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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수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함영(含英)
작품등록일 :
2013.12.07 04:07
최근연재일 :
2014.05.05 10:57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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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412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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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284

작성
14.03.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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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2장. 천보서고(天寶書庫)(2)

DUMMY

***


서고를 나온 혁진은 천월화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가는 길에 천보서고 때문에 잊고 있던 한 가지 질문을 떠올렸다.

“교관님, 이제 질문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두 번째 관문에서 사용하신 돌은 어떤 것입니까?”

“아, 그거. 마정석(魔精石)이다.”

“마정석?”

“나도 잘 모른다. 이름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만 알 뿐. 뭐, 본관의 핵심인물들은 다 알겠지.”

“아….”

“아무튼 나는 이쪽이다. 너희는 지정 된 자리로 가서 식사하도록. 있다가 서고 앞에 집결해 있으면 된다.”

식당 근처에까지 오자 천월화는 홀로 어디론가 가버렸다.

천월화가 사라지기가 무섭게 진일네는 자신들의 자리로 이동하기에, 혁진도 조원들을 데리고 지정된 자리로 이동했다.

“앗, 형님. 저희 식기랑 수저가 있어요!”

16조에게 배당된 자리에 전과 다르게 수저와 식기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야호가 뛸 듯이 기뻐했다.

“당연히 있어야 하는 걸 뭘….”

결천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지만 야호는 뭐가 그렇게 기쁜지 밥도 받아오지 않았는데 미리 식기를 나누고 수저까지 가지런히 정렬해 놓았다.

“제가 얼른 가서 받아 올게요!”

“같이 가자.”

혁진이 야호를 따라가려하자 다른 조원들 역시 우르르 오는 것을 혁진은 손을 들어 막았다.

“결천이야 그렇다 치고, 두 소저께서는 앉아 계시지요. 저희가 가져오겠습니다.”

“그래도….”

아현과 보련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혁진은 웃어 보이곤 등을 돌렸다. 야호가 밥을 받아올 소쿠리를 들고 오자 혁진은 결천 까지 셋이서 줄을 섰다.

“그나저나 다친 사람이 정말 많군요.”

줄을 서서 주위를 둘러보던 결천의 말에 혁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위관의 초청장을 받고 청운의 꿈을 품고 들어온 백 다섯 명의 기재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피 터지는 싸움을 거친 흔적 들이 그들의 몸 곳곳에 배어 있었다.

터지고, 깨지고, 찢어진 입으로 밥을 우물거리는 자. 눈두덩이 벌겋게 부어오른 탓에 한쪽 눈으로 주변을 적개심으로 노려보는 자 등, 사실 상 식당 안의 기운은 평화롭지 않았다.

식당에서 만큼은 절대 싸움을 금한다는 천월화의 말만 없었다면 더 위로 올라가지 못한 불만들을 여기서 온 몸으로 토해내고도 남았으리라. 혁진의 조가 마지막으로 간신히 통과했던 만큼, 간발의 차이로 들어오지 못한 자들도 많았을 테니까.

혁진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모든 일에는 힘이 필요하다. 자신이 한진에게 이러한 힘을 받지 않았던들, 오늘 같은 난관을 이겨낼 수 있었겠냐고. 앞으로 있을지 모를 더 어려운 일들을 위해 무위관에 있는 동안 모든 것을 배워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지던 차.

“어머, 너 참 귀엽게 생겼다.”

“네? 제, 제가요?”

“당황하는 거 봐. 애기야, 애기.”

“어머, 얘 얼굴 빨개졌어.”

누님다운 여성적 매력을 한가득 풍기는 여인 셋이 야호를 둘러싸고 있었다. 소년처럼 키가 크지 않은 야호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일까. 여인들이 몸을 살짝 숙인 탓에 뽀얀 가슴골이 보였다. 야호는 시선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야호가 구해달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혁진도 당황스러웠다. 여인들이 움직일 때 마다 탄력 넘치는 속살이 슬쩍 보이는 것이 민망했으니까. 형으로서 어떻게 해주긴 해야겠는데, 방법을 알 수 없어 전전긍긍하던 차. 결천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보았다.

“하아, 이런 늙은 계집들 따위가….”

결천이 척척 다가가자 야호는 구세주를 본 것 마냥 환희에 찬 눈으로 손을 뻗었다. 결천은 마주 웃어주었지만 손은 야호가 갖고 있던 소쿠리를 빼앗을 뿐.

“혁진 형, 가시죠.”

결천은 비어있는 앞을 향해 척척 걸어 나갔다. 혁진은 결천이 의외의 행동을 보임에 당황했다. 자신이라도 어떻게든 구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다가가자 여인들은 흐응 하고 혁진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당신이라면 더 좋아.’ 라는 식이라. 혁진은 속으로 앓는 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

“야호야, 미안하다.”

“혀, 형님!”

반드시 자신을 도와줄 거라고 믿고 있던 혁진이 가자 야호의 얼굴은 까맣게 죽어갔다. 그런 야호의 얼굴 옆으로 세 여인이 찰싹 붙어 안아주었다. 부드러운 가슴이 야호의 얼굴 옆으로 밀착 되었다.

그 모습을 밥 먹다 말고 멍하니 보고 있던 사내들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우으, 부러운 새끼.”

“어쩔 수 있나. 억울하면 이 단계 관문을 통과했어야지.”

“하여튼 계집들이란, 좀 잘 나가는 사내 있다 싶으면 어떻게든 엮여들려고 한다니까. 내 더러워서, 에이. 퉤.”

그 사내들의 말에 혁진은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을 명예와 부를 곧 거머쥘 자로 보고 있는 것을.

거기에 편승하기 위해 저런 행동을 한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역시 사람은 어느 정도 성공하고 봐야 하는가.’

그런 생각을 하며 앞으로 가자 이번엔 결천이 어떤 여인과 마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야호의 옆에 붙던 여인들이 평범해 보일 정도로 수려한 외모였다. 눈에 확 띄는 특징이 있다면 방금 칼로 끊어낸 것 같은 단발머리랄까.

“이 단계 관문 까지 통과하셨다면서요. 축하드려요, 소협.”

“그게…소저랑 무슨 상관이실는지. 오늘 저랑 처음 뵙지 않던가요?”

“처음 보다니요. 일차 관문에서 저랑 뜨겁게 검을 섞어놓으셔 놓고. 이제 와서 모른 척 하시 기에요?”

“음, 누구신지 도통….”

“저, 초미에요. 예희 언니랑 같이…!”

“아하? 그러셨군요. 정신이 없어서 미처 얼굴을 기억할 틈이 없었습니다. 용서하시길. 그럼 바빠서 이만.”

결천이 몸을 돌려 가버리려고 하자 뾰로통해 있던 초미가 화들짝 놀라 손을 뻗었다.

“저, 저기. 소협!”

“예? 무슨 하실 말이라도.”

“아, 아니. 그게 저…물어볼게 있어서요.”

“뭐죠?”

“저…나이 들어 보이지 않죠?”

고개를 살짝 숙이며 결천을 흘끔 쳐다보는 초미의 모습에 혁진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분명 제 언니와 함께 잘난 맛에 거칠 것 없이 검을 휘두르는 여장부의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자신이 잘못 보았는가 싶을 정도였으니까.

결천은 그런 초미를 정말 객관적인 눈빛으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초미가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여버리자 몸을 휙 돌리며 지나가듯이 내뱉었다.

“뭐, 괜찮네요. 자르니까 훨씬 낫습니다.”

“이익, 소협! 역시 절 기억하고 계셨으면서…!”

“안 들려요.”

초미가 방방 뛰는 것을 뒤로하고 결천은 혁진과 함께 식사를 배정받기 직전까지 도달했다.

혁진이 슬쩍 뒤를 돌아보니 한쪽 구석의 나무 뒤편에서 예희가 초미와 무어라 도란도란 얘기를 하는 것이 보였다.

굳이 청력을 돋우지 않고 표정만 보아도, 언니가 급히 머리를 잘라 준 것이 잘 되었다는 식으로 서로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고민하던 혁진은 아까 결천이 중얼거리던 ‘하아, 이런 늙은 계집들 따위가….’ 라는 말을 떠올렸다.

“하하, 참. 대단한 아가씨군.”

“독한 여자네요.”

“음? 알고 있었구나. 근데 왜 모른 척 한 거야?”

“빤하기도 하고…제겐 여자에 신경 쓸 시간도 없으니까요.”

“그렇구나.”

혁진은 결천의 음성에서 어떤 결연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결천이 소쿠리에 조원들의 식사를 받자, 혁진은 돌아오는 길에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한 야호의 손을 잡아 끌어주었다.

“밥은 먹여야 하니, 실례하겠습니다.”

혁진이 야호를 붙잡고 데려가자 여인들은 혁진과 야호를 번갈아가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빠와 아들 같아.”

“아, 너무 보기 좋다. 저 소협은 나중에 좋은 남편이 될 거야. 어디 저런 남자 또 없나?”

“이름이 추혁진이라 했지? 부럽다.”

혁진을 비롯한 조원들에게 말을 붙여보려고 드는 것은 비단 그녀들뿐만이 아니었다.

칠대세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것이 조금 꺼림칙했지만, 진일네와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수료하는 정도 되면 얘기가 다르다. 칠대세가라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서게 되니까. 사내들도 적당히 눈치를 보며 어떻게든 아부를 해볼까 고민 중인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자들을 보며 대규는 식탁에 턱을 괴고 피식 웃었다.

“기가 막히는군. 윤아현이랑 배가 맞았네, 주제도 모르는 비천하고 더러운 놈이네 할 때는 언제고. 실력 좀 보였다고 저렇게 들러붙는 꼴이라니. 하여간 이래서 비천한 놈들은 안 된다니까.”

“선동은 대규 공자가 했어도 말이죠.”

“…나는 별로 안 건드렸다고. 슬쩍 불만 붙인 것 뿐. 나머지는 저 놈들이 알아서 한 거지.”

“천성이야 어디 가겠어. 여하간 맘에 안 들어. 저 년들 눈빛 좀 봐. 말하면 다리라도 벌릴 기세인데?”

신란의 말대로 몇몇 여인들은 조금 지나치다 싶을 만큼 혁진을 선망의 시선으로 쫓고 있었다.

혁진이 자상하게 아현을 챙겨주는 것을 보더니 이내 질시하는 눈빛이 되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아무 능력도 없는 주제에, 운도 좋아….”

“누가 아니래. 내가 저 자리에 들어갔었어야 하는 건데.”

“이래서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니까.”

여자들의 시기와 질투는 물론, 남자들의 음흉한 눈빛까지 곁들여졌다. 아현의 어깨가 떨리며 수저를 들어 올리는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남자들의 시선은 점점 노골적으로 드러나 수군대는 목소리가 아현의 귓가에 들릴 정도가 되었다.

“그나저나 저 두 여자도 정말 죽이지 않냐.”

“아현 소저야 어황신가의 신란과 천하제일미를 다투니 그렇다 치고.”

“보련이라는 저 소저도 참 괜찮단 말이야. 저 여자나 한번 꼬드겨 볼까?”

“큭큭, 아서라. 보련 소저에 대해 몰라? 소문에 의하면 어황사화(御黃四花)중에 제일이라더군.”

그 말에 다른 사내들이 놀라는 만큼 보련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혁진이 듣고 자신이 숨기고 있는 것에 대해 알아챘을까봐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다행이랄까. 혁진은 사내들의 말에는 신경 쓰고 있지 않는 듯 했다. 혁진의 시선은 아현을 흘겨보는 대다수의 여자들을 향해 있었으니까.

혁진에게 들키지 않았으니 안심이긴 한데, 어째서인지.

보련은 기분이 나빠졌다. 그렇잖아도 잔뜩 쌓여 있는 것을 꾹 참고 있었는데. 이 참에 화풀이로 이 년 놈들을 모조리 쫓아버릴까 하고 눈을 부릅뜨던 차.

“두 번째 관문을 넘지 못한 자는, 아현 소저를 폄하할 자격이 없다.”

혁진의 한 마디에 오물에 들끓는 파리 떼처럼 주변에서 술렁이던 이들이 동시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돌아가라. 식사에 방해 되니.”

혁진이 슬쩍 쳐다보며 말하자 더 이상의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끝까지 버티고 서있을 것 같던 이들조차 이를 악물고 하나같이 뿔뿔이 흩어졌다.

혁진은 그들이 모두 흩어진 것을 확인하고 아현에게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혹이라도 나쁜 생각하지 마세요. 방금 말 한대로, 저들은 마정석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포기한 자들이니까. 자부심을 가지고 나아가면 됩니다. 진짜는 이제부터에요.”

“추 소협….”

고개를 든 아현은 혁진의 밝은 미소를 보고 눈물이 고이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 억지로 참아내었다.

평생을 살면서 자신이 이렇게 약한 여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호위대를 모두 잃고 혁진을 만났을 때 부터였을까. 이번에 마정석의 시련을 넘고 나서 더욱 몸과 마음이 약해진 것 같았다. 그 어두운 공간 속에서 보았던 것들이 정신과 몸에 준 충격이 아직도 사라지질 않았다. 그래도 혁진이 있으면 무사히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현은 애써 웃었다.

“언제나 감사해요.”

“별 말씀을.”

혁진과 아현이 마주 웃는 것을 보며 야호와 결천은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보련은 웃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보련의 마음과 비슷한 또 한 사람이 있었다.

진일은 혁진네 조 쪽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란은 깜짝 놀랐지만 모른 척 정유의 옆구리를 툭 찔렀다.

“추혁진이라고? 제법이잖아. 저런 놈이 평민이라니. 어디서 왔다고 했지?”

“하령성입니다. 저번 기수에 민수가 있던….”

“아아, 그 건방진 놈. 흐음, 그래. 그쪽 동네엔 저런 놈들만 득시글한가 보네. 뭐, 그래도 나쁘진 않아. 그 보다….”

신란은 고개를 돌려 아직도 혁진 네를 응시하고 있는 진일을 턱을 괴고 바라보았다. 자신이 대놓고 바라보는데도 진일은 시선을 돌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정유가 살짝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식사 다 하셨습니까.”

“아, 그래.”

그제야 진일이 손을 내젓자 정유는 일어난 김에 대규와 함께 뒷정리를 하려고 들었다.

“신란 아가씨께서 보고 계십니다.”

정유가 슬쩍 지나가며 눈치를 줌에 진일은 속으로 짜증이 솟구쳤지만 어쩔 수 없이 신란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가늘게 떠진 눈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에 하아 하고 절로 한숨이 나왔다.

“뭐냐.”

“아냐, 아무 것도.”

신란이 흥 하고 고개를 돌린 찰나, 누군가 기척도 없이 스윽 나타나 신란의 앞에 앉았다. 이 용감한 행동에 대규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그 사내가 자신들과 같은 칠대세가의 한 명이라는 것을 깨닫고 반사적으로 중얼거렸다.

“연린호 공자.”

“뭐야, 다 같이 모여서 밥이나 먹고. 소꿉놀이하나? 나도 좀 끼워주지 그래.”

“조별 행동 중이다. 억울하면 네 놈도 참가하지 그랬나.”

“하하, 곡진일. 여전히 쌀쌀맞군. 뭐, 상관없어. 네 놈처럼 시커먼 사내 따위 필요 없으니까. 나는 여기 아리따우신 신란 소저 한 분만 있으면….”

“닥치고 꺼져, 강간마 새끼.”

“아하하, 역시. 신란은 재밌어. 나한테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 너 뿐이라니까. 다른 여자들과 다르지, 암.”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남이 사, 신경 끄시지?”

연린호와 곡진일의 눈빛이 맹렬히 부딪쳤다. 대규는 불편한 표정을 짓고 정유는 싱긋 웃고 있었지만 더 이상의 식사는 어려울 것 같았다. 오직 호관만이 남은 밥을 깨끗이 비운 뒤 자리에서 일어났을 뿐.

“주군, 올라가시지요. 곧 집합 시간입니다.”

“알겠다.”

진일이 연린호를 내버려두고 서고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연린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호관을 바라보았다.

“호관, 많이 컸네? 군부에서 장군 소리 들으며 생활하다보니 간덩이가 부었나?”

“…결투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호관은 그 자리에서 멈춰서 자신의 등에 매인 묵색 창을 잡아 보였다. 호관이 도전적인 눈빛으로 응시하자 연린호는 피식 웃어버렸다.

“네 놈, 목 닦고 기다려라. 조만간 박살을 내주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최소한 연익대(燕翼隊)라도 끌고 오셔야 할 테지만.”

“뭐라고, 네 이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연린호가 호관에게 달려들 듯이 소리쳤다. 허나 호관은 무시하고 제 갈 길을 갈 뿐이었다.

연린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을 본 신란이 큭큭 거리며 손을 내저었다.

“아서. 호관은 군부의 수장인 차기 대륭이 될지도 모르는 사내야. 지금 무력으로도 일개 군단 급이니, 조해연가의 자랑인 연익대를 데려 와야 한다는 말은 장난이 아니겠지.”

“빌어먹을 놈. 밥 먹고 창만 휘두른 무지렁이 주제에.”

“밥 먹고 계집 후리는 데만 인생을 낭비한 네 놈 보다야.”

“흥, 그런 남자인 줄 알면서 마지막까지 내 곁에 남은 이유가 뭐지? 후후, 역시 여자는 다….”

“아직 네 실력으로 날 건드리긴 이르지 않아? 난 강한 남자가 아니면 흥미 없다고 했을 텐데.”

“참 나, 조건 한번 까다롭군. 현 무위관주의 외손녀에, 검후(劍后)의 딸 보다 강한 남자가 세상에 몇이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냥 노처녀로 죽는다고 하지.”

“왜 없어? 방금 전 까지 같이 밥 먹고 있었잖아.”

“곡진일 말하는 거냐? 웃기는 군. 그 놈은 네 년 따위….”

“…쓸 데 없는 소리 하면 이 자리에서 죽여 버리겠어.”

콰드득-

신란의 손이 닿아있던 두꺼운 나무 탁상이 우그러들었다.

연린호는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물론 저 정도는 자신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단지 제 어미를 닮아 다음 번 여중무적(女中無敵)이 될 것이라는 신란에게 대항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니.

“알았다, 내가 잘못했어.”

양 손을 들어 올리는 연린호의 모습에 신란은 다시 싱긋 웃었다. 연린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상의 모든 여자를 우습게보던 연린호에게 신란은 특별한 존재였다. 사모하지는 않지만, 죽기 전에 한번쯤은 꼭 넘기고 말겠다는 생각이 드는 여자랄까. 어차피 자신의 관계에서 사랑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연린호는 저도 모르게 신란을 피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러다가 16조라고 표시되어 있는 탁상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는 그 중 살짝 눈물이 고인 눈으로 기쁜 듯이 웃고 있는 한 여인에게 시선이 꽂혔다.

“이봐, 혹시 저 여자 누군지 알아?”

“몰라.”

“아, 그러지 말고 좀 봐봐!”

“아, 귀찮게. 언년인지 내가 알게 뭐….”

“왜 그래? 아는 사람이야?”

“흐응, 글쎄?”

“아, 그러지 말고 알면 말 좀 해줘!”

“궁금하면 네가 알아보지 그래?”

“제발….”

“좋아, 뭐. 윤아현이라는 이름 정도는 알지만.”

“윤아현? 영축윤가의?”

연린호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며 신란은 머리카락을 꼬았다. 연린호는 아현의 이름을 들은 것은 기뻤지만 신란의 표정을 보고 신음을 삼켰다. 신란의 얼굴에 저런 기묘한 표정이 떠오를 때 마다 매우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다는 걸.

허나 그런 것들을 일일이 생각할 수가 없었다. 지금 자신의 눈에 들어온 저 윤아현이라는 여자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으니까. 지금까지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오면서 쌓인 천부적인 감각이 아현이 얼마나 가치 높은 여자인지를 맹렬히 알려주고 있었다.

“좋아, 아주 좋아!”

희열에 가득 찬 연린호의 얼굴을 보며 신란은 피식 웃었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고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많이 읽으시고 늘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연참대전의 마지막 날이네요^^

음...분량에 대해서 애정어린 말씀을 주신 것에 대해서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이번엔 좀 많이 붙여넣었습니다 ㅎㅎ

신란의 머릿속이 어떻게 굴러갈지 궁금하네요.

 

사실 제가 글 쓰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기 때문에, 고민을 좀 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남들만큼 쓴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한 챕터를 다 끝내고 나면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보면서 오류를 잡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한 탓입니다 ㄷㄷ)

 

해서....적은 분량을 자주 올릴 것이냐? 많은 분량을 띄엄띄엄올릴 것인가?

이게 문제겠네요.

물론 많은 분량을 자주 올리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ㅡㅡ;

하지만 그게 맘대로 되면 제가 이런 말을 쓰고 있지도 않겠지요 ㅠㅠ

 

해서 연참대전 마지막 날을 빌어 여러분의 의견을 여쭤보고자 합니다.

일주일에 삼회 정도를 연재하더라도 많은 분량이 좋을 것이냐,

아니면 매일매일 적은 분량을 보는게 좋을지.

매번 눈팅만 하시던 분들도 의견을 적어주세요!

비회원이시라도 덧글을 적을 수 있게 되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ㅎㅎ

적어주시는 의견을 수렴하여 4월, 연재를 재개할 때 적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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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11장. 두번째 과제(1). +10 14.03.28 3,415 123 20쪽
25 10장. 첫번째 과제(4). +14 14.03.27 3,737 133 13쪽
24 10장. 첫번째 과제(3) +12 14.03.26 4,330 146 17쪽
23 10장. 첫번째 과제(2) +8 14.03.25 3,946 131 13쪽
22 10장. 첫번째 과제(1) +10 14.03.24 3,840 131 11쪽
21 9장. 결성, 그리고 견제(2) +12 14.03.23 4,049 120 11쪽
20 9장. 결성, 그리고 견제(1) +10 14.03.22 4,293 136 20쪽
19 8장. 조별편성(組別編成)(2) +12 14.03.21 3,981 134 20쪽
18 8장. 조별편성(組別編成)(1) +12 14.03.20 4,143 145 19쪽
17 7장. 천하수호관(天下守護官)(4) +11 14.03.19 3,788 129 14쪽
16 7장. 천하수호관(天下守護官)(3) +10 14.03.18 4,147 115 14쪽
15 7장. 천하수호관(天下守護官)(2) +6 14.03.17 5,267 184 14쪽
14 7장. 천하수호관(天下守護官)(1) +6 14.03.16 3,985 119 11쪽
13 6장. 진망성(塵網城)(2) +13 14.03.15 5,285 121 14쪽
12 6장. 진망성(塵網城)(1) +6 14.03.14 4,435 127 12쪽
11 5장. 아현(娥賢)(2) +14 14.03.13 4,941 135 11쪽
10 5장. 아현(娥賢)(1) +10 14.03.12 4,655 135 17쪽
9 4장. 사부(師父)(2) +12 14.03.11 4,812 136 20쪽
8 4장. 사부(師父)(1) +4 14.03.10 5,591 136 18쪽
7 3장. 장권박투(掌拳搏鬪)(2) +4 14.03.09 5,358 148 18쪽
6 3장. 장권박투(掌拳搏鬪)(1) +5 14.03.08 5,262 143 18쪽
5 2장. 하령민가(河靈閔家)(2) +4 14.03.07 5,921 160 19쪽
4 2장. 하령민가(河靈閔家)(1) +7 14.03.06 6,141 174 10쪽
3 1장. 하령성의 약초꾼(2) +5 14.03.05 6,296 179 15쪽
2 1장. 하령성의 약초꾼(1) +12 14.03.04 7,725 186 12쪽
1 서장. 놈. +9 14.03.03 7,769 20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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