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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리뷰] 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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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의 여주인공, 츠키사키 유우. 출처는 작가이신 코바야시 토시히코 홈페이지.

배경의 장소는 오노미치 JR역으로, 코바야시 작가는 모든 배경을 직접 촬영하여 사용한다.)


들어가며


때는 2004년이었던가.

순정만화를 꽤 좋아했던 입장에서 파스텔은 신선한 작품이었다.

당시에는 이처럼 장기연재일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어쩌다보니 신선을 넘어 발효가 되진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장기 연재가 되어버렸다(현재 43권까지 나와 있고, 44권을 끝으로 완결될 예정이다).

동일하게(?) 무언가를 창작하는 입장에서, 펴내려 가는 것보다 끝맺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꾸준히 응원을 해오고는 있지만, 역시 유종의 미를 거두는 장면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완결이 난다면 또다시 오노미치로 성지 순례 겸 여행을 가게 되지 않을까.

아무튼, 내게 있어 꽤 의미가 깊은 만화다.


무엇이 특별한가


파스텔은 전형적인 남성향 하렘물이 될 ‘뻔’했다. 적어도 주인공인 타다노 무기와 츠키사키 유우가 이어지기 전까진 그랬다. 사실 사귀기 전부터도 주인공인 타다노 무기는 일편단심 민들레 속성을 십분 발휘했는데, 사귀고 나서는 거의 돌부처에 가까운 부동심을 보여준다.

덕분에 파스텔은 14권 이후부터 러브코메디라기보다 전원일기형 일상물을 보여주는데, 이는 ‘너에게 닿기를’처럼, 장기 연재화 되는 연애물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개변이긴 하다.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순정만화 대부분에서 반드시 채용하는 사소한 오해, 엇갈림, 진심의 재발견과 같은 클리셰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어느 상황에서도 히로인인 츠키사키 유우를 생각하고, 츠키사키 유우 역시 그렇다. 독자는 어떤 상황이 와도 조금도 마음을 졸이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 인물들의 변화를 보며 마음 졸일 일이 더욱 많다.

결과적으로 파스텔은 순정 만화 혹은 러브코메디 만화라기엔 함량이 20% 정도 부족하지 않나 싶다. 그러나 그 부족함을 채우는 것은, 코바야시의 장인 정신이 드러나는 배경 작화와, 아름다운 배경과 맞물리는 훈훈하고 가슴 따뜻한 에피소드라 할 수 있겠다.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작중 라이벌 히로인 역할의 무라사키 기쿠의 평대로, 주인공과 히로인의 연애는 소꿉놀이(


그래도 불만은 있다


장기 연재를 유지하기 위해 진도를 빼지 않은 것은, 동지로서 이해하도록 하자.

물론 나는 기회가 되면 현실적으로 질러버리는 것을 선호하지만, 판타지와 현실이 동일한 건 아니니까.

하지만 개인적인 불만이라면, 장기 연재를 위해 진도를 빼지 않는 것을 캐릭터성의 붕괴를 일으키며 유지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집에 살며, 서로의 마음을 알고, 주위의 열렬한 응원 속에서 손만 잡고 지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론 불가능하지만, 만화라면 가능하다. ‘그냥 내 세계는 이래’라고 작가 권한으로 말해버리면 된다. 그러나 파스텔에서는 히로인인 츠키사키 유우의 캐릭터성을 붕괴시켜 그것을 지켰다. 주인공이 괴로워하는 것을 알면서도 강제로 금지한 매도녀로 탈바꿈 시킨 것이다. 이러한 캐릭터성의 변화는 독자로 하여금 난해함을 준다. 덕분에 지지 커플링이 거의 100% 주인공과 히로인이던 만화가 어느새 무라사키 기쿠라든가, 그 외의 다른 서브 히로인으로 넘어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매력적인 서브 캐릭터는 장수의 비결인 만큼, 작가 입장에서 그리 나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파스텔은 상술했듯이 아무런 긴장감을 느낄 수 없는 ‘절대적인 순애물’이라는 것이다.

얘네 둘은 절대로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독자들은 모두 그렇게 확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브 히로인이 난립해봐야 아무런 재미도 없다. 그저 짜증만 난다. 절대 헤어지지 않을 커플이 이어지지도 않으니 아무런 흥미 요소도, 하다못해 설레일 요소조차 없지 않은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자에상 시공은 아니라는 점이다.

작중 시간은 무척이나 느리지만, 제대로 흐르고 있다. 주인공들도 41권을 기점으로 졸업하고, 42권에서 졸업 여행을 간 만큼 모두 착실히 성장했다. 


마치며.. 불안한 점을 이야기해보자.


꿈을 위해 재수를 선택한 유우와 뿔뿔이 흩어지게 될 인물들...

글쎄.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이제와서 순정만화에서 흔히 그러하듯 엇갈림을 묘사할까?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진다? 돌고 돌아 결국 여기로 돌아왔다?

사실 곳곳에 복선을 설치해두긴 했다.

작가는 히로인이 병으로 쓰러져도, 훌쩍 떠났다가 10년 후에 돌아와도, 서로 엇갈렸다가 다시 화해해도 상관없을 만큼 깔 수 있는 복선이란 복선은 전부 다 깔아뒀다. 심지어는 작가 본인도 깔아뒀는지 잊어버린 복선도 꽤나 있을 것 같다(작가 입장에서 고백하건대, 철저하게 준비한 복선이 아니고서야 오히려 독자보다 잊어버리기 쉽다).

그런데 만약 파스텔이 파스텔이 아닌 수천, 수만의 순정만화에서 채택했던 ‘엇갈림’ 같은 것을 이제와서 부랴부랴 선택한다면, 개인적으론 정말로 화가 날 것 같다.

파스텔의 장점은 그런 심장이 저려오는 오해와 엇갈림, 질투와 시기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순수하고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될 것 같은 순애가 파스텔의 장점이었다.

글쎄, 43권이나 나와버린 시점에서 파격적인 엔딩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은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코바야시 작가여, 부디 초심을 잃지 말기를.

그리고 다음 오노미치 방문의 때, 함께 히로시마 특산 오노미치 라면이나 한 그릇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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