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아들아 네가 이 편지를 보고 있다는 건 미래의 엄마가 결국 암에 굴복해 우리 승우를 직접 볼 수 없게 됐다는 거겠지?
엄마가 많이 미안해.
오늘은 사진첩을 봤어.
지금 네가 유치원생인것도 벌써 유치원생이야? 하는데...
네가 엄마 손 붙잡고 유치원에 입학했을 때가 기억난다.
네가 이 편지를 보고 있으면 취직을 했다는 소리잖아?
등에 멘 책가방보다 더 작았던 아이가 벌써 다 자라서 취직을 했다니.
엄마는 네가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그리고 그때 네 옆에서 축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사랑한다.
더 아파지기 전에 언니랑 영정사진을 찍고 왔어.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너랑 더 많은 사진 못 찍고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주지 못한 게 너무 아쉽더구나.
엄마도 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입학식, 졸업식 같이 가주고 사진이랑 추억도 많이 남기고 싶었는데.
네 기억의 모든 파편에 엄마가 있고 싶었어.
하지만 이미 그럴 수 없게 되었구나.
미안해.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먼저 떠날 엄마면서 미래의 아들에게 궁금한 게 참 많아.
해주고 싶은 것도 많았고.
하지만 네가 이렇게 취직했다는 것 하나로 모든 궁금증이 해결되었어.
내가 해주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지만, 네 옆에 있는 아빠라면 아주 잘 해줬을 거야.
아빠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서 엄마도 안심이 되는구나.
그래도 많이 미안해.
너도 엄마한테 물어보고 싶은 말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같이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을 텐데.
힘들 때 옆에 있어 주지도 못한 죄 많은 엄마가 이렇게 또 글을 쓰는 이유는 네 성공을 직접 축하해 주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하나의 오해를 풀고 싶었기 때문이야.
병원에 자주 오는 간병인분께 들었어.
한쪽 부모가 먼저 죽고 슬퍼하는 내색을 하지 않으면 남아있는 자식이 혼자 살아남은 부모를 많이 원망한다고.
아들, 혹시 아빠 많이 싫어했니?
엄마가 죽었는데 네 앞에서 슬픈 내색 하나 하지 않고 씩씩한 모습만 보인다고 싫어하고 있는 건 아니지?
사실 우리끼리 하는 말인데, 네 아빠 엄청 울보다?
아마 네가 없는 데서 모르는 사이에 많이 울었을 거야.
그 사람 성격상, 내 죽음에 대해서 네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거고.
엄마는 네가 하나밖에 없는 아빠를 원망할까 봐 걱정이야.
그래서 이렇게 오해를 풀어주고 싶었어.
미안해 엄마 때문에 아빠를 미워하게 만들어서.
이게 엄마의 기우였다면 내 생각보다 더 잘 자라나 줘서 너무 고맙고.
아들, 엄마는 조금 있으면 네 옆을 떠날 것 같아.
솔직히 말하면 아프고 불안하고 슬프고 죽는 게 너무 무서워.
하지만 난 어디에 있더라도 언제까지나 우리 아들을 사랑해.
우리 부부에게 있어서 가장 큰 선물은 승우 너였어.
엄마와 아빠가 반쪽으로 만나 오롯이 하나인 가장 완벽한 네가 태어났단다.
네가 태어난 날 엄마도 아빠도 너무 기뻐서 울었어.
아기였던 너는 천사 같았고 때로는 악마 같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사랑스러웠어.
이제 곧 마지막 같아.
먼저 떠나서 미안해.
네 옆엔 아빠와 서로 의지하며 잘 살았으면 좋겠어.
사랑한다. 미안하다. 건강하고.
보고싶다.
사랑을 담아.
엄마가 아들에게.
추신.
언니 이 편지는 내 아들이 다 자라나서 직장에 취직하면 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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