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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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움직였다.
노란 달빛 아래, 집채만 한 덩치에 돋아난 거친 털들이 바람을 뜯어냈다. 네 발에 달린 발톱이 땅을 찢어발겼다.
흉폭하게 일그러진 늑대와 같은 얼굴엔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이 길게 꼬리를 남겼다.
놈은 한 번의 도약에 십여 장을 날아올랐다.
산의 정상까지 오르는데 걸린 시각은 불과 반각 정도.
절벽의 끝에 선 놈은 산 아래, 연기가 피어오르는 작은 마을을 쏘아보았다. 입에서 흐르는 침이 땅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파앗-!
놈이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집채 만 한 몸이 밤하늘에 떠오른 달을 삼켰다.
머릿속엔 단번에 마을까지 날아가 살아있는 것을 모두 먹어 치울 생각으로 그득했다.
귀기서린 붉은 두 눈이 곧 있을 희열로 번뜩였다.
그 때 바로 뒤에서 무언가 땅을 박차는 소리가 들렸다.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놈이 고개를 돌린 순간.
“어이.”
노란 달 정 가운데로 한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인간이 허공을 날고 있었다.
놈, 요수(妖獸) 대혈랑(大血狼)의 붉은 눈이 부릅떠졌다.
공중에선 제 아무리 요수라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사내는 보란 듯이 대혈랑의 옆까지 몸을 날려 왔다.
대혈랑의 붉은 눈이 사내의 눈과 마주쳤다.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득한 살기. 대혈랑이 처음으로 인간에게 공포를 느낀 순간.
뻐억-!!
사내의 발이 그대로 대혈랑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슈웅-콰콰쾅-!!
대혈랑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곧게 뻗은 나무들을 박살내며 자욱한 먼지를 일으켰다.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어마어마한 고통에 휩싸였다.
허나, 태생이 요수라 이정도론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부들거리는 다리로 몸을 일으켜 간신히 고개를 들던 차, 떨어져 내리는 사내가 손가락을 튕기는 것이 보였다. 그와 함께 머리 위에서 엄청난 기운들이 쏟아져 내렸다.
쾅-쾅-쾅-!!
폭격에 뒷다리가 주저앉고, 앞 다리도 무너졌다. 연이어진 공격에 대혈랑은 긴 혀를 빼물고 사방으로 다리를 쭉 뻗었다. 붉은 두 눈에 번쩍였던 빛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떨어진 사내는 대혈랑의 몸을 밟고 땅을 굴렀다.
옷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어내더니 대혈랑에게 다가가 놈의 머리를 힘껏 걷어찼다.
뻐억-!
휙 쳐들렸던 머리가 쿵 하고 떨어져 내렸다.
사내는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어깨에 멘 소쿠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곤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많이 읽으시고 늘 행복하세요.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함영입니다.
덧글이 내용과 맞지 않는 것은 제가 편집해서 그러니 양해를^^;
감사합니다.
좋은 글 많이 읽으시고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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