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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llita

악당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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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llita
작품등록일 :
2013.05.23 22:23
최근연재일 :
2013.11.12 23:57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9,654
추천수 :
478
글자수 :
51,694

작성
13.11.12 23:57
조회
309
추천
7
글자
7쪽

(016. 선택이라 해서 언제나 행운이 되는 법은 없는 걸까요

DUMMY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머리에 깜짝 놀란 피오니가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데르옌은 급하게 그 손을 잡아 채며 피오니를 막았고, 느릿하게 카운터를 넘어 나오는 사내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사내는 이제 카운터에 위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하품을 하고 있었다.


"이쪽, 여자가 쓸 채찍을 구하러 왔습니다. 원래 쓰던 것이 어느 종류인지는 모른다고 하더군요. 쓸만한 것이 있다면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좋은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사내는 수염이 텁수룩한 턱을 문지르며 입맛을 다셨다. 아무리 봐도 손님 없이 한적한 가게임이 분명한데, 피오니와 데르옌을 대하는 사내의 태도는 방해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런 외진 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집의 자제인 걸까. 데르옌은 무심결에 인상을 찌푸렸다.

피오니는 데르옌의 등 뒤에서 어깨를 움츠렸다. 사내가 카운터를 넘어와 어슬렁거리는 걸음걸이로 한쪽 벽으로 다가갔다. 실내가 어두워 자세히 분간할 수는 없었지만, 채찍과는 한참 머리가 먼 것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검, 도, 창, 철퇴, 그리고 그 외의 여러가지. 사내는 그 속에서 커다란 뱀의 비늘과 비슷한 것으로 만들어진 채찍을 하나 꺼내왔다.


"이거, 저쪽 히라냐 왕국 먼 앞바다에서 잡은 문추스로 만든 거야. 크기가 10미터가 넘었지. 문추스가 뭔진 알지? 뱀이랑 비슷한 건데 말이야."

"압니다. 몸뚱이는 뱀과 비슷하고, 머리는 악어와 비슷하며, 해파리의 촉수같이 독을 머금은 갈기를 가지고 있다고."


사내는 만족스러운 웃음소리를 흘렸다. 덥수룩한 털 때문에 표정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사내가 맨 바닥에 채찍을 휘두르자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데르옌의 뒤에 서 있던 피오니가 관심을 보이며 그 채찍을 받아들었다. 피오니의 손이 채찍을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매만졌다.


"이거... 정말, 좋은 거예요. 질기고, 튼튼하고, 비늘 자체에 마력이 은은하게 머금어져 있어서... 그 문추스, 아마 영물이었을 것 같은데..."


피오니가 불안한 표정으로 데르옌을 올려다 보았다. 데르옌도 피오니를 마주 내려다 보았다.


"왜 그럽니까? 맘에 드는 것 아닙니까?"

"맘에 들기는 한데요..."


피오니의 시선이 사내를 향했다. 피오니와 눈을 마주한 사내가 낄낄 웃으며 짝, 하고 박수를 치더니, 그 손을 마주 비비며 턱 끝으로 채찍을 가리켰다.


"이야, 아가씨, 예리하네. 맞아. 그거, 3골드나 하는 물건이거든.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팔릴 리가 있나? 돈이 없으면 한 번 휘둘러보기나 해. 까다로운 녀석이라 나 정도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아. 애초에 저급한 것들이나 쓰는 무기를, 저런 좋은 재료로 만들었으니... 터무니없는 값이 매겨지는 게 당연하지."


데르옌과 피오니의 옷은 좋은 편이 아니었고, 때문에 사내는 그들을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은 듯 했다. 자신의 무기점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내였다. 피오니는 그런 사내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손잡이를 쥐고, 저를 키웠던 마녀들에게 배운 그대로 바닥을 향해 휘둘렀다.

피오니가 휘두른 채찍은 사내가 휘두른 것보다 더욱 매끄럽고 유려하게 움직였으며, 소리도 더욱 작고 가벼웠다. 즉, 그 채찍은 사내의 손에서 보다 피오니의 손에서 더욱 제 역량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사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박수를 쳤다. 피오니의 뒤에 선 데르옌도 새삼스럽게 놀란 표정이었다. 피오니는 얼굴을 붉히며 채찍을 익숙하게 손에 감아들었다. 사내는 놀라움을 감추지 않으며 피오니의 손에 감긴 채찍을 응시했다.


"이야, 아가씨! 뭐야, 뭐였어 방금 그거? 아가씨 꽤 하잖아~! 알아볼 때부터 신기하다 싶긴 했지만."

"...그런가요?"


피오니의 손끝이 채찍을 문질렀다. 피오니의 손끝이 스칠 때마다, 검은색에 가까운 남색의 비늘에게 흐릿한 하늘색 스파크가 일었다. 사내가 그 전기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세상에, 설마, 진짜로 있을 줄이야."

"네...?"

"아니, 아니, 아냐. 아가씨, 그거 오늘 임자를 만난 것 같은데. 어차피 아가씨 아니면 팔지도 못할 것 같으니, 가볍게 50실버로 가자. 그 정도면 괜찮아?"


사내는 피오니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사내의 입에서 나온 갑자기 낮아진 금액에 피오니는 어리둥절했지만, 데르옌은 곧 은색 동전 다섯 개를 꺼내 내밀고 있었다. 3골드 짜리 무기의 가격이 단번에 훅 깎인 상황이다. 사지 않는다면 멍청한 것이라 생각한 데르옌은 주저하지 않았다.


"사도록 하죠."

"좋은 선택이야. 그거, 아가씨를 지켜줄 무기라고? 자체적으로 내장된 것도 꽤 있는 것 같으니까 한 번 스스로 알아봐. 나는 몰라도 아가씨는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피오니가 가볍게 볼을 붉히며 손에 쥔 채찍을 꼭 쥐었다. 비싼 것이라 걱정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다며 피오니의 어깨를 감싸안는 데르옌에게, 사내가 말을 걸었다.


"아- 그런데 말이지. 혹시 큰 길 가에 '풍성한 불꽃' 이라는 여관에서 묵고 있나?"

"...그렇긴 한데."

"으응, 거기, 바가지가 장난이 아니라서 말이야. 이 근처에서 제일 괜찮은 곳이긴 한데... 그렇다고 항의하지는 마! 그냥, 원래 여관 가격은 그 정도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거 뿐이야. 항의하면 가격 더 올린다고 하데."


사내의 손가락이 사내의 수염을 빙글빙글 돌려 꼬고 있었다. 피오니는 고맙다는 듯 고개를 숙였고, 데르옌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들이 문을 나설 때 뒤에 선 사내가 무언가를 중얼거렸지만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그들은 그들이 머무르는 여관이 있는 큰 길 가로 나올 수 있었다. 해는 어느새 중천에 떠 있었고, 점심식사를 하고 난 후에는 길을 떠나야 했다. 피오니와 데르옌은 말 없이 여관으로 돌아가는 길을 걸었다.


"...아, 저거 예쁘다."


길가의 노점상을 구경하던 피오니가 작은 감탄사를 냈다. 구리를 세심하게 세공해 날갯짓을 하는 나비가 달린 비녀였다. 데르옌은 피오니의 감탄사에 고개를 돌렸고, 피오니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비녀를 볼 수 있었다. 데르옌의 생각이 피오니의 긴 머리에 미쳤다. 언제까지도 풀고 다니는 것은 분명 피오니도 불편할 테다. 데르옌은 노점상 앞으로 걸어갔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이젠 매주 꼬박꼬박 연재할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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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6. 선택이라 해서 언제나 행운이 되는 법은 없는 걸까요 +2 13.11.12 310 7 7쪽
16 (015. 평범한 일상이란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아요 +2 13.10.02 512 19 7쪽
15 (014. 꿈꾸는 것은 죄가 아니라지요 +2 13.08.02 583 18 7쪽
14 (013. 평범한 곳에선 의외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4 13.07.20 475 22 7쪽
13 (012. 의도하지 않은 잘못은 용서받을 수 있나요 +4 13.07.12 494 25 7쪽
12 (011.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사람은 흔하지 않아요 +4 13.07.02 763 30 8쪽
11 (010. 그냥 주어지는 건 너무 믿으면 안된다는데 +2 13.06.25 578 62 7쪽
10 (009. 경고는 이유없이 나타나지 않지요 +2 13.06.21 1,225 48 7쪽
9 (008. 사람이 제일 믿을 게 못 되는 거 아닌가요 +2 13.06.15 442 30 7쪽
8 (007. 개구멍은 막지 않는 게 예의입니다 +4 13.06.10 566 9 7쪽
7 (006. 정말로 이름을 불러주면 살아나게 될까요 +2 13.06.05 423 17 7쪽
6 (005. 영웅은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예요 +2 13.06.03 432 26 8쪽
5 (004. 대가 없이 주어지는 것이 있긴 하던가요 +2 13.05.29 518 47 7쪽
4 (003. 원래 그렇게 태어나면 끝까지 그렇다고들 하던데 +2 13.05.28 467 28 7쪽
3 (002. 부모 잃은 계집애는 개만도 못하다데요 +2 13.05.25 513 11 7쪽
2 (001. 어디서부터 써야할까요 +2 13.05.23 559 35 7쪽
1 (000. 시작합니다 +8 13.05.23 795 4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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