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대마도 공격 7
드론 잠수정 10 (대마도 공격 7)
대마도 해율도 송신 철탑 폭파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부하들과 함께 철수하던 홍두일 소령은 아주 커다란 난관에 부딪혔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하야부사 급 미사일 고속정이 대한해협으로 나가는 길목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으니 어디로도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막막할 때는 부하 장교들과 상의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별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여도 예상외로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수가 종종 있다.
“여기는 T1이다. F1 나와라.”
홍 소령이 손목에 찬 둘만의 보안 무선 송신기로 박 대위를 불렀다.
-“여기는 F1. 말씀하세요. 이상.”
“저 함정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하야부사 급 미사일 고속정이다.”
-“미사일 고속정 말씀입니까? 화력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놀라고 급하니까 ‘이상(오버)’ 생략하고 그냥 대화처럼 교신한다.
이 특별히 제작된 무전기는 사용주파수가 46/49MHz로 송신과 수신이 분리되어 있어서 전화기처럼 동시에 양방향으로 통화가 가능하다.
“화력은 3인치 함포 1문과 12.7밀리 중기관총 2문을 장착하고 있다. 함대함 미사일은 안 쏘겠지만 적어도 함포와 중기관총은 쏠 것 같다.”
-“아, 그렇습니까? 그러면, 고속정인데, 속도는 어느 정도인지 혹시 아십니까?”
박 대위의 질문은 드론 잠수정의 최고속도가 물속 10m에서도 시속 40노트로 아주 빠르니까, 잠수해서 재빨리 도망치면 기관총 포화를 피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저 고속정은 최대속도가 시속 44노트라서 우리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아이고, 그렇게나 빠릅니까? 따라오면서 위에서 수뢰를 던져 넣으면 안 되겠는데요?”
“그렇다. 시속 80노트의 속도로 해상으로 흩어져서 도망쳐도 저 지점을 벗어나려면 1분은 걸린다. 반대편에도 기관총이 있어서 2분 동안은 사격권 안에 들게 된다.”
-“아, 그렇겠군요! 그럼 이제 어떡하지요?”
박 대위의 낙담하는 숨소리가 다 들려온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일단 포구 동쪽 한국전망대 밑에 있는 항구로 피하고 보자. 여기 있다가는 저놈들이 언제 우리를 발견하고 함포사격을 해올지 모른다.”
-“항구로 피한다 해도 그다음 대책이 없지 않습니까? 해상자위대 지원 함정이 더 몰려올지도 모르고, 완전히 독 안에 들어가는 셈인데요?”
박 대위가 침이 말라 밭은 목소리를 낸다.
“만약에 해상자위대 지원부대가 몰려오면 일단 육지로 상륙해서 시간을 끌면서 버티자. 본부에 무선으로 지원요청 하면 한 시간 내로 달려오지 않겠나?”
-“본부에 지원요청을 하자고요? 철탑 폭파 잘해놓고, 쪽팔리게 구조요청을 해요?”
“그럼 뭐 어쩌겠어? 이렇게 몰려있다가 함포 한 방이면 다 날아갈 텐데!”
-“아, 소령님! 저기 뭐냐.. ROV를 폭탄으로 쓸 수 있다고 안 하셨어요?”
“어, 폭탄? 그래 맞다! 폭탄으로 쓸 수 있다!”
-“그럼 얼른 ROV 날려 보내세요, 소령님!”
“그래 알았어! 이만 끊자.”
ROV 4대는 2인승 드론 잠수정에 탄 T조 4척만 가지고 있다.
통화를 마친 홍 소령이 얼른 ROV 조종기를 들고 작동 버튼을 살펴본다.
자세히 보니 작동 버튼 중에 빨간색으로 ‘SHORT’라고 적힌 작은 버튼이 있다.
말로만 들었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실습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실습하는 건 귀한 ROV를 그냥 부숴버리는 거니까.
3일 전 수뇌부 회의 때 ‘드론전투단’ 이정훈 대장과 ‘보급지원단’ 최근상 박사로부터 원격 무인 드론 잠수정인 ROV를 폭탄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ROV의 전원이 고용량 리튬 배터리인데, 전원의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연결하여 단락(쇼트: short)시키면 핸드폰 배터리처럼 폭발한다고 했다.
리튬 배터리 폭탄의 파괴력은 철판 1.6mm 정도는 뚫을 수 있다고 했다.
홍 소령 기억에 일본 해상자위대의 미사일 고속정은 빠른 속력을 위해 선체를 철판이 아닌 가벼운 알루미늄 합금으로 건조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철판 1.6mm를 뚫을 수 있는 리튬 배터리 폭탄 4개를 집중해서 터뜨리면 강도가 약한 알루미늄 합금으로 건조된 저 고속정 옆구리에 구멍을 낼 수도 있을지 모른다.
‘이젠 됐다! ROV를 저 고속정에 부딪치게 하고 이 버튼을 누르면 되겠네!’
얼굴이 금세 밝아진 홍 소령이 ROV의 시동을 걸어서 방향을 미사일 고속정으로 돌려 맞췄다.
그리고는 얼른 송신 마이크를 잡고 T조 조장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여기는 T1. 조장들 잘 들어라. ROV로 저 일본 함정을 공격한다. ROV 조종기 좌측 밑에 빨간색으로 SHORT라고 적힌 작은 버튼이 보일 것이다. ROV를 최대속도로 발진 시켜 저 함정에 부딪히게 하고 이 버튼을 누르면 ROV가 폭발하게 되어있다. 시간 없으니까 곧바로 실시한다. 실시!”
지시를 마친 홍 소령이 자기 ROV를 급히 발진시켰다.
-부르응~
지름 50~60cm의 둥근 타원형 ROV가 마치 검정 물방개처럼 어두운 바다 위를 시속 80노트, 초속 41m의 쏜살같은 속도로 달려 나간다.
홍 소령이 조종기 모니터를 들고 ROV에서 야시경으로 찍어 보내온 화면을 초조하게 지켜보는데, 멀리 1,800m 거리에 있는 미사일 고속정의 옆구리가 자석으로 끌어당기는 듯 빠르게 다가온다.
그동안 주변에 있던 다른 T조의 ROV 3대도 차례로 발진해서 미사일 고속정을 향해 줄지어 돌진한다.
홍 소령이 다시 송신 마이크를 잡고 조장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각 조는 들어라! 각 ROV는 ROV 1의 뒤를 따라가서 최대한 ROV 1이 충돌한 지점에 맞추도록 조종하라.”
그래야 조금이라도 큰 구멍이 생겨서 빨리 침수할 것이란 생각이다.
잠시 후면 리튬배터리 폭탄을 실은 ROV 4대에 의해 저 미사일 고속정 옆구리가 터져서 구멍이 뻥 뚫리고 이내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고 말 것이다.
생각만 해도 기대되고 신나는 순간이다.
그러자, 화면 가득히 고속정이 들어차는가 싶더니
-빠빵~
멀리서 화염에 이어 ROV 리튬 배터리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얏호~!”
홍 소령이 어린애처럼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팔을 뻗어 탄성을 질렀다.
잠시 후 뒤이어,
-빠빵~
-빠빠빵~
-빵빠빵~
ROV 3대가 연달아 터지며 불꽃놀이처럼 제법 큰 폭음과 환한 화염을 뻗쳐 올렸다.
얼핏 보면 밤바다의 어둠 속에 떠 있는 함정의 측면에 어뢰가 명중해서 터지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브라보~!”
다른 드론 잠수정 대원들이 모두 캐노피를 열고 주먹 쥔 양팔을 펼쳐 들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누가 보면 진짜로 미사일 고속정을 격침하는 줄 알겠다.
그런데 바로 그때,
-피융 피융~ 핑핑, 피융~
난데없는 총알이 빗발치듯이 날아들어 드론 잠수정 주변의 바닷물을 튀겼다.
-뚜루루루룩, 뚜루루루룩
뒤이어 기관총 갈기는 소리가 한 박자 늦게 들려왔다.
“으악~ 빨리 잠수하라~!”
누구랄 것도 없는 고함 소리와 함께 크고 작은 드론 잠수정 7척이 혼란스럽게 시동을 걸고 항만 안쪽으로 선수를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박 대위가 탄 4인승 드론 잠수정 F1을 필두로 F2와 F3가 재빨리 그 뒤를 따랐다.
F1은 아까 홍 소령이 말한, 포구 동쪽 1km 거리의 ‘한국전망대’ 밑에 있는 작은 항구로 향했다.
놀란 홍 소령도 T1을 황급히 한국전망대 쪽으로 돌려 도망쳤고, 나머지 T2~T4 2인승 드론 잠수정 3척도 그 뒤를 따랐다.
유람선 선착장이 있고 집은 몇 채 없는 호리병처럼 생긴 항구에는 둥근 해변에 대여섯 척의 어선이 띄엄띄엄 정박해있다.
그런데 부둣가에는 지척인 해율도의 공군기지에서 터진 폭발음을 들은 주민들 여남은 명이 나와서 삼삼오오 몰려서서 웅성거리고 있다.
그러던 주민들은 4인승 드론 잠수정 3척이 물살을 가르며 항구로 들어서자 놀라서 기겁하고 잽싸게 흩어져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포구로 길쭉하게 나와 있는 유람선 선착장에 줄줄이 도착해 정선한 드론 잠수정 7척은 지휘자 홍두일 소령의 지시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이제 어떡하지? 정말 난감하네. 그래도 애들 앞에서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면 안 되지!’
홍 소령이라고 무슨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부하 장교들과 상의는 해봐야 한다.
홍 소령이 잠수정에서 내려 선착장으로 올라가 장교들 5명을 불러모았다. 대위 2명과 중위 3명이다.
“선택은 둘 중의 하나다. 드론 잠수정을 타고 바다에서 싸울 것인지, 바다를 포기하고 육지로 올라가 피신할 것인지. 의견들을 제시해봐라.”
“우리가 가진 무기는 K2 소총뿐입니다. 바다에서 버텨봤자 탄알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 아니겠습니까?”
T2 조장인 염 대위가 아주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먼저 대답했다.
바다에 떠서 유일한 무기인 K2소총으로 대응하다가는 결국 죽거나 포로가 되고 말 것이라는 말이다.
“맞습니다. 일단 상륙해서 본부에 연락하고 시간을 끌면서 기다리는 게 최선일 것 같습니다.”
F팀 팀장 박 대위가 좀 민망한 얼굴로 염 대위의 의견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
아까 홍 소령과 무전으로 상의할 때는 쪽팔리게 본부에 구조요청 할 거냐고 하더니 지금은 박 대위도 그 방법밖에는 없겠다 싶은 모양이다.
“여기서 거제도까지 무전이 됩니까?”
F2 조장 최 중위가 반기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전에 슬쩍 거제도 본부에 무전을 쳐봤는데, 칙칙거리는 잡음만 들리고 본부의 응신은 들려오지 않았었다.
“여기서는 안 될 거야. 저 전망대에 올라가서 하면 되지 싶다. 그러면 다들 상륙해서 본부에 지원 요청하고 기다리는 쪽으로 찬성하는 거지?”
송신 위치의 높이가 두 배로 증가하면 송신출력을 네 배로 높인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이것을 높이 이득(height gain) 이라고 부른다.
“옙, 대장님! 그러면 대장님하고 몇 명만 올라가십시오. 저희는 방파제 쪽으로 나가서 지키고 있겠습니다.”
박 대위가 의기양양하게 말하며 잠수정으로 몸을 틀었다.
지금 상황에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나?
더구나 여기는 수심이 얕아서 저 큰 미사일 고속정은 들어오지도 못할 것이다.
“좋아! 그러면 최 중위가 무전기 뽑아 들고 와라. 염 대위도 나하고 함께 전망대로 올라가자.”
“무전기만 뽑아 들고 오면 됩니까? 안테나가 있어야 되지 않아요?”
최 중위가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테나? 그렇지, 안테나가 없으면 안 되지! 그런데, 거기 안테나가 어디 있지?”
염 대위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기억을 더듬어 본다.
2인승 뒷좌석에서 송신 마이크 잡고 통화만 해봤지 무전기 안테나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도 안 썼다.
“안테나는 길쭉한 거 아닙니까? 우리 잠수정에도 그런 안테나는 안 보이던데요?”
4인승 앞쪽 운전병 옆에 앉는 박 대위도 관심 안 가져보기는 마찬가지다.
“뭐야? 안테나가 없이 어떻게 무전이 돼?”
홍 소령이 당황해서 얼굴을 붉혔다.
“혹시.. 안테나도 특수하게 만들어서 드론 잠수정 몸체 어디에 부착시킨 거 아닐까요?”
박 대위가 나름 정답을 추리하고 얼버무렸다.
드론 잠수정의 무선주파수는 46/49MHz인데, 안테나는 최근상 박사가 개발한 루프안테나를 사용한다.
박 대위와 홍 소령이 손목에 차고 있는 보안용 무전 송신기 안테나도 플렉시블 flexible 기판에 인쇄해서 팔목에 차게 만들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그게 어떤 건지 알아야 떼 오든지 하지요?”
걱정 많은 염 대위가 한마디하고 나섰다.
“무전기를 들어내 보면, 뒤쪽에 안테나가 연결된 잭 jack이 있지 않을까요?”
박 대위가 초조하게 방파제 쪽을 바라보면서 대꾸했다.
“설령 있다 해도, 안테나를 특수하게 만들어 부착했으면 무슨 공구라도 있어야 끌러 내든지 할 텐데요?”
염 대위는 계속 염려스러운 생각만 떠오른다.
“공구가 어디 있어요? 단검으로 파고 뜯어내든지 해야지요!”
마음 급한 박 대위가 언성을 높였다.
“단검으로 어떻게 뜯어내요? 나, 참!”
잘하면 두 대위님이 이 선착장 위에서 한바탕 주먹다짐이라도 하게 생겼다.
“야, 야! 그만해! 저 2인승 잠수정 무게가 얼마나 나가냐? 저거, 대여섯 명이 달라붙으면 들 수 없겠어?”
보다 못한 홍 소령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아예 2인승 드론 잠수정을 둘러메고 한국전망대까지 올라가자는 말이다.
“아, 예! 그렇죠! 충분히 둘러메고 올라갈 수 있을 겁니다.
박 대위가 반가운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공수특전사 구호에 익숙한 ‘공수특전단’ 장교답다.
ROV 4대 터뜨려 먹더니 이제는 2인승 드론 잠수정까지 산으로 둘러메고 올라가서 부숴먹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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