 게 고맙네요. 데킨 부대에서 몇 명이나 함께 간다고 하던가요? 인원이 많으면 나중에 훈제칠면조라도 넉넉하게 보내줘야 되겠는데요.”
한충석 공장장이 웃으며 물었다.
“자기들도 마침 흑해 쪽에 나갈 일이 있답니다. 20명이 함께 가겠답니다.”
창선이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
“예? 그렇게나 많이요? 혹시 데킨 부대가 흑해에서 무슨 작전이라도 벌이는 겁니까?”
충석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흑해에 접한 조지아 서쪽 끝에 압하지야라는 신생 공화국이 있답니다. 조지아에서 독립하느라고 오랜 기간 동안 전쟁을 치러서 인구가 많이 줄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 압하지야 공화국이 좋은 조건으로 외국의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있답니다. 그래서 혹시나 데킨 대원 가족들이 자리 잡고 살만한지 어떤지 알아보러 가는가 봅니다.”
데킨에게서 들은 내용 중에 러시아 관련 부분은 쏙 빼고 대충 둘러대었다.
“아, 그래요? 어쩐지 순순히 나서준다 싶더니 마침 그런 일이 겹쳤군요. 그러면 뭐, 훈제칠면조는 안 줘도 되겠네요. 하하.”
충석이 속으로는 뭔가 찝찝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겉으로는 웃으며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데킨 그 양반에게는 아주 중요한 여행이 되겠네요. 그러면 우리 잠수정을 정박하고 머물 수 있는 장소는 그 압하지야 공화국이라는 데서 마련할 수 있을까요?”
문도도 고개를 끄덕이며 요점을 물어봤다.
“예. 데킨이 사전에 한번 가봤던 모양인데, 흑해 연안에 알락해치라는 작은 마을이 있답니다. 데킨은 아마 거기에 정착할 생각을 갖고 가는 것 같습니다. 알락해치 마을 옆에 큰 강이 있다는데, 그 강 쪽으로 올라가서 찾아보면 적당한 장소는 나올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그렇다면 한시름 놓겠네요. 그런데, 우리 잠수정이 왜 흑해로 나가는지 안 물어보던가요?”
문도가 창선을 빤히 쳐다봤다.
“당연히 물어봤죠. 그래서 제가 터키의 관광회사에 해저 탐사 레포츠용으로 팔아먹으러 간다고 둘러댔습니다. 하하.”
창선이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하하, 남 부단장 수완은 알아줘야 되겠어요. 그래, 터키 어느 항구로 갈 거라고 했습니까?”
“예. 터키 중부 흑해 연안에 있는 삼순 항에 갈 거라고 했습니다. 앙카라에서 한 5백 킬로 정도 거리에 있는데, 케말 파샤가 상륙했던 곳이라서 유명한 관광지가 된 항구입니다.”
“삼순이요? 하하, 십몇 년 전에 방송했던 드라마 제목 같은데요? 내 이름은 김삼순이었던가요?”
충석이 재미있게 봤었던지 별걸 다 기억하며 웃었다.
“그러네요. 외우기 쉬워서 좋습니다. 하하. 그런데, 데킨 대원들이 20명이나 타고 가면 나머지 우리 대원들은 어떻게 가서 합류하면 될까요?”
문도는 창원-터키 공장에나 있었고, 터키에 갈 때도 여객기를 이용해서 육로로 가는 루트는 잘 모른다.
관광회사에 잠수정을 납품하러 간다면서 무기를 잔뜩 싣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드론인 ROV는 남은 인원이 차량에 싣고 이동해야 하는데, 남을 인원이 30명을 넘을 것 같다.
“예. 어차피 잠수정은 열여덟 척 운전병 18명에 저하고 제 운전병 한 명 정도 해서, 우리도 20명만 가야 될 것 같습니다. 나머지 인원이 단장님까지 36명이 되는데, 천상 랜드로버 여섯 대에 분승해서 무기랑 싣고 육로로 삼순 항까지 가야 되겠습니다.”
“그렇겠네요. 여기서 삼순 항까지 육로로 가도 꽤나 걸리지요?”
“예. 여기서 삼순 항까지 상태 좋은 도로로 대략 2천 킬로 정도 됩니다. 여유 있게 2박 3일은 잡아야 될 겁니다.”
“엄청난 거리네요. 서울·부산 간 거리의 다섯 배나 되네요. 그럼 데킨은 언제 온다고 했어요?”
“모레 오전 10시에 우리 공장에 도착하겠답니다. 그런데, 단장님은 인사를 안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 왜요? 우리 단장님이 사장님인데, 인사도 안 해요?”
충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마디 했다.
“저.. 실을 데킨이 제가 여기 사장인 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창선이 민망한 얼굴로 눈길을 딴 데로 돌렸다.
“아, 그래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오히려 나는 데킨과 모르고 지내는 게 혹시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시간에 나는 숙소에 있다가 오면 되니까 염려 마시고 출발하도록 하세요. 그러면, 육로로 갈 분대는 어떻게 정할 겁니까?”
눈치 빠른 문도가 창선의 속내를 읽고 얼른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아, 예. 아무래도 제1분대가 남아서 육로 이동에 앞장서야 될 것 같습니다. 잠수정은 2분대와 5분대, 18명이 가면 싶은데 어떻겠습니까?”
창선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문도를 쳐다봤다.
원래 창선이 데리고 있던 4개 분대는 전투 능력 수준대로 1분대에서 4분대까지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제일 약한 4분대가 창원-터키 공장의 경비업무를 맡고 있고, 3분대가 우즈베키스탄의 칠면조를 운송하는 업무를 맡아있다.
나머지 막강한 1분대와 2분대는 이란의 남쪽 차바하르 항구에 들어온 밀수품을 하역하여 터키까지 운송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얼마 전에 문도가 새로 데리고 온 4개 분대는 5분대에서 8분대로 명칭을 붙였는데, 전투력은 평준화되어있지만, 이란 지역에서 활동한 기간이 짧아서 기존의 창선의 부대인 사막의 여우, 페넥 폭스 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약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잠수정은 부단장 창선이가 2분대와 풋내기 분대 중 5분대를 데리고 갈 테니까, 단장인 문도는 제일 경험도 많고 막강한 1분대를 앞장세워서 나머지 풋내기 분대인 6, 7, 8분대를 이끌고 가라는 말이다.
“음.. 좋은 생각이오. 그렇게 하는 게 제일 합당할 것 같소. 우리 남 부단장께서 고심을 많이 하셨네요. 하하.”
문도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사려가 깊은 창선을 치하했다.
긴장해서 듣고 있던 충석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시 얼마 전에 남창선 전무에서 남창선 부단장으로 승진시킨 것이 좋은 조짐을 보인다.
“그러시면 단장님은 모레 오전에 저희가 떠나고 나서 그날 오후나 다음날 일찍 출발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모레가 10월 29일입니다. 삼순 항에서 4일 후인 11월 2일 오전 10시에 합류하는 거로 하시면 좋겠는데요?”
창선이 손가락을 꼽아가며 시간 계산을 하는 척했다.
11월 1일 밤에는 아다나시에서 데킨 부대를 만나 시 외곽에 있는 인지를릭 공군기지 기습작전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서 그다음 날 오전 10시로 합류 시간을 맞춘 것이다.
“11월 2일 오전 10시에 삼순 항에서요? 그렇게 합시다. 핸드폰이 되는 지역에서는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고, 혹시 통화가 안 되면 매 홀수 시간에 무전기로 교신을 시도하도록 합시다.”
문도도 초행길에 그 정도면 됐다 싶어서 동의하면서, 서로 연락이 두절되지 않도록 세밀한 부분의 약속도 잊지 않았다.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 랜드로버와 운전병은 먼저 좀 보냈으면 하는데요?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ROV를 싣고 삼순 항에 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제가 연락하면 즉시 ROV를 출동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삼순 항에서 압하지야 공화국의 알락해치까지는 직선거리로 4백 킬로 정도밖에 안 됩니다.”
창선의 머릿속에 딴생각이 있어서 자기 랜드로버와 ROV를 본대와 분리해서 앞서 보내려고 한다.
무인 원격 감시 드론인 ROV는 크기가 50cmx60cm 정도라서 여행용 가방에 담아 운반이 가능한데, 수중에서는 잠수정들의 전방 멀리 앞세워 방해물이나 다른 선박을 탐지하고, 공중에 띄워서 공격용 비행체로 사용할 수도 있다.
“아, 그렇기도 하네요. 항상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지요. 남 부단장님 좋은 대로 하십시오. 하하.”
창선의 속을 모르는 문도는 당연하다는 듯 흔쾌히 동의했다.
“만약에 데킨 부대가 그 압하지야 공화국이라는 데로 이주를 가게 되면 우리한테 더 이상 칠면조를 공급하지 못하겠네요?”
공장장 충석이 자기 업무에 충실한 발언을 했다.
“뭐, 설사 이주를 가게 된다 한들 며칠 만에 가겠어요? 전체 식구들이 200명이나 되는데, 거주할 집도 짓고 가축도 옮겨가야 하니까 잘 진행돼도 몇 달은 걸리겠지요. 한 달에 3천 마리 정도는 다시 우즈베키스탄에서 들여오는데 별문제 없지 않습니까?”
창선이 흑해 전투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 생칠면조 타령이나 하는 충석을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봤다.
“그래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들여오는 사흘 치 물량밖에 안 되는데, 천천히 생각해도 될 겁니다. 그보다 한 공장장님은 흑해에 2주일 정도 나가 있을 부대원 56명의 보급품 지원에 차질이 없도록 잘 챙겨주십시오. 하하.”
“아, 예. 잘 알겠습니다. 내일까지 계획된 보급품을 점검해서 준비하겠습니다.”
민망해진 충석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우리도 이따 저녁 먹고 분대장급들 모여서 흑해함대 격파 작전을 재점검하도록 합시다.”
문도가 창선에게 지시했다.
그동안 제일 문제였던 잠수정 기지가 며칠 후면 마련되니까 이제는 그 기지에서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항구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치밀한 작전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구국대열’ 산하 ‘대도무문단’ 단장 고문도와 부단장 남창선을 포함하여 6개 분대 총원은 56명이다.
개인 지급 장비는 K2 소총인데, 분대장급 이상은 유탄발사기 K201이 장착되어 있다.
잠수정은 2인승 여섯 척과 4인승 열두 척을 합해 전부 18척이다.
수상에서의 최대속도는 시속 80노트(148Km)이고, 잠수 상태에서도 시속 40노트(74Km)로 항진할 수 있다.
분대장급 이상 8명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1와트(w)급 레이저 권총을 자랑스러워하는데, 그 1와트(w)급 레이저 건이 장착되어 무선으로 조종할 수 있는, 원격 무인 조종 장치로 수중과 공중 수공 양용의 드론인, ROV 여섯 대는 매우 유용한 고유 무기이다.
그리고 이들이 보유한 최대 성능의 고화력 무기로, 무한대의 전력이 생성되는 10kW급 휴대용 발전기 뉴젠(New-Gen)이 백업되는, 1kW급 휴대형 레이저포 3문이 있다.
레이저포 사수와 포에 연결된 발전기 뉴젠을 들고 따라다니는 조수, 이렇게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움직인다.
그런데, 이 정도의 전력으로 저 막강한 흑해함대를 어째 보겠다고 지금 흑해로 나가려는 것인데, 과연 이들은 무슨 작전을 펼쳐서 흑해함대의 지중해 진출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인가?
러시아 해군은 북방함대, 발트함대, 흑해함대, 태평양함대 등 4개 함대와 카스피 소함대로 구성되어 운영하고 있다.
그중 최강의 전력을 갖춘 ‘북방함대’는 자유롭게 대양으로 나갈 수 있는 소도시 세베로모르스크에 사령부를 두고 있으며, 유사시 전략원잠들이 북극해를 통과해 안전하게 작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전통적으로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 추진 잠수함(SSBN) 기지로 중시되어 왔다.
그래서 북방함대는 주요 수상함 11척과 잠수함 43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단일 전투함으로 가장 큰 크기와 배수량을 가진 키로프급 원자력 순양함도 포함되어 있다.
발트해 연안에 있는 항구도시 칼리닌그라드에 사령부를 둔 ‘발트함대’는 유럽지역을 작전 대상으로 하여 다목적 수상함을 전진 배치해 연안 작전용으로 활용하며, 원자력 잠수함으로 바깥 영해를 단속한다.
특히 발트함대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를 뚫을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블라바-M’과 최첨단 대함미사일 시스템 ‘바스티온’이 실전 배치되어 있다.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주요 수상함 11척과 잠수함 24척을 보유하고 있어 외형상 상당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륙전 수행능력은 약화하여 있다.
위치상 일본 해상자위대나 미국 제7함대와 맞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SLBM 발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 원자력 잠수함 SSBN 7척과 재래식 잠수함 킬로급도 8척을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항에 사령부를 둔 ‘흑해함대’는 지중해에서 유럽을 담당하고 있는 ‘미 제6함대’에 맞서고 있는 함대이다.
흑해함대에는 미사일 순양함, 미사일 구축함, 호위함, 초계함, 미사일 고속함, 소해함, 잠수함 등 40여 척의 함정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함정이 낡아, 만약 미 6함대와 붙는다면 12시간 이상을 버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문도와 남창선의 ‘대도무문단’ 대원 56명이 흑해함대 괴멸 작전을 벌이려는 세바스토폴은 인구가 43만 명 정도인 항구도시이다.
겨울이 온화하고 여름은 온난하여 유명한 해양 휴양도시가 되었고, 여행객들의 목적지가 되어 구소련권에서 오는 방문객들이 많아 특별히 여행객이 통제되지 않는다는 이점은 있다.
- 작가의말
독자님 안녕하세요?
오늘이 추석인데, 코로나 19 때문에 차례는 제대로 지내셨나요?
오늘부터 글을 매일 연달아 올리고, 10월 4일에 117회를 끝으로 제5부를 마감하고 연재를 당분간 휴재할 예정입니다.
추석 연휴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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