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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llita

악당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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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llita
작품등록일 :
2013.05.23 22:23
최근연재일 :
2013.11.12 23:57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9,656
추천수 :
478
글자수 :
51,694

작성
13.06.03 18:47
조회
432
추천
26
글자
8쪽

(005. 영웅은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예요

DUMMY

칼라디아 룩셀러는 그녀보다 8년 일찍 태어났다. 그녀가 아버지에게 잡혀 산을 오르고 있을 때, 그는 따뜻한 난로 앞에서 그의 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아 아버지가 들려주는 온갖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꿈을 키웠다. 그에게 세상은 즐거운 놀이터였다.


햇볕이 화창하고 꽃들이 활짝 핀 어느 봄 날, 제국의 창건 이래 대대로 제국의 버팀목이 되어 온 기사들의 가문, 룩셀러에는 남자아이가 하나 태어났다. 원래 손이 귀하던 집안이기도 했거니와, 오랜 시도 끝에 태어난 아이이기에 훨씬 더 귀하고 훨씬 더 소중했다. 모두는 그를 사랑했고, 그도 모두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가 받은, 받는 사랑에 비해 그가 주는 사랑이란 것은 너무나도 초라하고 수줍은 것이었다. 어린시절의 그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 밑에서 검술 교습을 받고, 기사로서의 덕목을 배우고, 영주로서의 책임을 배웠다. 그는 열여덟 살 되는 해 기사가 되었다. 기사로서 황제를 위해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애송이 기사가 해봤자 얼마나 하겠느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을테지만, 어쨌건 그는 최선을 다했다.

그가 받은 교육은 일반적인 귀족 가문의 자제가 받을 수준이 아니었다. 그는 온갖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고, 한꺼번에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법을 배웠다. 공간감이 뛰어나 지형지물을 적절히 이용하는 방법을 쉽게 습득했다. 그는 뛰어났고, 그 모든 것을 흡수할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그는 수재였으나 천재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두루 습득한 수재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법. 그는 충분히 그의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에게 있어 아버지는 하늘이었고, 땅이었으며, 그의 하나뿐인 정신적 지주였다.

그는 아버지의 말이라면 절대적으로 따랐다. 그에게 있어 아버지에게 거역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언제나 옳고, 언제나 합리적이다. 불합리한 처벌과 명령은 결코 내려오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맹목적으로 제 아버지를 믿었다.

마침내 그도 스무 살이 되었다. 그는 제 아버지를 쫓아 황궁기사단에 들어갔다. 대부분 아버지의 동료들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사이였기 때문에 텃세라던지 그런 것은 없었다. 깔보이거나 하는 것도 없었다. 어쨌거나 그들 모두에게 아들같은 존재였다.

그가 스물한 살이 되던 해에, 마녀 즈카미니르가 나타났다. 소문은 흉흉했다. 그녀와 같은 악당이 지금껏 나타난 적이 없다며 사람들은 수근거렸다. 황궁기사단은 황제의 명을 받들어 마녀의 흔적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되었다. 그러나 발견된 것은 없었다.

그 다음 해. 황궁기사단은 다시금 파견되었다. 무리 중에 제일 어리고 제일 늦게 들어온 그는 선배 기사들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 근처의 마을로 홀로 떠났다. 그는 그가 없는 새에 마녀의 흔적을 발견했을까 두려워 급히 말을 몰았다. 그러나 그가 돌아왔을 때 목격한 것은 폐허 뿐이었다. 마녀의 마법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였다. 다시 황성으로 돌아온 그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가 스물세 살이 되던 해가 끝나갈 무렵, 그는 직접 마녀를 목격했다. 지난번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해 그는 모두가 죽은 장소를 다시 찾았다. 그 폐허에서 밤을 보내고 싶지 않아 근처의 산의 숲에 은신처를 마련하고 몸을 숨겨 잠을 청했다.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와중에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그가 숨은 덤불 밖을 살폈다. 체구가 작은 한 여자가 이제 막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는 로브의 문양을 기억했다.

바로 다음 날이 되어 그는 스물네 살이 되었다. 그는 곧장 황성으로 돌아와 황궁 도서관에 들어가 온갖 고서들을 뒤졌다. 그것에 그는 꼬박 일 년을 소비했다. 웬만한 학자들도 소화해내지 못하는 방대한 양의 자료를 빠짐없이 탐독했다. 마침내 그는 로브의 문양에 대한 자료를 찾아냈다. 그것은 그의 집념의 결과였다.

결국 스물다섯 살이 되는 해, 그러니까 올해에, 그는 마녀를 잡을 수 있었다. 그는 마녀를 잡을 당시의 상황을 내게 상세하게 말해주었다.


「자료를 뒤지고 짜집기 해서 찾아낸 그들의 본거지는 커다란 동굴이었어. 그 안쪽에 굴을 파고 생활공간을 만들어 버텼던 거지. 신기하게도 햇빛이 비쳐드는 장소까지 있더군. 우리가 들어올 입구에 무엇을 설치해두기라도 한 건지, 들어가는 내도록 볼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여자들의 잔해뿐이었다. 하나같이 내가 기억하는 그 문양이 새겨진 검은 로브를 입고 있었어. 흰 실로 새겨진 로브의 문양이 피로 물든 것이 꽤나 불쾌했었네. 빠른 속도로 달려 여러 방으로 나뉘어지는 문이 있는 큰 홀에 도착했는데, 머리가 하얗게 센 여자가 체구가 작은 검은 머리 여자의 목에 단도를 들이대고 있더군. '다 죽었습니다! 다 죽었어요! 이제 당신을 죽이고 나만 죽으면 끝나는 겁니다. 내가 당신을 과대평가했던 것 같군요! 빌어먹을, 당신은 우리 자매들이 결코 소중하지 않았던 거예요!' 그리고 팔을 치켜들었지. 난 내 칼을 던졌네. 내 칼을 팔에 맞은 여자는 비틀거렸고, 난 그 새에 달려가 늙은 여자의 목을 끊어버렸어. 무감각한 검은 눈동자가 그런 날 보고 있더군. 그녀가 두 팔을 내밀며 말했어.


'내가, 마녀 즈카미니르예요. 날 잡아가려고 오신 거죠...?'


금방이라도 꺼질 듯 얇고 가냘픈 목소리였어. 황궁기사단에 새로 들어온 신참 기사들 중에 몇이 칼을 도로 집어넣는 걸 봤네. 그녀는 그 상태로 몇 번 눈을 깜빡이더니, 그대로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었다네. 피가 흥건한 그 바닥에 말이야. 나도 모르게 그녀를 부축할 뻔 했지. 피 냄새가 지독하니 정신이 들더군. 밧줄을 가져오게 해 그녀를 묶고, 근처의 나무들을 잘라 급하게 죄인 호송용 마차를 만들었지. 짐승을 잡아 그 가죽을 바닥에 깐다, 벽을 막아 돌을 맞지 않게 한다, 신참들이 부산을 떨었어. 그만큼 그녀는 아름다웠네. 그래서 난 후회하지 않아. 후회하지도 않을 거고.」



그 후의 이야기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지독한 집념으로 그 잔당을 소탕해 낸 나이트, 칼라디아 룩셀러는 영웅이 되었다. 그에 의해 세계의 평화가 지켜졌다며 모두들 소리 높여 그를 칭송했다. 심지어 제국이 아닌 다른 왕국에서들까지도 그의 뒷모습을 열망하는 젊은이들이 생겨났다. 그 와중에 나이트 룩셀러는 원로원에게 마녀를 만나기를 요청했고, 길고 긴 대화를 마친 그들은 둘이 함께 모습을 감췄다.

나는 그 후의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 오로지 그 전까지의 그들의 이야기를 쓸 뿐이다. 내가 부탁받은 몫은 이미 끝났다. 내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죽기 전에 그들을 만나 그들이 지금껏 겪은 것들을 듣는 것이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편안한 기분으로 눈을 감을 수 있을 텐데. 지금은 펜을 거두지만 이 펜을 다시 들게 될 날이 오길 바란다.


작가의말

주말엔 글을 못 올립니다.

모의고사 얼마 안 남았네요. 그 날 글이 올라올수나 있을런지?

룩셀러 분량은 정말 재미 없습니다. 그냥 이런 놈이다~ 정도로 봐주세요. 전 이 다음에 시작하는 얘기가 더 좋더라고요.

이제는 간단하게 서술하는 식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훨씬 더 긴 호흡으로 훨씬 더 널널하게 나갈 방침입니다. 어떻게 쓰일 지는 모르겠지만 즐겁게 읽어주신다면 고맙겠네요.

사실 본인은 전혀 진지하지 않은 사람인데 왜 항상 글은 즐겁게 나오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이유를 아시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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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6. 선택이라 해서 언제나 행운이 되는 법은 없는 걸까요 +2 13.11.12 310 7 7쪽
16 (015. 평범한 일상이란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아요 +2 13.10.02 513 19 7쪽
15 (014. 꿈꾸는 것은 죄가 아니라지요 +2 13.08.02 583 18 7쪽
14 (013. 평범한 곳에선 의외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4 13.07.20 475 22 7쪽
13 (012. 의도하지 않은 잘못은 용서받을 수 있나요 +4 13.07.12 494 25 7쪽
12 (011.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사람은 흔하지 않아요 +4 13.07.02 763 30 8쪽
11 (010. 그냥 주어지는 건 너무 믿으면 안된다는데 +2 13.06.25 578 62 7쪽
10 (009. 경고는 이유없이 나타나지 않지요 +2 13.06.21 1,225 48 7쪽
9 (008. 사람이 제일 믿을 게 못 되는 거 아닌가요 +2 13.06.15 442 30 7쪽
8 (007. 개구멍은 막지 않는 게 예의입니다 +4 13.06.10 566 9 7쪽
7 (006. 정말로 이름을 불러주면 살아나게 될까요 +2 13.06.05 423 17 7쪽
» (005. 영웅은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예요 +2 13.06.03 433 26 8쪽
5 (004. 대가 없이 주어지는 것이 있긴 하던가요 +2 13.05.29 518 47 7쪽
4 (003. 원래 그렇게 태어나면 끝까지 그렇다고들 하던데 +2 13.05.28 467 28 7쪽
3 (002. 부모 잃은 계집애는 개만도 못하다데요 +2 13.05.25 513 11 7쪽
2 (001. 어디서부터 써야할까요 +2 13.05.23 559 35 7쪽
1 (000. 시작합니다 +8 13.05.23 795 4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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