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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수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함영(含英)
작품등록일 :
2013.12.07 04:07
최근연재일 :
2014.05.05 10:57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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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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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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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0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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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3장. 장권박투(掌拳搏鬪)(2)

DUMMY

뜨거웠던 한낮의 태양이 지고 사위가 어두워졌다.

하령성에서도 오직 홍화루 만이 사방에 켜놓은 불 때문에 대낮처럼 밝았다.

그런 홍화루의 3층, 최고급 귀빈실엔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의 술상이 차려져 있었다.

중앙의 상석에 앉은 민수를 중심으로 혁진과 철명이 좌우로 앉아있었다. 혁진은 이 뜻밖의 대접에 속으로 놀라 아직 입을 열지 못한 상태였다.

“자, 한잔 하지.”

민수는 술병을 들어 혁진의 잔을 채워주었다. 연이어 철명의 잔도 채워 준 뒤 자신의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좋은 결투였네. 아마 두 번 다시 보기 힘들 거야. 내 약조한대로 지나간 일은 불문에 붙이기로 하겠네.”

“하지만 승패는 나지 않았습니다.”

“크하하, 그럼 그것을 무엇으로 설명해야하나? 자네와 나의 주먹이 부딪쳤는데 힘의 충격이 온전히 어디론가 흡수되듯이 사라진 걸 말이야.”

“그건….”

철명의 말에 혁진은 짐작 가는 곳이 한 군데 있었다.

바로 품에 가지고 있는 천년수리의 알.

허나 그 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도 알 수 없었고. 때문에 자신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고개를 저었다.

민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혁진과 철명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러니 이 것이 인연이라는 말일세. 만약 두 사람의 힘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충돌했다면 십중팔구 중상을 면치 못했을 걸. 두 사람 모두 말이야. 그럼 나는 한 사람을 얻으려다가 기존에 데리고 있던 사람까지 잃어버린 꼴이 되었을 걸세. 결과적으로 좋게 끝났으니 다행이지 않은가?”

“그 말씀은?”

“음, 먼저 사과부터 해야겠군. 사실, 나는 오래 전부터 자네를 알고 있었네. 그냥 자네를 만날 수도 있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세간의 인식도 그렇고 아직 자네란 사람에 대한 확신이 없었거든. 그래서 자네를 시험해보고, 또 만나기 위해 이번 일을 계획했네.”

“설마….”

“그러하네. 내가 민준이 녀석을 충동질한 장본일일세. 모든 것은 내 탓이니, 아우는 부디 용서해주게나.”

“어찌 그러실 수가, 그 계획에 제 아끼는 동생이 무슨 일을 당했을지…!”

“자네가 생각하는 일은 없었으리라 단언할 수 있네. 내가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었거든. 또 민준이 놈이, 생긴 게 그래서 그렇지 순둥이야. 제 딴엔 속으로 덜덜 떨렸을걸. 자리 펴줘도 못 먹을 놈이거든. 다만 그 와중에 진구란 아이가 그렇게 된 것은 면목 없네. 설마 그렇게 까지 달려들 줄은 예상 밖이었으니까. …어쨌건 그 것이 계기가 되어 발전되었으니 결과적으론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네. 하지만 그래도 내가 밉다면 나를 욕하고 탓하게.”

“하아. 이제 와서 그렇게 말해봤자…그렇게 까지 저를 시험하셔야 했습니까?”

“진정 훌륭한 한 사람을 얻을 수만 있다면야, 더한 일도 할 수 있지. 어쨌거나, 진심으로 미안하네.”

“저에게 미안하신 게 있어서 사과하신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수지에게는 가능하시다면 공자께서 직접 사과해주셨으면 합니다. 그 아이가 상처가 나을 때까지…약속해주시기 전까지 공자와 진심으로 대화하는 것은 어려울 듯 싶습니다.”

“이를 말인가. 자네가 말하지 않아도 내 이미 그렇게 할 생각이었네. 그리고 내 힘이 닿는 한 앞으로 그 아이의 뒤까지 다 봐줄 생각이야.”

“그 약조,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

“물론이네.”

혁진은 민수가 믿음직한 얼굴로 긍정을 표하자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자자. 한잔 하지. 오늘 결투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오늘 마음껏 즐기게. 오늘은 추 소협과 처음 술자리를 가진 기쁜 날이 아닌가? 모두 내가 사지.”

“크하하, 공자께서 사지 않으시면 저 같은 빈털터리가 어찌 돈을 내겠습니까. 어쨌건 잘 마시지요.”

“감사합니다.”

얼떨결에 혁진도 따라 들어 올리자 민수와 철명이 손을 내밀어 혁진의 잔에 부딪쳤다.

“꺾어 마시는 건 없는 걸세.”

민수의 장난스런 어조에 마시는 척 하고 잔을 놓으려던 혁진은 결국 단숨에 들이켜고 말았다.

첫맛은 쓰면서 독하지만 끝은 달달하다.

이 얼마 만에 마셔보는 술인지.

술이란 것이 잊고 살면 그만이지만, 기회가 오면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라. 민수와 철명의 기색을 살피느라 처음이 어려웠지, 그들이 자신에게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나서는 일사천리였다.

술을 한잔씩 들이키며 민수와 대화하던 혁진은 깜짝 놀랐다. 하령성의 망나니라는 세간의 소문과 달리 속이 꽉 찬 사람이었다. 일반적인 상식은 물론이고 무학에 관해서도 혁진이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펼쳐내었다.

혁진은 어째서 이런 사람이 망나니라는 그런 불명예스러운 감투를 쓰고 살아가는 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대체 이유가 뭔가 하고 고민하던 차, 철명이 술병을 들어 혁진의 잔을 채워주었다.

“자자, 마시게. 내 오늘처럼 즐겁게 싸워본 것은 참으로 오랜 만이야. 이 기쁨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군.”

“그러게 말입니다. 저 역시 동감입니다.”

“오, 자네도? 크하하! 이거 뭔가 통하는군!”

철명은 술잔은 집어던지고 아예 술독으로 가져와서 퍼마시기 시작했다. 술이 들어가면 갈수록 분위기는 달아올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혁진은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자신의 얘기라고는 약초꾼으로 살아오며 겪었던 소소한 일들 뿐 이라 별로 할 것이 없었다. 허나 소싯적에 천하를 주유했다던 철명이나 기루를 제 집처럼 살고 있는 민수에게서 나온 이야기보따리는 굉장했다. 혁진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날 새가 없도록 만들 정도였다.

한참을 재미있게 웃던 민수는 술을 한 모금 입에 머금더니 혁진에게 물었다.

“사내란 모름지기 그 가슴에 야망을 품고 사는 자들이지. 자네는 꿈이 뭔가? 평생 꼭 하고자 마음먹은 것 말이야.”

“음, 말해도 비웃지 않으시려는지.”

“비웃어? 왜 그렇게 생각하지. 꿈에 빈천이 있던가? 그 누구의 가슴 속에 깃든 소망이라도 평생을 걸고 해내려 마음먹은 것 중 가벼운 것은 단 하나도 없네.”

“…무위관에 가고 싶습니다.”

“무위관? 갈 수 있는데 가지 않은 것이 아닌가?”

“부끄럽게도 실력이 부족하여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뭐야? 이런 빌어먹을 년을 봤나. 내 당장 무위관에 쫓아가 이런 인재도 못 알아보는 무녀 년의 눈알을…!”

“흠.”

“이런, 죄송합니다, 공자.”

“아닐세. 그 곳에 가고자 하는 이유야 어쨌든. 추 소협, 요컨대 자네에게 초청장이 왔다면 가는데 문제없다는 것 아닌가?”

“가고 말고의 문제야, 받고 난 뒤에 생각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흐음, 그래? 그럼 이럼 어떤가. 내 자네의 소원을 이루어주겠네. 그럼 자네, 나와 뜻을 함께 할 수 있겠는가?”

“…?”

혁진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영문으로 바라보았다.

민수는 품에서 둘둘 말린 종이 한 장을 꺼내들었다.

“황금의 봉인…무위관의 초청장입니까?”

“그러하네. 내가 이걸 자네에게 주지. 어떤가?”

“제게 온 것이 아닌데 어찌 받을 수 있겠습니까.”

“여길 보게.”

혁진이 민수의 손가락을 좇은 순간.

혁진은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다시 맨 위에서부터 집중하고 차례로 읽어보아도 역시나. 초청장에 다른 내용은 다 있었는데 정작 누구를 초청하는지에 대한 이름이 명시되어있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후후, 놀랐나? 비유하자면 백지수표일세. 여기에 이름을 써넣으면 그가 초청장을 받은 사람이 되는 것이지.”

“그럴 수가…그럼 지금까지 받았던 모든 사람들이?”

“그건 또 아니야. 분명 재능 있는 자들을 발굴해내는 것은 사실이지. 그렇지 않고서야 무위관을 수료하고 나온 이들이 사람을 해치는 마수(魔獸)와 요수(妖獸)들로부터 그들을 수호할 수 있을 리 없을 테니까. 진짜는 있어. 다만, 그 곁가지에 이렇게 비밀리에 들어갈 수 있는 샛길이 있는 것 뿐 일세. 그 동네도 돈 밝히는 노인네들이 좀 있거든.”

“크크, 듣고 있다 보니 좀 웃깁니다. 그 따위 곳을 그렇게 까지 해서 들어가야 하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공자”

“무위관을 수료하고 나오면 먹고 살 길이 열리거든. 자신은 땅꾼으로 인생을 끝내도 자식만큼은 좋은 교육 받고 군부에 소속되어 대협 소리 듣게 하고 싶은 게 부모 마음 아닌가?”

“으음….”

술기운이 섞였기 때문일까. 혁진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절대적으로 재능에 의해서만 선택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편법에 의해서도 무위관에 갔었다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민수는 술로 입술을 축이곤 초청장을 혁진의 앞으로 밀어놓았다.

“아무튼 이 것은 자네가 가져가게. 버려도 상관없어. 다만, 내가 자네와 지교를 맺은 기념으로 주는 선물일세.”

“…감사히 받겠습니다.”

“만약 가고자 마음먹는다면 기간은 사흘일세. 그 안에 결정해야 해. 자네도 혹시 보았을는지 모르지만, 이 초청장은 무위관에서 전령이 직접 가지고 온 서찰이야. 그렇기 때문에 사흘 뒤에 초청장을 받은 이는 전령을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되네.”

“명심하겠습니다.”

“흠, 그래.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하고. 내 궁금해서 묻네만, 자네가 무위관에 가고 싶은 이유, 그 것은 강해지기 위해서일 테지?”

“짐작하셨습니까.”

“단순히 부귀공명을 위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했네.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이 없는 자가 자네만한 나이에 그만큼 강해질 수 있을 리 없으니까. 저 잘난 칠대세가의 자제들은 내공을 전수받고 어렸을 때부터 밥 대신 갖은 영약을 처먹지. 하지만 아무리 외부적인 요인이 훌륭하다 해도, 내부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이뤄지는 것은 없어. 그렇지 않은가?”

“암요, 암요. 공자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그럼 자네에게 묻겠네. 만약 무위관에 가더라도 무공을,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어쩌겠는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지. 지금의 세상이 얼마나 썩었는지 말이야.”

혁진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민수를 바라보자 민수는 술잔을 들이킨 뒤 말을 이었다.

“무녀가 찍어 보낸 초청장으로 세상의 온갖 기재들이 무위관으로 몰려들어. 이것은 온 세상이 알고 있는 사실이야. 하지만 그들 중에서 진짜 수준 높은 무공을 배우는 이는 몇이나 될까?”

“허면, 모두 배우지 못한다는 말씀?”

“모두 배우지 못해? 천만에! 그 정도가 아냐. 아주 극소수만 배울 수 있지. 무공이라는 것은 재능이 있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진정 선택 받은 자만이어야 해. 그 선택이란 게 뭔지 아나?”

“그게 무엇입니까?”

“재력(財力), 문벌(門閥), 권력(權力)! 거기에 더하여 마지막에 보는 것이 이른 바 재능이라는 걸세. 앞의 세 가지가 없으면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무공은 배울 수 없어.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나?”

“그렇다면 개천에서 용이 나는 일은 있을 수 없단 말입니까?”

“천재지변이 일어날 확률로 나타나기야 하겠지. 하지만 지나간 역사를, 무너진 왕조들을 돌아보게. 지금 이 대륙은 무위관이라는 하나의 막대한 힘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야. 황실이 버젓이 존재하지만 그 조차도 무위관의 힘에 의지하고 있어. 민중의 인지도는 말할 것도 없지.”

“그렇습니다.”

“하면 빤하지 않은가? 지금의 무위관은 썩을 대로 썩었어. 거기에 황실은 무위관의 명성에 기대어 마수와 요수들로부터 백성들을 보호한다며 통치하고 있을 뿐이지. 무위관이 가진 힘은 이토록 막대해. 허나 여기서 중요한건, 그 무위관이 그토록 막대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누구냐는 것이지.”

“그게 누구입니까.”

“바로 칠대세가(七大世家)일세. 자신들이 이 대륙을 떠받드는 일곱 기둥이라고 여기는 존재들! 그들이 무위관과 죽이 맞아 세상의 모든 부와 권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힘없는 민초들은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출세의 기회를 잡을 수 없지. 이렇게 불공평한 세상에서 무위관에 간들 무엇 하겠나?”

“허면, 공자께서 말씀하시는 바가….”

“문벌은 없어져야 하는 것이야. 지금 이 땅에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수많은 인재들이 있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자신의 능력을 펼치지 못하고 있어. 난 재능 있는 자가 자신의 꿈과 뜻을 당당히 펼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네.”

“으음.”

혁진은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민수는 혁진의 잔에 술을 부어주며 말했다.

“무위관의 개관조사이신 진천군(震天君)의 유지가 땅에 떨어져 산산이 부서진 지 오래일세. 누군가는 이 세상을 뒤엎고, 진정한 능력을 갖춘 자들이 대접받는 세상이 오게 만들어야 해. 난 그 때를 기다리며 나만의 준비를 하고 있네. 자네를 이렇게 시험하고 만난 것도 그 일환이지. 이제 나를 좀 이해하겠나?”

그 날을 위하여 십 년 동안 방탕아의 생활로 지내고 있었다고 말한다. 오욕의 세월을 견뎌내는 민수의 두 눈은 불덩이처럼 활활 불타올랐다.

“아직도 무위관에 가서 무공을 배우고 싶은가?”

“그래도 가봐야겠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지 않으면, 십 년 넘게 품어온 한이 풀어지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그래?”

“다만, 정말로 그런 문벌들이 힘을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썩어서 진정 힘이 필요한 이들을 도울 수 없게 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저는 반드시, 그들을 척결하고 힘이 필요한 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만약 자신의 어릴 적 그 날에, 무공을 익힌 무사가 한 사람이라도 마을에 있었더라면. 마수들에게 그토록 처참히 유린당하지는 않았을 것이거늘.

빠득 하고 절로 이가 갈렸다.

민수는 혁진의 말에 실로 감탄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없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철명은 박수를 치며 웃었다.

“크하하. 공자님과 저 외에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자가 또 있다니. 아직 이 세상에 희망이란 게 남았나 봅니다!”

철명이 호탕하게 웃으며 다시 잔을 들이켰다. 그는 뭐가 그리도 기분이 좋은지 작은 술잔은 내려놓고 커다란 사발을 술독에 담그듯 퍼낸 뒤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으, 좋구나! 추 소협, 한잔 더 들게.”

혁진이 조용히 잔을 받자 철명이 말했다.

“내 얘기를 해도 괜찮을까?”

“물론이지요.”

“음, 나는 사실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어딜 가든 손가락질 하는 개망나니였네. 천애고아라 세상을 이리저리 떠돌았는데, 그러다 어느 산골 마을에 두어 달간 머무르게 되었어. 스무 집 남짓 했던가. 아무 집에나 가서 재워 달라하고 밥 달라고 하기가 일쑤였지. 안준다고 하면 어떻게 했는지 아나? 모조리 다 부숴버렸어. 화풀이를 한 것이지. 그러니 제 까짓 놈들이 밥이나 잠자리 안주고 배길 수가 있나? 껄껄.”

“참, 다시 들어도 자넨 참 못된 놈이었어.”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철명은 쓰게 웃은 뒤 혁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네. 내가 있던 마을에서 사람들이 마수에게 습격을 당했어. 큰 피해를 입고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나마나 관청에 부탁을 했다더군. 무서워서 살기가 힘드니 무위관 무사들을 보내달라고 말이야. 근데 부탁하러 간 사람들이 어찌 된 줄 아나? 모조리 피범벅이 되어서 왔어. 그 머나먼 산골 마을까지 가야 할 만큼 인력이 넘쳐나는 게 아니라고 했다더군.”

“그럴 수가.”

“보고 있자니 너무 화가 나잖아. 그래서 단숨에 관청으로 달려가 그 곳 놈들을 모조리 때려 죽였지. 무위관에서 파견 나왔던 무사 놈?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려는 걸 내가 붙잡아 패대기를 쳤지.”

“그 힘으로 패대기를 치시다니.”

“크하하, 그래. 그 놈은 몇 번 만에 정말 내가 붙잡고 있던 다리뼈마저 아작 날 정도로 성한 곳이 없었으니까. 그 날 이후 도망쳐 나와서 여기까지 이르렀네. 민수 공자께서 범죄자인 나를 거두어주신 것이지.”

“말도 말게. 철명의 죄를 눈감아달라고 윗대가리에 먹인 뇌물이 내 1년 유흥비야. 으하하하!”

민수가 던진 농에 심각하던 분위기가 많이 풀어졌다. 혁진은 철명을 보고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저라도 반드시 그리 했을 것입니다.”

“자네도 그리 생각하는가? 이거 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으하하!”

철명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정말로 기분이 좋아보였다.

“민수 공자 외에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또 있다니. 공자님, 우리 이렇게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 모이기도 어렵지 않습니까. 진정 하늘의 뜻인가 봅니다.”

“그러게, 내 비록 추 소협을 작게나마 계획을 세우고 만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는 것은 유감이지만 이를 후회하지 않네! 자, 다들 한잔 들지!”

민수가 잔을 올리자 혁진과 철명도 마주 잔을 들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고, 또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사람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난 걱정하지 않아. 내 옆에 자네들 같은 사람이 있다면 언젠가 내 꿈이, 세상을 개혁시킬 그 날이 오리라 믿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이를 말씀 입니까, 공자.”

“준비가 갖춰져 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 날을 위하여!”

크게 외친 민수가 술을 단번에 넘기자 혁진과 철명도 술을 들이켰다.

순간,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지금껏 이처럼 독한 술을 마셔본 기억이 없었다.

어질어질한 정신을 붙잡고 철명과 민수를 바라보자, 그들의 듬직한 시선이 자신을 일으켜주고 있다고 느꼈다.

이들을 무턱대고 전적으로는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무위관으로 가서 본 사실들이 민수의 말과 같다면 믿지 못할 것도 없다고 여겼다.

혁진이 생각에 잠기며 신중하게 생각하는 동안 민수와 철명은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웃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

“좋은 날이야! 오늘은 한번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셔보세!”

사내들의 웃음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많이 읽으시고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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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5장. 아현(娥賢)(2) +14 14.03.13 4,941 135 11쪽
10 5장. 아현(娥賢)(1) +10 14.03.12 4,655 135 17쪽
9 4장. 사부(師父)(2) +12 14.03.11 4,812 136 20쪽
8 4장. 사부(師父)(1) +4 14.03.10 5,591 136 18쪽
» 3장. 장권박투(掌拳搏鬪)(2) +4 14.03.09 5,359 148 18쪽
6 3장. 장권박투(掌拳搏鬪)(1) +5 14.03.08 5,262 143 18쪽
5 2장. 하령민가(河靈閔家)(2) +4 14.03.07 5,921 160 19쪽
4 2장. 하령민가(河靈閔家)(1) +7 14.03.06 6,141 174 10쪽
3 1장. 하령성의 약초꾼(2) +5 14.03.05 6,296 179 15쪽
2 1장. 하령성의 약초꾼(1) +12 14.03.04 7,725 186 12쪽
1 서장. 놈. +9 14.03.03 7,770 20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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