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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픽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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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3.03.29 02:33
최근연재일 :
2013.06.20 11:12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89,254
추천수 :
1,547
글자수 :
14,890

작성
13.04.10 09:07
조회
16,559
추천
80
글자
7쪽

1. 꽁치 대가리

DUMMY

다음 날, 플레지어 클럽에 출근한 혜성은 인사 담당 상무에게 욕을 배 터지게 얻어먹고 밀린 월급도 받지 못한 채 해고되었다.

쓸쓸히 길을 걷던 혜성의 앞을 가로막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하나는 깍두기 머리고 하나는 머리를 빡빡 민 빡빡이. 둘 다 황소만 한 덩치다.

깍두기 머리가 징그러운 미소를 걸고 말했다.

“아그야, 네가 이가 성에 혜 자, 성 자 쓰는 씨벌 새끼냐?”

혜성은 물러나며 퇴로를 살폈지만 이미 뒤에도 험악한 인상의 두 사내가 서 있었다.

“그렇습니다만······.”

깍두기가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나직이 속삭였다.

“너를 보자는 분이 계신 데 쪼까 따라가야 쓰것다. 배때지 바람구멍 나기 전에 고이 따라와라잉.”

그러면서 슬쩍 안주머니에 꽂혀 있는 회칼을 보여 주는 그.

여기서 판을 벌여야 할지, 순순히 따라가 배후가 누군지 확인해 봐야 할지 갈등이었다.

혜성은 일단 하자는 대로 해 주기로 했다.

어느새 다가온 일당이 양팔을 낚아채고 혜성은 번호판이 가려진 승합차 안으로 끌려가 검은 안대로 눈이 가려졌다.

빡빡이가 도끼눈을 뜨고 코너에 있는 편의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런 씨벌 년 보소. 형님, 편의점 아그가 사진을 박은 거 같은디요? 저년도 달고 가야지라?”

깍두기가 눈을 흘기며 쏘아붙였다.

“썩을 놈아, 저그 CCTV 겁나게 돌아가는 거 안보이냐? 판때기는 가렸응께 일단 딜리버리부터 하고 찬찬히 거시기하자. 출발 혀라!”

차가 달리고 혜성은 이들의 배후가 누군지 생각해 봤다.

치정에 얽힌 것일 수도 있고 꽁치 대가리의 청부일 수도 있었다.


@


그렇게 달려 도착한 곳은 하남 변두리의 어느 지하 창고.

덩치들은 입구를 막고 깍두기가 혜성의 안대를 벗기고 구석으로 끌고 가며 속삭였다.

“아그야, 우리 형님 곤조가 쪼까 지랄맞응께 괜히 앵기지 말고 허벌나게 빌어라잉. 그래야 살아서 나강께. 병신이 돼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제. 안 그러냐?”

“예.”

혜성은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죽었으면 죽었지 불구로 살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잠시 후 창고 문이 열리며 하키 스틱을 든 사람이 계단을 내려왔다.

바로 꽁치 대가리였다.

꽁치 대가리가 혜성을 보고 빙그레 웃고는 덩치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수고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 왔겠지?”

깍두기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거시기 쪼까 껄쩍지건 헌 기···. 달고 올 때 번호판을 가리긴 했는디요, 편의점 아그가 휴대폰으로 찍었을 수도 있어서······. 꼭 담그시겠다면 지가 나중에 거시기 하것습니다.”

꽁치 대가리가 오만상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병신 새끼!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 오랬더니 길 한복판에서 잡아온 모양이구나. 어째 하는 일이 그 모양이냐? 목격자가 있는데 어떻게 담가?”

덩치들은 허리를 직각으로 굽혔다.

“죄송합니다, 형님.”

혜성은 꽁치 대가리를 바라봤다.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그가 조폭 두목이었나?

낭만 주먹의 시대가 가고 피 튀기던 회칼의 시대도 끝났다. 이젠 돈이 많아야 조폭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 시절이니 괴이한 일은 아니다.

꽁치 대가리가 하키 스틱을 어깨에 걸치고 히죽 웃더니 오만 원권 한 다발을 꺼내 혜성의 얼굴에 뿌렸다.

“개새끼, 각오는 했지? 뼈까지 갈아 개 사료로 주려 했는데 너 오늘 운수 대통했다. 옜다. 맷값이다. 딱 백 대만 맞아라.”

그러고는 이를 악물고 머리를 겨냥해 하키 스틱을 휘둘러오는 꽁치 대가리.

등이라면 몰라도 머리라면 절대로 맞을 수 없다.

혜성은 반사적으로 피하며 바짝 파고들어 주먹을 뻗었다.

퍽!

주먹은 꽁치 대가리의 명치에 박히고 그는 눈알이 뒤집어지며 썩은 짚단처럼 허물어졌다.

명치란 남부럽지 않은 맷집을 지녔다 해도 맞으면 한방에 가는 급소.

허약해도 너무 허약한 꽁치 대가리에게는 과분한 대접이긴 했다.

“이 새끼야!”

빡빡이가 몸을 던지며 손에 든 쇠파이프를 휘두르려 했지만, 이미 혜성의 발이 그의 사타구니에 박힌 뒤였다.

“크아아악!”

그가 아랫도리를 붙잡고 미친 듯이 나뒹굴었다.

혜성은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하키 스틱을 집어 들고 꽁치 대가리와 빡빡이를 교대로 걷어찼다.

이제 남은 건 셋.

둘은 뒷걸음질해서 바닥에 뒹구는 각목을 들고 깍두기가 품에 간직한 회칼을 꺼내며 소리쳤다.

“이 썅노무 새끼가 뒈질라고 환장했꼬마. 아그야, 존말할 때 그 작대기 못 내려 놓컷냐?”

“응, 못 내려놓겠는데.”

혜성은 스틱을 어깨에 걸친 채 눈도 깜짝하지 않고 천천히 다가갔다.

“이 새끼가 시방 해보자는 기여?”

깍두기가 얼굴을 붉히며 칼을 마구 휘저었다.

그렇지만 엉덩이는 뒤로 뺀 채 뒷걸음질하는 방어적 몸짓에 불과했다.

혜성은 발을 내디디며 회칼을 든 그의 손목을 향해 스틱을 내려쳤다.

빡!

뼈 부르지는 맑은 음과 함께 칼이 떨어지고 깍두기의 손목이 덜렁거렸다.

혜성은 바짝 파고들며 호구를 벌려 그의 목을 쳐올렸다.

“캐액!”

헛구역질하며 깍두기가 나자빠지는 순간, 하나가 각목을 휘둘러왔다.

휘잉!

바람을 가르며 혜성의 스틱이 힘차게 돌았다. 회전력에 체중까지 실린 풀 스윙.

따악!

하키 스틱과 각목이 맞부딪쳤다.

“음마!”

그는 각목을 놓치고 화들짝 놀라 달아나려 했지만, 혜성은 보고만 있지 않았다.

퍼벅, 퍽, 퍽.

스틱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타작하듯 두들기고 그는 연신 비명을 내지르다 게거품을 뿜으며 나자빠졌다.

혜성은 목을 맞아 캑캑대며 덜렁대는 손목으로 바닥을 기고 있는 깍두기에게도 덤으로 매운 스틱 맛을 보여줬다.

이제 구석에서 떨고 있는 하나가 남았다.

덩치는 가장 크지만, 겁을 먹어 잔뜩 움츠려 있고 각목을 든 손이 사시나무 흔들리듯 떨렸다.

혜성은 담담한 눈빛에 희미한 미소를 걸고 다가가고 그는 주춤주춤 물러나다가 배관에 걸려 볼썽사납게 나자빠졌다.

혜성은 그의 등이며 엉덩이, 허벅지를 골라 시원하게 타작했다.


그러고는 바닥에 나뒹구는 회칼을 멀리 차버리고 죽은 듯 쓰러져 있는 꽁치 대가리를 일으켰다.

“이 새끼야, 내가 맷값 오백 줄 게 다섯 대만 더 많을래?”

꽁치 대가리는 독기를 보이며 빈정거렸다.

“네깟 놈이 오백이 있기나 하냐? 그 돈이 있으면 맞지. 어서 꺼내봐.”

“하아! 이 새끼 봐라!”

혜성은 잔잔한 미소를 그리며 주머니를 뒤져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꺼내 똑 떨어트렸다.

땡그랑.

꽁치 대가리의 안면이 와락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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