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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세하루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7. (수필) : 어리굴 젓

 

 

                    어리굴젓

 

 

                                                                                           맘세하루

 

초인종이 울려 내다보니 택배기사가 서있다. 얼떨결에 묵직한 포장 물품을 받아 들었는데 젊은 택배기사가 머뭇거린다. “사인을 해줄까요?” 했더니 잠시 주저하다가 그냥 가버린다. 염색을 안 한 내 머리가 너무 허옇고 이마가 벗겨져 이 노인네 에게 주고 가도 될까?” 하고 망설인 것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꾸러미를 열어보니 한 살 아래 처고모가 500g 들이 명란젓, 낙지젓갈, 어리굴젓 세트를 보내왔다. 고모가 보험설계사를 하는데 아내가 두 아들놈 자동차 보험을 들게 해줬더니 명절마다 답례로 부쳐오는 선물이다.

명란은 연한 살색으로 짜지도 않고 맛이 아주 좋아서 내 몫으로 챙기고 나머지는 장남 내외에게 주곤 한다. 외출중인 아내에게 문자로 알려주고 명란젓 한 알을 꺼내서 별도 용기에 담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반찬을 꺼내다가 문득 며칠 전에 읽은 굴의 효능에 관한 기사가 떠올랐다.

이집트 여왕인 클레오파트라가 피부미용을 위해 애용했고 18세기 희대의 호색한 카사노바가 한 끼에 12알씩 매일 4번을 먹었다는 내용이었다.

 

굴에는 비타민 A, B1, B2, 나이아신(B3)이 들어있어 피부에 탄력을 주고 멜라닌색소를 분해하는 기능이 피부미백 효과를 준다고 한다. 아연 함량이 풍부해서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하여 정자 생성이 활발하게 하고 전립선비대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연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당뇨 증상도 완화시켜준다. 특히 굴에 들어있는 불포화 지방산 (오메가3 지방산) EPA가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동맥경화, 고혈압, 뇌출혈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니 겨울철 보양식으로 제격임에 틀림이 없다.

더구나 칼슘, 철분, 마그네슘, 요오드, 타우린, 구리, 아미노산까지 풍부하여 성장기의 어린이들 영양식으로도 권장된다고 한다. 타우린은 간의 해독작용에도 탁월하므로 굴전이나 굴버섯전골, 석화구이 같은 안주는 숙취해소에 도움을 줄 것이다.

 

어쩔까 뜸들이다가 보내온 어리굴젓을 개봉하여 몇 숟갈 퍼 담았다. 며느리는 원래 피부가 하얘서 달리 미백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장남은 마흔도 안됐는데 어리굴젓 안 먹어도 별일 없을 터이니 진갑 지난 노인네가 먹어 치웠다고 설마 아내가 불평이야 하겠나 싶다.

새로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에 어리굴젓 한입 넣어 잘근잘근 씹어본다. 예상외로 물렁거리지 않고 오들오들 한 것이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야들야들한 속살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으며 꿀꺽 넘어간다.

 

서해안 간월도 산이라고 하던가, 3년 정도 자란 것이 크기도 2~3cm 밖에 안 되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하루에 두 번 햇볕에 노출돼 말려지고 바닷바람에 씻기면서 속살이 탄력 있고 맛이 고소하다고 들었다.

굴은 햇볕을 쬐면 생장이 중단되기 때문에 이런 굴을 두고 보통 강굴 이라고 한다. 간월도 강굴 은 물 날개(굴에 나있는 명털)가 자잘하고 그 수가 많아 고춧가루 양념 등의 배합률을 높여 주기 때문에 독특한 맛을 낸다고 한다.

어리굴의 어리라는 말은 어리고 작다는 뜻이고 너럭바위에 붙어사는 자연산 굴이 어리굴이다. 혹자는 매운 고춧가루를 넣어서 혓바닥이 얼얼하다 하여 어리굴젓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전해지는 바로는 간월도 에서 수도하던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에게 어리굴젓을 진상품으로 올렸다는 얘기도 있으니, 고추가 선조임금 시절인 임진왜란 무렵에 들여온 걸 감안하면 분별이 될 것이다. 따라서 600년 전 조선 태조 때는 고추 없이 소금에 절여서 삭힌 굴젓 정도가 아니었을까 짐작이 된다.

(최근에 고추가 1592년 임진왜란 이전인 1487년에 한글로 고쵸 라는 이름으로 문헌기록이 있고, 1527년 발간된 책자에도 고쵸초 라고 명시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고춧가루 사용 여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뜻밖의 어리굴젓 반찬으로 배부른 점심을 마치고 내친김에 인터넷으로 어리굴젓 담그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싱싱한 굴을 7%의 소금물에 흔들어 씻어 채반에 건져 물기를 빼고, 껍질을 벗긴 무와 배를 일정하게 썰어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린다. 채 썬 대파와 생강, 마늘, 소금을 굴에 넣어 함께 버무리고 항아리 용기에 담아 서늘한 곳에 2~3일 두었다가 10일 이내에 먹으면 된다고 한다. (농촌진흥청 향토음식 만드는 법)

어리굴젓 담글 때 찹쌀 풀을 넣으면 굴 모양새가 흐트러지지 않고 겉물이 들지 않아 맛이 더욱 좋다고 한다. 찹쌀 풀은 찰밥을 분마기에 넣고 갈다가 고운 고춧가루를 빨갛게 넣고 다시 갈아 되직한 죽으로 만든 것이다.

 

세계적으로 바다를 낀 나라에는 모두 굴이 나지만 프랑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산이 일품이라고 한다. 중국의 담강, 주해, 청도 에서도 굴이 나지만 날것으로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익혀서 먹는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바다의 우유로 비유하고 17~18세기 남성들이 비밀리에 모여서 굴 시식 의식을 가졌다고도 하고, 로마의 카이사르 황제가 생굴을 먹기 위한 목적으로 영국을 침략했다는 야사도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굴의 종류는 토굴, 태생굴, 가시굴, 참굴, 긴굴, 갓굴, 일본굴, 주름꼬마굴, 옆주름덩굴굴 등 7가지가 있다고 한다.

이중에 참굴은 담수의 영향을 받는 하구 쪽이나 만조선 부근의 바위에 붙어살고 각고 5cm, 각장 10cm 로 양식하는 굴은 모두 이 참굴이다. 우리나라 전역과 일본 및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분포한다.

가시굴은 조간대 간조선에 떼로 부착하고 껍질이 둥그스름하거나 사각형에 가깝고 각고와 각장이 3cm 로 패총에서 나오는 굴 껍질은 대부분 이 가시굴 인 것으로 보아 옛날에도 중요한 식량자원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토굴과 태생굴, 옆주름덩굴굴은 우리나라 남해안과 일본에 분포하고, 긴굴, 갓굴, 일본굴은 우리나라 서해안과 일본에 분포하며, 주름꼬마굴은 남서해안과 일본에 분포한다.

 

아들놈들과 처고모 덕분에 겨울철 보양식으로 어리굴젓을 먹기는 했는데 이번 설날에 낙지젓갈 만 건네주게 된 아내한테 푸념을 듣지나 않을는지 어째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2015 2



댓글 4

  • 001. Lv.1 [탈퇴계정]

    16.12.20 21:11

    제가 바다에서 나는 음식물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런지요즘 명란이 머리에 둥둥 떠다녔는데...결국에는 맘세하루님이 드셨군요. 맛나셨나요~? ㅎㅎ

  • 002. Lv.55 맘세하루

    16.12.21 08:34

    네 대조로님. 해산물을 좋아하시는군요.
    명란젓이 색갈도 연분홍으로 뽀얀것이 아주 맛이 좋아서 금세 다 먹어치웠더랬지요.
    그 뒤에도 오는데 명란은 저만 먹습니다요. 시중에서 잘못 사면 붉은 색갈로 러시아 산인지 흐물거리는게 짜기만하고 영 맛도 없더군요.ㅎㅎ

  • 003. Personacon 二月

    17.01.13 19:22

    그렇게 몸에 좋고 맛 좋은 거였군요. 어리둥절...

  • 004. Lv.55 맘세하루

    17.01.14 19:21

    예, 이월님. 굴이 그렇게 좋은 거랍니다.
    어리굴젓을 어리둥절젓으로 이름 바꿔도 되겠는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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