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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내 일상] [로맨스]블라인드 하트

블라인드 하트 3D 표지.jpg



“제가 왜 이곳에 있는 거죠?”


새카만 머리카락. 잘 벼린 칼날처럼 예리한 빛을 띤 은회색 눈동자.

그 조각 같은 아름다움과 반대로, 그는 야만적일 정도로 강렬했다.


달아나고 싶었다. 그의 품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상반된 욕망에 욕지기가 치밀었다.


“시치미를 떼도 소용없다. 아무리 끔찍하다고 해도,

어떻게 네가 내 눈앞에서……. 젠장!”


귓가에 닿은 입술에서 흘러나온 숨결이 뜨거웠다.

남자의 열기에 술렁거리는 심장과 가빠지는 호흡이 말해 주었다.

……그녀가 그에게 종속되어 있음을.


“말했잖아, 혜아. 너는 늘 내 것이었어.

너의 고귀하면서 불꽃처럼 강렬한 그 영혼까지도.”


그 폐쇄적인 관계에 소름이 돋았다.

오직 그녀만이 속할 수 있는 달콤한 저주였다.


아아, 그래.

당신은 세상 끝에 버려진…….


“나의 무겐. 나의 왕.”




 저자

유시현


아름답고 멋진 글을 쓰고 싶지만,

실은 그보다는 몇 달 뒤쯤 다시 기억나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당신께 좋은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출간작

《베이비 재인》(2012.7.)

《누구나 아는 사이》(2013.3.)




 목차

프롤로그

1~10

에필로그

작가 후기




 본문 중에서 


“처음부터 알았었나 봐요.”

혜아의 목소리에서 평소와 다름을 느낀 무겐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마주 봤다.

“나와 당신이 닮았다는 걸. 그래서 서로에게 끌렸다는 걸 내 어딘가가 알고 있었던 거예요.”

어느 부분으로도 접점이 없을 두 사람이었다. 극히 화려한 사람들에 에워싸인 그와, 나무와 종이에 둘러싸여 살았던 그녀는. 심지어 한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서 자신을 충족시켜 줄 무언가를 보았다. 반대의 성향으로 채워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그들은 닮았기 때문에 단둘이서 충분한 세계를 만들었다. 오롯이 서로만을 필요로 하는 세계를.

무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지 아니면 그저 듣는 것뿐인지 표정으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그녀의 말과 표정에 두려울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는 건 알았다. 늘 그랬듯이.

“전에 말했죠. 당신이 불러 준 순간 내 이름이 된 것 같았다고. 나만이 당신을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것처럼.”

혜아는 그의 뺨을 감싸고 입을 맞췄다.

“사랑해요.”

긴장으로 심장이 폭발할 것처럼 뛰었지만 속에서 넘실대던 불꽃이 입 밖으로 흘러나온 것처럼 자연스럽기도 했다. 맞닿은 입술에서 무겐의 웃음이 느껴졌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 그는 많이 웃는다. 행복해졌다.

“작은 새가 쪼는 것 같군.”

놀리듯이 읊조린 무겐은 그녀를 번쩍 들어 안았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반사적으로 다리를 그의 허리에 감았다. 무겐이 그녀의 엉덩이를 받쳐 들었기에 혜아의 시선이 그보다 높았다.

“너무해요. 기쁘다거나 고맙다거나 나도 사랑한다거나 그런 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침실을 향해 걸으면서 무겐은 그녀의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며 웅얼거렸다.

“말은 필요 없어.”

혜아는 앞을 보지도 않고 걷는 그가 조마조마했지만 다음 순간 그들은 침실에 서 있었다. 무겐은 그녀를 침대에 뉘고 위로 올라왔다. 가까이서 마주 본 은빛 눈동자는 어두웠고, 타오르는 듯이 뜨거웠다. 여태껏 그가 유혹하듯 바라보던 시선과는 또 달랐다. 심장이 딱 멎었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다. 남자가 여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것에 여성이 어떤 본능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가 한 번도 보여 준 적이 없는 눈으로 속삭였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지.”

그가 혜아의 목덜미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입술이 맞닿았고, 곧장 그가 침범했다. 이대로 먹혀 버리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그는 거침없이 그녀의 입안을 온통 휘젓고 쓸면서 자극했다. 그의 손이 원피스의 목깃을 부드럽게 지분거렸다. 얇은 원피스 너머로 척추 하나하나를 새기듯 어루만지는 동안 혀의 움직임이 느리고 관능적인 춤으로 변했다.

목덜미 뼈를 훑어 앞으로 나온 손가락이 쇄골을 따라 미끄러지다 원피스의 지퍼를 내렸다. 헐떡이는 숨소리 사이로 지익 하는 소리가 묘하게 선정적이었다.

“뭘 기다렸는데요?”

뭘 기다리느라 애를 태우면서도 그녀를 안지 않았는지, 아침에 했던 이야기의 계속이었다. 당혹스러운데 가까이에서 본 그의 눈동자에서 열락을 느낀 순간 그것이 그대로 그녀에게 전이됐다. 어쩌면 더 증폭돼서. 소름이 돋으면서 눈앞이 흐려졌다. 이 남자가 나를 원하고 있어. 안도감마저 들었다.

무겐이 못 말린다는 듯이 입술을 실룩였다.

“너.”

많은 의미를 포괄한 말이었다. 그녀의 몸이 아닌 마음이 오기를. 두려움 없이 그를 바라봐 주기를. 혜아의 두 번째 삶은 그가 저지른 잘못에 비해 지나치게 달콤한 대가였다. 2년여의 기다림 따위 그녀가 눈을 뜬 순간에 비하면 상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의 손가락이 옷 위로 그녀의 가슴을 둥글게 어루만졌다. 길고 깊게 입 맞추면서 옷자락 사이를 파고들어 온 그의 손가락이 속옷을 밀어 올렸다. 긴장되고 부끄러울 거라는 예상과 달리 타액과 호흡이 뒤섞이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잠깐…….”

급격하게 높아지는 성감에 당황한 혜아가 한껏 흐트러진 호흡 사이로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를 흘렸다. 가슴 윗부분에 입을 맞춘 그가 속삭였다.

“그리웠다.”

그가 문득 중얼거렸다.

“네가 어떤 식으로 느끼는지, 어떻게 나를 자극하는지. 지금처럼.”

그의 낮게 갈라진 소리가 혜아를 자극했다. 듣는 것만으로 ‘그런’ 기분이 된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 몸 안에 있는 샘에 물이 차오르는 감각. 무겐의 손이 옆구리를 쓸어내리는 것조차 어쩔 줄 모르게 쾌감을 자극했다. 약이라도 먹은 것 같았다.

“느껴지나? 내가 얼마나 이 몸을 다시 안기를 원했는지.”

그가 옷을 벗어 던지면서 거칠어진 소리로 속삭였다.

눈이 휘둥그레진 그녀를 보면서 그가 유혹하듯 눈웃음을 지었다. 붉은 혀가 제 입술을 핥았다. 그는 야했고, 흉포해 보였다. 헐떡이면서 눈을 가늘게 뜬 그녀의 눈꺼풀에 입을 맞추면서 그가 속삭였다.

“네게 들어갈 거야.”




5월 23일 출간됩니다.
지역에 따라 배본에 차이가 있을 수 있사오니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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