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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내 일상] 35. (수필) : 오월의 어느 날

 

오월의 어느 날

 

삼일 이재영

 

오월엔 온갖 꽃이 만개하고 나뭇잎은 신록의 푸르름을 뽐낸다. 이 아름다운 계절이 오면 내 마음도 한껏 부푼다. 결혼기념일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아내 멀린다와 헤어진단다. 어린이날인 그저께 신문 앞쪽 한 면을 다 차지하더니, 이틀이 지난 오늘도 뒤쪽 면에 다시 나왔다. 2조 원의 주식이 벌써 멀린다에게 양도됐다며, 세계 4위 갑부인 빌의 146조 원에 달하는 재산을 상세히 소개하는 기사다.

두 사람은 20조 원에 이르는 주식을 기부하여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을 설립하고 전 세계의 기아와 질병, 불평등 퇴치와 교육 확대에 힘썼다.

13년 전부터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고 재단 일에 몰두한 빌은 올해 초에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까지 출간했다. 소가 먹은 사료를 되새김질하며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햄버거에 넣는 쇠고기 패티 대신 인공육을 먹기도 했다.

거부가 된 사람치고는 상당히 인간미가 넘쳐서 부부 모두에게 좋은 감정이 있었는데 조금 아쉽다.

 

2017년에 빌 게이츠로부터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탈환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57) 2019, 25년간 결혼생활을 한 아내 스콧에게 44조 원을 주고 합의 이혼했다. 이혼 사유는 베이조스와 모 TV 앵커와의 불륜이었다. 위자료를 받은 스콧도 단숨에 세계 18위 부호에 올랐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도, 2015년 아내 앤 보이치키와 이혼했다. 영국 매체는 브린이 구글 직원과 불륜 관계였다는 것이 드러난 뒤 2년 반 만에 보이치키와 갈라섰다고 보도했다.

 

올해 56세인 멀린다는 스물두 살에 빌의 회사에 입사해서 7년 뒤인 1994년에 아홉 살 많은 빌과 사내결혼했다. 슬하에 세 아이를 뒀는데, 막내가 만 18세란다.

워싱턴주에 있는 2천 평에 달하는 1,500억 원짜리 저택에는 앞으로 누가 살게 될지 궁금하다. 이혼 사유가 부부 관계가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하니 그나마 불륜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올해 70세가 된 내 아내 복자는 11살인 초등 5학년 때 나를 만났다. 봄에 전학을 와서 한 반이 되었고, 6학년에도 그대로 올라가 부반장과 반장으로 지냈다.

·고등학교는 학업에만 열중한 모범생들이라 만난 적도 없는데, 대학에 갔더니 거기에 와 있었다.

간호과인 복자는 의과대학에 딸린 기숙사에 있었고, 공대 전자과가 있는 본교 캠퍼스와 시내버스로 두 시간이 넘는 거리라서 편지를 주고받았다.

나는 부모님이 40대 중반에 딸 셋 밑으로 낳은 외동이어서, 졸업 후 취직이 되자마자 곧바로 결혼했다. 바로 46년 전 오늘, 5 7일이다.

고향 진주에서 천 리나 떨어진, 내 직장이 있는 경기도 오산으로 와서 살았다.

 

아내는 둘째 아들이 세 살 되던 해에 보건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했다. 일부러 외진 도서 학교에 지원해서 1년간 시아버지와 두 아들을 건사하며 보냈다.

토요일이 반공일이던 시절이라, 오전 근무를 마치면 차 타고 배 타고 다시 차로, 편도 4시간 거리를 교대로 오가며 주말 부부로 지냈다.

그 후에 수원으로 발령이 나서 25년간 근무하고 50대 중반에 명예퇴직했다.

지금은 신혼 5년 차인 둘째도 마흔이 넘었고, 장남의 딸인 손녀가 중학생이 되었다. 지난 일요일, 월간 가족 모임 때 어버이날에 쓰라고 나와 아내에게 각각 용돈을 줬다. 그러고도 제 어미에게 어디 여행이라도 가라며 따로 큰 봉투를 주고 갔단다.

세 살 터울인 녀석들이 대학과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 내가 하던 사업이 어려워 제대로 보살펴 주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엇나가지 않고 제각기 나름대로 알아서 잘 커 줘서 내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큰 놈에겐 살던 집이라도 물려줬지만, 둘째에겐 결혼 때 겨우 몇천만 원 해준 게 고작인데, 지금은 열심히 벌어서 제집을 마련해 살고 있다.

 

대단히 많은 돈을 지닌 부자이면서도 불편하고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이 많다.

젊어서 청춘 남녀로 만나 사랑하고 결혼해서 자식들 낳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며 평생을 해로하면 얼마나 좋은가. 그래야 자식들도 본을 받고 더 감사해하지 않겠나 싶다.

이 미련스러운 내 아내 복자는 나 대신 돈 번다며 오늘도 요양보호사 교육원에 강의하러 나갔다. 벌써 6년째나 되었다.

나는 기껏 인터넷에서, 어느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가 상영되는지 시간표를 훑어보고 앉았다.

물론 어제 내가 다 있소라는 매장에 가서 찢어진 설거지용 고무장갑을 사 왔고, 아내 몰래 흰색 스프레이 페인트도 한 통 샀다. 오래전부터 떨어져 내리는 베란다 천정의 페인트 조각을 걷어내고 뿌려볼 생각이다. 가능성이 있으면, 더 사서 다음 주에 아내 없을 때 전부 새로 깨끗이 단장할 계획이다.

저녁 늦게 아내가 오면, 내일 미나리 자산어보 중에 어느 게 보고 싶은지 물어볼 참이다.






1. 경주불국사 수학여행 (1963년).jpg



댓글 2

  • 001. Personacon 이웃별

    21.05.07 23:22

    낭만소년 세하루님. 오늘이 기념일이시군요!!! 축하드립니다~~~^-^♡

  • 002. Lv.53 맘세하루

    21.05.08 20:36

    네, 이웃별님 다녀가셨군요. 감사합니다.
    개봉관 있는 인덕원까지 전철 타고 한 시간 가서 '자산어보 ' 보고, 순대국밥 먹고 왔습니다.
    (오전 조조할인과 오후 3시와 5시 반 2회 상영인데, 3시 상영에 달랑 6명이 관객 전부였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이겠죠? 극장도 적자운영이 심각하겠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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