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맘세하루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17. (수필) : 해마 아빠

 

 

해마 海馬 아빠

 

심삼일

 

직장에 다니던 여성이 결혼하면 사직서를 내고 전업주부가 되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양가 부모의 허락으로 가정을 이룬 어른이 되었으니, 남편은 가장으로서 돈을 벌고, 아내는 집안 살림 꾸리며 자식을 낳아 잘 길러야 할, 역할분담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남자 혼자서 가슴팍에 불룩한 아기 포대기를 안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주말이나 휴일이 아닌 평일에도 자주 접하는 광경이다.

아기 돌보는 가사도우미가 직업인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아내와 역할을 바꾼 전업 남편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고학력, 고소득 여성들의 증가와 육아비용 인상으로 인해 전업주부 남편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잡지 포천 Fortune 기사에 의하면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경영자의 30%는 남편이 가사를 전담한다고 한다.

어떤 글에 의하면 아내가 전체 수입의 51%~75%를 버는 집은 이혼율이 높지만, 아내가 75% 이상을 벌면 아예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기 쉽다고 한다.

영국의 전업주부 남편들 75%는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행복하다고 응답했으며, 30%는 일을 하는 것보다 자녀를 돌보는 것이 더 보람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10%는 육아를 전담하면서 스스로 남성으로서의 존재감 상실을 느낀다고 했다.

한편, 여성들의 경우 37%는 자녀를 집에 놔두고 일하러 가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인간사회에서 자식을 돌보고 키우는 육아는 당연히 여성의 몫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임신과 출산으로 젖을 먹여 키우는 포유류는 대체로 암컷이 새끼를 돌보고 수컷은 밖으로 먹이 사냥을 나서는, 인간과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암컷이 체외에 산란하고 수컷이 수정하는 물고기의 경우, 수중의 돌덩이 틈에 붙여둔 알이 부화할 때까지 암수가 번갈아 지느러미로 부채질하여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며 지키는 어종도 흔하다.

그런데, 바닷속에 사는 물고기 중에 상상을 초월하는 아주 희한한 생물이 있다. 바로 동물계에서 부성애의 대명사로 불리는 수컷 해마 海馬이다.

해마는 수컷이 임신하는 독특한 물고기인데, 새끼를 낳는 출산의 과정도 당연히 수컷 해마가 겪게 된다.

해마의 학명은 히포캠퍼스 Hippocampus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마차를 끄는, 상체는 말이고 하체는 물고기인 괴물의 이름에서 따왔다.

흔히 Seahorse 海馬라고 불리는 해마의 머리는 말과 같은 형태이고, 배가 볼록하게 나왔으며, 꼬리는 둥글게 감겨있다. 몸은 딱딱한 골판으로 덮여있고, 몸에서 꼬리까지 둥글게 수십 개의 체륜이 나타난다.

말보다 용의 머리에 더 가깝고, 머리와 직각으로 몸통을 꼿꼿이 세우고 헤엄치는 해마의 길이는 10센티 정도이다.

 

놀랍고 신기한 점은 수컷 해마 배 쪽에 새끼를 키우는 자궁처럼 생긴 육아낭 育兒囊이 있다는 것이다. 산란기가 되면 암컷과 수컷이 만나 매우 정성스럽게 배를 서로 문지른다.

그러다 암컷이 수란관을 수컷의 육아낭에 집어넣고 알을 낳으면, 수컷이 수정하여 자신의 몸에서 2주 만에 부화시킨다.

수컷은 보통 12~15시간씩 몸이 뒤틀리는 고통스러운 산통을 겪으며 부화시키고 그 새끼들을 독립할 때까지 뱃속 육아낭에서 키운다.

수명이 2년가량인 해마는 주로 따뜻한 4~6월에 번식하며, 최소 6마리에서 최대 75마리 (평균 39마리)의 새끼를 출산한다.

출아 出芽하여 아비로부터 멀리 헤엄쳐 나가는 새끼들은 몸길이가 1센티 정도인데, 치어 1,000마리 가운데 겨우 5마리 내외만 생존한다고 한다.

해마는 평생 한눈팔지 않고 일부일처로 산다. 수컷은 새끼를 키우느라 겨우 가로세로 1m 정도의 좁은 영역에 머물고, 암컷은 그보다 100배나 넓은 가로세로 10m의 넓은 지역을 맘껏 헤엄치며 돌아다닌다.

해마와 머리 모양은 비슷하지만, 몸길이가 40센티로 크고, 해초처럼 생긴 몸통을 흐느적거리며 헤엄치는 해룡 海龍이라는 물고기가 있다. 해룡의 수컷은 육아낭이 없어 알을 꼬리에 붙이고 다닌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해마의 종류는 해마, 산호해마, 복해마, 가시해마, 점해마 등 5종이 있었는데, 2012년에 완도군 소안도 일대에서 새로운 2종이 발견되어 소안해마, 안깃털해마로 명명되었다.

해마는 주로 수심 18m 이내의 얕은 연안에서 모자반이나 잘피 등의 해조류 잎에 꼬리를 감은 채, 가늘고 긴 주둥이의 흡인력으로 지나가는 동물플랑크톤이나 곤쟁이 같은 작은 새우를 잡아먹는다.

전 세계적으로 약 50여 종이 생존하는 해마는 1년에 3~4대까지 번식해서 할아버지 해마와 손주 해마가 뒤섞여 살지만, 탐욕스러운 인간들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 위기를 겪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성은 평온하고 독이 없으며 난산을 주치한다. 부인의 난산 시에 이것을 손에 쥐면 양과 같이 순산한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명나라 때 이시진이 집대성한 본초강목에도 해마의 난산치료 및 보신효과와 관련한 언급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중화권에서는 해마를 천연정력제로 여기고 있어 해마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도 중화권 보신 문화와 무관치 않다는 설이 있다.

우리나라의 해마 수출 자료를 보면 2013 1.2t, 2014 1t, 2015 0.95t인데, 2015 12월에 수산청이 해마 수출허가증 발급을 중단했다고 한다.

 

정부(해양수산부) 2013년에 멸종 위기에 처한 복해마와 가시해마 2종류를 보호 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한 바 있다.

다행히 국립수산과학원에서 2010년에 호주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빅 벨리 해마 Big belly seahorse의 완전양식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직 우리나라 이름이 없는 빅 벨리 해마는 성체가 보통 18cm 정도이고, 35cm까지 자라는 대형 종에 속하며, 아름다운 빛깔과 체형을 갖고 있어 국제 해수 관상생물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현재 제주도에서 대량으로 양식하고 있는 빅 벨리 해마 추출물의 항산화 효능이 2016년에 검증되어, 피부노화방지 같은 기능을 보유한 원료로 판명되었다.

앞으로 해마의 관상용 가치 외에 한약재로서의 산업적 가치가 크게 기대되는 바이다.

 

부성애의 대명사인 해마 아빠를 떠올리며, 아기 포대기를 안고 다니는 전업 남편들의 표정이 민망함에서 당당함으로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 계간지 [문예감성] 2020년 여름호 (통권21) 게재 >

 

 

 



댓글 2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54 내 일상 | 54. (홍보) : 일간지 '시정일보'에 '꽃 노을' 연재됨 23-06-01
53 내 일상 | 53. (홍보) : 수필집 '꽃노을' 발간 *7 22-12-13
52 내 일상 | 52. (수필) : 잔명 시계 *2 22-10-26
51 내 일상 | 51. (수필) : 영어 웅변대회 *2 22-08-06
50 내 일상 | 50. (수필) : 가족 *2 22-07-23
49 내 일상 | 49. (수필) : 노숙자 부부 *2 22-03-30
48 내 일상 | 48. (시조) : 무궁화 연작 시조 22-03-08
47 내 일상 | 47. (수필) : 기타리스트 22-02-20
46 내 일상 | 46. (수필) : 망팔이 되어 *2 22-01-23
45 내 일상 | 45. (수필) : 내 젊음 강물처럼 흘러 *2 21-12-21
44 내 일상 | 44. (수필) : 코피 *2 21-11-29
43 내 일상 | 43. (홍보) : 좋은 책 *2 21-10-31
42 내 일상 | 42. (수필) : 전화 한 통 *2 21-10-14
41 내 일상 | 41. (웹소설) : 형제의 나라 2 21-10-03
40 내 일상 | 40. (웹소설) : 형제의 나라 21-10-03
39 내 일상 | 39. (논픽션) : 땅굴 탐지기 *3 21-09-30
38 내 일상 | 38. (수필) : 웅녀의 기도 *3 21-09-06
37 내 일상 | 37. (수필) : 돼지 새끼 한 마리 *2 21-08-02
36 내 일상 | 36. (수필) : 소 방귀와 하품 *2 21-06-09
35 내 일상 | 35. (수필) : 오월의 어느 날 *2 21-05-07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