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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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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含英)
작품등록일 :
2013.12.07 04:07
최근연재일 :
2014.05.0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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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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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0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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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장. 하령민가(河靈閔家)(1)

DUMMY

2장. 하령민가(河靈閔家).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혁진은 약초와 함께 틈틈이 뜯어왔던 산나물로 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을 끓여 채소를 데치고 기름을 둘러 조물조물 무치는 것이 전부였기에, 손맛이 나물 요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워낙 신선하고 질 좋은 것을 요리하기도 했지만, 혁진과 한진은 늘 배가 고플 때 쯤 밥을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 반찬이 맛이 없어 못 먹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한진은 그 무엇보다 혁진의 나물 요리를 좋아했다.

내색하지는 않지만 나물 요리를 한 번도 남긴 적이 없다는 것이 그 반증.

그런 한진이 오늘은 처음으로 나물 요리의 태반을 남겼다.

혁진은 너무 놀라 나물 요리와 한진을 번갈아 보다 조심스레 물었다.

“입맛이 없으십니까?”

“배가 고픈데 네 놈의 피 맛이 넘쳐나니 먹을 수가 없다.”

그제야 혁진은 자신의 상처투성이 손에서 피 맛이 배어나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굳어가는 가 싶던 손의 상처들이 물에 담겨 무르고 벌어지더니 요리에도 피가 배어나온 모양이었다. 따갑고 아픈 것을 참아 겨우 만들었건만 음식까지 남긴 모습에 마음이 적잖이 상했다.

한진은 상을 물리라며 손을 내저었다.

“치워라. 그리고 의원이나 다녀 오거라. 내 일전에 가보니 성내에 있는 혜민방(惠民房)이 가장 치료를 잘 하더구나.”

등을 돌린 사부의 모습은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는 뜻.

혁진은 애써 구한 천년수리의 알을 사부에게 드릴까 하다가 조금 더 기회를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혁진은 부엌에 상을 가져다 놓은 뒤 한쪽 구석에서 숨겨놓은 또 다른 비상금을 꺼내었다. 방 안에 두었던 것은 한진의 용돈 삼아 놓은 미끼였고, 이 쪽이 진짜 혁진이 모으고 있던 돈이었다.

“그럼 가볼까.”

혁진은 아침을 준비 하느라 물에 담갔던 손의 상처가 쓰리고 아리는 동안 하령성에 도착했다.

“근데…어디 있는 거더라.”

기세 좋게 도착은 했으나, 사실 혁진은 의원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고 할 정도였다.

무공을 익힌 뒤로 고뿔조차 걸려본 적 없었으니까. 모든 사람이 혁진과 같았으면 의원이 모조리 망했을 터였다.

차라리 성내 지리는 훈장님 네 집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들을 찾아 돌아다니길 잠시. 머지않은 곳에서 땅따먹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얘들아, 안녕.”

“어, 혁진이 형! 벌써 약초 다 캤어요?”

“오빠, 세상에 어쩌다 이렇게 다치신 거 에요. 많이 아프겠다. 어떻게 해.”

“괜찮아, 조금 넘어진 것 뿐 이야. 그래서 오늘은 의원에 가보려고. 혜민방이 어디 있는지 알려 줄래?”

“우리가 데려다 줄게요!”

“응응, 우리가!”

“아니, 괜찮아. 그냥 알려주기만 하면….”

재차 사양했으나 귀여운 아이들이 엉덩이를 밀고 팔을 잡아당기는 힘엔 이길 수가 없었다. 자신의 상처에 닿지 않도록 멀쩡한 부분만을 조심스레 잡는 작은 손길들을 느끼고 있자니 혁진은 벌써 모든 상처가 다 나은 기분이 들었다.

혜민방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혁진은 담장이 낮고 마당이 넓은 건물 앞에 다다랐다.

[혜민방(惠民房) 하령지점(河靈支店)]

혁진은 허리를 굽혀 아이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었다.

“고맙다. 너희 덕분에 올 수 있었어.”

“응! 오빠, 우리는 갈게!”

“형, 얼른 나아!”

손을 흔들며 우르르 멀어져가는 아이들을 보던 혁진은 혜민방 안으로 들어갔다.

웅성웅성-

안으로 들어가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마당에는 넓은 평상이 열 개가 넘게 놓여 있었는데 빈자리라고는 고작 한 군데 뿐이었다.

역병이 도는 것도 아닌데 병들고 신음하는 자들이 이렇게 많다니. 혁진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자리에 앉자 청의를 입은 동자가 와서 살펴보더니 물었다.

“외상이 심하시네요. 이 때문에 오셨나요?”

“네.”

청의동자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한 뒤 곧 키가 크고 녹의를 입은 청수한 인상의 사내를 데려왔다.

“안녕하세요, 의원인 주영이라 합니다. 외상 때문에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상처가 심하시군요. 어디서 구르셨나 봅니다, 하하.”

의원의 농에 혁진이 멋쩍게 웃었다. 의원은 밝은 미소를 보이며 청의 동자에게 몇 가지를 가져오게 시켰다. 쟁반에 여러 개의 통들을 담아 가져오자 의원은 그 것들을 차례로 혁진의 상처 위에 바르기 시작했다.

어디 부러진 곳은 없으니 찢어진 거죽에 약을 펴 바르는 것 뿐 이건만. 그가 혁진의 상처에 들이는 정성은 잘려나간 사지를 붙이는 선의(仙醫)에 못지않았다.

그가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혁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혜민방은 일반 대중을 주요 대상으로 치료한다더니, 소문대로 모두 혁진과 같은 일반 민중들 뿐 이었다.

그 때 갑자기 어떤 사내가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는 막 치료를 끝내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던 의원을 붙잡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의, 의원님. 감사합니다. 제 딸아이의 열이 내렸습니다!”

“별 말씀을요.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습니까.”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흐흑.”

혁진은 한진이 다른 의원이 아니라 혜민방에 가보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람의 상처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의원들. 혁진은 무심코 혜민방에서 일하고 있는 의원들을 살펴보았다.

피부색이나 눈 색깔 등, 다른 것은 거의 없음에도 묘하게 이 나라 사람들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혁진은 자신을 치료하는 의원, 주영을 오래도록 쳐다보고 말았다.

주영은 혁진의 눈빛을 느꼈는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게 느껴지시지요?”

“그걸 어떻게….”

“지금 환자분과 같은 눈빛을 많이 봐왔으니까요. 터놓고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바다를 건너 온 사람들입니다.”

“타국에서 오신 분이었군요. 혹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거창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저희의 발전 된 의학을 같은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기에 찾아왔을 뿐이니까요. 덕분에 이 곳에서 그 동안 고치지 못한 병들을 많이 고칠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살아가는 보람을 느끼고 있지요.”

혁진은 의원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현재 이 땅의 의학이 해결해 낼 수 없는 자신의 마음 속 고민을, 이들은 혹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저 혹시 잘렸던 팔을 붙일 수도 있습니까…?”

“예?”

“물론 어려운 것이란 건 알고 있습니다만. 발전된 의학을 가져오셨다고 해서 여쭤봅니다.”

“하하, 농담이시죠? 어떻게 완전히 떨어져 나간 사람 팔을 다시 붙인답니까?”

“그렇겠죠? 죄송합니다. 쓸 데 없는 질문을 했군요.”

“아닙니다. 별 말씀을.”

혁진이 입을 닫고 있는 동안 주영은 혁진의 옷까지 걷어가며 모든 상처에 약을 발랐다.

보통의 금창약들은 바르면 끈적이고 피부에 스며드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헌데 주영이 발라준 약은 발랐는지도 잘 알 수 없게 금세 상처로 스며들어 있었다. 통증도 굉장히 완화되었는지라 놀라울 따름이었다.

“마취의 효과가 있는 식물의 즙도 썼기 때문에 상처가 나으신 줄 아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근본적인 상처가 나은 것은 아닙니다. 한 동안 요양해 주시는게 좋지요.”

“알겠습니다.”

“대금은 이 아이에게 주시면 됩니다.”

주영의 말에 청의동자가 다가서자 혁진은 전낭을 꺼내 값을 치렀다. 생각보다 훨씬 싼 값에 놀라 생각해보니 과연 일반 민중들에게 사랑 받을 만 하다고 생각했다.

‘참 좋은 곳이구나.’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는 없었지만 마음이 따뜻해졌다. 인술(仁術)을 펴기 위해 바다를 건너와 고생하다니. 이들에게 마음속으로 감사를 표한 혁진이 나오려던 찰나.

혁진의 귓가로 주영의 목소리가 스치듯 지나갔다.

“한 가지. 태원검(泰元劍)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

“예?”

혁진은 급히 고개를 돌렸으나 그의 모습은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만이 혁진을 무슨 일이 있냐는 듯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태원검이라고?’

검이라는 명칭이 붙었으니 병장기의 하나라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들어 본 적도 없는 것이라. 그 검이 자신의 바람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의 헛소리인가 싶어도 태원검이라는 이름이 묘하게 뇌리에 남아있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혁진은 주영을 찾아 자세한 이야기를 물어보려 했다.

허나 바로 그때.

혜민방의 문을 벌컥 하고 열어젖히며 몇몇의 아이들이 나타났다. 시선을 돌려보니 자신을 여기까지 데려다준 훈장님 네의 아이들이 아닌가. 다급한 기색이 온몸에 들어찬 녀석들이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가까이 가서 물어보았다.

“얘들아, 무슨 일이야?”

“으앙, 오빠!!”

어린 꼬마아가씨들이 혁진의 품으로 파고들며 울음을 터트렸다. 옆에 서있는 사내아이들은 무언가 큰 충격을 받았는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형, 그, 그, 그…!”

“침착하고 천천히 말해. 무슨 일이야?”

“수, 수지가 아저씨들에게 잡혀갔어요!”

“뭐라고?”

혁진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문득 어제 밤에 보았던 수지와 귀한 옷을 입은 사내의 모습이 생각났다. 설마 그들일까 잠시 의심했지만 아이들의 입에서 다른 어른들도 수지가 잡혀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부분에서 확신했다.

권세가의 하수인들이라면 일반 민중들이 막아설 힘 따위는 없을 테니. 사내의 고백을 매몰차게 거절한 수지의 말에 상처를 입었으리라는 것은 예측했다. 허나 이런 더러운 방법으로 나올 줄은 생각 하지 못했다.

“빌어먹을 새끼들. 어디로 갔어?”




감사합니다. 좋은 글 많이 읽으시고 늘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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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장. 하령민가(河靈閔家)(2) +4 14.03.07 5,921 160 19쪽
» 2장. 하령민가(河靈閔家)(1) +7 14.03.06 6,141 17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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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장. 하령성의 약초꾼(1) +12 14.03.04 7,725 18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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