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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llita

악당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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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llita
작품등록일 :
2013.05.23 22:23
최근연재일 :
2013.11.12 23:57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9,680
추천수 :
478
글자수 :
51,694

작성
13.05.23 23:25
조회
561
추천
35
글자
7쪽

(001. 어디서부터 써야할까요

DUMMY

그럼 그의 뜻을 받들어 그와 그녀에게서 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그것이 과연 어떤 이야기가 될 지, 나는 모른다. 그저 들은 그대로 적어내려가기만 할 뿐. 한낱 하급 관리에 불과한 내가 무엇을 더 설명할 수 있으랴.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마녀 즈카미니르의 이야기다. 그녀는 머리가 비상하리만치 좋다. 지금부터 흘러나올 모든 이야기는 그녀가 기억하는 모든 것이다.



폭풍우의 한가운데,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던 어느 불길한 날, 그녀는 말 그대로 세상에 '내던져졌다'.


"빌어먹을, 개같은 년!"

"이리, 이리 줘요, 제발! 여보! 그 애도 당신 애잖아요, 당신 자식이라구요!"

"계집년이 셋이야, 셋! 지랄, 앙셰까지는 봐준다 쳐, 계집을 셋이나 연달아 낳는 네년 몸뚱이는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고깃덩어리야!"


그녀의 위로는 언니가 둘 있었다. 햇볕 가득한 봄날, 아버지와 어머니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나 사랑만을 받아온 첫째 리셰트. 눈이 오던 한겨울, 오랜 산고 끝에 태어나 아버지의 눈치를 봐 오며 영악하게 자라버린 둘째 앙셰. 젊지 않은 나이에 결혼한 그들은 이미 늙어버려 더 이상 아이를 낳는다면 위험해질 수도 있었건만, 비정상적으로 아들에 집착하는 그녀의 아버지는 부인을 설득해 다시 한 번 아이를 갖기로 한 것이다.

그녀를 밴 어머니는 임신 기간 동안 줄곧 고기를 찾았다. 한밤중에도 그녀의 힘찬 발길질에 벌떡벌떡 일어나곤 했다. 모두가 훌륭한 사내아이가 태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고, 아버지는 매일같이 어머니의 배를 어루만지며 그녀에게 달콤하게 속삭였다.


그러나, 그녀는 딸로 태어났다.


머리가 보일 때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어머니의 수발을 들었다. 애를 쓴 끝에 머리가 빠져나오고, 머리에 비해 비좁은 어깨와 몸은 손쉽게 미끄러져나왔다. 아버지는 탯줄을 자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잔뜩 벌건 아기의 아랫도리를 확인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녀의 성별을 확인하고 잠시간 굳어있던 아버지는 그녀의 발목을 잡아 들어올리곤 방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기를 낳을 때의 고통으로 혼미해져있던 어머니는 가까스로 침대에서 떨어진 후 바닥을 기어 아버지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앙셰는 아버지의 표정이 굳었을 때 이미 리셰트를 데리고 아버지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도망가 숨어있었다.

어머니에게 필요한 것을 바로바로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방문을 열자 찬바람이 곧장 들이닥쳤다. 아버지에게 발목을 붙잡힌 채 거꾸로 매달려 흔들리던 그녀는 입안 가득한 오물과 함께 가느다란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그 소리는 아버지의 성질을 더욱 돋궜다.


"이 썩을 년, 한 게 뭐라고!"

"애가 무슨 죄예요, 애가!"

"입 닥쳐, 망할 년아! 니년은 무슨 말을 할 자격도 없어!"


자신을 극구 말리는 부인을 제친 채 아버지는 그녀를 들고 뒷산으로 올라갔다. 세찬 바람에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이 뚝뚝 부러져 날리고 작은 돌멩이들마저 가볍게 떴다 내려앉는 극히 위험한 날씨였지만, 아버지는 그런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꽤나 능수능란한 사냥꾼이었던 아버지는 인적이 드문 공터를 찾아냈다. 공터라기엔 참으로 초라한 구덩이였다. 손에 쥔 그녀를 보며 잠시 갈등하던 아버지는 웃옷을 벗어 그녀를 대충 휘휘 감은 채로 구덩이에 넣었다. 나무가 빽빽해 바람도, 비도 막아주는 장소였지만 그녀가 얼마나 살 수 있을지는 아버지 자신도 장담할 수 없었다. 망설이는 듯 그녀를 바라보던 아버지는 곧 사라져버렸다.


「참담했죠.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 저 사람은 분명 내게 따뜻한 목소리로 속삭여줬던 그 사람인데, 왜 날 저런 눈으로 보지? 왜 알 수 없는 말로 무섭게 소리를 지르지? 나중에야, 아버지가 내게 속삭여준 말이 아닌 다른 말을 배운 나중에야 이해했어요. 그 날 아버지가 했던 그 말들의 의미를.」


추위에 떨면서 그녀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그러나 이제 막 태어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갓난아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날씨는 한창 안 좋은 참이고, 앞으로도 한참은 이 상태가 지속될 것 같았다. 이런 날씨에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외진 곳에 올 사람도 없을 터였다.

그래도 그녀는 안간힘을 다해 끙끙거렸다. 입을 벌려 드문드문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먹었다. 그 와중에 기도가 막혀 죽을 뻔 하기도 하고 아득하게 들려오는 들짐승 소리에 아무 것도 모르는 채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간신히 깨어보니 세상이 온통 뿌연 눈으로도 살갑게 비쳐오는 햇볕을 느낄 수가 있었다.

구덩이 위를 온통 빽빽히 가린 나무들 때문에 세상이 얼마나 환한 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빛은 그녀가 태어난 후 처음 마주한 햇살이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것을 쥐어보려 하다 그것이 잡히지 않을 종류의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내 손을 걷었다. 근처에서는 풀벌레들이 바스락대는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물방울이 몇 번 떨어졌다. 작은 짐승도 몇 마리 지나갔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으면 먹힐 것이라는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애써 팔다리를 바르작댔다. 그리고 드디어, 사람이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뜨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입을 열어 목청껏 울었다. 그 어떤 종이 되었든지간에 '새끼'라는 것은 종을 이어나갈 유일한 수단이기에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는 그 어떤 소리보다 사람의 귀에 똑바로 내리꽂힌다. 그녀의 울음소리를 들은 사내는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하게 교육받고 자란 사람답게 곧장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아나섰다.

수풀을 몇 번 헤치는 소리가 들린 끝에 발견된 그녀. 사내는 그녀를 안아들었다.


"어떤 미친 ㅅ... 아니지. 애가 듣는데. 아가야, 도대체 누가 널 버렸대?"


아이를 안아볼 일이 없었는지 그녀를 안는 폼은 어색했지만, 사내는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보듬어줬다. 제 식사거리로 싸 온 도시락 중 우유를 꺼내 그녀의 입에 흘려넣어주기까지 했다. 그녀는 곧 배가 불렀고, 사내의 품에서 안심하고 잠이 들었다.


그것이 그녀가 처음 받은 '따스함' 이자 온기였고, 그녀는 지금껏 단 한순간도 그것을 되새기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서 그만. 시간이 날 때마다 쓰겠습니다.

즉흥적으로 전자사전에 갈긴 토막글에서 튀어나온 글입니다.

서술자는 들은 얘기를 그대로 옮긴 것 뿐입니다.

얼마나 길어질지, 얼마나 짧아질지, 얼마나 암울해질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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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1.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사람은 흔하지 않아요 +4 13.07.02 765 30 8쪽
11 (010. 그냥 주어지는 건 너무 믿으면 안된다는데 +2 13.06.25 581 62 7쪽
10 (009. 경고는 이유없이 나타나지 않지요 +2 13.06.21 1,225 48 7쪽
9 (008. 사람이 제일 믿을 게 못 되는 거 아닌가요 +2 13.06.15 443 30 7쪽
8 (007. 개구멍은 막지 않는 게 예의입니다 +4 13.06.10 568 9 7쪽
7 (006. 정말로 이름을 불러주면 살아나게 될까요 +2 13.06.05 424 17 7쪽
6 (005. 영웅은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예요 +2 13.06.03 434 26 8쪽
5 (004. 대가 없이 주어지는 것이 있긴 하던가요 +2 13.05.29 520 47 7쪽
4 (003. 원래 그렇게 태어나면 끝까지 그렇다고들 하던데 +2 13.05.28 468 28 7쪽
3 (002. 부모 잃은 계집애는 개만도 못하다데요 +2 13.05.25 515 11 7쪽
» (001. 어디서부터 써야할까요 +2 13.05.23 562 35 7쪽
1 (000. 시작합니다 +8 13.05.23 797 4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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