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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 님의 서재입니다.

기괴사신(奇怪邪神)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rorkon
작품등록일 :
2021.03.25 12:51
최근연재일 :
2022.01.03 02: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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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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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5.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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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2쪽

사사천으로 돌아오다

DUMMY

본래라면 누군갈 배었을 검이 이번에는 땅을 파는 도구가 되고 있었다. 이미 많은 땅을 판 듯 검끝이 흙과 돌에 의해 무뎌지고 있었다.


하지만 땅을 파는 자는 그런 것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계속해서 파고 있었다.


“다 되었습니다. 그 분이 마지막이십니다.”


땅을 판 자는 이내 몸을 일으켜 그 속에 한명의 늙은 중을 소중하게 넣었다.


그의 이름은 무원 그는 지난 밤, 혼돈(混沌)이라 불리는 괴물을 상대로 분전한 소림의 장문제자였다.


‘사숙.....’


그의 손으로 묻은 이의 이름은 원각, 소림의 사대금강이자 제자들과 함께 혼돈의 정면에서 맞섰던 사람이었다.


현재 그는 죽은 모든 이들을 위한 무덤을 파고 마지막 무덤을 파고선 그의 사숙을 묻어주고 있었다.


“나무아비타불....”


무원의 고개가 깊숙이 숙여졌다. 그의 등과 몸에선 아직도 상처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염불을 외우며 죽은 사숙과 사형제들을 위해 기도를 하는 그 장면은 너무나도 엄숙해보였다.


그의 옆으론 살아남은 사형제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지난밤의 고투(苦鬪)의 흔적을 지우지 못한 채 함께하며 한 방울씩 눈물을 흘렸다.


모두가 죽은 이들을 위하여 합장을 하고 염불을 외우고 있었다. 경건한 모습과 함께 이곳 저곳에서 누군가 눈물을 훔치는 모습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모두의 머릿속에서 추모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 죄는 이생(利生)을 해서도 지워지지 않을 일, 언젠간 내 죄를 받겠습니다..’


누군가의 머릿속으로 지난 날 자신의 죄악이 흘러갔다. 그러나 죽은 이들을 기리는 어두운 분위기 속 다른 이의 어둠을 본 사람은 없었다.


그는 그렇게 느꼈다.


무원의 염불이 끝나고 모든 이들의 합장이 풀렸다. 그렇게 죽은 이들을 묻고 누군가의 죄악 또한 묻힌 채로 모두들 산서의 경계를 넘었다.


***


산서를 넘어 사도 제일 문파인 패왕성의 문 앞으로 일단의 무리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반절의 현무대와 세명의 소림승 그리고 적양대로 이루어진 낙양에서 온 이들이었다.


본래 말을 타고 다함께 이동을 하였던 그들이지만 이미 수일간 이어진 전투에서 말들이 전부 죽었고, 살아있던 말들조차 마지막 괴물들과 싸움의 여파로 죽었기 때문에 그들은 전부 걸어서 올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던 거지?!”


먼 곳에서 그들이 오는 것을 확인하던 귀갑대주가 그들의 몰골을 보고 당황한 듯 소리쳤다.


“수가 반절은 없군. 습격을 받은 것이 확실해. 이봐 거기 누구나 당장 내성의 총관부에 소식을 알려라!”


그는 확연히 적은 인원수에 당황하며 내성을 향하여 급히 소식을 전달하였다. 그 소식은 낙양에서 온 이들이 패왕성의 입구에 도달하기도 전에 집무실에 있는 대총관 표성학의 손에 전달되었다.


‘수가 반절은 없고 습격을 당한 듯 했다? 무영이 있는데 반절이나 죽었다니. 무슨 일이 있던 것이지.’


대총관 표성학은 무영의 진실 된 정체를 아는 사람이었다. 천주인 패황(覇皇) 적천호에게 적양대를 개설할 것을 건의한 것도 바로 그였다.


‘일단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군.’


“모두들 채비해라. 손님들이 오시는데 내 직접 나가봐야겠다.”


“네, 준비를 하겠습니다.”


대총관이 말하자 밖에서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대총관 표성학은 사실상 사사천(四邪天)에서 이인자 혹은 삼인자 쯤으로 손꼽히는 권력자, 실무만 따지면 확실하게 이인자라고 해야 했다.


아무리 적진에서 오는 자가 맹주의 딸인 공녀라도 대총관 그가 직접 나서는 것은 과례(過禮)였다.


하지만 표성학에게 그런 생각은 딱히 없었다.


그 자신이 적천호의 실무 대부분을 맡기도 하였고 게다가 그가 지금 걱정하는 것은 무영이 일부러 다른 이들을 죽이면서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 때문이었다.


‘설마 무영이 이놈 일부러 다른 이들을 죽인 것은 아니겠지?’


무영은 확실하게 임무를 해결하는 사람이었지만 그 안속에서 벌이는 괴이한 일들은 일반적인 측면에서 생각했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막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놈 때문에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네. 아휴, 천주 젊은 시절을 그대로 보는 거 같아’


천주가 행하는 일은 반드시 더 큰 사고를 몰고 왔다.


무영 역시 그 와 비슷하게 사고를 몰고 다니는 인물, 닮은 두 사람을 생각한 늙은 대총관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패왕성의 입구를 향하여 걸어갔다.


패왕성의 입구에 도착한 이들은 곧바로 내성의 입구까지 직행할 수 있었다.


그들의 신원과 무기를 확인하고, 잠깐 조사를 해야 하는 절차가 있었지만, 무영이 다짜고짜 밀고선 외성의 문을 열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이 문 열어! 나 알잖아! 빨리 내성에 전할 거 있다니깐?! 바쁘다고오오오오”


도착하자부터 한바탕 난리를 치시더니, 잠깐을 못 참고 그대로 외성의 커다란 문을 직접 열어버렸다.


“저리가라. 내가 직접 따고 들어가마.”


무영이 문을 따고 들어가면서 모두를 이끌고 내성으로 향하였다. 그를 제지하지 못한 귀갑대주가 뒷목을 잡고 쓰러졌으나 무영에겐 그런 것은 신경조차 쓸 것이 못됐다.


‘저런 식으로 가도 되는 거야?’


그를 뒤따라가는 이들의 머릿속에 공통된 의문이 새겨졌다. 그것은 적양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주가 막 나가는 건 알았지만 적대세력인원들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도 없이 외성을 통과시키다니.....


특히 그 모습을 본 언호철은 골치가 아픈 듯 이마에 손을 얹고 표정을 구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대주를 제지하지는 못하였다.


정확히는 제지하려고 나섰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밀려나기만 하였다.


“대주! 내성입구에선 제발 멈추셔야합니다!”


언호철이 앞서가는 무영의 등 뒤로 소리쳤다. 하지만 무영은 뒤로 손을 한번 흔들 뿐 다른 대답이 없었다. 그 때문에 언호철의 불안감을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내성의 입구에서 현실이 되었다. 사사천에서 마주치면 절대 안 될 두 번째 인물과 조우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첫 번째 인물은 무영이었다.


실무에서만큼은 천주에게도 대들어버리며 그 어떤 잘못도 쉽게 용납하지 않는 대총관이 내성의 입구앞에 그를 보좌하는 이들과 함께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안 돼 대총관께서 이걸 직접보시면!?’


앞서가는 무영과 대총관의 눈이 마주쳤다. 대총관은 진중한 목소리로 무영과 그를 따라오는 이들을 향하여 외쳤다.


“어서오시오. 무림맹의 손님들이여. 나는 그대들을 맞이하러 나온 사사천의 대총관직을 맡고 있는 표성학이라고 하오.”


사실상 손님에게 하기엔 그들을 낮게보는 평대에 가까운 말이었으나 그것을 말한 이가 대총관이라고 하자 현무대와 소림승 그리고 증좌로 따라온 제갈아연의 표정에서 놀라움이 생겼다.


‘사사천의 최 중요 인물이 직접 나왔다고?’


이런 막무가내 동맹에 직접 나서서 그들을 맞이할 사람의 수준은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잘하면 패왕성주(霸王城主)의 혈족이거나 혹은 패왕성의 십이무객(十二武客) 정도,


혁련연화가 공녀라고 한들 그녀는 실질적인 권력이나 능력이 전무한 말 그대로 인질, 딱히 사사천에서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는 이들이었다.


패왕성주의 혈족이나 십이무객이 나올 수 있다 예상한 것도 현무대와 소림승들에게 격을 맞춰주는 것이었다.


‘대총관이 직접 나오다니. 이건 그의 격에 맞지 않는 일이야. 저 행동 속에 무슨 의도가 있는 거지?’


대총관이 직접 나선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방향이었다.


대총관이 직접 나서서 맞이할 정도의 인물이라면 무림맹에선 원로원주인 도왕(刀王)이 직접 행차해야만 서로의 격이 맞는 일,


겨우 이정도 일에 그가 나섰다는 것이 제갈아연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대총관이 직접 행차한 이유는 다른 계획이나 의도 한 점 없이 그녀의 앞에서 있는 괴인(怪人), 적양대주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대총관 표성학은 그의 앞에 서 있는 무영을 보면서 오랜만에 머리가 멈춘다는 감각을 느낄 뻔 했다.


‘이 미친놈이 그새 여기까지 올라와?!’


표성학 그 역시 보고를 받고 내성입구로 쉬지 않고 곧바로 행차했는데 무영은 그 사이에 외성을 돌파하고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평소 제 할 일을 꼼꼼히 하는 귀갑대주가 저들을 이렇게 빠른 시간에 보내줬을 리 없으니, 무영 저놈이 그냥 밀고 들어온 것이 확실했다.


이런 사람을 겪어본 경험이 많은 대총관은 금세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했다.


‘나중에 보자 이놈. 아니지 어차피 천주가 일 시킬게 많다고 했으니 확실하게 굴리라고 천주께 엄포를 놔야겠어.’


무영은 한참을 밀고 들어오다 만난 표성학의 표정을 깊숙한 곳에 있는 짜증을 보게 되었다.


‘아 저 표정 저거 노인네 화났네. 저 표정이면 항상 일을 추가로 던져주던데... 설마 겨우 문따고 여기까지 온 것 때문에 저러나’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었지만 무영은 자신의 죄를 인정할 수 없었다. 내성까지 온 것도 아니고 겨우 내성입구까지 왔을 뿐인데 화를 낸다니?


바쁜 그로서는 일일이 무기와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귀찮을 따름이었다.


‘어쩔 수 없지.’


-총관님, 긴급히 전해드릴 말이 있어 달려왔습니다. 저들에게 쉴 곳을 주고 곧바로 천존각(天尊閣)에 뵙지요.-


무영은 이번 일에 대해 대총관에게 말하고 그의 정신을 그쪽에 팔리게 하기 위하여 전음을 날렸다.


- 알았네, 그럼 이들은 내가 처리할 테니. 천주님이 있는 데서 보세.-


그가 전음을 날리자마자 대총관에게서 전음이 날아왔다.


“적양대는 임무를 끝냈으니 해산하고 나머지 객(客)들께선 저를 따라 내성으로 가시지요. 쉴 곳을 내주겠습니다.”


“자 들었지! 적양대 임무를 하느라 수고 많았다. 전원 다음 임무까지 푹 쉬도록 해산!”


무영은 대총관이 하는 말을 듣고 대원들을 해산시켰다. 그리고 생각나는 것 때문에 앞서서 다른 이들을 이끌고 가는 대총관을 향하여 다시 전음을 날렸다.


-아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무영이 부탁한다는 말에 대총관이 무슨 일인가 싶어 빠르게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냐?-


-인질들의 거처, 내성의 제 거처로 해주시죠.-


이해가 가지 않는 무영의 말 때문에 대총관이 잠시 멈칫거렸다. 하지만 그는 티를 내지 않고 그대로 다시 걸어갔다.


-뭣 때문에? 지객당(知客堂)이 괜히 있는 줄 아느냐?-


-인연이 있는 이들입니다. 당분간 제 곁에 두고 확인을 하려고 합니다.-


무영으로선 보기 힘든 저 자세에 대총관이 계속해서 걸어가며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무영이 저놈하고의 인연이라... 보자, 제갈가는 아닐 테니 공녀 쪽인가 보구만. 뭐 녀석의 거처 정도면 넓기도 하고 내성의 정중앙 중 하나이니 문제는 없겠군.’


-그래, 그렇게 해주마.-


-감사합니다. 대총관 어르신.-


-농땡이 피지 말고 그대로 천존각으로 직행하게. 반시진이면 나도 그곳으로 갈테니. 만일 없으면 사사천 내에서 저들과 자네가 만나는 일은 없을 거야 -


대총관은 무영이 사라지지 않게 엄포를 놓고선 지객당을 향하여 걸음을 했다. 무영은 그 뒷모습에 쓰게 웃음 지으며 천존각을 향하여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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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사사천의 훈풍2 21.12.25 266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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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괴승(怪僧) 지백 +1 21.10.17 434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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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소무신과 무영 +2 21.10.04 535 13 12쪽
114 감숙에서 있었던 일 +1 21.10.04 531 11 14쪽
113 대립 +1 21.09.29 617 14 11쪽
112 반가운 손님 +2 21.09.21 678 13 12쪽
111 북리강의 과거 +2 21.09.06 691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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