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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세하루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36. (수필) : 소 방귀와 하품

 

 

소 방귀와 하품

 

삼일 이재영

 

 

올해 2021년은 흰 소의 해인 신축(辛丑)년으로 60개의 간지(干支) 38번째이며 소의 이미지는 온순과 우직, 성실함이다.

우리의 농경문화에서 소를 중요하게 여겨, 전국의 마을이나 섬, 산 등의 공식 지명 중에 우면동처럼 소와 관련된 이름이 총 731개나 된다.

 

수명이 25년 정도인 소는 인류가 신석기 시대인 BC 7,000~6,000년 경부터 사육했으며, 우리나라에는 2,000년 전쯤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힘이 센 소는 농사를 짓거나 짐을 운반하는 데 쓰였고 유제품과 고기, 가죽, , 힘줄, 뼈 등을 얻을 수 있어 널리 길렀다. 배설물도 비료나 땔감, 건축재료로 썼고, 투우나 로데오 등 스포츠 종목에도 이용한 소는 인류의 오랜 동반자이다.

 

미국이나 호주처럼 땅덩이가 넓은 나라는 소를 풀어놓는 방목형으로 키운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축사에 가둬 키우는데, 보통 8m·4m인 우사(牛舍) 한 칸에 세 마리를 넣는다.

외국의 소는 넓은 들판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싱싱한 풀을 맘대로 뜯어 먹지만, 우리나라의 소는 좁은 외양간에 갇혀서 시간 맞춰 넣어주는 곡물 배합사료나 볏짚을 먹고 자란다.

그래도 예전 시골 농가에서는 한두 마리씩 키우던 소에게 봄부터 가을까지 이라 부르던 풀을 베어다 주었고, 겨울에는 잘게 썬 짚에 콩을 섞어 푹 삶아 쇠죽을 쒀서 먹일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한우를 100여 마리 이상 기르는 축산 농가에서는, 먹이를 주는 시간 때문에, 목초 대신 배합사료를 먹인다고 한다.

100마리에게 목초를 먹이려면 2시간이 걸리고 하루 세 번 줘야 하는데, 배합사료는 15분이면 먹일 수 있고 하루에 두 번만 주면 된다.

배합사료는 작고 단단하게 뭉친 펠릿 형태라 먹기 쉽지만, 목초는 씹어서 소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소화가 힘든 섬유소가 많이 들어 있는 풀을 먹는 소는 한번 삼킨 먹이를 다시 게워내어 씹는, 즉 되새김질하는 반추(反芻) 동물이다.

소의 위는 네 개로 이뤄져 있는데, 뜯어먹은 풀을 일단 첫 번째 위인 혹위()에 저장했다가 나중에 두 번째 벌집위를 통해 입으로 가져와 잘게 분쇄하고 온도를 올려 소화 효소인 침과 함께 섞어서 다시 삼킨다.

이때 생긴 즙은 세 번째 겹주름위(천엽)와 네 번째 주름위(막창)로 바로 넘기고, 고체 덩어리는 첫 번째 혹위에 다시 저장해서 미생물이 목초의 섬유질을 분해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

소는 사료를 먹은 후 30~40분부터 되새김질을 시작하는데, 40~50분간 6~8회 계속되고 50~60kg을 되새김한다. 그러다 보니 미생물이 성장하고 발효하는 과정에서 메탄(methane) 생성 세균이 메탄가스를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 메탄가스는 소가 방귀를 뀔 때도 나오지만, 95%는 숨을 쉬거나 트림할 때 코를 통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지구의 온난화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져 있다.

 

지구에 도달한 태양의 복사에너지는 지표면에 흡수되어 열에너지로 바뀌는데, 매우 많은 양의 복사에너지가 대기와 지표면에서 반사되어 우주로 빠져나간다.

그런데 인구의 증가와 공업의 발달로 인하여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의 사용이 늘어나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같은 기체가 많이 축적되었다.

그 결과 우주로 방출되던 복사에너지가 대기권의 축적된 기체에 흡수되어 빠져나가지 못하고 머물게 됨으로써 지구 표면의 온도가 점차 상승하는데, 이러한 현상이 온실효과이다.

이처럼 온실의 유리와 같은 기능을 하여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체가 온실가스(Greenhouse Gases)’이고, 그중에 비중이 큰 6대 온실기체는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이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가 77% 1위이며 메탄가스가 14% 2, 아산화질소는 8% 3위를 차지하는데, 나머지 세 가지 기체는 합계가 1%로 극히 미미하다.

 

인류가 대응하지 못하면 2100년에는 지난해 코로나로 숨진 사람의 5배가 기후 재앙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다.”

2020년에 코로나로 전 세계 인구 10만 명당 14명이 사망했는데, 80년 후에는 10만 명당 75명이 기후변화에 따르는 자연재난과 기근 등으로 숨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말은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였던 빌 게이츠가 2021년에 쓴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에 나온다.

그는 아내 멀린다와 함께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을 만들어 지난 10년간 기후변화 대응 등의 자선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오르면 척추동물 서식 범위는 8%, 식물 자생 범위는 16%, 곤충 서식 범위는 18% 줄어들며, 남유럽 밀·옥수수 생산량은 반 토막 나고, 해수 온도 상승으로 산호초도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지구 온난화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유엔에서 국가 간 기후변화협약을 제정했고, 이행을 위해 1997년에 교토 의정서를 체결했으며, 온실가스의 효율적인 감축을 위한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었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총량을 설정하여 개별 기업들에 할당하고, 할당 범위 내에서 배출을 허용하며, 여분 또는 부족분에 대해 타 기업과의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또한, 2016년에 121개 국가가 참여한 파리협정에서 세계 각국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저감 목표를 달성하자는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탄소 중립은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이를 흡수해, 초과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20년에 탄소 중립을 선언했는데,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87%는 전기의 발전(發電) 과정에서 나온다.

발전원별 이산화탄소 배출계수를 보면 석탄이 1킬로와트(kW) 991g, 석유가 782g, LNG 549g, 원자력이 10g이고 마지막이 신재생에너지다.

 

소의 하품과 방귀로 배출되는 메탄가스가 설마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겠나 싶겠지만,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의 소가 157천 마리나 되므로 한 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 메탄가스 생산량의 25%는 소 사육에서 발생한다.

온실기체가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지수로 나타낸 것을 지구온난화지수라고 하는데, 이산화탄소를 기준인 1로 삼은 지수가 높을수록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지수가 21이나 되기 때문에, 발생량은 이산화탄소의 6분의 1로 적지만 지구 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전 세계의 소들이 매년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약 1.3억 톤에 달하는데, 여기에 21을 곱하면, 이산화탄소 27.3억 톤과 같은 온난화 효과를 일으킨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의 조사에 의하면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배출하는 평균 230g의 메탄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4,830g이 되므로, 1km를 달릴 때 이산화탄소 100g을 배출하는 자동차가 하루 48km를 주행하며 만든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다.

 

뉴질랜드는 2003년에 가축 머릿수에 방귀세를 매기려다가 축산 농민의 반대로 백지화되었다. 그래서 소에게 특수한 사료를 먹여 메탄 배출량을 줄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호주 멜버른대 연구팀은 소의 사료에 해초의 일종인 바다고리풀 추출물을 섞어 먹여 메탄가스 배출량을 80%나 줄였다고 한다.

빌 게이츠 부부는 햄버거에 넣는 쇠고기 패티 대신 콩으로 만든 인공육을 먹는다. 일본 도쿄대 연구진은 올해 3월 국제학술지 식품 과학에 소고기의 질감을 그대로 모방한 근육조직을 배양했다고 밝혔다. 이 작은 고깃덩어리는 소의 근육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들었다.

소에게 마스크를 씌우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태양전지로 작동하는데, 한번 씌우면 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소 한 마리의 배설물은 사람 16명의 몫에 해당하고, 우유 1L를 생산하는 데 물 1,000L가 필요하며, 쇠고기 1kg이 생산되려면 물 15,500L가 들어간다.

물이 있어 푸르고 아름다운 이 지구의 온난화 방지를 위해서 신축년 새해를 맞아 즐겨 먹는 쇠고기 섭취량이라도 좀 줄여야겠다 싶다.

 

 

 

 

< 종합문예지 문학의 봄 2021년 여름호 등재 >







소 그림 (등재용).jpg

 


댓글 2

  • 001. Personacon 이웃별

    21.06.10 22:57

    아하! ㅎㅎ 코믹한 내용일 거라 생각했는데 교양 쪽이군요.
    고기라면 어릴 적 할아버지 집에서 먹었던, 소고기 조금 들어가고 파 송송 넣은 무국이 제일 맛났던 것 같아요. 스테이크 같은 고기 덩어리는 사실 음식 같지가 않아요.
    환경도 그렇지만, 예전에 어느 책에서 육질의 마블링을 위해 소를 움직이지 못하게 가둬놓고 사육한다는 얘길 읽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소에 마스크를 씌운다는 발상도 너무 비정상적이네요... 'ㅅ'
    모든 면에서 고기는 줄여가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짧은 시간 동안 인류의 생활방식이 너무 많이 바뀌었어요.
    편한 면도 있지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속도도 가속화되겠죠.
    극복한다고 해도 이미 많은 대가를 치룬 뒤일 것입니다.

  • 002. Lv.55 맘세하루

    21.06.11 12:45

    네, 이웃별님 다녀가셨군요. 저는 아침에 당뇨 정기진찰 다녀왔습니다.
    아침 저녁 약 먹고 4km 정도 걷기운동 하며 정상 유지하는데, 의사한테서 믹스커피 끊어야된다는 잔소리 듣고 왔습니다. ㅠㅠ (하루 여섯잔의 커피믹스를 아메리카노로 바꾸려고 노력중임)

    저도 멀겋고 기름만 살짝 뜨는 따끈한 소고기 무국이 제일 좋습니다. 나이가 드니까 비계있는 돼지갈비가 더 낫고요.ㅎ
    지구인 모두가 힘을 합쳐 지구 온난화 문제를 속히 해결해야 하는데, 화석연료에 의한 전기 생산을 원자력발전으로 대체하는 타당성이 관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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