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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님의 서재입니다.

창녀의 아들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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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작품등록일 :
2024.04.22 00:33
최근연재일 :
2024.04.22 00:37
연재수 :
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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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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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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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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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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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가출 패거리(1)

DUMMY

어렸을 때부터 항상 듣던 말이 하나 있다.



“아벨, 너는 제국에서 검술로 이름이 드높은 귀족 가문의 아이란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


그것은, 내가 귀족 가문의 사생아라는 말이었다.


어머니는 빈민가라고 하기에는··· 조금 많이 발달한, 뒷골목에서 활동하는 여급이었다.


사실 말이 장미의 여관에 여급이지, 뒷골목이 의례 그렇듯. 어머니는 매춘부셨다.


항상 입에 물고 다니던 담배에 독한 향을 아로마 향으로 감추고 다니던 사람.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란, 썩은 화원에 꽃 같은 사람이었다.


눈을 감고 있다 보면, 어머니가 떠오른다. 동시에 그녀가 항상 내게 했던 말도 함께 말이다. 내 귓가가 어머니의 음성으로 가득 메워졌다.



“너의 아버지가 나와 너를 데리러 오겠다고 했단다. 그러니깐 조금만 더 참고 열심히 기다리자꾸나.”



임신을 한다면 일이 끊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나를 낳은 선택은, 다름이 아니라 그녀가 귀족의 첩이 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받았다는 장갑을 매일 만지셨다.


나는 어머니의 말에 치솟는 의문은 많았지만 그걸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허나 조용히 생각했다.


내가 귀족의 사생아일 리가 없다고 말이다.


진짜로 아버지가 제국에서 검술로 이름 높은 귀족이었다면 가문에 위세에 이끌려 찾아올 이들이 많을 텐데.


많고 많은 이들 중, 굳이 뒷골목 창녀인 어머니를 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거기다가 약속의 증표랍시고 준 것도, 보석이나 목걸이같이 값어치가 많이 나가는 것이 아닌 검은 가죽장갑이었다.


한 마디로 값어치가 그리 크지 않다는 말이었다.


만약 정말로 신뢰의 증거랍시고 무언가를 담보로 줬다면 적어도 가죽 장갑보다는 더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어머니에게 챙겨주었을 터다.


예를 들자면, 신분을 증명할 만한 물건이라든가, 아니면 보석이나 반지 같은 것을 말이다.


그러나 어머니가 받은 것은 고작해야 가죽 장갑 하나였기에, 내 이런 생각은 일리가 있었다.


다만 나는 내 추론을 어머니에게 말하지 않았다. 매일 가죽 장갑을 애지중지 여기시는 어머니를 보자니 차마 입술을 안 떼어졌다.



“이 장갑이 내게 네 아버지가 약속의 증표로서 준 것이란다. 귀족들에게 장갑은 권력과 위엄, 계급을 상징하는 도구로 사용된다고 하더구나.”



그리 말하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기분이 좋은 듯 옅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어머니는 내게 검술을 가르쳤다.


정확하게는 삼류 용병에게 번 돈 대다수를 가져다가 바쳐가며, 언제 올지 모를 아버지에게 훗날 잘 보여야만 한다고 내가 검술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었다.



“아벨, 네가 검술을 잘한다면 나중에 아버지를 만났을 때 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할 거란다. 그러니깐 조금 더 해보자꾸나. 손아귀에 피가 나더라도 다음 주면 저절로 낫지 않겠니.”



어머니는 강압적이었다. 그녀의 말에 따라 손에 피가 나도록 검을 휘둘렀다. 검은 뒷골목에 있는 대장장이에게 어머니가 두 달 동안 번 돈을 지불하여 얻은 싸구려 철제 검이었다.


삼류 용병은 뒷골목에서 흔히 보이는 돈만 많이 받아먹고 값어치는 제대로 못 하는 놈들과는 달랐다.


돈은 어지간히도 많이 받아 처먹지만, 그래도 돈값은 했다. 그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삼류 용병은 박식했다.


그에게서 검술과 기본 지식들을 배웠다.


어머니가 왜 괜히 큰돈을 들였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삼류 용병은 돈값을 톡톡히 해냈다.



“검에 제법 재능이 있구나. 나중에 용병 일을 하면 운이 좋으면 일류 용병이 될 수도 있겠어.”



검술에 재능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말에 어머니는 뛸 듯이 기뻐했지만 나는 심드렁했다.


삼류 용병에 말이다. 공신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말. 당장 나는 삼류 용병조차 못 이기는데, 어떻게 검술에 재능이 있겠나.


그러나 어머니는 달리 생각하셨는지, 삼류 용병에게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며 나에게 더 많은 검술과 지식을 가르칠 것을 요구했다.


당시에 어머니의 뱃속에는 내 동생이 들어있었다.


친동생은 아니고 이복동생쯤 되는, 또 다른 귀족 가문의 자식. 어머니가 이번에는 마법 명가 쪽에 남자와 잤다는데,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거짓이었을 테지.


말했듯, 마법 명가의 귀족이 왜 어머니와 잠자리를 갖겠나.


그것도 이미 나라는 아이까지 존재하는 어머니를 말이다.


하여튼 임신 때문에 어머니는 한동안 수입이 없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용병에게 돈을 지불하느라 상당히 많은 돈을 쓰셨다.



“재능이 있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한슨에게 너를 조금 더 많이 봐달라고 했단다.”



이미 손아귀가 찢어져 맨살을 훤히 드러낼 정도로 검을 다루고 있었지만 나는 군말 없이, 어머니의 말에 따랐다.


검을 배우면 어디서라도 밥 벌어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노력했다.


일류 용병은 못되어도 이류 용병은 되기를 바라며 삼류 용병이자 스승인 한슨에게서 그가 돈값을 하도록 최대한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동생이 무사히 태어나고 성장했으며.

어머니는 매독에 걸려 죽었고.


나, 그러니깐 아벨은 여전히 자신의 아버지란 작자를 뵙지 못했다.



“아, 시바.”



어머니가 죽었다.

그녀의 죽음 앞에서, 아벨이 걸쭉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좃됐네.”

“형?”



동생, 하렐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아벨의 입에서 욕설은 떨어지지 않았다.



“시발.”



어머니가 죽었다. 그리고 우리는 남겨졌다. 돈 한 푼 없이 말이다.


형, 아벨의 나이 11살.

동생, 하렐의 나이 6살 때의 일이었다.



“유산이랄 것은 당연히 없고. 그나마 빚이 없는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삼류 용병에게 지출한 돈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어머니에게 빚은 없었다. 정말이지 다행이었다.


만약 빚이 있었다면 진지하게 목매달고 죽을까를 고려해봐야 했으니 말이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하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렐은 귀여운 동생이었다. 허구한 날 자신의 꿈은 기사라고 외치는 것만 제한다면 말이지.


아직 자기 객관화가 되지 못한 동생은 동화책을 읽더니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외치고 있었다.


미래의 자신은 기사가 되어,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되고 싶다고.


참고로 하렐이 읽은 동화책은 마왕을 잡는 용사의 이야기였다.


아벨은 알고 있었다. 하렐이 읽은 동화는 일어난 적 없는 공상과 허구를 섞어 적절히 만들어낸 이야기란 것을. 애초에 마왕이 잡혔다면 현재 마왕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허나 아벨은 하렐의 동심을 파괴하지 않고서 하렐에게 물었다.



“하렐, 나중에 뭐가 되고 싶다고?”

“기사!”

“그래, 그렇구나.”



해맑게 웃는 하렐을 보며 아벨은 골머리를 앓았다.


동생을 봐주던 어머니가 하늘로 돌아갔다. 시체를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제를 부를 수는 없지만, 장례 정도야 아벨이 알아서 치룰 수 있었다. 그러나 하렐을 돌보아줄 사람이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하렐은 아직 자기 객관화가 안 된 6살 꼬맹이였다.

이놈을 뒷골목에 풀어놓았다가는 다음날 어디 납치되거나 으슥한 골목길에서 쓰러져 있을 확률이 높았다.

하여 하렐을 돌보기 위해 아벨은 장미의 여관을 찾아갔다.



“하렐, 나가자.”

“응? 어디 가는데?”

“장미의 여관. 엄마가 일하던 곳.”



하렐이 순진무구하게 물었다.



“엄마랑 같이 가는 거야?”

“엄마?”

“응.”



아벨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엄마랑 같이 안 가.”

“왜?”



다시 물어보는 동생에게 형, 아벨은 남들이 들으면 심히 기겁할 만한 말을 했다.



“이제 우리는 엄마가 없거든.”



그 딴에는 나름 돌려서 말한 거였다.

아직 죽음이란 개념을 잘 모르는 동생에게 최대한 돌려서 말한 거였지만.


아벨은 자신의 말이 남들이 볼 때는 어떻게 보일지 고려하지 못했다. 아벨의 이제 우리는 엄마가 없다는 선언은, 제삼자가 들었을 때는 턱이 빠지며 아벨의 터진 인성에 질색을 표할 정도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곳에 제삼자는 없었고.


아벨의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건, 그의 동생이자 순진한 나이인 6살 동생 하렐 뿐이었다.



“엄마가 없어?”

“없어. 그러니깐 앞으로 누가 네 부모님이 누구냐고 물으면 없다고 해야 해.”

“알았어!”



하렐이 밝게 외쳤다.



“앞으로 누군가가 물어보면 엄마가 없다고 할게!”

“그래. 그거야.”



귀여운 동생의 외침에 아벨이 낄낄 웃었다.


정신 나간 두 형제의 대화였다.





* * *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다.


해가 쨍쨍하게 아벨의 눈가를 비춘다.


그리고 아벨은 잠에서 깨어났다.



“아, 시바. 꿈.”



개떡 같은 꿈을 꿨다.


어머니가 죽기 전에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그동안 하렐은 여전히 자기 객관화를 하는 데 실패했다. 동생 놈은 여전히 기사가 되겠다고 날뛰고 있고, 아벨은 그런 동생을 말리기를 포기했다.


아벨은 오늘 일진이 사나우려나, 라고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엿 같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주변을 살폈다. 습관적인 행동이었다. 삼류 용병 스승, 한슨은 어디 가서 칼침 맞기 싫다면 항상 주변을 살피라는 소리를 하던 양반이었다.


덕택에 아벨에게는 정신이 있을 때, 언제나 주위를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눈가가 꿈틀거린다. 텅 빈 한구석에 아벨이 시야를 박았다.


이불 가지가 잘 정돈되어 있는 자리는, 그의 동생이 쓰는 자리였다. 아벨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렐은 어디 갔나.”



더럽진 않지만 좁고 낡은 집. 그 안에 동생이 안 보였다. 아벨은 이른 아침이건만 하렐이 벌써 어딘가로 나갔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벨은 간단하게 외투를 걸쳐 입고 밖으로 나갔다.


아침 해가 뜨거운 열을 발산하고 있었다.


어제 너무 늦게 자서 그런가. 피곤한 눈가를 손등으로 비비며 아벨은 길가를 걸었다.


오전이라서 그런가, 길가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아벨은 길거리에서 빵을 파는 상인, 크튤에게 빵을 샀다. 딱딱한 흑빵은 줘도 안 먹는 쓰레기 빵이지만 그래도 적은 돈으로 배를 채우기에는 이만한 빵이 따로 없었다.



“빵 줘.”



빵을 팔던 크튤이 아벨을 힐끔댔다. 그는 아벨에게 말을 걸었다.



“아벨, 3일 된 흑빵이긴 한데 먹을 거냐?”

“동생하고 레이슨놈꺼까지, 세 개만 줘.”

“알았다.”



빵을 산 아벨은 곧바로 빵 하나를 입에 물었다. 이빨이 아플 정도로 딱딱하지만 침으로 녹여 먹다 보면 그래도 먹을 만은 해졌다.


맛은 진짜 없지만 말이다.


아벨이 눈을 뜨자마자 향하는 곳은 레이슨이라는 놈이 있는 곳이었다. 쭈욱 걷다가, 거리를 벗어나 산골을 조금 타다 보면 공터가 하나 있다. 아벨과 하렐 그리고 레이슨이 만든 공터였다.


공터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기분 좋은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아벨은 머리를 위로 쓸어내리며 허리춤에 매달아둔 녹슨 칼을 꺼냈다. 삼류 용병 스승이 항상 입에 달고 살던 두 번째 말이 있다.


그건 하루라도 검을 휘두르지 않는다면 실력은 퇴보한다는 소리였다.


정작 그 말을 내뱉던 장본인인 삼류 용병은 맨날 술이나 퍼마시며 검을 수련하지 않았지만, 아벨은 삼류 용병에 말에 동의했다.


아무리 잘하던 일이라도 며칠 동안 안 하면 어색해진다. 아벨은 손아귀에 들린 검을 치켜올렸다. 검은 싸구려였다. 예전에 어머니가 사주셨던 검은 진작에 녹슬어서 부서졌다.


그래서 현재 아벨이 들고 있는 검은 그때보다 더한 싸구려였다. 낡고 녹슬었고, 또한 이까지 전혀 없는. 차라리 아무런 주조도 되지 않은 몽둥이가 더 튼튼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낡아빠진 검.


그걸 손에 쥔 아벨이 휘둘렀다.


후웅-!


오른손으로 검막 부분을 잡고 왼손으로 검 끝부분을 잡은 아벨은 곧이어 삼단내려베기를 했다. 깔끔하게 공기를 가르고 나아간 검은 정면에서 내려갔다가 금방 좌베기와 우베기를 연속으로 실행하였다.


탄탄한 기초가 요구되는 행동을 아벨은 더할 나위 없이 명쾌하게 해냈다.


검을 휘둘렀다. 땀이 이마를 흠뻑 적실 때까지.


아벨은 레이슨과 하렐을 기다리며 단련이랍시고 우직하게 검을 휘둘렀다.


오래도록 말이다.


그러다가 아벨은 깨달았다.



“이 새끼들이 왜 안 오는 거지?”



아벨이 고개를 치켜올렸다. 선명한 햇빛이 그의 눈가를 덮는다.


해가 벌써 중천이었다.


그리고 만나기로 약속한 시각은 해가 뜨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서였고 말이다.


이상했다.


약속 시간이 한참을 넘긴 거 같은데··· 왜 안 오는 것일까.


어딘가를 마구잡이로 쏘다니느라 하렐은 늦는다고 치더라도 레이슨까지 함께 늦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이상한 일이었다.


아벨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놈들이 무슨 사고를 쳤다는 사실을.


그리고 아벨의 예감은 적중했다.


작가의말

다음화는 내일 11시에서 ~ 12시 사이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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