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대마도 공격 5
드론 잠수정 8 (대마도 공격 5)
비행장 입구에 거의 다다르자 F조 폭파팀은 낮은 포복으로 지휘관 홍두일 소령 근처로 접근했다.
지금은 총성이 잠시 멎었지만, 서쪽 레이더 감시소 건물 앞의 일본 경비대가 발사한 총알이 언제 날아들지 모른다.
“소령님! 폭파 준비 완료됐습니다.”
앞장선 박 대위가 바위 옆에 몸을 숨기며 10여 미터 앞 바위 뒤에 은폐하고 있는 홍 소령에게 보고했다.
“오케이, 알았어. 대원들 들어라! 지금 송신타워 폭파하고 곧바로 철수할 거니까, 준비 자세 취하고 대기한다. 철탑 폭파와 동시에 선착장과 각자의 드론 잠수정으로 신속히 퇴각한다.”
그 말을 들은 장교부대 대원 5명은 엎드려 쏴 자세에서 낮은 포복 자세로 바꾸고 뒤로 움직일 준비를 했다.
“박 대위! 폭파하시오!”
홍 소령의 명령이 떨어졌다.
박 대위 뒤에 있던 부사관이 도화선 점화 스위치를 돌렸다.
그러자 100m 밖에 설치한 도폭선에 불이 붙고
-꽝, 꽝, 콰쾅~!
다이너마이트에 연결된 뇌관이 터지면서
송신 철탑 아래 네 군데 기둥뿌리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와 함께 철탑에 달려있던 레이더 송수신용 접시형 파라볼라안테나도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앞으로 한동안, 이 해율도의 서부 항공 관제단 제19 초계대 레이더기지는 대한해협을 지나는 어떠한 선박이나 항공기의 이동도 감시하지 못할 것이다.
오늘의 대마도 항공자위대 비행장 공격목적이 완벽하게 달성되는 순간이다.
“우와~! 성공이다~!”
공수특전단 대원들이 환성을 지르며 기뻐 날뛰었다.
거제도 장목항에 ‘구국대열’을 창설하고 2년 넘게 고생한 보람이 비로소 성취되는 날이다.
“자, 신속히 철수하라~!”
홍두일 소령이 바위 뒤에서 튀어나오며 부하들에게 퇴각을 명령하고 삼거리를 향해 달렸다.
낮은 포복 자세로 조금씩 뒤로 이동하던 장교 대원 5명과 폭파 대원 5명 등 ‘공수특전단’ 대원 10명은 벌떡 일어나 홍 소령의 뒤를 따라 내리막길을 부리나케 달려갔다.
20초도 안 돼서 100m 거리에 있는 삼거리에 도착한 대원들은 홍두일 소령 앞에 잠깐 멈춰 섰다.
타고 온 드론 잠수정을 F조는 남쪽에, T조는 동쪽 해안에 정박해두고 올라왔기 때문에 여기서 갈라지면 다시 바다에서 합류할 장소를 약속해야 한다.
F는 4인승 드론 잠수정이고 T는 2인승이다.
각 드론 잠수정에는 한 명씩 남아있는 운전병이 지금 시동을 걸며 출발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
“율도 섬 서쪽 1해리 지점에서 다시 집결한다! F조 3척은 박 대위가 각 함정을 챙겨서 한 척의 낙오도 없이 빠져나가도록! T조는 나를 따른다. 실시!”
홍 소령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대원들은 각자 좌우로 갈라져, 자기들이 타고 온 드론 잠수정이 정박해있는 해안도로 방향으로 뛰어갔다.
삼거리에서 선착장 2층 건물까지 내리막길로 100여 미터를 순식간에 달려온 F조 박 대위와 폭파 대원 4명은 같은 조 두 명이 점거하고 있는 2층 건물 위병소 1층으로 들어갔다.
“충성! 별일 없습니까? 총격전이 벌어진 것 같던데요?”
위병소에 남아있던 김 상사와 정 중사가 장교들에게 경례를 붙이며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이들 두 사람은 기절시킨 위병소 보초병을 감시하고 옥상에 설치되어있는 기관총을 확보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느라고 위병소에 잔류했었다.
김 상사와 정 중사는 기절했다 깨어난 보초병 4명을 2층 옥탑방에 묶어놓고 옥상에서 위쪽 비행장의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응. 괜찮아. 아군 피해는 한 명도 없어. 이제 철수만 하면 되는데.. 최 중위, 뭐 빠진 거 없나?”
박 대위가 대답하며 자기와 함께 달려온 최 중위를 돌아봤다.
최 중위는 F2 조 조장으로 이들 두 부사관의 상관이다.
“아, 예. 저기.. 비행장에 헬기가 있지 않습니까? 혹시 헬기로 공습할지도 모르니까 우리 F2 조는 옥상 기관총으로 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 참. 그렇지! 그러면 F1과 F3 조가 먼저 가서 드론 잠수정에 탑승하고 이쪽으로 몰고 올 거니까 그때까지 F2 조가 수고 좀 하게!”
“알겠습니다. 자, 우리는 옥상으로 올라가자!”
최 중위가 서둘러 위병소를 나가고 김 상사와 정 중사가 그 뒤를 따랐다.
박 대위가 앞장선 F조 나머지 대원 6명은 그들의 드론 잠수정이 정박해있는 100여 미터 거리의 남쪽 해안을 향해 뛰어갔다.
박 대위 팀들이 거의 해변에 도착할 무렵,
-푸다다다다다
아니나 다를까 위병소 뒤쪽 언덕 위에서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육중해 보이는 큼직한 헬기 한 대가 나타났다.
길이가 13m나 되고 앞에서 보면 홀쭉해 보이는 코브라 헬기다.
AH-1G 휴이 코브라 헬기로, 일본자위대가 90여 기나 보유하고 있는 주력기종이다.
AH-1G 헬기에는 조종사 한 명과 부조종사 겸 사수 한 명이 탑승한다.
무장은 7.62밀리(mm) 다총신 미니건 2정, 또는 40밀리 유탄발사기 2정, 또는 각 1정씩을 기총탑에 설치할 수 있다.
기체의 좌우 측면에는 히드라-70 미사일 14발을 탑재할 수 있으며, 하부에는 20밀리 기관포도 장착되어 있다.
이 어마무시한 코브라 헬기 한 대만 있어도 지상의 웬만한 적군은 괴멸시키고도 남을 것이다.
**
“무에야! 뭐가 보이나?”
헬기 앞쪽 조종석에 앉은 삼등공좌(소령)가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글쎄요.. 배 같은 거는 하나도 안 보이무니다.”
뒷좌석의 부조종사 이등공위(중위)가 아래쪽 선착장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북한 특수부대로 추정되는 무장 괴한들이 침투해서 경비대 15명이 출동했다.
출동했던 경비대는 침투한 괴한들과 교전이 벌어져 절반 이상이 부상을 입고 비행장 입구에 묶여버렸다.
교전이 잠시 소강상태에 빠진 사이에 레이더 안테나가 달린 송신 철탑이 폭발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비행장에는 비상이 걸렸고, 급기야 한 대 있는 이 코브라 헬기가 출동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헬기를 타고 선착장으로 날아와 보니 괴한들이 타고 왔을 어떤 선박도 보이지 않는다.
고속정이나 하다못해 공기부양정이라도 타고 들어왔을 게 분명한데, 선착장에는 자기들 연락선 두 척만 뎅그렇게 정박해있고, 넓은 선착장 주변 어디에도 다른 선박은 보이지 않는다.
“위병소 애들은 전부 당한 것 같스무니다.”
헬기 바로 밑에 있는 위병소 옥상에 죽은 것 같은 보초병 두 명이 엎어져 있고, 얼룩덜룩한 위장막 아래의 기관총 위에도 한 명이 엎드려 있는 게 보인다.
“비참 하구마누! 이것들이 벌써 바다로 토꼈다는 말이노?”
“그 새 사라지지는 못했을 거무니다. 비행장 입구 떠난 지 10분도 안됐스무니다!”
얼핏 듣기로 열 명도 넘어 보인다고 했는데, 10분 만에 선착장에 도착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는 없는 일이다.
“혹시 잠수함 타고 온 거 아니겠스무니까?”
그랬다면 물속으로 들어가서 보이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잠수함? 여기는 얕은데, 잠수함이 어떠케 들어온다는 말이나?”
“그러게요. 해안도로 따라서 저 남쪽 끝으로 가보시는 게 어떻겠스무니까?”
선착장에서 남쪽으로 수백 미터 가다가 다시 서쪽으로 꺾으면 넓은 바다가 나온다.
“그래, 그래야 되겠다노.”
조종사가 기수를 우측, 남쪽으로 돌려서 고도를 낮추며 서치라이트로 해안도로를 비추고 훑어가기 시작했다.
“어? 저기, 있스무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50미터쯤 전진하자 좌측 바닷가 바위틈에 웅크린 군복차림의 괴한 대여섯 명이 보였다.
“요시! 저 빠가야로 시키들한테 기관포 맛 좀 보여줘라!”
“하이! 알겠스무니다! 크크크.”
-뚜루루루루룩, 뚜루루루룩
AH-1G 코브라 헬기의 미니건 포드 20밀리 기관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바위까지 깨부수어 과한들을 괴멸시킬 요량으로, 7.62밀리(mm) 미니건 대신 아까운 20밀리(mm) 기관포로 갈겨댄다.
그러나 이미 4인승 도론 잠수정에 탑승한 공수특전단 대원들은 투명한 방탄 캐노피를 내려 덮고 금세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저노무 시키들이 잠수정을 타고 온 모양이다노. 유탄발사기로 날려버려라! 미사일 쏘기에는 아까브니까.”
“하이, 알겠스무니다! 히히.”
부조종사 이등공위(중위)가 신바람이 났다.
약자를 괴롭히는 이지매 근성이 살아나는 모양이다.
유탄발사기는 유탄을 발사하는 총포다.
유탄은 탄알 속에 작약, 또는 화학제를 다져 넣어 만든 포탄이다.
한마디로 수류탄을 손 대신 총으로 멀리 쏘아 날리는 것인데, 그 위력은 수류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력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따르르르륵, 따르르르륵
위병소 옥상에서 번갯불이 튀면서 총알이 헬기 꽁무니로 빗발치듯이 날아들었다.
“으가가~ 이거이 무엇이노까?”
“으헉! 우, 우리 위병소 기관총이무니다.”
공수특전단 F조 최 중위가 이끄는 사수 김 상사와 조수 정 중사가, 위병소 옥상에서 탈취한 일본 기관총으로 들입다 갈겨대는 기관총 포화다.
죽은 척 엎드려서 위병소 보초병으로 위장하며 안심시켰다가, 헬기가 방향을 돌리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사격을 가하는 중이다.
김 상사가 헬기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고 정 중사가 탄창을 받쳐주고 있는 이 기관총은 일본자위대 분대 자동화기인 M249 경기관총이다.
탄띠를 사용할 경우 5.56밀리(mm) 탄환을 분당 750발이나 발사할 수 있다.
-따르르르륵, 따르르르륵
무수한 기관총 탄환이 코브라 헬기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날개를 정통으로 맞기라도 하게 되면 아무리 중무장한 AH-1G 헬기라도 지상에 추락해서 폭발하고 말 것이다.
비행 경험 많은 삼등공좌(소령) 조종사가 급히 조종간을 당겨 급상승을 시도했다.
위기를 벗어난 헬기는 기수를 거꾸로 돌려 위병소로 돌진했다.
“저 빠가야로 새끼들부터 유탄 맛을 보여주라노!”
“하이! 한 방이면 저놈들 싸그리 없애버릴 것이므니다. 흐흐.”
부조종사가 유탄발사기로 위병소 옥상 기관총을 조준했다.
방아쇠만 당기면 옥상이 통째로 날아갈 것이다.
그런데, 헬기에서 유탄이 발사되기 직전에
-슈웅~
소리와 함께 위병소 옥상으로부터 40밀리(mm) 유탄 한 발이 날아왔다.
최 중위가 소총 K2 밑에 부착된 40밀리 유탄발사기 K-201로 발사한 유탄이다.
-크쾅! 콰앙~!
한국산 소총 K2의 유탄발사기 K-201의 40밀리(mm) 유탄을 정통으로 맞은 일본 항공자위대 AH-1G 코브라 헬기는 공중에서 폭발하여 붉은 화염을 뿜으며 산산조각으로 흩어져 버렸다.
소총으로 코브라 헬기를 격추해버린 것이다.
“우와~ 부라보~!”
위병소 옥상의 최 중위 팀뿐만 아니라 해변에서 드론 잠수정에 탑승해있는 F조 대원들 전원이 탄성을 지르고 환호했다.
그때,
-따따 다다탕, 따따 다다탕
비행장 입구 삼거리 쪽에서 일본 경비대가 갈기는 소총 탄환이 빗발치듯이 위병소 옥상으로 날아들었다.
공수특전단 장교부대에 밀렸던 경비대가 코브라 헬기를 믿고 뒤따라 내려온 것이다.
이대로 있다가는 위병소 위에 있는 최 중위 팀 세 명은 탈출을 못 하고 붙잡히게 될 위기에 처했다.
바로 그때,
-따따탕, 따따탕
선착장 근처에서 삼거리 쪽 경비대를 향해 소총의 3점사 연속사격이 가해졌다.
북쪽 해안에서 홍두일 소령의 지휘로 철수하던 T조 2인승 드론 잠수정 4척에서 K2 소총으로 엄호사격을 가한 것이다.
“빨리 퇴각하자!”
최 중위 팀은 쏟아지는 총알을 피해 위병소 옥상에서 남쪽 벽면에 붙은 철제 계단을 타고 뛰어 내려왔다.
해변에서 환호하던 F조 4인승 드론 잠수정 3척도 급히 출발해서 북쪽의 위병소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온다.
홍 소령의 T조가 잘만 막아주면 최 중위 팀은 F조와 합류해서 무사히 선착장을 벗어날 수 있을 것도 같다.
단, 일본 항공자위대의 다른 지원부대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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