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잠수정 1
드론 잠수정 1
“그런데 우리가 북한과 함께 일본을 공격하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그걸 트집잡고 한국에 대한 전쟁의 명분으로 삼지는 않을까요? 핵무기가 배제된 재래식 무기로 언제든지 도발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황일관은 북한과의 공조를 수용하지 못한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우리보다 더 일본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우리가 대신 두들겨 패주면 되레 고맙다고 하지 않겠어요? 중국도 난징 대학살 사건을 겪지 않았소?”
보다 못한 신창원이 또 나서서 황일관의 기를 죽인다.
‘난징 대학살’은 중일 전쟁 시 1937년 12월에 일본군 5만명이 중국인 포로와 일반시민에게 약탈, 강간, 방화, 학살 등으로 저지른 만행이다. 기관총 사격, 생매장, 휘발유를 뿌려 불태워 죽이는 등의 방법으로 학살했다.
극동국제재판 판결에 따르면 비전투원 1만2천명, 패잔병 2만명, 포로 3만명이 시내에서 살해되었고 근교에 피난 가 있던 시민 5만7천명 등 총 11만9천명이 희생되었다.
이것은 기록에 남은 최소한의 숫자이며 실제로는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도 사할린 영토분쟁으로 일본과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는 세계최강의 ‘발틱함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발틱함대는 기함 ‘스와로프호’를 비롯해 전함 8척, 장갑 순양함 3척, 순양함 6척, 장갑 해빙함 3척, 가장 순양함 5척, 구축함 9척 및 공작선, 병원선, 수송선을 동반한 대규모 함대였다.
유럽에 머물던 발틱함대는 1904년 10월에 한반도 동해 북쪽의 부동항인 블라디보스토크를 향해 출발해서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며 7개월만인 1905년 5월에 일본 쓰시마해협에 이르렀다.
진해항에 머물던 일본 제독 ‘도고’는 전함 ‘미카사’를 기함으로 한 연합함대를 이끌고 출발하여 대한해협 부산항 인근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5월 27일 발틱함대가 나타나자 공격을 가했다.
2일동안의 전투에서 러시아함대의 3분의2가 침몰하고 6척이 나포되었으며, 6척은 중립지역의 항구로 대피했고, 4척만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입항했다.
‘쓰시마 해전’은 러시아에게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의 패전이 되었고, 승전한 ‘도고’ 제독은 지금도 일본인들로부터 군신(軍神)으로 추앙 받고 있다.
“내가 볼 때 중국은 인도와의 전쟁에 대비하기 바빠서 실속도 없는 우리나라를 침범하지는 않을 겁니다. 더구나 이번에 러시아가 미국 미사일 공격을 막아주면서 북한을 자기 편으로 확실히 끌어들였어요. 그러니 러시아 때문에라도 중국이 북한과 손잡은 우리를 함부로 건드리지는 못할 겁니다.”
유진중 사령관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확신에 찬 어조로 진중하게 말했다.
“그러면 이제 러시아도 우리 편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곽지수 ‘공수특전단’ 단장이 얼굴에 희색을 띠고 물었다.
“그렇소! 러시아가 중국을 확실하게 견제할 겁니다. 그러니까 일본이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지원을 더 받기 전에, 북한과 공조해서 일본 군사기지를 쳐부숴야 합니다.”
유진중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일본을 공략할 준비를 하자고 했다.
“그러면 아예 육군이 미사일로 일본 군사기지를 초토화 시켜 놓고 해병 상륙부대를 동원해서 점령해버리면 되겠네요?”
신창원이 우리 같은 민간부대가 나설 게 아니라 국가차원의 대규모 공습을 펼쳐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글쎄요. 그러면 속전속결로 끝나서 좋겠지만, 한국이 일본을 침략한 국가로 역사에 기록되어 영원히 남겠지요?”
유진중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 그런가요? 하하. 그럼 천상 우리 공수특전단이 나서서 비밀리에 야금야금 부숴야 되겠네요.”
무안해진 신창원이 마주보는 곽지수 ‘공수특전단’ 단장과 그 옆의 부단장 황일관 대령을 쳐다보며 말꼬리를 돌렸다.
“왜 우리가 먼저 나서요? 대도무문단이 앞장서서 길을 훤히 터주셔야지요. 허허.”
곽지수가 농담으로 맞받아치며 민간 전투부대인 ‘대도무문단’도 동참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아,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런데, 축구시합에서 득점도 중요하지만 무실점이 더 중요합니다. 한 골도 안 먹으면 최소한 비기지 않습니까? 경험 많은 공수부대 출신들이 전방에서 공격 포지션을 맡으시면, 우리 민간부대는 후방에서 완벽한 수비를 맡겠습니다. 하하.”
신창원이 넉살 좋게 웃으며 곽지수의 날카로운 공격을 피했다.
“우리가 북한을 주 적국으로 간주했을 때와 지금처럼 일본을 적국으로 삼을 때, 그 작전계획 수립의 양상이 좀 다릅니다.”
유진중이 두 사람의 언쟁을 가로막고 나섰다.
조용해진 분위기에서 유진중이 말을 이었다.
“북한인 경우는 두 전투단이 함께 출동해서 각각 맡은 지역에 침투하고 임무를 수행하면 되지만, 지금처럼 일본을 적국으로 간주했을 때는,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우리 해안으로 침투하는 적군에 대한 방어 임무가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아, 중국이나 일본 잠수함의 침투에 대한 경계를 말씀하시는 거지요? 그래서 우리가 진작에 이곳에 드론 수중기지를 구축한 거 아니겠습니까?”
‘구국대열’의 본부가 있는 ‘장목조선소’ 소유주인 신창원이 어깨를 펴고 뻐기며 말했다.
장목조선소는 거제도 장목항 북쪽 수백 미터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부지가 수천 평인 조선소 옆에 지상이 2층인 새 건물을 3년 전에 신축했다. 그 건물의 지하층은 길이가 100m에 폭이 50m나 되는 거대한 지하 수중기지이다.
지하층은 층간 높이가 7m나 되는 2층인데, B1층과 B2층에는 부분적으로 아래위가 터진 경사면 형태의 선착장이 건조되어있다.
바닷물이 건물 지하로 곧바로 들어오는데, 조수간만의 해수면 차이를 고려해서 수심이 최저 5m 이상 유지되도록 건축되었다.
이 모든 건축과 시설의 비용을 신창원이 거의 다 부담했으니 ‘구국대열’을 유지하는 물주로서 좀 뻐길만하다.
“공수특전단 대원들의 드론잠수정 조종 훈련은 제대로 실시되고 있지요?”
유진중이 ‘공수특전단’ 단장과 부단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예. 매일 두 시간 이상 탑승해서 훈련하고 있습니다. 벌써 한 달이 다 돼 가니까 이제는 실전에 투입해도 될 정도입니다.”
황일관 부단장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곳 초대형 수중기지에는 2인승 소형 잠수정 70척과 4인승 대형 잠수정 20여 척을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지금 운용하고 있는 드론 잠수정들은 모두 정훈이가 대표이사로 있는 경기도 시흥시의 ㈜뉴젠에서 제작한 것이다.
“드론에 설치된 무선전화로 거리는 몇 키로까지 통화가 가능하지요?”
유진중 사령관이 이정훈 단장을 보고 물었다.
“예. 해상에서는 120킬로까지 깨끗한 통화가 가능합니다.”
이정훈이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표정으로 자세를 바로 하며 대답했다.
드론의 무선조종 주파수는 원래 마이크로웨이브 대역인 2.4GHz(기가헤르츠)이다.
그런데 2.4GHz 주파수는 공간의 전파손실이 무척 커서 통화 거리가 불과 수 킬로미터 이내로 제한된다.
정훈은 드론의 주파수를 전파손실이 적은 고주파(HF) 대역인 46MHz(메가헤르츠)와 49MHz로 바꾸었다. 그래서 46HHz를 드론 잠수정 원격 조종용 주파수 겸 무선전화의 송신용으로 사용하고, 49MHz는 무선전화 수신용으로 각각 분리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 주파수는 가정용 코드리스폰 무선전화기의 초기 모델에 사용되던 주파수이며, 전화기처럼 동시에 송수신 통화를 할 수 있다.
그래서 120Km의 거리에서도 무선으로 조종이 되며, 드론에 마이크와 스피커도 설치되어 있어 탑승자와 본부간, 혹은 다른 드론의 탑승자 간에 핸드폰처럼 양방향 무선통화도 가능하다.
이런 주파수 변경은 정훈의 아버지 이재성 ‘보급지원단’ 단장이 알려준 것이다. 그는 대기업 연구소에서 군용 무선통신기기를 개발했던 이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래요? 120키로면 충분하겠네. 저기, 내가 아침에 얘기한 지도는 준비됐소?”
유진중이 회의 시작 전에 이정훈에게 뭔가 지도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던 모양이다.
“예, 사령관님. 지금 바로 비추겠습니다.”
하면서 정훈이 옆에 앉은 김세희 팀장을 돌아보고 눈짓했다.
‘드론전투단’은 여자인 김세희 팀장이 부단장을 대행하고 수뇌부 회의에 참석한다.
창문 앞의 유진중을 중심으로 오각형으로 배치된 회의탁자 우측 열 맨 끝에 앉은 김세희가 잽싸게 탁자 위의 노트북을 열고 빠른 손놀림으로 조작했다.
그러자 세희의 바로 옆, 유진중의 맞은편 벽면의 대형스크린에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지도가 나타났다.
세희가 점점 확대시키자 대한해협을 중심으로 거제도와 일본 대마도가 좌우로 균형 있게 자리를 잡았다.
남북으로 길쭉한 대마도는 길이가 약 74Km 정도이다.
모두들 긴장하여 지도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이쪽 저쪽 살피며 거리를 가늠하기에 바쁘다.
“우리의 첫 번째 작전 타깃은 저 대마도 북쪽 끝에 있는 공군비행장입니다. 타깃을 확대해 보시오.”
유진중의 지시에 따라 세희가 지도 위에 빨간 마커가 찍혀 있는 지점을 서서히 확대했다.
도로까지 자세히 보이게 된 화면에는 대마도 북쪽 끝에 있는 ‘한국전망대’라고 한글로 표시된 지점이 나타났다.
그리고 거기에서 북서쪽으로 1Km거리에 작은 섬이 있는데, 마커 옆에 ‘공군비행장’이라는 한글이 보인다.
더 크게 확대하자 ‘항공자위대 제19경계대’라고 쓰인 한자가 나타났다.
“와우! 저 비행장에 침투해서 요절을 내는 겁니까?”
이제껏 시무룩했던 황일관 대령이 제일 먼저 반기며 소리쳤다. 근질거리도록 눌려있던 전투본능이 살아나는 모양이다.
“어때요? 해볼 만 하겠소?”
유진중이 웃으며 황 대령에게 물었다.
“옙, 사령관님! 저 정도는 식은 죽 먹기 아니겠습니까?”
공수특전사 부여단장 출신 황일관이 맨 팔뚝을 쓸어 올리며 전의를 드러냈다.
말이 공군비행장이지 작은 섬의 길이나 폭이 수백 미터 정도여서 상륙만하면 초토화시키는 건 일도 아닐 걸로 보인다.
“저 비행장은 아주 작아 보이네. 한 20명만 가도 안되겠나? 그지?”
공수여단장 출신 곽지수 준장도 한술 더 떠서 황 대령에게 자신감 있게 다짐한다.
“20명으로 되겠어요? 허허. 지도를 다시 처음으로 줄여봐요.”
유진중이 웃으며 지시했고, 화면은 다시 ‘구국대열’ 본부가 있는 거제도와 대마도가 다 보이게 축소되었다.
“여기서 저기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지?”
“예, 정확히 74키로미터 입니다, 사령관님.”
김세희가 야무지게 대답했다. 대마도의 길이와 거의 같다.
“우리 드론잠수정 속력이 어떻게 되지요?”
“예, 우리 드론잠수정은 수심 10m에서 최대 40노트로 달릴 수 있습니다. 시속으로 74Km니까, 한 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정훈이 또렷하게 대답했다.
“고속정 참수리호와 같은 속력이네? 북한 공기부양정이 50노트, 시속 92Km니까 그 보다는 좀 느리지만.”
황일관이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안 북한 공기부양정의 침투에 대비한 방어전을 위해 많이 준비한 티가 난다.
“드론 잠수정도 수면 위로 달리면 두 배인 80노트, 시속 148Km의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수면으로 달리다가 대마도 근처에 가서 잠수하면 얼추 반시간이며 갈 수 있을 겁니다.”
준비가 되어있는 정훈이 또박또박 조리 있게 설명했다.
“아, 그래요? 북한 공기부양정보다 훨씬 빠르구먼! 그러면 뭐 치고 빠지는데 두 시간도 안 걸리겠네!”
‘공수특전단’ 단장인 곽지수가 만족해서 미소를 지으며 좋아한다.
“그러게요. 이건 뭐 작전도 아닙니다. 북한 남포항에 가려면 백령도 근처 무인도에서 1박하고도 모자라는데 말입니다. 하하.”
부단장인 황일관이 신나서 어쩔 줄을 모른다.
북한 대신 일본을 주 적국으로 삼았다고 투덜대더니, 내일이라도 당장 출동할 기세다.
“그런데 대원들이 타고 막무가내로 일본 영해로 들어가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겠소? 일본 초계잠수정에게 발각될 수도 있고, 비행장 주변 해안에 수뢰를 부설해 놓았을지도 모르는데···”
유진중 사령관이 신중히 생각하자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Commen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